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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고 음반 레코드 가게 ‘팍스 뮤직’ 대표 권기찬 씨와의 대담
2008.07.22 오후 3시
대구시 중구 포정동 팍스 뮤직
이미 절판된 음반, 남에게는 가치 없지만 자신에게는 소중한 음반을 여기서 발견 할 수도 있다. 문화의 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중고 음반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대구 유일의 중고CD전문 레코드 가게인 팍스뮤직을 찾았다. 한국의 음반시장과 음악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팍스 뮤직을 운영한지 얼마나 되었나?
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길고, 90년대 초반에 그래미레코드를 오픈하면서 시작했다. 그 때는 새 음반을 취급하는 일반음반점으로 시작했다. 당시 아마존(amazon)이 새 음반, 도서, used(중고음반)를 같이 운영했는데, used를 관리가 힘들어서 고객과 고객 사이에 아마존이 중간역할을 했다. 대구에서는 중고CD를 판매하는 가게가 없었다. 90년대 말쯤 중고CD가게를 오픈해보자하는 생각에 처음 가게를 열었다. 시내 지하상가에 그래미 중고CD가게를 오픈했다. 1호점, 2호점 생기고 하면서 로드매장으로 가자고 판단해 대백 옆으로 갔다. 당시 대구백화점에서 서적과 음반을 판매ㆍ운영하던 자리인데, 아마 이대희씨가 운영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곳이 문 닫는 동시에 우리가 들어갔다. 오프라인으로만 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해서 온라인 음반사이트 팍스뮤직(paxmusic)을 열었다. 당시 대백 옆에 있던 오프라인 매장의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매년 임대료가 올랐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음원이 강세를 보이면서 음반시장이 많이 악화되었다. 그래서 다른 코너를 물색하다 현재의 위치인 이쪽으로(롯데 영플라자 뒤편) 옮기고 상호도 팍스뮤직으로 통일했다.
현재 음반시장이 어렵다. 우리가 알기로 대구의 다른 중고CD음반점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어렵지 않은가?
맞다. 중고LP매장을 제외하면 대구에 다른 중고CD가게는 지금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대구에서 처음으로 중고CD매장을 연 이후로 다른 중고CD매장이 2군데 정도 생겼다. 지금은 다 그만둔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음반시장은 1980년대 중, 후반에 황금시장으로 불렸다. 현대, SK, 삼성 등 대기업이 음반 시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이 막상 들어와 보니 음반시장이 너무 전문적이라 하나씩 손을 뺐다. 삼성을 마지막으로 90년대 말에 대기업들은 모두 음반시장에서 떠났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음반시장은 급 하락세를 보였다.
90년대 말까지 레코드샵을 4개 정도 운영했다. 직원도 많아서 회식 때면 열 몇 명 정도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음반시장에서 교보는 대기업이라 재력이 되고 또 이미지를 위해 문화 사업에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 예전에 음반시장이 8천억 규모였는데 2000년대 들어오면서 규모가 계속 줄어들면서 현재는 약 400억 규모의 시장이다. 옛날에는 음반사들이 모두 ‘레코드’라는 상호를 달았다. 지구레코드, 성음레코드, 오아시스레코드 등. 그러나 현재는 ‘레코드’라는 상호를 쓰는 음반사들은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노래만 제작해서는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간다. 이수만이 하는 SM엔터인먼트, 박진영이 하는 JYP엔터테인먼트처럼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각종 오락프로그램에도 나가고 해서 음반시장 외에 다른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체제다.
일반 CD 소매점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폐업처분으로 내놓는 물건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는가? 중고음반 매입으로는 모자랄 것 같은데, 음반 매입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90년대 초반에 재력도 안 되고 새 음반만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해서 중고음반시장을 개척했다. 중고음반만 하다가 고객들의 요청으로 현재처럼 새 음반도 취급하고 있다. 주로 음반회사 재고, 반품, 폐반, 레코드샵 폐업 등으로 음반을 구하고 또 고객들에게 요청해서 음반 매입하고 한다.
음반이나 책과 같은 문화상품은 한 번 소비하고 버리는 일반 상품과 달리, 효용가치가 없어지지 않는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이 사업을 펼치면서 보람이나 자긍심을 느끼는가?
20년 정도 음반 사업을 해왔다. 이에 대해서 크게 후회 하지 않는다. 사업 중간 중간에 갈등도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사실 큰 돈도 못 벌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할 것 같다.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온라인 거래와 오프라인 거래의 비율은 각각 어느 정도인가?
오프라인이 80%, 온라인이 20% 정도다.
음반시장은 전국적인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다. 다른 대도시의 중고음반시장의 상황은 어떤가?
중고 음반 업데이트는 전국에서 우리 가게가 최고 좋다고 얘기를 많이 한다. 고객 중에는 나와 같은 중고음반 업자들도 있다. 희귀음반을 업자들이 사가서 더 비싸게 되팔곤 한다. 또 국내에서 중고음반을 구입해서 일본에 수출하는 업자도 있다. 팍스뮤직처럼 새 음반과 중고음반을 같이 업데이트 하는 곳도 있다. 서울 쪽은 워낙 인구가 많기 때문에 중고음반 샵이 많다. 부산도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 업체가 있는데 거긴 중고만 거래한다. 광주나 전라도 쪽에는 크게 중고음반 레코드 샵이 활성화 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개인 거래는 있지만.
2000년대 음반 시장 매출은 교보(핫트랙)가 1위, 포노가 2위, 창고가 3위였다. 핫트랙은 대기업이라 재력도 상당하고 파워가 있어서 다른 업체들보다 판매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핫트랙의 전국 매장이 13개인데 각 매장이 한 음반을 1장씩만 팔아도 13장을 파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괜찮은 음반을 들여오려면 600만원이 필요한데 현재 내게 100만원 밖에 없다면, 우리 가게는 100만원 상당의 음반을 들여올 수 있다. 그러나 핫트랙의 경우 재력이 있어서 더 많은 음반을 확보할 수 있다. 포노는 도저히 운영이 어려워 알라딘이 인수했다. 그 뒤로 알라딘이 최근 아마존처럼 중고거래의 중간역할을 하고 있다. 창고는 상당히 매출이 좋았는데 새 음반으로는 힘들다 싶어 중고시장도 같이 하려던 와중에 사업을 접었다. 그 외에 자신만의 색깔 있는 매장이 서울에는 많다. 향뮤직은 째즈, 클래식 등이 약하지만 사장님이 락을 무척 좋아해 락 중심의 레코드 샵이다. 신나라레코드는 사실 한국 음반시장에 기여도가 매우 높다. 대기업도 포기했던 국악을 키우고 음반을 발굴했다. 재단의 재력이 괜찮아 80년대 초반 음반시장에 들어갔다. 그 이후로 킹레코드로 활약이 좋았고 95년경에 국내 음반 유통의 70%를 신나라가 차지했다. 97년도부터 여러 가지 사건 등으로 휘청했고 90년대 말부터 음반시장과 하락세와 함께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음반제작과 가수 양성은 손을 뗀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전국의 레코드 소매점이 2000년대 들어서 문을 닫고 온라인 중심의 몇몇 업체로 시장매출이 집중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중 뮤직랜드, 알라딘, 향뮤직처럼 이름 있는 큰 업체들이 중고음반시장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에 따른 어려운 점은 없는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크다고 살거나 작다고 죽지는 않는다. 전문적으로 가야 된다. 다량의 음반 확보 및 다양한 음반 확보가 중요하다. 뮤직랜드는 예전에 큰 음반 도매상이었다. 잠시 문 닫고 가족 중 누가 다시 인수해서 영업을 다시 했다. 새 음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중고 음반 판매를 시작했다. 예전에 있던 재고, 고객 음반을 확보해서 팔고 그런다. 중고 음반이 새 음반보다 조금 마진이 좋은 편이지만 한편으로 새 음반은 5% 정도 반품할 수 있지만, 중고는 반품이 전혀 없다. 음반을 매입할 때 수익을 잘 생각해서 구입하고 다시 판매해야 한다.
가격은 어떻게 정하는가? 여러 장르에 걸쳐 상당한 안목이 필요할 듯한데, 특히 덤핑, 기획전으로 출시되는 DVD같은 경우는 가격 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서적, 음반, DVD 중에서 유통구조가 엉망인 것은 음반이다. 서적은 세금이 없다. 음반은 세금을 내야 한다. 또 서적은 100% 반품이 가능하다. 서점 폐업처리 시 책을 반납하고 회사로부터 현금 받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음반은 그런 것이 안 된다. DVD시장은 하향세다. 이젠 블루레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 DVD가 나왔을 때 음반샵과 비디오샵 중 어디에 DVD를 풀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회사들이 두 곳에 다 DVD를 갖다 놓았지만 주로 음반샵으로 들어갔다. 회사들이 100장정도 팔릴 것으로 생각해서 100장을 만들었는데, 10장정도 밖에 판매되지 않으면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서 수시로 할인하거나 기획전으로 판다. 그래서 DVD 시장이 엉망이다. 예전에는 DVD에 대한 매니아들의 호응이 좋았으나 이제는 많이 죽었다.
옛날에는 음반시장에 지역의 작은 소매점들이 많았다. 요즘은 그런 소매점들이 사라지고 유명한 몇몇 업체들이 음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름 있는 큰 업체들은 오히려 매출이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떤가?
그렇지도 않다. 음반시장의 크기가 급속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큰 업체들도 매출이 예전과 같거나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른 얘기를 잠깐하면, 세계 음반시장에서 2위는 일본이다. 한국은 잘 사는 편이지만 음반 시장은 별로다. 한국이 잘 살 수 있었던 건 IT산업 때문이다. 그런데 그 IT산업 때문에 한국의 음반시장이 줄어들었다. 일본에서는 음반은 음반이고 파일은 파일이라는 개념이 확고히 잡혀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온라인 음반 시장에 약점이 있다. 애플이 사업에 고전하다 음원파일로 살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시 음반은 음반이고 음원파일은 파일이라는 개념이 잡혀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LP제작에 상당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마지막 남은 LP공장이 문을 닫았고, 고가의 기계들이 2천만 원에 일본에 팔려 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직도 LP를 찍어낸다.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 독일, 영국에서 주로 찍어 내고, 미국과 일본도 아직 LP를 찍어낸다. 우리나라는 이제 그게 안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배울 것이 있으면 무조건 수용한다. 신중현, 산울림, 한대수와 같은 아티스트를 일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좋은 음악이라고 해서 일본 사람들이 주목하고 또 한국에 와서 그 아티스트의 음반을 사가지고 갔다. 그 뒤로 한국에서는 신중현, 산울림, 한대수와 같은 뮤지션들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 한국에서 위상이 높아지자 한국에서 사 가지고 간 음반들을 다시 한국에 고가로 되파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 포크 뮤지션 김두수의 경우 최근에 발매된 5집 음반이 일본에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5집 LP판의 경우 8만원이라는 고가로 가격이 책정되었다. 이것도 그와 비슷한 것인가?
김두수의 5집 음반 같은 경우, 김두수가 일본에 가서 제작 좀 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일본사람이 김두수에게 제작해 주겠다고 한 경우이다. 돈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이 그런 면에서 좀 영악한 면이 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
락을 좋아한다. 책 한권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락을 좋아한다. 하지만 다양하게 들으려고 한다. 사실 클래식은 조금 약한 편이다. 많은 고객에게 다양한 음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음악을 다양하게 듣고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젊은 시절 LP만 3천여 장을 모았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음반을 사고 들었다. 10대 중반에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이 최고라고 생각했을 때 전 앨범을 다 사서 들었다. 친구들이 군대에서 휴가 나오면 내가 밥을 사줘야 하는데, 오히려 내게 LP를 사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중고음반을 매입할 때 희귀음반이나 중요하고 탐나는 음반이 있으면 따로 소장하기도 하는가?
지금은 내게 음반이 거의 없다. 3년 전만해도 희귀 음반 7~8백장이 집에 있었다. 그 중에는 상당한 고가에도 사갈 음반들이 많았다. 고객한테서 그런 희귀음반에 대해 구입요청이 자꾸 들어 오다보니 그 음반들을 내놓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4백여 장을 내놓았다. 3백여 장 남았을 때 다시 음반을 모을까 싶어 샘플음반을 2백장 정도 모았다가 다시 고객요청이 있어 지금은 거의 다 풀었다. 고객 분들한테 그런 음반을 드리면 너무 좋아해서 나도 기쁘고 행복하다. 그 중에는 내게 영원한 고객들이 있다.
대구에 음악 매니아들이 많은가?
대구의 경기가 안 좋다. 고객 중 몇몇 분들은 경제가 힘들면서 사업도 어려워지기도 했다. 경제가 힘들면서 매니아가 많이 줄었다. IT산업의 성장으로 매니아들이 음원파일 쪽으로 많이 넘어갔다.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음원파일 쪽으로 많이 옮겨간다. 실제적인 매니아들은 많이 줄었다.
바쁜 와중에도 친절히 기꺼이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다음에는 고객으로 만나겠다.(웃음)
(인터뷰, 윤규홍, 곽호근, 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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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과연 음원파일에서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지는... 저도 여기 가끔 이용하는데요. 과 여자후배들이 못 구해서 안달인 빅뱅 포스터를 과감히 택배 포장지로 쓰셔서 ㄷㄷㄷ 했습니다.
요즘 여대생들도 빅뱅을 좋아하는군요^^
오, 나 저기 단골인데요. 오랜만에 사장님 뵈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