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아트
무언의 수행, 조약돌, 나비와 함께하다
화가 남학호
무언의 수행,
조약돌, 나비와 함께하다
남학호 화가
남학호 작가의 시그니처는 돌이다.
흔히 돌이라고 하면 시간에 대한 무한과 공간에 대한 유한을 담고 있는 오브제로 인식된다. 40여 년 동안 작가는 특유의 개성적인 필치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인 기법을 통해 작가 특유의 조약돌을 묵묵히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 조약돌, 그 내면에 대한 이야기
나의 어린 시절은 영덕의 가까운 바닷가에서 보냈다. 돌, 파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와 온갖 바람에 닳아버린 조약돌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다.
조약돌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닷가에 놓여 있는 돌의 군상들을 보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마치 인간의 군상처럼, 그것을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업을 하는 나에게 있어서 조약돌만큼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더할 나이 없는 오브제이다. 무생물이지만 마치 생물처럼 군상의 무더기를 마치 인간세상을, 붓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 서양의 재료로 동양의 정신을 담다
겸재 선생의 진경산수화를 예를 들자면 실지의 풍경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에 살면서 우리 그림을 현재의 재료를 가지고 동양화의 정신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한 시대에 적합하게 적응을 했을 뿐이다. 수묵을 전공했으나 사물의 재현을 하는데 전통적인 수묵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통적인 재료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양재료라고 할까? 그것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는 사물을 더 디테일하게 한다든가, 구체성을 띠면서 현대판 진경산수화를 그린다고 생각한다.
동양적인 관념의 세계를 서양의 하이퍼리얼리즘, 포토리얼리즘과 같이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독특하고 특별한 세계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래서 명암을 통해 수묵담채의 기법과 세필을 통한 극사실의 작품이 한국화의 근원을 두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 나비를 통해 석심石心 동력을 이끌다.
조약돌에 비해 작고 왜소하지만, 항상 나의 작품에는 나비를 등장시킨다. 예로부터 나비는 장수의 상징이며, 희망이고, 기원이다. 무생물의 돌위에 생물의 나비를 놓으면서, 그 작품은 생명력을 가진다고 본다.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어떤 사물을 우리 같은 예술가들은 이렇게 끌어다가 조합을 해서 조(造)는 안 되지만 작(作)을 한다. 나의 작품의 화두는 석심이다.
그 석심은 영원한 생명을 말한다. 같은 자리를 지키는 돌과, 창조주가 만든 나비를 作을 통해 유한한 우리 인간들의 사랑과, 추구하고 성취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나비와 돌 즉 석심石心, 석접石蝶으로 표현하고 있다.
돌은 나비를 품고, 나비는 돌과 생명을 함께한다.
불로장생을 염원하는 인간들의 욕망을 돌과 나비를 통해 주술적으로 기댄다.
오래오래 사세요! 라는 뜻이다 - 작가 글-
# 대형작품은 장편소설과 같다.
화가는 예술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소설에 빗대보면, 에세이, 그리고 단편, 중편, 장편소설이 갖고 있는 특장점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1호 작은 작품에 담는 내용과 300호정도 크기에 작품에 담는 내용은 다르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작품은 1500호정도로, 장편소설로 대치된다.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주문받아서 하는 것은 아니고(웃음) 분명한 것은 화가도 직업이기 때문에 매일 시간을 정해서 작업을 한다. 언급했듯이 이런 대형작업을 하다보면 많은 조약들을 화폭에 담으면서 그 안에 나만의 비밀이나, 상징을 넣어두기도 한다. 그 옛날 선비들이 명산지에 가서 이름을 새겨놓은 것처럼, 벗들의 이름도 가끔씩 조약돌 사이에 숨겨두기도 한다. 장편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희 애락을 담을 수 있어, 작업에 여력이 있는 동안 우선 대형작업을 위해 부지런히 붓질을 하고 있다. 감상의 팁을 준다면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진 상징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 근석당, 원 없이 붓질하다.
近石堂; 여기가 내 작업실이다. 평소 나는 작업실 근처에 있는 신천 둔치를 자주 걷는다. 그리고 다시 작업실 와서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 직업이다. 꾸준함은 나에게서는 중요하다. 나는 예술도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8시간의 노동을 중시하고 행해야 된다고 본다. 화가도 무수한 직업 중에 하나다. 그래서 내 일생 마지막에 가서 원 없이 붓질하다 그냥 가노라 하는 그런 생각으로 끝을 맺고 싶고, 그런 생각에 매년 대형작품을 포함해 작업에 임하고 있다.
작품에서 연상되는 추억, 그리움, 고독과 같은 시어들은 신념이자
또한 나의 조형언어이다. - 작가 글-
동시대의 미술은 다양한 형태의 작품과 기법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작가는 흔들림 없이, 돌이 가져다주는 물성의 존엄과, 나비를 통해 동양의 관념을 통해 무한한 우주를 그리는 작가의 꾸준함과 집요함이 감성을 자극하게 한다.
남학호 작가는 대형작품위주로 전시회를 가졌던 지난전시와 달리 2023년에는 소품전, 이른바 에세이로 관객을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소품 작이라고 해도 쉬운 것은 아니다. 크기에 따라 담고 싶은 내용이나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품에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한다.
현재 150여점의 소품이 준비되어 있으며, 200여점을 준비계획으로 열심히 조약돌을 만들고 있다. 아울러 작가의 희망이라면 평생 조약돌과 함께 나비를 개인 미술관에 놓아두고 싶다고 한다. 평생을 함께한 작품을 보관할 수 있고, 전시가 될 수 있는. 언제든지 작품을 끄집어내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을 희망한다고 한다. 꿈이라고 하지만 작가는 벌써 준비에 분주하다.
http://www.koreacol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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