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土曜連載/ 아내의 팔뚝, 03회/김용원
그건 사실이었다. 강남에서 돈 많은 변호사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던 그네의 언니가 늙은 변호사의 눈에 들어 가끔씩 잠자리를 해주는 조건으로 허름한 아파트 한 채를 얻었는데, 그 아파트를 제주할망 명의로 해주었다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아무튼 그랬는데, 요즘 들어와 아파트값이 마구 오르자 이제는 의심이 가는 예금통장보다 확실하게 증명된 아파트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말이었다.
재작년까지도 아파트 경비로 일하고 있던 곽노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곽노인에게는 아들 둘 딸 둘이 있는데, 몇 년까지만 해도 제 어미 제삿날인 추석 전날과 추석 양일 그저 하나 아니면 둘이 마지못해 왔다가 가거나 이튿날 오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재개발 소식과 함께 주위에 시멘트공장이 건설회사에 팔리며 그곳에 40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느니 강남과 직선지하도로가 뚫린다는 소식이 덧붙여지자 그제부터는 추석 전날 모두 모여 제들 어미 제사와 추석을 꼭꼭 챙겨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를 콩팔러 보낸 뒤 10년여 동안 철저하게 혼자 살아온 곽노인으로서는 재작년부터 반찬이며 과일 따위를 들고 수시로 찾아와 냉장고를 채워주는 게 영 불편했다. 10년 전만 해도 반찬가게가 시원치 않아 스스로 김치를 담그고 반찬을 만들어 먹어왔었다. 그러다 5년 전쯤 아파트단지 내에 반찬가게가 생기면서 필요한 대로 사다 먹어 그 맛이 입에 익었는데, 갑자기 자식들이 반찬을 만들어 오니 부담이 갔다. 더구나 푸성귀 위주인 반찬이었는데, 지금은 생선 아니면 살코기류가 많아 치우는 것만도 고민이 많아 되레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음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