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을 다시 가게 되면서
예전에 동네 헬스장 다니다가 그만둔 사연을 바무에 올렸던게 생각나서
검색해서 다시 올려본다..
2008년 내가 다녔던 동네 헬스클럽은
미용실 아줌마, 중국집 주인아저씨 같은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을 쉽게 만날수 있고
그들의 체형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부담없이 섞여서 평화롭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가끔 몸짱 총각들이 오기도 하지만,
그 근처로는 절대 얼씬하지 않으니까 크게 비교될 일은 절대 없다.
내가 제일 자주 애용하는 헬스기구는 런닝머신으로
그냥 열심히 걷는게 헬스 이용시간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끔씩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하는 몸짱 총각들이 있지만
괜히 쿵쾅거리며 뛰다가 런닝머신이 고장이라도 나면
배상을 해줘야 할까봐 나는 절대 안뛴다.
절대 달리는게 힘들어서 안하는게 아니다.^^;;;
한줄로 정렬된 런닝머신 위의 인물들을 보면
대부분 내처럼 뱃살을 뻬기 위해
그냥 적당한 속도로 열심히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뭐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다 그렇지 않나....ㅎ
나를 비롯한 주변의 아저씨, 아줌마들의 러닝머신 평균 속도는 5~6정도....
정말 우리는 그렇게 별다른 경쟁도 긴장감도 없이
최대한 힘들지 않은 방법으로 본인들 살빼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처음 헬스장 등록 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몸짱 아가씨가 내 옆 런닝기계에 올라왔다.
내가 먼저 런닝을 하고 있었기때문에
뒤에 올라온 옆 아가씨의 얼굴을 볼수가 없어서
얼굴은 관심없는 척, 정면을 보며
눈은 최대한 가재미처럼 옆으로 째서 보는 나만의 내공을 발휘해서 보니까
뚜렷하진 않지만 몸짱에다 한미모까지 하는것 같았다.
평소엔 오후에 가던 헬스장을 이날따라 밤에 갔더니 나에게 이런 행운이~~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슬쩍, 옆 런닝기계의 속도를 보니까 8정도~~~
한번도 올려보지 못한 속도이다.
반면 내 런닝기계의 속도 수치는 평소와 같은 6......... --;;
괜히 자존심이 상한다.
갑자기 속도를 올리면 너무 표가 날것 같아서
평소에도 이 시간쯤이면 속도를 올리는것 처럼(물론 옆 아가씨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조금씩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속도만큼 내 다리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올리다보니 나도 옆 몸짱 아가씨와 같은 속도인 8~~~~~~~~
이건 걷는게 아니라 거의 뛰는것 같았다.
근데 옆의 아가씨는 8의 속도에도 여유있게 걷는 모습이었다.
난 다리만 바빠진게 아니고
심장까지 함께 바빠지고 있었다.
여기서 헥헥되면서 숨소리 크게 내면 완전 쪽팔리는거란 생각에
최대한 표 안나게 숨을 길게 품었다 쉬었다를 반복했다.
똑같이 속도가 8이면....내가 옆의 몸짱 아가씨와 경쟁을 하고 있다는게
표나는것 같아서 슬쩍 속도를 더 올렸다.
많이는 못올리게고 0.2를 더 올려
8.2
겨우 0.2 더 올렸을뿐인데 뒈질것 같았다.....
발은 달리다시피 하고 있는데 상반신은 자존심때문에 여유있게 걷는 척,
거기에 숨은 차오르는데 제대로 소리내어 쉴수도 없고~~
마지막 승부는 내가 더 오래 런닝머신에 버티면 이기는것이다.
물론 옆의 아가씨는 아무 생각없이 런닝기계를 이용하고 있고
폐활량이 좋은건지 그 속도에도 여유있게 걷고 있었지만
나 홀로 정한 자존심이 걸린 경쟁에서 지면 안된다는 의지로
최대한 소리나지 않게 살살 헥헥거리며 열심히 런닝을 했다.
그러던중, 갑자기
무릎에 "뚝" 하는 느낌이 왔다.
무릎 관절이 쿡 찌르듯이 몹시 아팠다.
이전 해에 배드민턴 치다가 나간 무릎관절이 또 나간것이다.
(혹자는 어떻게 배드민턴을 치면 무릎관절이 나가냐고 묻던데 내처럼 치면 나간다...ㅠㅠ)
너무 아파서 경쟁이고 나발이고 때려치우고
일단 런닝 기계를 꺼고 런닝 기계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움직일때마다 쿡쿡 찌르는 통증때문에 움직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슬쩍 뒤를 보니 평소 가까이 가지않는 벤치프레스가 있다.
저기까지만 가면 일단 이 고통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한 운동을 한것도 아니고 런닝기 위에서 도보만 하던 놈이
갑자기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내려간다면 개망신일것 같아
최대한 절뚝거리지 않으며 잽싼 동작으로 벤치프레스까지 가서 앉았다.
나름 아무도 못볼정도로 전광석화와 같이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관장님이 보고선 나에게 와서 큰소리로
"어디 아픕니까?" 라고 묻는것이었다.
넓지도 않은 동네 헬스장이라...그렇게 크게 물어볼것 까진 없는데...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무릎의 아픔보다 더 큰 쪽팔림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이후 난.. 정형외과에 가서 몇 일간 무릎 치료를 받아야 했고
헬스장은 다시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몸짱 아가씨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게
지금도 억울하다.
첫댓글 흥미진진 ㅋ
승부는 다 흥미진진하죠....ㅋㅋ
ㅋㅋㅋ이무슨...ㅋㅋㅋ
쓸데없는 승부 하다가..ㅜ
아 치료 받고 다니시지..
유일하게 했던게 러닝인데..
그거 하다가 무릎이 나가니 헬스장을 못가겠더라구요.
ㅋㅋㅋ웃픈 에피소드네요ㅋㅋ
제일 슬픈건..그 분 얼굴을 못본거..ㅜ
헬스장에서 저만 곁 눈질 하는게 아니었어요~~~ㅎㅎ
당당하게 볼수있는 배짱을 키워야 하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