역(逆) 남파랑길(여덟 번째 - 5)
(광양시∼삼천포, 2023년 10월 28일∼29일)
瓦也 정유순
상주은모래비치를 스치고 지나 도착한 곳은 남해군 삼동면 물건항이다. 삼동면(三東面)은 남해도의 동쪽에 위치하여 동쪽과 북쪽은 남해가 펼쳐져 있고, 북쪽은 창선대교로 이어진 창선면(昌善面), 서쪽은 이동면(二東面)과 접한다. 면의 북부는 창선면과의 사이는 지족해협(知足海峽)이다. 호곡산(虎谷山)이 남쪽에 위치하고 이곳에서 발원하는 난음천(蘭陰川)은 북쪽으로 흐른다. 주민들은 농사 외에 수산업도 활발하다.
<삼동면 물건항 요트모양양>
물건리(勿巾里)는 남해군의 동남쪽에 위치하며 육지와 가깝다. 과거에는 배를 통해 육지로 이동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연륙교(連陸橋)의 건설로 육지와의 교통이 편리해졌다. 남해군 12경 중 10경에 해당하는 물건방조어부림과 독일마을로 유명하며,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영화촬영지와 낚시터로 각광받고 있다. 행정마을로는 물건, 은점, 대지포 등이 있다. 물건(勿巾)은 지세(地勢)가 물(勿)자 혹은 건(巾)자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물건항>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물건항(勿巾港)은 만(灣)의 입구가 동쪽으로 열려 있고, 삼면은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 만을 형성하고 있어 동풍 이외의 풍파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묘박지이다. 묘박지(錨泊地)는 계류나 접안하지 아니하고 닻을 이용하여 함정이 정박하는 데 적합한 해역으로 항내에 지정된 넓은 수면을 말한다. 1986년 3월 1일 되었다. 관리청은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 시설관리자는 남해군수다. 어선 외에도 요트가 많이 정박해 있다.
<물건항에 정박 중인 요트>
물건항에는 남해물건리방조어부림(南海勿巾里防潮魚付林)이 유명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방조림은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으로 길이 1,500 m, 너비 약 30 m로 되어 있는데, 나무의 높이는 대체로 10∼15 m이며 상층목이 약 2,000그루이다. 구성수종으로는 푸조나무·팽나무·참느릅나무·말채나무·모감주나무·느티나무·이팝나무·상수리나무와 상록수종인 후박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유는 방풍림(防風林)의 역사적인 유물이기 때문이고, 남해군 소유다.
<남해물건리방조어부림>
원래 이 숲은 방풍과 방조를 목적으로 약 300년 전에 마을사람들이 나무를 심었으며, 마을사람들은 이 숲이 해를 입으면 마을이 망한다고 믿어 잘 보호해 왔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말엽 일본인들이 목총을 만들기 위해서 이 숲에서 7그루의 느티나무를 자르려고 했을 때 마을사람들은 총칼에 맞서 죽을 각오로 이 숲을 보호했다고 한다. 숲 속의 이팝나무의 노거수는 서낭당나무로 음력 10월 15일에는 제사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빌고 있다.
<남해물건리방조어부림 안>
이 숲 위에 위치한 독일마을로 향한다. 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광부나 간호사 등으로 독일로 건너간 교포들의 정착생활을 돕기 위해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에 조성된 곳으로 독일식 건축물 등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당시 독일식 건축방식으로 건설했으며 건축 자재들을 독일에서 들여와 만들었다. 이 당시 우리나라가 빈곤했던 시절에 독일로 갔던 이들은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해 월급을 대부분 송금했다.
<남해독일마을>
이 돈은 형제자매와 부모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당시 외화가 크게 부족하던 조국에도 기여하여 전후(戰後)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디딤돌이 됐다. 1963년 12월에 광부 247명이 독일로 떠났고, 1966년에는 젊은 간호사들이 뒤를 따랐다. 이후 1977년까지 광부 7천 936명, 1976년까지 간호사 1만 1천여 명이 파견되었다. 이 기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송금한 금액은 1억 7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남해 독일마을>
이곳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흰 벽과 붉은 기와지붕이 눈에 띄는 독일식 건물 40여 채가 모여 그림 같다. 걷다 보면 정성스럽게 꾸민 정원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독일마을의 장점은 다양한 독일 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 독일식 소시지와 맥주, 빵 등 독일 음식 맛보기는 이곳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마을로 올라갔다 내려오기 위해 뒤돌아서면 마을 너머로 물건리 푸른 남해가 넘실거린다.
<독일마을에서 본 물건리항>
물건리를 지나면 삼동면 면사무소가 있는 지족리다. 지족리(知足里)는 금산에서 북쪽으로 뻗어 내려온 산줄기 밑에 있는 마을이며 생업은 주로 어업을 하고 일부 농업을 이루는 논과 밭이 있지만 규모는 미미하다. 마을 남쪽의 산지 사이에 와현소류지가 있으며 이 골짜기를 따라 농경지가 일부 있으나, 땅이 비옥하지는 않다. 경남해양과학고교가 있으며 3번국도가 마을의 중심부를 지나며 북쪽의 바다건너 창선면 지족리와는 창선교로 연결된다.
<지족리 죽방렴 체험마을>
창선교(昌善橋)는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와 창선면 지족리(只族里)를 잇는 길이 438m, 너비 14.5m, 높이는 7m의 다리로 1995년 12월에 개통되어 일반국도 3호선(목포∼부산)이 연결된다. 본래 1980년 6월 5일 준공된 창선교가 있었으나 1992년 7월 붕괴되어 그 자리에 다시 세웠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남해12경에 들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창선교 아래는 지족해협(知足海峽)으로 약 24개 정도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다.
<창선교>
그래서 삼동면 지족리에는 바닷물의 빠른 물살을 이용하여 멸치를 잡는 원시어업인 <죽방렴>을 체험하는 지족어촌체험휴양마을이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죽방렴(竹防簾)은 지족해협에 브이(V)자 모양의 대나무로 엮은 발을 설치하여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생태어업으로써의 가치가 높다. 지족마을에서는 죽방렴 체험뿐만 아니라 바지락 캐기와 선상낚시도 할 수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호응이 높다. 명승(2010년)으로 지정되었다.
<죽방렴>
< 브이(V)자 모양의죽방렴>
창선면(昌善面)은 면 전체가 섬으로 16개리를 관할한다. 신라 때 일선현이었다가 상선현(尙善縣)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1018년(고려 현종 9) 영선현(永善縣) 이후 다시 창선현(彰善縣)으로 개칭되었고, 고려 충선왕 때의 흥선현(興善縣)을 거쳐 조선시대인 1413년(태종 13) 창선현(昌善縣)으로 개칭하였으며, 1906년 행정구역 개편 때 남해군에 편입되었다. 면적의 24%가 농경지이며, 농업인구가 전체의 인구의 80%에 이른다고 한다.
<남해군 창성면 속금산>
창선면 지족리(只族里)는 대부분의 면적이 낮은 산지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남쪽으로 바로 남해와 접하고 있으며, 북쪽으로 대방산(臺方山, 470m)의 한 줄기가 뻗어 나와 있다. 창선교가 놓아져 있어, 바다 건너편 삼동면 지족리로 이동이 편리하다. 마을 앞으로 1024번 지방도와 3번 국도가 지난다. 생업으로는 어업을 위주로 하지만 평지에서는 밭농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도 죽방렴 멸치가 유명한 곳이다.
<지족해협과 죽방렴>
전형적인 섬마을인 창선면 대벽리에는 사천시 늑도로 연결되는 창선대교가 있다. 창선대교(昌善大橋)의 길이는 340m, 폭(너비)은 14.5m이며,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경간장의 최대 길이는 180m로 2003년 4월 개통되었다. 다리를 건너 사천시로 들어서면서 남해 쪽을 뒤돌아본다. 남해의 별명은 일점선도(一點仙島), 즉 ‘한 점 신선의 섬’이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경관과 볼거리가 많고 먹을거리가 넘쳐나서 보물섬으로도 불린다.
<창선대교>
대벽리(大碧里)는 남해에 있는 작은 섬마을이다. 전형적인 어촌 마을로, 동쪽으로 육지와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다. 자연마을로 대벽, 단항, 대발안 마을이 있다. 단항(丹項) 마을 앞의 넓은 밭 가운데에는 왕후박나무가 서 있고 줄기가 11개로 갈라져 비스듬히 올라가면서 반달 모양의 웅장한 수관을 만들고 있다. 왕후박나무는 후박나무보다 잎이 더 넓은 변종이다.
<창성면 대벽리>
약 500년 전 이 마을에 살던 노부부가 어느 날 큰 고기를 잡았는데, 그 고기 뱃속에 씨앗이 있어 그것을 뿌렸더니 이 왕후박나무로 자라났다고 전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매년 당산제를 올린다. 대벽 마을은 재가 벽처럼 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단항 마을은 후인 동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대발안 마을은 대가 많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름인데 혹시 죽방렴에 쓰여 지는 대나무가 이곳에서 공급되는지 모르겠다. 그 죽방렴 사이사이로는 수상오토바이가 물살을 가르며 질주한다.
<수상오토바이>
https://blog.naver.com/waya555/22326397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