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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 1004번 버스를 타고 50여분 달리니
제부도 입구에 도착한다.
도착하고 보니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 주변을 돌아본다.
몇 번 와본 제부도..
올 때 마다 봐왔던 배 카페도 카메라에 담아본다.
앞 차를 타고 미리 도착해 계시던 회원분께
입구에 가 있겠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입구로 향했다.
아직은 피서철이라기엔 좀 이른데다가,
평일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붐비지 않는다.
입구 옆 오른쪽으로 돌아가보니 멀리 전곡항 방면이 보인다.
이 길은 어디까지 나 있는 걸까?
인적이 드물어 겁많은 난 더 앞으로 가지 못하고 다시 입구로 돌아나온다.
후덥지근한 바닷바람이 걸음을 방해할 것 같은 예감...
맑은 날은 이 길 끝 제부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시야도 흐리고 마치 흑백사진을 보는듯한 풍경들이 이어진다.
내가 노닐다 나온 자리에 다른 처자가 대신하고...
눈에 뭐가 낀 것 처럼 시야는 여전히 뿌옇다.
입구 근처를 어정거리고 있을 때 드디어 인.도.행 식구들이 도착했나보다.
입구를 통과해 바닷길로 들어서는 일행들...
붉은 칠면초가 곱게 깔려있는 곳에서 갯벌을 들여다보고 있는 여행객..
커다란 송전탑이 갯벌 중간중간을 이어주고 있는 가운데..
저 것을 흉물스럽다 치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역시 풍경의 일부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바닷길 인도에는 뜻모를 날짜를 새겨진 돌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 쓰임새나 의미는 모르겠으나 저마다 자기 생일이 되는 날짜의
돌을 찾아 열심히 걷는다.
갯벌위에는 S자 물길도 보이고..
해무가 짙게 낀 제부도 바닷길을 한 발짝 한 발짝 그렇게 걷노라니..
해무에 쌓여 보이지 않던 제부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을 찍는다고 뒤로 한껏 쳐져 있던 내 눈에
송전탑길로 들어선 일행들이 포착된다.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하고 열심히 가다보니,
내 걸음 역시 이 너른 칠면초밭 앞에서 붙잡히고 만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선두와의 거리는 제부도 모세마을 입구에 와서야 비로소 잡힌다.
바다 한 가운데로 열린 길을 따라 2.3km를 걸어와서야
일행들을 좀 보나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진 찍는다고 잠시만 한눈을 팔면 선두는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제부도 입구 우측으로 선착장과 해안산책로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는다.
바닷가 옆 횟집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가던 선두가 돌연 어느 횟집 옆 공터쪽으로 들어선다.
왜 일까????
하고 열심히 쫓아가 보니 노란 금계국꽃밭이다.
노란 꽃밭을 한 바퀴 돌아나오니..
다시 바닷가 아까 그 길...
길 가의 현수막을 보니
와~~~~ 이 많은 메뉴를 다???
뻘 위엔 바다를 꿈꾸는 빨간 배 한 척이...
멀리 희미하게 누에섬 등대전망대가 보인다.
많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지만 그 중에 우리가 선택하여 들어간 곳은,
황포돛대란 이름을 가진 파라솔을 앞마당 가득히 펼쳐놓은 집이다.
거기서 칼국수(넷이서 4인분을 시키니 배가 터질 위기에...ㅎㅎ)로
점심 끼니를 해결한다.
금정역에서 다음차로 오신 분들까지 모두 모여 점심을 해결하고
일어서니 세상 부러울게 아무것도 없다.
식당 옆 언덕위에 노란집, 분홍집 팬션이 보인다.
아직도 노란색, 분홍색을 보면 예쁘다며 마음 설레이는 걸
보면 ㅋㅋ 철들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
선착장 옆 등대로 간다.
그리움의 바다...그리고 등대
등대....
외로움만 떠올렸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희망을 비춰주는 고마운 등대라는
생각에 더 많은 비중이 주어진다.
등대 전망대를 돌아본 후 곧바로 이어지는 해안산책로 산보...
길게 목책 산책데크가 바다위로 뻗어간다.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과연 이 길이 자연과 어떤 환상의 조합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포토 죤!!!
저 큰 소라껍집 안에 들어앉아 제각각 기념 사진을 남긴다.
찰칵! 찰칵!
소라껍질 조형물을 지나니 지압보도가 눈에 띈다.
하얗고 동그란 저 단단한 돌맹이를 밟아볼까?
ㅋㅋ 신발 벗어들고 사진찍는 게 번거로울 거 같아 그냥 지나친다
바위산과 산책데크 너머로 해수욕장 상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모퉁이를 돌면 이 길도 끝이 나는가보다.
문득 내려다 본 바닷가 갯벌위의 착하고 아름다운 풍경...
저마다의 고민과 갈등과 여러가지 괴롬을 갖고 있다한 들
이 순간만은 아무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선두는 너른 바닷가 모래밭으로 내려서고 있다.
갯벌체험 나온 한 무리의 아이들...
옆을 지나노라니 우는 녀석, 소리 지르는 녀석,
그리고 깔깔거리며 웃는 녀석까지...ㅎㅎ
쬐끄만 녀석들이 엄청 시끄럽다.
문득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다.
앞만 보고 걸을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우리네 인생 자체가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왔고, 또 그렇게 달려들 가지만
이렇게 잠시 뒤돌아본 길은 긴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준다.
지나 온 길 위에...
많은 생각과 느낌과 떠나올 때의 설레임까지 조금씩 떼어 나눠주고
바다를 둘러보니 누구에게나 있었을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는
착한 풍경이 또 열린다.
갖가지 상념에 빠져 걷다보니
어느 새 눈 앞에 매바위가 펼쳐져 있다.
선두쪽은 이미 매바위에 도착했나보다.
워낙 잘 걷는 분들이라 조금만 딴 짓을 하다보면 늘 이렇다.
매바위...
원래는 한덩어리였던 이 바위는 왜 헤어졌을까?
전해진 설에 의하면
15억년 전 생성된 변성암이 쉽게 부서져
파도에 깎이고 깎여 네 개로 나뉘었다가
70년대 갯벌 개간때 세 개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옛날 이곳에 둥지를 튼 매들이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매바위...
요즘은 사람이 많아서 매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매를 대신해 우리 일행들이 잠시 둥지를 틀어본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다보면,
그 때의 매바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져 있을까?
바람에...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에
언젠간 이 바위도 제 수명을 다 하고 바다가 될지도 모르겠다.
매바위가 보여주는 자연과 세월의 힘을 둘러 본 후 다시 걸음을 옮기는 일행들...
뒤돌아본다는 거...
예전엔 미련이 남아 싫었는데,
이젠 마음속에..두 눈속에 담는 법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
색다른 느낌으로 담을 수 있어 좋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위에
고요가 찾아드는 이 느낌...후후 난 이 분위기를 사랑한다.
매바위를 돌아나와 섬의 속살들을 보기위해 마을길로 들어선다.
포도밭길도 지나고,
옥수수밭도 지나고...
마당 가득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울타리 없는 섬집도 지나고...
해바라기라는 간판을 세운 민박집도 지난다.
허름하지만 정겨워 보이는 집이었다.
마을 길엔 낯선 이들의 행보가 못마땅한 것일까?
개들이 마구 짖어대고...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한다.
'독구! 메리! 쫑!'
내가 웃으니 그러신다.
예전 어느동네든 가서 독구, 메리 쫑을 부르면
동네 개들이 다 쫓아나왔다고......ㅎㅎ
그만큼 흔한 이름들이었음이라..ㅎㅎㅎㅎ
학교 앞을 지난다.
서신초교 제1제부분교다.
그렇담 이 작은 섬 제부도에 분교가 또 있다는 얘기?
따로 혹은 같이 걷다보니 어느새 섬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 뭍으로 나가는 길......
제부도 입구에서 바닷길을 건너 섬을 완전히 한바퀴 돌아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쉬는 시간, 식사 시간 포함해서 넉넉잡아
5시간 정도면 충분한 제부도...
30분정도만 걸어나가면 하루를 함께 한 정다운 섬 제부도는
물속에 갇혀버리게 된다.
아직은 물이 들어오기엔 한 두시간 여유가 있지만
우린 서둘러 바닷길을 걷는다.
섬과 육지를 연결시켜 주는 마을버스...
첨단 기계장치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버스..
'기사아저씨!' 하고 부르면 어디서고 세워주는 맘좋은 버스다.
요금은 1천원...
사실 우리처럼 걷는 사람들에겐 2~3km 타고 천 원...
아까워도 한참 아깝지만 말이다.
바닷길을 비춰주는 가로등에 이 길이 물속의 길임을 알려주듯
굴껍질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제부도를 빠져 나와 입구의 해수탕 앞 너른 마당에서
이 날의 걸음은 끝이 난다.
해수탕팀, 귀가팀, 그리고 나와 함께 전곡항으로 이동할 전곡항팀으로
나뉘어 해산!!!
이로써 공식적인 걷기는 끝을 맺는다.
나와 일행 세 분은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남편의 차를 얻어타고
전곡항으로 향한다.
세계요트대회가 끝난지 20여일...
그래서 한가한 전곡항을 볼 수는 있지만,
바다를 가득 메운 요트들의 멋진 모습들을 담을 수는 없었다.
요트 계류장에 정박중인 요트들...
세계요트대회가 진행중 일 때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요트 승선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이 된다고 하니,
내년엔 꼭 행사기간중에 다녀와야 겠다.
맞은 편 탄도항의 풍력발전기의 위용...
전곡항의 국제요트대회는 요트뿐만 아니라 낙조도 장관이라고 한다.
넓은 바다위를 가득 메운 요드들과, 지는 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6월의 전곡항은 화려했으나, 7월을 여는 전곡항은 그저 그런 항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전곡항을 잠시 돌아나와 이번엔 탄도항으로 간다.
탄도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풍력발전기와
바닷길 저 멀리 누에섬 등대전망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좀 전에 다녀온 전곡항은 화성시인데 반해
이곳은 행정구역상 안산시이다.
안산시 대부도 선감동에 위치해 있다.
요즘 떠오르는 관광명소 중의 하나라고 하는 누에섬은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무인도다.
일단 누에섬으로 향하지만 곧 물이 들어올 시간...
등대전망대 가는 길이라는 표지석과 거대한 풍력발전기...
하얀 등대가 있는 곳은 이 곳 탄도항이고,
조금 멀리 빨간 등대가 서 있는 곳이 화성시 전곡항이다 .
바닷길에도 갈림길이 있다?
ㅎㅎㅎ 처음 본 풍경...
이 곳은 유료로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누에섬의 전망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막상 가려니 물이 들어올 것이 염려가 되어,,,
왜?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이지만 그리 가깝게 생각되지 않는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1.5km 바닷길을 앞만 보고 달린다해도
내 숏다리로는 어려울 거 같아서......ㅋㅋ
누에섬 등대전망대는 관광객을 위해 시설을 첨단화 해 놓았다고 하니
한번쯤 가 볼 만한 곳이긴 하지만, 난 다음을 기약한다.
위의 탄도항 사진과 비교해 보면 벌써 물이 많이 찬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탄도항 갈매기 화장실과 그 뒷편으로 안산 어촌민속박물관 건물...
입구엔 엄마와 함께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꼬마숙녀도 보인다.
예까지 왔으니 누에섬엘 가 봐야한다는 남자회원 한 분이
뒤늦게 도착...결국 등대전망대엔 오르지도 못하고......
이젠 하루의 일정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전곡항 입구에 잠시 차를 세우고,
꽃요트를 담아본다.
길이 열리는 화성시...
화성시에서는 이곳에 전곡해양산업단지를 조성하느라
뿌연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이 곳이지만,
언젠간 해양산업단지로서의 면모를 만방에 과시할 날도 오겠지...
입구의 작은 공원에 해양도시로서의 화성시를 보여주듯
바다조형물과 등대가 자리해 있다.
그리움의 등대에 숨을 불어넣어 희망의 등대로
탈바꿈 시켜놓고 난 이 곳을 떠난다.
하루의 일정이 끝났다.
땀에 푹 절은 몸은 차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는 데...
누군가 애타게 남편을 찾는다.
그래서 간 곳이 홍어요리집...
첨으로 홍어삼합이란 걸 먹어봤는데,
내 입맛엔 영 아니다.
그래서 따로 두부김치를 먹었다.
(홍어요리집이라 달리 주문할 음식이 그것밖에...)
간단하게 소주 한 잔도 곁들여서...ㅋㅋ
노곤하고...배 부르고...
집에 돌아와 대충 씻고나니 잠님이 몰려든다.
첫댓글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 참 멋집니다. ^^
반가워요 영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