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거리는11.2Km로 짧은 편이다. 두루누비앱에 의하면 난이도는 쉬운데 4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표시하고 있다. 막독 팀장으로부터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른 시간에 끝나기 때문에 남당항 앞에 있는 죽도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배의 운행시간이 남당항에서 오후 2시에 있어서 종점까지 오후 1시에 도착하기를 요청한다. 시점인 궁리출장소에는 9시 45분에 도착한다. 오후 1시까지는 약 4시간 15분 남았다. 오늘의 물때를 확인한다. 간조 시간이 오전 11시 30분경이다. 그래서 궁리항은 갯벌이 드러나 있다. 가까운 방파제에는 붉은 등대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지만 시간상에 제약이 있어서 지난 코스 때에 이어 계속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주변은 뿌연 색깔로 도배를 했다. 미세먼지가 좋지 않다는 예보답게 조망을 즐길만한 상태는 아니다. 지난 64코스 때 걸었던 서산A지구방조제도 희미한 윤곽만 비칠 뿐이다.
궁리출장소는 해양경찰의 조직이다. 궁리어판장에서 보면 출장소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64코스 안내판이 서 있는 옆의 건물이 실은 궁리출장소의 뒤편이다. 해안가 쪽으로 정문이 있고 해양경찰 간판이 문 위쪽에 설치되어 있다. 궁리출장소는 보령해양경찰서 소속으로 되어 있다. 경찰조직으로 본다면 파출소 또는 지구대와 비슷한 개념이다. 홍성군에서 설치한 관광안내도의 뒤면에는 아름다운 낙조 사진이 붙어 있는데 하단 밑에 작은 글씨로 장소가 적혀 있기를 기대했으나 보이지는 않는다. 사진을 바라보면 산자락을 스치며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 주변은 붉은 색갈로 변해있다. 서해에서 볼 수 있는 낙조 장면인데 여기가 과연 어딜까.
궁리어판장과 함께 건물 옥상에는 낚시하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2층 벽면에 붉은 태양과 넘실대는 파도 디자인이 부착되어 있는 건물이 천수만 한울마루센터다. 여기는 워크숍이나 교육을 위한 회의실을 대여하거나 해상낚시공원의 예약 등도 진행하고 있다. 궁리항에 대한 홍보판도 있다. 잠시 서서 바라본다. 현재 보이는 방파제에서 바다쪽으로 방파제 몇 개 더 설치하면서 2개의 가두리 시설을 추가하여 해상낚시공원같이 만들어 천수만놀궁리해상파크로 이름이 명명되었다. 그리고 해상파크 끝에는 다시 어선 및 여객선 접안시설도 만들어서 아마도 창리포구 같은 지역에서도 배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조성한 듯하다. 실제로 궁리항에 있는 해상낚시체험공원은 전국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이 나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명소가 되겠다.
순수펜션의 펜스 곁을 지나며 제방을 걷는다. 자전거전용길도 이곳을 거친다. 돌로 쌓은 축대가 작은 섬까지 이어져 있다. 밑물 때는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자료상으로는 풍섬이라고 한다. 궁리 어울림센터 앞을 지나간다. 궁리항을 표시하는 디자인이 눈에 띤다. 물음표 모양 상단의 반원 형태 위에 햇살을 그리고 수평선을 표시하기 위해 중간 부분에 줄을 그려 넣은 것인데 대충 보아도 바다를 디자인했다.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궁리항은 2020년도에 해양수산부가 추진한 어촌뉴딜300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 어촌뉴딜300은 어항 기반 시설을 현대화하고 해당 어촌의 핵심자원을 발굴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작년 12월 하순에 완공되었다. 그래서 어항시설과 소형어선 선착장이 정비되고 놀궁리해상파크가 조성되고 어울림센터가 건립되었다고 한다. 조금전에 천수만 한울마루센터 앞에서 보았던 궁리항 홍보판이 이런 사업을 끝낸 후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던 것임을 알게된다. 홍성군은 2021년도에는 죽도항, 2022년도에는 어사항이 선정되었으니 잠시 후에 그곳을 경유할 때 변해가는 항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제방 길에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펜스에 있는 간살 사이에는 자전거와 숭례문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부착되어 있다. 여기는 홍성군이니까 숭례문보다는 군청 인근에 있는 홍주성의 조양문으로 봐야 타당하겠다. 이런 것을 보면 지자체도 나름 지역을 알리는 방법이 고도화되고 있다. 제방길 너머로 너른 갯벌이 펼쳐지고 흐릿한 시야 너머 낮은 산자락에 타워가 보인다. 홍성스카이타워다. 서해랑길은 그곳을 지나간다. 날이 맑지 못해서 그런가 아직 갯벌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해안가에서 다소 떨어진 갯벌 일부 구간이 연녹색을 띠고 있는데 무슨 현상일까. 파래가 자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감태일까. 야생화가 마당 가득히 피고 있는 곳을 지난다. 단촐한 단층이 2개 동이 있는 그곳해(海)라는 펜션이다. 흰색의 샤스타데이지 꽃이 이곳 저곳 널리 분포하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펜션 창가에 서면 갯벌과 바다를 바라보는 오션뷰 멋이 괜찮은 곳으로 보인다.
내륙 안쪽으로 차량들이 신나게 달린다. 40번 국도상의 이정표에는 하리교차로가 있음을 알린다. 길은 해안가 도로와 평행선을 달리고 그 사이에는 차박하는 차량들이 자리잡고 있다. 해안가의 풍경이 멋있고 갯벌 체험까지 할 수 있어서 오토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은 대부분 카라반이라서 텐트 친 곳에는 어제의 행복을 보여주듯이 식탁 위에는 치우지 않은 식기와 술병 그리고 흐트러진 의자가 놓여 있다. 제방 우측면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다소 흐릿하게 보이지만 풍섬 옆으로 천수만 한울마루센터와 순수펜션 그리고 어울림센터 건물이 모여 있다. 스카이타워가 조금 가까워지고 있다. 해루질의 안전사고 위험 지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 있어서 훑어본다. 물때 시간은 안내판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확인하라는 것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이제는 핸폰처리 능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고생이 늘어난다. 앱을 활용하여 물때를 찾는 방법 보다는 QR코드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네이버의 그린닷 기능을 활용하여 QR코드를 한번 찍어봤다. 그랬더니 매번 사용 중인 바다타임 앱의 물때표가 나온다. 그것도 장소를 찾을 것도 없이 인근의 남당항 물때표가 즉시 보이는 것이다. ㅎㅎ 이럴수가. 오늘의 간조시간은 오전 11시 23분이고 오후 4시 29분이 만조시간이므로 바닷물은 서쪽으로 거의 밀려난 상태고 갯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거기다가 수심이 가장 높을 때인 만조 2시간 후가 이상적인 갯벌체험 시간이라는 정보까지 알려주는 주고 있다. 그래야 바닷물이 가까운 곳에서 해루질을 하더라도 바닷물은 차츰 바다 쪽으로 빠질 것이니 밑물 걱정은 하지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런 간편한 방법을 알려준 홍성군청과 보령해양경찰서 담당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홍성군승마체험장 건물이 좌측으로 보일 즈음에 길은 언덕을 오르지만 우측의 숲으로 들어가서 나무 데크 길을 따라 모섬에 만든 속동전망대로 직접 갈 수도 있다. 언덕 아래에 설치된 해안관광안내도를 살펴본다. 궁리포구부터 속동전망대, 속동해안공원, 어사노을공원, 남당노을전망대, 남당항, 죽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룡항포구까지 보여준다. 서해랑길은 홍성방조제까지 해안따라가는 것이므로 홍성군의 모든 해안 관광지를 경유한다. 오늘은 최근에 개장한 홍성스카이타워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서 도로따라 간다. 타워의 거대한 몸체가 언덕 위에 드러난다. 전망대로 보이는 맨 위층 바깥에는 영문으로 홍성스카이타워가 붙어있다. 매표소 앞에서 바라본 타워는 정말 엉청나게 높다. 옥상층의 높이가 50m 이므로 낮은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언덕위에 세워져 있으니 바닷가에서 볼 때는 꽤 높게 보일 것이고 옥상 전망대에서 천수만을 볼 때는 높은 만큼 멀리까지 잘 보일 것이다. 창리포구에서는 간월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간월암에서는 천수만 바다 건너편으로 스카이타워가 보인다.
일행들이 벌써 올라갔기에 엘리베이터 앞은 붐비지 않는다. 노모를 모시고 온 가족팀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있는 야외전망대로 오른다. 단체사진은 이미 찍은 상황이라 주변을 둘러본다. 갯벌을 내려다보니 속동전망대가 있는 모섬이 나무데크로 육지와 이어져 있고, 간조가 되려면 아직 한시간이 남아 있어서 갯벌은 넓게 펼쳐지고 있다. 미세먼지로 흐릿하게 보이지만 서산방조제와 더 멀리 있는 간월암까지 알아 본다. 조금 전에 출발했던 궁리항도 다수의 방파제와 붉은등대 그리고 센터 건물들까지 보여준다. 마을쪽을 바라본다. 멀리 야산 안쪽에 만들어진 상황리 마을의 논경지가 해안도로 앞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옛날에 방조제가 없었을때는 바닷물이 어디까지 밀고 올라 갔을까. 남쪽을 본다. 해안도로를 따라 속동해안공원이 보이고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어사항까지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희미하지만 길게 뻗어나간 안면도도 보인다. 지금 이 미세먼지가 없고 청명한 날이었다면 주변이 어떻게 보이고 어떤 감동을 줄지 상상이 된다. 옥상층은 난간만 있고 하늘이 열린 공간이라서 비가 올 때는 비를 맞을 수 있지만 흰구름이 몰려가는 날은 손가락으로 뭉게구름을 만질 수 도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아래에 있는 전망층 스카이워크로 내려가본다. 원형 둘레 길이만 66m로 긴 편이다. 내부는 카페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조망을 즐기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고 필요하면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직접 경관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바다를 보고 갯벌도 보고 낙조 시간대에는 스카이타워도 색깔을 변신하며 야경의 아름다움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이곳을 방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입장료 운영시기를 별도 공지할 예정이라서 6월부터는 무료 입장이 아니지만 입장료가 3천원으로 저렴하고 거기에 2천원의 상품권까지 지급한다니 누구라도 지나가는 길에 스카이타워를 방문할 것 같다. 일단 서해랑길을 탐방하는 사람들은 누굴 막론하고 이곳을 이용하지 않을까. 주차장도 넓지만 기존의 모섬에 있는 속동전망대도 그대로 있으니 홍성군에서 궁리항의 어촌뉴딜300과 연계한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이 스카이타워를 랜드마크로 키워 나간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갈 것이다. 그러면 주민들의 삶은 분명 더 윤택해 질 수 있다. 짧은 시간내에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겠다.
모섬으로 나무데크길을 타고 들어간다. 좌측으로 도는 계단을 이용하여 오르면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사진찍기 좋은 경관 명소인 속동전망대가 있다. 모섬 절벽쪽에 배 모형으로 만들었기에 천수만쪽으로 향한 뱃머리는 실제 유선형으로 되어 있고 조타키 하나가 놓여 있다. 이곳도 포토존이다. 규모는 작지만 1997년도에 개봉한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디카프리오와 윈슬렛의 뱃머리 인생샷이 생각난다. 이런 생각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뱃머리와 조타키에 낙조라는 분위기가 추가된다면 뱃머리에 올라 두 팔을 벌리고 천수만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치지 않을까. 서해의 낙조는 너무도 강렬한 힘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우연히 찾은 이 전망대에서 타이타닉 영화같이 강렬한 시선을 끄는 어느 누구를 만난다면 타이타닉 주인공 만큼 인생 최고의 행운을 가지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마침 인근에 있는 어느 분의 핸드폰에서 My Heart Will Go on 이 들려온다. Far Across the distance And spaces between us. You have come to show you go on. 다시 나무데크를 타고 되돌아갈 때 보이는 스카이타워는 촛불이 켜 있는 촛대 형상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 모습을 밤중에 256개의 색으로 변신하는 특수 조명이 표현하는 야경으로 본다면 더욱 감동적일 것 같다.
타워 앞에서 길을 걸어가는데 해변 제방 옆에 타워를 축소한 미니어쳐 조형물이 서 있어서 사진 찍기 적당한데 좌측에 가로등이 바로 붙어 있다. 이런 장면은 정말이지 피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둘러보면 안다. 홍보용 조형물을 설치할 때는 사진을 찍더래도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친구나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장소에 설치해야 가성비가 상승한다. 가로등만 없으면 천수만을 배경으로 하는 미니어쳐 홍성스카이타워가 얼마나 멋지게 비쳐질지 느껴야 한다. 천수만 건너편에 있는 안면도는 구름인지 미세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갯벌에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작은 물줄기들이 다양한 선을 만들고 중간 중간에 연녹색으로 물감을 뿌려 색을 배합해 놓아 시시때때 변해가는 자연적인 그림을 완성하고 있다. 광장에 우뚝 서 있는 타워를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든다. 미끈하고 날렵하게 생겼지만 중후한 모습에 반하여 한번 더 두번 더 보면서 길을 재촉한다. 스카이타워가 멋드러져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해안도로 옆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길을 걷는다. 상황리 마을을 지나며 상황교를 건너간다. 좌측으로 농경지가 산자락까지 조성된 것이 보이고 우측의 해안가에는 놀이기구와 포토존으로 만든 시설물이 눈에 띤다. 속동해안공원이 해안선을 따라 폭이 좁은 상태로 길게 조성되었다. 해안 가까운 갯벌에는 무언가를 막아 놓은 듯한 사각형 형태의 펜스같은 것이 보이는데 갯벌 체험에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해안가와 너무 가까워서 양식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도로 옆 공간에는 노란 색으로 빛나는 금계국 꽃이 한창이다. 꽃대가 제법 올라와 있어서 약한 바람에 흔들거리며 황금 물결을 보여주고 있다. 도로변 옆을 걷는 중이지만 주변에는 나무들이 제법 울창하여 숲속 길을 지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아카시아꽃은 아직 남아있지만 누렇게 변색되어 가고 있고 찔레꽃은 계절을 만났으니 한창 자신의 색깔인 흰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특히 풋베기사료나 건초로 이용된다는 오리새풀이 기다란 꽃대를 올려 꽃을 피어서 미세한 바람의 영향인지 아니면 풍성한 꽃의 무게 때문인지 분간이 되지 않지만 흔들거리며 반갑게 인사를 전한다.
맞은편 자전거도로로 라이더 한 명이 지나간다. 모처럼 이 부근에서 본다. 그렇다면 이 쪽도 자전거가 다닐 것이니 조심해야겠다. 장동마을이 나온다. 도로변에는 마늘 밭이 널려있고 한 쪽에서는 몇 분들이 모여 마늘을 수확 중이다. 마을의 집들은 펜션같이 아담하게 디자인 되었다. 마늘 밭 옆에는 커다란 감자밭이 있는데 예쁜 자주색의 꽃들이 서로 등을 맞대고 녹색의 이파리 사이로 하늘을 향해 있다. 감자꽃은 하나하나 보면 볼품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밭 전체를 놓고 보면 풋풋한 연녹색 위로 자주색이나 백색의 꽃이 올라오면 은은한 어느 꽃밭 못지 않게 어여쁘다. 지금은 벌나비를 꼬드기는 중이지만 이 때가 되면 오히려 감자꽃을 따게 된다. 영양분이 꽃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여 감자열매를 굵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꽃이 피는 시기에 감자 알갱이도 비대해진다. 장마가 오기 전 하지가 되면 수확한다고 하니 이제 한달 남았다.
제방 옆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조경이 어느 정도 잘 되어 있다. 제방따라 좀 더 걷다가 풍차와 원두막이 있는 곳의 의자에 앉아 명사포님과 잠시 쉬어간다. 오늘은 1시까지 종점인 천북굴단지까지 가야해서 시간이 꽤 촉박하지만 시간도 11시 25분이 되어서 간식을 간단히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제방 일부가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갯벌로 들어가기 쉽게 되었지만 여기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좌측으로 서쪽으로 뻗어나간 제방이 보이는데 어사항이 있는 곳이다. 제방에는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아직 붉은 꽃들이 피고 있다. 어사교를 지나면 바로 우측으로 꺽어 나가며 횟집과 펜션가를 지나간다. 제방 위에는 망사 안에 조개껍질을 가득하게 담아 몇 단으로 쌓아 놓고 있다. 별도로 재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먹고 남은 빈껍질만 본다면 전국적으로 어마무시한 수량이 나올 것을 것이다. 매립하기에도 부담스러울 듯 하다. 지나가며 보기에 뭔가 꺼림칙하다.
제방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반겨준다. 자주빛의 족제비싸리꽃이 활짝 피고 있고 끈끈이대나물과 양귀비는 붉은 색의 꽃으로 어사항 입성을 환영하고 있다. 거기다가 화이트핑크셀릭스(삼색버드나무)도 반겨준다. 이파리가 흰색, 분홍 그리고 초록색의 세가지 색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줄기 쪽에는 녹색을 띠고 나뭇가지 끝에는 흰색과 핑크빛을 내고 있다. 조경용으로 가끔 볼 수 있다. 꽃가지 너머로 갯벌이 한없이 바다 방향으로 나가다가 수평선을 보여주고 있으며 좌측에는 안면도가 희미하고 우측으로는 스카이타워가 제방에 있는 공원내의 나무들에 가려 상단 부분만 보인다. 갯벌의 일부 지역은 녹색을 보여주고 있다. 갯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어사리노을공원으로 들어간다.
제방과 양식장으로 이어지는 갯벌길 위에는 트렉터 한 대가 멀리서 달려오고 있고 채취한 조개류를 세척하는 곳도 두 곳이 보인다. 공원 한복판에는 남녀 한쌍이 하트 위에 얼굴을 마주대고 있는 두상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미소짓는 모습에서 행복한 마음이 묻어나고 있다. 양쪽의 코가 붙었나 자세히 보면 아주 미세하게 떨어져 있다.하트 너머로 천수만의 갯벌이 안면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갯벌에는 나무데크로 만든 스카이워크가 설치되어 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바라보기만 한다. 어사항도 어촌뉴딜300 사업에 2022년도에 선정되어 올해도 진행할 예정으로 있다. 사업 내용이 어선 접안시설이나 선착장 정비, 노을공원 리모델링이나 해안가 경관 정비로 되어 있어서 궁리항과 같은 현격한 변화는 없을 둣하다. 그래서 해안길은 정비가 되어서인지 깨끗하다.
어사배수펌프장 앞을 지나가는데 화재가 났는지 거무그름한 불탄 흔적이 보이는 폐건물의 철조망 펜스에 걸려있는 현수막에 눈에 들어오는 글씨가 있다. 우리가 그리던 꿈의 뷰 카페. 간월암 부근에서 보았던 '예술가의정원' 카페의 홍보 문구다. 서산에 있는 카페가 이웃인 홍성까지 현수막을 걸어놓고 홍보하고 있다. 주민 두 명과 조개가 가득 담긴 망사 포대 몇 개를 싣은 트렉터 한 대가 지나간다. 마침 해물 손칼국수 식당에서 정차하길레 조개 종류를 물으니 바지락이라고 한다. 방금 양식장에 채취한 바지락을 넣고 칼국수를 만들면 어떤 맛이 느껴질까. 연분홍빛이 선명한 낮달맞이꽃이 마당에서 활짝 웃으며 칼국수를 먹고 가라 하고 있고, 하얀 펜스를 빙 둘러가며 붉은 꽃으로 휘감은 장미도 그냥 가면 안된다고 덩굴 가지를 길가로 내밀며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어사항 선착장을 지나면 해안가에 수산물 상가가 줄지어 있고 이를 벗어나면 한가한 길로 이어진다. 방파제가 바다를 막고 있으나 안쪽으로는 나룻배 하나 없다. 갯벌이라서 배들이 전부 바다로 빠져나갔다고 볼 수도 있으나 포구를 지나칠 때 보면 그래도 배 몇 척은 보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상하다. 멀리 스카이타워가 작게 보인다. 해변지역이 할처럼 휘어져 있어서 터워의 제 모습이 보여진다.
길은 살짝 돌아간다. 갯벌의 무단 출입을 금지하고 바지락을 채취하면 민형사 처벌을 받는다는 섬뜻한 경고문을 뒤로하고 계속 걸으면 철제로 만들어진 제법 크게 보이는 스카이워크를 만나게된다. 남당 노을전망대다. 좌측 도로변엔 2층으로 된 남당케렌시아라는 카페가 있고 해변 쪽엔 전망대가 있다. 그동안 해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으나 이곳에 몇 사람들이 모래 해변에 앉아있다. 이곳을 소개하는 블러그를 보면 노을전망대 아래에서 바닷가를 배경으로 껑충 뛰어 인생샷을 찍고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젋은이들이 있다. 남당노을전망대도 역시나 여유시간이 없어서 올라가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친다. 그러나 전망대 뒤로 몇 개의 섬이 보이고 어느섬 중앙에 흰등대 같은 것이 보인다. 남당항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죽도라는 곳이다. 오후에 트레킹을 마치고 오후 2시 배로 방문할 계획이 있는 섬이다. 죽도 뒤로는 좌우로 길게 일자로 보이는 육지가 보이는데 이것은 안면도다. 가시거리가 좋아졌는지 좀 더 잘 보인다. 전망대 이름을 노을로 정한 것을 보면 이곳의 낙조 경관이 명품인가 보다.
헬멧쓰고 작은 자전거를 탄 2명의 아줌마 라이더가 해안 길을 달려가고 그길따라 가면 바로 남당항방파제가 나온다. 이곳은 일반적인 방파제와는 좀 다르다. 전체 길이는 약 900m 정도 되는데 중간 부분에 공간을 넓게 만들어서 대형버스도 이용 가능한 주차장을 만들고 선착장도 설치해서 죽도행 배가 출항한다. 맨 끝에 가면 남당항등대가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진행하는 등대스탬프투어 중 시즌4인 풍요의 등대 17곳 중 하나이다. 시간이 없으니 계속 직진하여 횟집들이 가득한 남당항 해양수산복합센터 길을 지나면 남당관광안내소에 도착한다. 여기에 남당항의 특산품인 새조개 조형물이 있다. 새조개는 새머리 모양과 비슷하다. 남당항에는 새조개와 함께 대하도 특산물이다. 겨울에 먹는 새조개 샤브샤브의 맛은 기막히다. 남당여객터미널을 지나면 남당항해양분수공원이 기다리고 있다.
넓은 광장에 원형으로 된 체험형 음악 분수대가 있다. 음악이 흘러 나오고 중심부는 물이 낮게 고여있다. 약간의 어린애들과 성인들이 분수 물줄기를 맞으며 즐기고 있다. 여기에는 바닥분수와 안개분수 그리고 야간 조명등도 갖추고 있어서 휴가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생각한다. 5년전에 친구들과 방문했을 때는 이런 시설들이 전무했는데 이제는 홍성군의 해안에도 볼거리가 추가되었다. 분수대 옆에는 네트어드벤처라고 부르는 그물놀이 시설이 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놀이기구가 있었지만 여기의 것은 규모가 아주 크고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그물 모양도 다르고 몇개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물내에서 콩콩 튀어 날아 오르면 그물 너머로 천수만이 그림같이 보일 것같다. 스카이타워 입장권을 지참하면 40%의 할인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린애가 있는 가족은 즐거운 추억을 만들만 하다.
다시 해안가를 바짝 붙어 걷는다. 공사장이 나온다. 남당항의 다기능복합어항 조성공사 현장이다. 몇년 후에 이곳을 방문하면 지금 본 광경은 너무도 변해 있을 것이다. 갯벌은 여전하지만 특별한 것이 보인다. 좌측으로 작은 섬이 있고 중앙에 풍력발전기 한 대가 솟아 있다. 제방이 흐리게 보이는데 서해랑길이 그리로 갈지도 모르겠다. 한가한 도로를 따라 좀 서두르며 걷는다. 현재 시간이 12시 40분. 천북굴단지까지 오후 1시까지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죽도가는 것은 포기하고 천북굴단지에서 다시 4Km 정도 걸어서 남당항으로 되돌아가는 플랜B를 잠시 생각해본다. 운이 좋으면 군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까지 해본다. 갯벌에 약간의 사람들 움직임이 있다. 마을 주민 여부는 약간 멀어서 파악이 안된다. 간판 글씨가 많이 바랬지만 해물칼국수라고 쓴 글씨는 보인다. 나무가 울창한데 네이버지도에는 꽃섬으로 표기되어 있다. 예전에는 섬이었던 곳이 제방이 조성되면서 육지화되었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등심샤브칼국수가 더 맛있는 모양이다.
소도교차로 인근을 지나는데 펜션 이름이 '바다를 머금은 집'이다. 바다를 끼고 있으니 이런 감성이 있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라이더 3명이 지나가며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60대 이상으로 생각했는데 헬멧 쓴 뒷 모습을 보니 40대로 보아도 문제없어 보인다. 길은 40번 국도와 연결되어 도로 옆으로 만들어진 자전거길을 따른다. 갯벌로 내려가기 위해 만들어진 경사진 곳에 오토바이가 있고 푯말이 하나 보인다. 주민일동 명의로 쓴 글을 읽어본다. 간척공사로 망가진 양식장을 개발하기 위해 시험양식을 하고 있어서 외지인은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안내문이다. 마침 갯벌에서 플라스틱 통을 들고 올라오는 분이 있다. 통에는 바지락이 가득하다. 매일 이렇게 채취하는데도 계속 잡히고 있으니 생명은 신비롭기만 하다. 신리교차로에서 우측으로 꺾이며 제방길과 계속 이어진다. 서해랑길 이정표가 있다. 천북굴단지가 2.2Km 남았다. 지금 시간은 정확히 오후 1시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1시 30분이 되어야 도착한다는 뜻이니 죽도 가는 것은 어려워졌다. 플랜B를 가동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이정표 아래의 공터에는 보라색의 등갈퀴나물 꽃이 군락으로 피어 있다. 노란 금계국 꽃과 어울려 제방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도로 안쪽으로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해변쪽에 있는 인도로 걷는다. 도로 상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직진하면 광천IC방향이다. 한동안 보았던 서산, 태안 이름 대신에 청양과 보령으로 지역명이 대체되고 있으니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우측의 갯벌에는 작고 낮은 섬같은 암석이 머리를 쳐들고 있고 하얀 등대가 있는 죽도는 몇 개의 섬과 함께 바다에 떠 있다. 그리고 안면도는 좀 가까워지고 있는지 표고가 다소 높아 보인다. 도로 양쪽의 난간 사이로 금계국이 황색꽃을 활짝 피어서 지나가는 차량과 서해랑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선사하고 있다. 도로 좌측으로 넓은 공간이 나오고 바다가 보인다. 저곳이 어딜까. 잠시 후에 걷게 될 홍성방조제에 의해 조성된 홍성호 일부가 보인 것이다.
이정표가 나온다. 홍성보령방조제 준공탑이 좌측에 있고 우측이 모산도주차장이다. 남당항에서 보았던 풍력발전기 한 대가 있던 그 섬이다. 방조제 준공으로 모산도는 육지가 되었다. 준공탑으로 오르는 길은 왕복 2차선으로 거리도 짧은 것으로 보여 금방 다녀올 것으로 생각되는데 시간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 주차장 내에 있는 전망대를 겸하는 정자로 다가간다. 여기도 조금 전에 보았던 양식장 개발과 관련한 주민일동 명의로 쓴 푯말이 서 있다. 외부인은 갯벌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안내문이다. 제방 인근의 갯벌에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앉아서 채취 작업하는 몇 사람들은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데 다른 한쪽에서 왔다갔다 하며 채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로 보인다. 안내문을 혹시 못본 것인가. 정자 주변으로 소나무가 빙 둘러 자리잡고 서 있는데 아직은 아름드리가 아니라서 위풍이 약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꽤나 멋진 배경을 보여 줄 것으로 생각된다. 정자에는 여행하는 듯한 모습의 한 분이 앉아서 땀을 식히며 천수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분에게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난간에 서서 조망한다.
우측으로는 남당항에서 부터 걸어온 길들이 모두 보이는데 어사항과 그 위의 궁리항은 남당항의 야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안면도가 바다 건너 길게 보여주고 있고 남당항에서 멀리 걸어 왔는지 죽도는 작게 보이지만 그래도 흰 등대를 보고는 알아본다. 좌측면으로 얼굴을 돌리면 준공탑이 있는 야산에 풍력발전기가 서 있고 그 아래에는 배수갑문과 숲에 쌓인 건물이 있다. 시간이 늦을 것 같이 곧바로 길을 걷는다. 일련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방조제를 건너와 모산도주차장으로 들어간다. 모처럼 다수의 라이더들을 본다. 해안길에서 천수만과 풍력발전기를 보며 걷는다. 제방 경사면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서 서해랑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원기회복을 제공하고 있다. 숲에 가린 건물은 홍성유지관리사무소 건물이다. 펜스를 휘감은 장미는 계절의 여왕답게 곱고 아름다운 붉은 꽃을 피어서 건물 주변을 화려하게 보여주고 있다.
엄청나게 크고 거대한 배수갑문이 홍성방조제가 시작되는 곳에 서 있다. 이 방조제는 홍성군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91년도에 모산만을 막아 공사를 시작하여 2001년도에 완공하였으니 공사기간만 10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간월호처럼 수질이 6등급이라서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산방조제처럼 역간척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때가 언제쯤일지 알 수 없다. 방조제의 좌측 길로 걷는다. 우측으로 수룡항포구와 해산물 판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서 있다. 그런데 해양경찰의 수룡동출장소와 선착장에 작은 배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는데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꽤 유명하다고 한다. 아마도 근해 선상 낚시로 출조 나가는 모양이다. 풍력발전기가 궁금해서 뒤돌아 본다. 야산 위를 평평하게 조성한 곳에 우뚝 서 있고 그 아래에 작은 탑이 있다. 그것이 준공탑으로 보인다. 야산은 비록 표고는 낮지만 홍성호 방향으로 나무들을 제거했기에 조망은 꽤나 멋있게 보일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언젠가 차량으로 지나갈 때 잊지말고 한번쯤은 꼭 들러 봐야겠다.
방조제를 걸으며 홍성호를 바라본다. 멀리 큰 산줄기들이 보이고 물길은 끝없이 이어간다. 간월호와 비교하면 어느 것이 담수 능력이 클까. 제방 아래는 잡초들이 자리잡고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덩쿨식물들이 풀 위로 뻗어가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이들을 막을 힘이 없는 것인가. 약자들의 한숨과 탄식이 귓가를 울리고 있지만 무엇하나 해 줄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자연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막을 일인가. 방조제 중간 부분을 지날 때 보령시 천북면으로 들어간다. 홍성군은 단 한번만으로 서해랑길을 마치고 보령시로 바턴터치한다. 지역은 변경되었지만 길가에 핀 금계국은 길고 긴 방조제를 노란색으로 덮고 있다. 방조제 앞은 야산이 가로막고 있고 점점 그곳으로 다가가니 좌측에는 식당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우축은 펜션이 자리잡은 듯하다. 금계국 옆으로 등갈퀴나물꽃이 군락으로 피면서 우열 다툼을 하고 있다. 보는 입장에서는 경관이 이쁘기만 하다.
삼거리에서 도로를 건너며 천북굴단지라고 쓴 커다란 입간판과 마주한다. 커다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아직은 나무들의 키가 작아서 사방이 너무도 잘 보인다. I ♡You 라는 조형물과 천북굴 유래탑에서 천수만을 배경으로 명사포님과 함께 인증샷을 날리고 63코스 안내판에서 QR 인증을 받고 일정을 마친다. 도착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다. 목표보다 30분이 지연되었다. 그렇다면 죽도 탐방은 어떻게 되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