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돈 아나운서 / KBS -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실은 질 가능성이 높은 경기가 재미있는 경기다. 그렇다면 이번 아시안게임 남녀 핸드볼은 대단히 재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 선수들의 객관적 실력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막말이지만, 우리 남녀 선수들에게 경기 없이 그냥 금메달을 걸어준다고 해도 난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까지 생각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만약 애국심은 없고 양심만 있다면 결국 내 얘기에 동의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 올림픽 혹은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 때만 되면 핸드볼이 평균 이상의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말하자면 핸드볼의 기구한 운명 때문이다. 기술적인 면만 따지면 사실 따질 것이 하나도 없겠지만, 최근 우리가 경험한 다채로운(?) 일들을 돌아보면 사태는 또 복잡해지는 것이고….
올림픽 등에서 종종 경험하곤 하는 유럽 팀 편향의 심판 판정은 이번 대회에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주지하다시피 아시안게임엔 유럽 팀이 참가할 자격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슨 문제가? 두 가지 정도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도하에서 남자 팀이 경험한 것과 같은 중동의 만행, 그리고 개최국 중국의 텃세.
4년 전 도하 폭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중동의 이익만을 대변해 온 아시아핸드볼연맹의 추악함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도 계속돼 이에 반발한 한국과 일본이 일본 도쿄에서 별도로 재예선을 치러 (여자 팀은 또 재예선이 무효가 돼 이후 국제핸드볼연맹 예선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하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여자핸드볼 대표팀>
다행인 것은, 적어도 여자의 경우엔 예나 지금이나 중동 팀이 없다는 것이고, 또 그 사이 대한핸드볼협회는 강화된 외교적 노력으로 국제핸드볼연맹의 압력을 이끌어내 아시아핸드볼연맹이 국제핸드볼연맹의 징계를 무릅쓰고 과거와 같은 편파 판정을 일삼을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춰 놓았다. 지난 2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아시아 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가 7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반증한다.
홈 텃세에 대해서는 베이징 올림픽 때를 참고해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베이징 올림픽 때 남자의 경우엔 중국과의 경기가 없었고, 여자의 경우엔 8강에서 중국을 만났다. 객관적 전력 차이는 현저했고 또 지금도 그렇지만, 역시 상대가 홈팀이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 평소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였던 당시 중국(!) 대표팀 감독도 이 경기를 앞두고는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도 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31:23 한국의 승리! 대세엔 큰 지장이 없었다.
당시 중국 대표팀 감독이 방금 광저우에 도착했다. 방금 우리끼리 아무 거리낌 없이 마구 나눈 이야기를 있는 대로 공개를 해도 괜찮을까? 대략 정리를 하면 이렇다. 남녀 공히 우승확률은 100%에 가깝다. 객관적 실력을 놓고 볼 때 과연 그렇다. 아시안게임 때마다 안 그렇기도 어렵다. 도하의 악몽이 있었긴 하지만, 그와 같은 일이 이번에 광저우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따라서 이번 아시안게임 핸드볼은 대단히 재미없을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좀 해야만 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핸드볼의 윤경신 선수를 필두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그래도 관심을 두고 볼만한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우리가 속해 있는 남자 B조(쿠웨이트, 이란, 한국, 바레인, 홍콩)에서 누가 2위를 차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쿠웨이트가 좀 약해진 느낌이고 바레인은 지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획득한 이란은 자국 리그가 매우 튼튼하다고 한다. 홍콩은 미안하다.
B조보다 한 팀 더 많은 남자 A조(카타르,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몽골)도 혼전이 예상된다. 대회를 빛내주어 고마운 인도, 몽골은 차치하고 나머지 네 나라가 4강 진출을 두고 치열한 순위 다툼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는 인정해 주고 싶지 않지만 지난 대회 준우승팀, 중국은 홈팀, 일본은 조금 약해진 듯도 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도하 아시안게임 노메달의 한을 품고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여자 A조(한국, 대만, 태국, 카타르,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정도 신경 쓰는 척하자. 여자 B조(일본, 중국, 인도, 북한). 동포라 하는 얘기가 아니라 북한이 기대보다 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열심히 응원하자.
우리가 워낙 잘해서 문제인 핸드볼. 결과는 혹 뻔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오지랖을 조금만 더 넓히면 좀 더 재미있게 핸드볼 경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국 여자 대표팀 감독의 해설과 함께 우리 선수들의 선전과 핸드볼의 묘미를 그야말로 만끽하시길!
출처 : 삼성이야기 http://www.samsungblogs.com/
첫댓글 조용한 이곳에 글 남겨주신 일벌레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ㅜㅜ 저도 인터넷을 하다가 삼성블로그에서 발견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앞으로 좋은 정보나 기사 있음 또 갖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