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정부와 언론의 폭력이다.
요즘 언론들이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웹툰(World Wide Web. 카툰=시사적인 인물이나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여 한컷으로 구성한 만화나 삽화나 스케치를 말한다.)을 지목하고 뒤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몇몇 웹툰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언론을 이용하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중문화사 전체를 마녀사냥 대상으로 삼는 일을 계속해 왔다. 대중문화가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들이 우려하는 것만은 결코 나쁘지 않다. 필자는 나쁜영향보다는 유익한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마녀사냥’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명문대 학생 이은석이 부모를 토막살해한 사건이다. 그때 마녀로 지목된 것은 컴퓨터 게임이었다. 잔인한 게임이, 얌전하고 내성적인 학생을 살인마로 만들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것이 정말로 정확한 판단인가? 아니다 이것은 지도층이 경악스러운 사건발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여론을 다른 곳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마녀사냥임이 분명하다. 부모토막살해사건 1년 후, 이은석을 심층적으로 상담했던 심리학자는, 살인을 가족 내의 문제로 설명하는 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사건 직후 여론의 ‘마녀사냥’은 그저 잔인한 컴퓨터 게임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가족 문제니 성격 탓이니 하는 것보다, 컴퓨터 게임 탓이라고 하는 것이 지도층들의 책임회피를 위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2000년이라는 시기와 컴퓨터 게임의 관계이다. 그 시기 컴퓨터 게임은 새롭게 각광받는 대중문화였고, 물론 주 수용자는 청소년이었다. 어른들에게는 이해되지 않거나 불편하고 두려고 새로운 대중문화이지만, 청소년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컴퓨터가 가장 인기있고, 관심있게 퍼져나가는 젊은이들의 문화였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문화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인테넷 강대국이 되었고, 이러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통해서 k팝이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 당시 청소년 문화를 마녀사냥을 자행했던 기성인들은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석고대죄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8년 최진실 자살 사건 때 마녀로 지목된 것은 인터넷 댓글이었다. 댓글은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소통문화였다. 악성댓글로 인한 상심이 그를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설명이 100%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인테넷 댓글이최진실을 자살케한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95%의 사실이다. 그런데 최진실의 죽은이 인터넷의 댓글이라고 해서, 악플을 검열하고 처벌하는 법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떠들썩했던 것은 분명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여기에서도 주목할 것은 2008년이란 시기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인터넷 문화가 한창 무르익어 단순히 검색과 메일 체크를 넘어서 활발한 쌍방향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던 때였다. 이러한 새로운 대중문화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불편함과 공포가, 인터넷을 마녀로 지목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1970년대에도 발견된다. 1972년 12세 어린이가 목을 매 자살했는데, 만화가 주범으로 몰린 것이다. 그 아이가 만화를 매우 좋아했고 만화에서는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가족의 증언이 근거였다. 만화가 비현실적이고 황당무계하다는 것이다. 이후부터 ‘만화’에는 늘 ‘불량’이란 말이 따라붙었고, 해마다 어린이날에 만화에 불을 지르는 화형식을 연례행사로 치렀다. 지금생각해보면 다 미친짓이다. 여기에서도 주목할 것은 시기이다. ‘만화가게’로 유통되는 만화의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진 것이 바로 1960년대였으니, 이 새로운 대중문화에 대한 어른들의 공포와 불만이 만화를 마녀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웹툰이다. 강풀 <순정만화>로 웹툰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2004년이니, 마녀로 몰릴 만한 시기가 되긴 됐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흔히 여론주도층이 좋아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작품은 결코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60, 70년대에는 <데미안>을 읽고 자살하는 소녀들이 종종 있었는데도 헤세 소설은 마녀로 지목되지 않았다. 2001년 교실에서 급우를 살해한 고교생이 영화 <친구>를 40번 보고 살인을 시도했다고 말했는데도, 영화가 마녀로 몰리지는 않았다. 오로지 마녀로 몰려 여론의 지탄을 받고 제도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기득권 보수층 여론주도층들에게 낯선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손쉽게 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서민대중문화일 뿐이다.
지금에 이르러 과거사를 되짚어보면 정부나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이 악화된 사회정서의 책임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미칠까봐서 미리 책임회피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마녀사냥’을 이용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파렴치한 인간들은 우리 사회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백성들은 무지하지만 언제까지나 무지한 것은 아니다. 백성들이 이러한 음모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들은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이다.
2012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