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에 6000만원을 예금한 문모(54)씨는 반년 만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망했다. 문씨 가족은 최근 은행에 예금을 해약하러 갔다가 “보험금 6000만원도 챙겨가셔야죠”라는 은행측의 설명을 들었다. 김씨 가족이 어리둥절해 하자, 은행 직원은 “문씨가 공짜보험 혜택이 붙어있는 ‘웰빙예금’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최근 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객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공짜로 보험혜택을 주는 은행 예금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예금이자를 얻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위험보장 혜택을 공짜로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제일은행의 ‘더블플러스통장’은 판매 개시 후 반년 만인 지난해 12월에 3조원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일반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0.1%포인트 높은 데다 각종 사고를 당하면 보험금을 최고 10억원까지 지급한다는 조건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물론 보험료는 은행이 내준다. 가령 은행에 3억원을 맡겼다가 예치기간 중 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치면 최고 6억원(예금액 3억+보험금 3억)을 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한국씨티은행의 ‘웰빙예금’도 이달 현재 예금 잔액이 7500억원을 넘어섰다. 예금 고객에겐 최고 1억원 한도의 무료 보험이 덤이다.
기업은행의 ‘Fine그린통장’에 가입한 예금 고객은 골프상해보험이 특전(特典)이다. 골프를 하다가 다치면 최고 1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은행의 ‘Fine2030통장’에 가입한 20대 남성 고객은 군 복무기간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최고 1000만원 보상받을 수 있다.
실업 위로금을 지급하는 예금통장도 있다. 하나은행의 ‘신비과세장기저축’은 구조조정 등 타의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 고객에게 예금 평잔액의 10%를 실업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여성이나 어린이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상품도 많다.
농협의 ‘해피맘 예금’은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를 위한 상품으로, 산모가 출산 중 사망하면 보험금 1000만원이 지급된다. 국민은행의 ‘캥거루통장’은 현재 어린이 가입고객이 52만명을 넘는 인기통장. 금리는 연 3.1~3.4%로 그리 높진 않지만 소아3대암, 유괴, 화상, 골절, 식중독, 전염병 등 만 18세 미만 자녀의 학교 생활 위험을 모두 보장해 주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