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포기각서
이소영
대출받은 사랑을 기한 내 변제하지 못해
계약서에 사인한 대로 오늘 이 시각부터
신체에 대한 모든 권리를 당신에게 양도합니다
남은 기간 두 눈은 당신만을 바라보고
양손은 언제나 당신 손만 잡을 것이며
심장은 늘 당신만을 향해 뛸 것을 약속합니다
시詩, 김봤다
김석인
산은 한 권의 책이다, 매일매일 올라보는
눈에 와 닿을 때는 그 깊이를 몰랐는데
가슴에 내려와서야 드러나는 글의 뿌리
부식
이가은
공중을 한 겹 떼면 창문 닫히는 소리
날아든 저 새 말야, 누가 던진 돌멩이일까
파드닥 깨진 날개를
밟고 가는 걸음들
찢어진 길 틈새로 모래 새어나오고
펄펄 끓는 파도는 물결무늬 숲이 되지
어디에 잠기더라도
녹색 꿈을 잊지마
정신을 차려보니 난 녹슨 나무였어
가는 팔 허둥대면 풀풀거리는 쇳가루
뿌리째 숨을 달궈도
휘어지질 않았다
박박
이가은
박박 우기다가도 북북 등 긁다가도
막막 발 까딱대며 오래조래 튕겨 볼까
막막막 음도 안 맞는 날들에게 리듬을!
눈 뜨면 먼먼 해변에 망망 서 있는 건데
시들한 화관 얹은 홀로 꽉 찬 정수리에
데킬라 태양 너마저 악을 쓰네 박박박
뾰족한 수 없더라도 뾰로통 있지 말고
막막 솟는 셈 치고 박박 문대 보는 거야
그러면 어떤가 해서 반질반질 우리 좀
-《시조21》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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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調의맛과˚˚˚멋
이소영 시인의 <신체 포기각서> 외
안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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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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