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고전 사랑방'을 쓰다보면 옛 선비들 글이나
판소리 사설 속에 인용된 고전을 찾아 보게된다.
오늘은 방송에서 정정렬제 춘향가 중
'춘향이가 細眼으로 이도령을 보니~~' 구절을 풀어봤다.
춘향이가 세안으로 이도령을 봤다. 이 한구절로 춘향의
눈매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가 추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님들 중에 매력적인 '세안'을 가진
인물 이야기가 보여서 쫓아가 봤다. 우선 '세안'은
요즘 말로 '갸름한 눈매' 똥그란 눈이 아니라 갸름한듯
가는듯 싶은 눈매를 말한다. 그럼 춘향 눈은 갸름한 스타일이 된다.
방송에선 반대 의견도 내놨다. '춘향이 세안으로 이도령을 봤다'
이 구절은 거리상 멀리 떨어진 이도령을 집중해 봐야했으니
눈매를 가늘게 뜨고 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서 춘향 눈이 꼭
갸름하다 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우선 사설에 보이는대로 '춘향의 세안'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양촌 권근이 남긴 고려말 정승을 지낸
'金台鉉'을 만났다. 미목이 수려하고 그림 같이 잘 생겼다. 특히
'갸름한 눈 세안이 멋있었다' 남자도 매력적인 '세안'이 있었다는
600년 전 기록이다. 근데 양촌 권근 선생이 흥미로운 일화를 기록해놨다.
멋진 세안을 가진 김태현이 총각시절 선배집에서 책을 읽는데
한 젊디 젊은 과부가 문틈으로 시 한편 넣었단다. 그 시에 가로되
'말 탄 도령 뉘집 도령인가했소/ 석달을 그냥 보고싶다 했소/
당신이 그 김태현이었다니/ 갸름한 그 눈에 남몰래 든 정이랍니다. '
고려 말, 이런 용감한 과부도 있었단다. 사랑을 고백하는 시까지 문틈으로
쓰윽 넣었던 그 여인의 석달은 오직 그리움 뿐이었을게다. 그게 무슨 죄인가?
헌데 말탄 총각도령 김태현은 그 시를 보고서
조용히 선배집 가는 발걸음을 끊었단다. 그 이후 한동안
가슴앓이 했을 용감한 20대 초반 과부여심을 짐작해 본다.
그렇게 매혹적인 갸름한 눈을 가진 남성도 있었더란 이야기다.
다시 춘향의 세안을 생각해 본다. 꼭 춘향이 눈이 갸름했다고 할수 없을게다.
그 당시 춘향전 사설을 짓는 작가가 자기 좋아하는 취향대로
춘향 눈을 갸름하게 만들었을 수 있는 일이다.
요즘 여인들 눈을 본다. 특히 연예인 눈을 보자. 하나같이 똥그랗게
뻥눈이 모양으로 크다. 그 눈에서 눈물이라도 흘릴 참이면 정말 죽을 죄 지은
사람 만들 작정으로 눈들이 크고 똥그랗고 쌍꺼풀 골까지 깊다.
그냥 한눈에 사람이고 세상이고 퐁당 빠뜨려 버릴 작정인지. 겁도 난다.
그런 눈매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에겐 언제적 증조할배 같은 소리냐?
펄쩍 뛸지도 모른다.
길게 말할 게 뭐 있겠는가? 춘향이 눈이 세안이었거나 접시눈이었거나.
춘향이가 똥그란 눈을 간잔지름 가늘게 뜨고 이도령을 훝어 봤거나,
고려 김태현이 뻥눈보다 갸름한 눈매로 응시하는 게 멋져 보였거나.
나도 때때로 거울을 보면서 '눈이 쪼끔만 더 크던가' 타박했던 걸
돌아보며 혼자 웃게 되더란 이야기다.
갸름눈이거나. 왕눈이거나, 세상 보는 눈 사람 보는 눈 제대로 좀
보였으면 싶다. 특히 내가 사람 잘못 봤을 때 눈이 삐였지 하며
죄없는 눈타박 했던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는 언제나 마음의 눈을 뜨나 한숨 지면서
컴퓨터 때문에 어리버리해진 눈을 습관처럼 비벼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