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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인간
- 산들농장 이야기 -
두 친구가 부전역에서 전화를 합니다 기차를 타고 간다고.
"그 참 생각 잘했다!"
구포역에서 삼랑진역까지 낙동강을 따라가는 펼쳐지는 멋진 서정시 같은 풍경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평소에는 금욜 오후에 두 친구가 승용차로 오고 저녁에 셋이서 술 한잔하고 놀다가 컨테이너 농막에서 자고 아침 일찍 일으나면 두 친구는 일하고 있습니다. 내 기분에 따라 잠시 도울 때도 있고 그냥 살며시 차 몰고 돌아옵니다. 친구가 정구지 베가라 시레기 가져가라 미나리모종 가져가라는 둥 내게 없는 생산물을 잘 챙겨줍니다.
다음날 10시경 부인들이 기차로 삼랑진역에 내리면 친구가 데리고 오고 두 부인이 거룩한 점심상을 준비합니다.
이 날은 무슨 생각에선지 두 영감들이 기차를 타고 온다해서 내가 쌍수를 들고 지지를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재환이 네가 와서 농장까지 태워줬으면 좋겠다 6시까지 올수 있겠나?"
고 하네요.
"오케이!"
시계를 보니 5시 15분전이라 엄니 저녁 챙겨 대성동 모셔드리고 부랴부랴 약속한 삼랑진 시장에 도착하니 두 친구 먹거리 잔뜩 양손에 사들고 차를 탔습니다.
산들농장 올라가는 길도 국수 파는 주막에 맡겨둔듯한 큰 보르박스 3개를 싣는데 트렁크에는 아침에 산 상토 3포대가 실려있어 박스를 좌석에 실으니 사람 탈 자리가 비좁았습니다.
농장와서 열어보이는데 잔디입니다. 40cm×*60cm 장당 인터넷에서 7천원짜리라는데 내가 샀던 것은 18cm*18cm로 5장 1,500원인데...
나도 텃밭학교 뜰에 파크골프연습장을 위해 잔디밭을 조성중인지라 유달리 관심이 갑니다.
아침에 일으나 나와 보니 친구들이 잔디를 심고 있습나다. 잔디 잡초제거를 위해 제초제를 사용한 것이 잘못되어 잔디가 많이 죽었다면서 완전히 들어내고 흙을싣고 와서 땅을 고르고 잔디를 심습니다. 식재작업해보니 잔디가 모자라 내가 사다가 보충해 주었습니다.
나는 남은 잔디밭 잡초를 호미로 말끔히 잔디밭의 최대의 적은 크로바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쑥이고 다음은 질경이입니다. 쑥은 지하경으로 번식하고 질경이는 뿌리가 깊고 밟을수록 강합니다. 이 모두를 주잔디밭에서 퇴출시키고 나니 나 혼자 기분이 좋습니다.
친구들은 잔디심기에 몰두해 있고 부인들이 와서도 잔디밭 제초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알아주고 덕담 한마디 던져줬으면 좋겠다싶지만 그런말 듣기위해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을뿐입니다.
친구가 구입한 잔디가 양이 부족한지 잔디사이를 띄워 심습니다. 아무래도 잔디가 모자라는지 내게 잔디를 부탁합니다.
"내 가보고 전화할께"
불암집-대성동 엄니집-텃밭학교 거쳐 삼랑진 산들농장까지 왕복 60km가 넘으니 2시간 운행을 잡아야 하고 집이 아닌 농막에서 자고 나면 피로가 잘 풀리지 않아 집에 오면 한잠 자고 쉬었다가 농장에 출근합니다. 이것이 매주말 산들농장행 행사 스케쥴입니다.
친구에게 그런 말까지 하지는 못하고
정구지를 한봉지 잔뜩 베어 챙겨오면서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엄니 농장에 모셔놓고 한바뀌 더 다녀와야겠습니다.
보아하니 친구들은 다른 할 일은 없고 오늘은 잔디보수가 주 작업인 것으로 보여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세무사무소를 운영하는 친구는 시간이 아쉽고 나는 비교적 프리하니까 내가 봉사 좀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바삐 움직였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우스 삽목장은 들러 암막도 걷고 물도 뿌려줘야 합니다. 기다릴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은 바쁜데 차기름이 딸랑따랑합니다. 가다가 명동주유소에서 보충했습니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니 6만원이면 만탱크하던 것이 7만원 끊어도 한 눈금이 남습니다. 기름값이 비싸지니 기름넣는 날짜는 더 빨리 다가옵니다.
밥상은 앞에 두고 기다릴 사람 생각하니 페달을 밟는데 자꾸 힘이 들어갑니다.
삼랑진 철교 지나는데 전화가 옵니다.
"응, 삼랑진 시장 지나간다"
시장 못미처 학교 주변 도로는 30km 제한구간입니다. 전에도 과태료 먹은 적이 있어 마음은 바쁘지만 속도를 확 줄이니 마음은 더욱 조급합니다.
작년에 산들농장 근처 식당에 점심약속이 있어 약속시간에 늦어 친구의 심한 질책을 당한 적이 있어 내딴에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좀 늦을 수도 있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말 미안하다 다음부터 시간 잘 지킬께"
라고 말학고 나니 속으로 화가 났지만 눌렸습니다.
"내가 왜 이 친구한테는 저자세지!"
"아니야, 부인들과의 거룩한 식사시간은 지켜야지!"
"자신에게 엄격한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해서 그래"
라고 반성도 해보고 이해도 해보지만
다른 일에 대해서도 나한테만 유독히 양보하는 법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또한 친구와는 부딛치고 싶지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친구니까 까짓것 친구끼리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하고 항상 내가 먼저 물러납니다.
그 이후부터 시간 약속을 잘 하지는 않지만 시장 가까이 오면 전화를 합니다. 함께 하는 다른 친구 OS에게 많이 하는데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니 두사람간에는 숨소리만 듣고도 의사가 통합니다.
"삼랑진시장인데 뭐 필요한거 없나?"
엄니를 농장에 모셔놓고 잔디 20묶음 트렁크에 싣고 산들농장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음에도 점심을 차려놓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지인이 산청 금호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어탕을 끓여 왔다면서 올렸습니다. 짜지않고 맵지도 않으면서 담백한 맛이 한림 할매메기국 맛이 생각났습니다. 국 두그릇 밥도 두그릇 먹어치윘네요.
두 친구들이 내가 추가로 사온 잔디를 보고 앞서 느슨하게 심었던 잔디를 들어내어 빈틈이 없게 깔아 심는 것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산들농장은 세무사 친구가 또 다른 고향친구와 함께 15년째 가꾸어온 주말농장입니다. 맨처음 700여평 농장에 컨테이너 집만 하나 덩그러니 지었다가 멧돼지등 산짐승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40미리파이프 골격에 철망을 설치하고, 주방하우스도 짓고 농기구 하우스도 짓고 좀 익숙해 지니까 두친구가 DIY공구보관창고도 지었습니다.
뺀지, 동력전정가위, 카트기, 체인톱, 전기용접기, 핸드드릴은 여러개이고, 그라인더 등등 에간한 목공구를 갖추고 생각나는 것은 인터넷으로 재료구입해서 재미로 온갖 것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데크, 하우스, 창고, 그네, 관수 장치 등.
농기구실이 아니고 공구실입니다. 주말농장은 농기구는 기본이고 부속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기본공구가 필요하고 종류가 많아지다 보니까 자연히 공구실이 절실해진 것입니다.
벽에 못 하나 박지 못하던 친구가 익숙해지까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도 두 친구가 설치하는 등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재배식물도 채소로 시작해 과수로 꽃으로, 단년생에서 영년생으로, 다수 밀식재배에서 생력 소식재배로 소수식재 건강식물재배로 바뀌었습니다. 토마토나 고추, 오이 등 열매채소는 십리 하나 오리 하나식으로 드문드문 심었네요. 흙바닥은 모두 두꺼운 검은 부직포로 바꾸어 재사용할 수 있게 해서 잡초방지와 수분을 보존합니다. 토양은 중고 경운기를 구입하여 깊이 갈이를 히고 퇴비를 아끼지 않고 넣어주고 이랑지을 때마다 크고 작은 돌을 골라내어 토양은 지렁이가 바글바글합니다.
드물게 심으니 단위면적당 소출은 적게 나지만 바람이 설렁설렁 잘 통하고 햇빛을 많이 받으니 식물이 건강해져 병벌레에도 강합니다.
산속이다 보니 울타리를 쳐서 야생짐승은 막았지만 날짐승의 피해가 많아 과수는 아예 그물을 쳐야하는 수고까지 감수하고 있습니다.
산들농장은 아름다운 천연의 자연배경으로 갖가지 과수와 조경수와 꽃 천국이지만 우연히 된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땀을 흘리고 아낌없는 투자를 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공직을 은퇴후 15년동안 적잖은 세무사 수입을 농장에 펑펑 쓰면서도 생산물 하나 팔아보지 못하고도 "수지맞는 농사"라고 해마다 체험담을 모아 발간한 책에서 말합니다. 직장생활중에 주말시간에 힘든 농장일을 하면서도 힘들기보다는 힐링의 효과가 더 크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직장일에, 주말농장 일도 버거운데 아들 내외가 직장을 가지니 손자 둘을 도맡아 주말농장과 자연 체험으로 키우면서 '할빠의 일기'라는 베스트셀러 반열의 책을 내어 할아버지가 가족에 대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초등고학년이 될 때까지 할아버지가 주말농장을 배경으로 육아일기를 보고서 형식으로 블로그에 꼼꼼히 적어온 것을 책으로 발간한 것입니다. 친구의 '산들농장' 블로그는 한 때 육아를 담당한 젊은 엄마들에게 널리 알려져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자연과 흙이 어린아이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보륨 큰 한편의 논문 이름을 생각해봅니다.
"행복은 자연속에서 내가 하고싶은 일 하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낚시, 등산, 여행 등에 심취하다가 마지막으로 은퇴 후 삼랑진 안태호를 내려다 보는 금호산 자락에 주말농장을 개척한 지 어연 15년입니다. 5도2촌, 때로는 4도3촌의 삶을 영위하는 두 친구의 우정과 어느듯 가족처럼 살아가는 두 친구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들 이야기 같은 '최고친구'를 불러줍니다.
시린 기슴에 바람이 분다
외로움에 눈물이 나안다
힘차게 달려온 후회없는 내에인생
돈도 명예도 별 것 없더라
힘이 드을 때 부우르면 어디든지 달려온 니가 정말 최고 친구야아
세찬 비바람이 부우러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함께 있어 나는 행복해에
고맙다 친구야
사랑한다 친구야아
오늘은 술이 너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