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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하나로 유명세를 탄 고양시민축구단 서포터즈 라대관 씨의 축구 사랑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평일에는 자동차 정비사로, 주말에는 고양시민축구단 서포터즈로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는 고양시민축구단이 축구 팬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랄 뿐이다.(사진=이영미)>
“안녕하세요, 라대관입니다.”
30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한 자동차 서비스센터 앞에 영상 속의 그 남자가 미리 나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 정비사인 라대관(31) 씨는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탔다. 지난 18일 고양시민축구단을 응원하기 위해 평창종합운동장을 찾았다가 팀이 7연패 끝에 2-1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안명환이 혼자 응원 중인 라 씨에게 달려가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하는 장면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양시민축구단은 K3리그 베이직에 속한다. K3리그는 상위팀들이 모이는 ‘어드밴스’와 하위팀들로 구성된 ‘베이직’으로 구분되는데 고양은 베이직 안에서도 만년 하위팀이다. 지난해 4승1무15패로 11개 팀 중 9위였고, 올해는 1승7패로 8개 팀 중 7위에 올라 있다.
자동차 정비사 라대관 씨는 어떻게 해서 K3리그 베이직 고양시민축구단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됐을까. 사연 많은 그 내용을 들어본다.
(고양시민축구단의 공식 서포터즈 명칭은 ‘울트라스 맥파이’. 라대관 씨는 이 서포터즈 창단 멤버이자 응원 단장이자 유이한 서포터즈이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동영상과 함께 스토리가 소개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많아 찾아왔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제 이름보다 저를 통해 고양시민축구단이 알려지는 게 매우 기쁩니다. 우리 팀을 알릴 수만 있다면 이런 인터뷰는 수천 번 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아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걸 요즘 실감 중입니다(웃음).”
주위의 반응이 대단하죠?
“회사에서 난리가 났어요. 처음에는 유튜브 영상을 모르고 있다가 기사로 계속 소개되는 바람에 회사 관계자 분들이 다 알게 됐습니다. 저를 연예인 보듯 쳐다보시기도 해요.”
그날 평창종합운동장에는 혼자 가신 건가요?
“네. 원래 함께 다니는 황민석 군이 동행하려 했다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혼자 갔어요. 그날도 팀 상황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시즌 개막 후 7연패를 이어온 터라 어떻게 해서든 연패가 끝나기만을 바라며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쳤죠. 그런데 우리 팀이 1-0으로 앞서다 골키퍼 실책으로 동점이 되고 만 거예요. 이후 평창FC 선수들이 계속 압박하는 모습에 ‘이러다 우리 또 지겠다’ 싶었습니다. 그때 김동휘 선수의 역습으로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냈어요. 안명환 선수가 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울지 않으려 했는데도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영상을 보니 안명환 선수가 페널티킥 성공 후 관중석으로 달려가 혼자 있는 라대관 씨한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영상 참조)
“안명환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하려고 다가오는 걸 보면서 먼저 저한테 달려왔습니다. 그런 선수의 마음 씀씀이도 고마웠고, 포기하지 않고 뛰니까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진=비프로일레븐 유튜브 영상 캡처>
객관적인 실력은 최고가 아니더라도 팬한테는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는 걸 라대관 씨와 선수들이 보여줬다고 봅니다.
“말씀 하신 대로 저한테 고양시민축구단은 최고의 팀입니다. 원래는 고양 KB국민은행을 응원하다 2008년 고양시민축구단이 창단하면서부터 서포터즈로 활동했습니다. 처음에는 2,30명 정도의 서포터즈가 있었어요. 군 제대 후 다시 축구장을 찾으니 단 한 명의 서포터즈도 없더라고요. 2012년부터는 저 혼자 응원을 시작했습니다.”
그새 서포터즈들이 다 사라진 건가요?
“아마 팀 성적도 좋지 않고 운동장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해 몇 명 남아 있던 서포터즈들마저 자취를 감춘 듯 합니다.”
혼자 응원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처음에는 상당히 창피했습니다. 고양 어울림누리 별무리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데 행여 동네 아는 사람들이 오가다 제 모습을 볼까봐 은근 신경 쓰이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다 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축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온전한 정신에 혼자 그렇게 북을 치며 응원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혼자 응원을 계속하다 보면 지치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 텐데요.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하면 할수록 책임감도 느끼고 있고요. 저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 비해 아주 작은 역할을 하는 거지만 제 응원을 통해 우리 팀이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고양 시민들도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더라고요. 고양 시민인데 축구단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요. 이렇게라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서포터즈들을 더 모집할 생각은 안했나요?
“대학 1학년생인 황민석 군도 있어요. 학생이라 모든 경기를 참관하기가 어려울 뿐이죠. 서포터즈의 문은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어느 분이든 들어오시면 됩니다. 저는 고양시민축구단을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K3리그 중에서도 베이직에 있는 하위팀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을 거예요. 구단 재정이 열악해서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선수들이랑 개인적인 친분을 주고받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일부러 피합니다. 행여 제가 정을 주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스카우트돼 떠난다면 상처로 남을까봐 개인적인 만남이나 연락은 하지 않고 있어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전 경기 직관인가요?
“지난해 딱 한 경기 못 갔습니다. 시흥 원정 경기였는데 장염으로 목, 금요일 결근했다가 토요일 간신히 몸을 추슬러 시흥으로 출발했거든요. 경기장으로 가는 도중에 장염이 심해져 다시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시흥시민축구단이 당시 리그 1위팀이었는데 하필 그날 우리 팀이 시흥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거예요. 그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해 정말 속상했습니다.”
<서포터즈가 마련한 상을 전달하는 장면들. 첫 번째 사진은 베스트 프런트 상을 받은 김병우 사무국장, 두 번째 사진은 시즌 MVP로 선정된 남수단 출신의 마틴에게 황민석 군(왼쪽)과 라대관 씨가 상패를 전달하는 모습이다.(사진=라대권 씨 제공)>
고양시민축구단 김병우 사무국장도 서포터즈 출신이라면서요.
“2012년 제가 서포터즈로 활약하면서 함께 했던 분입니다. 김 사무국장은 서포터즈로 응원을 펼치다 구단 일을 도와주게 됐고 재정난으로 사람 뽑을 여력이 없었던 팀에서 김 사무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구단 일을 맡게 됐어요. 열악한 가운데 축구단을 향한 애정 하나로 일하는 분입니다.”
구단이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나 보네요.
“고양시에서 아주 약간의 지원금이 나오는데 재정 상태가 아주 안좋아요. 대한축구협회에 연회비 2000만 원을 내는 돈이 부족해서 제가 200만 원을 보탠 적도 있었어요. 매달 3만 원씩 구단 후원금을 내기도 하고요. 구단 홈페이지 제작할 돈이 없어 제가 제작비를 냈었죠. 구단의 자생 능력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라대관 씨가 응원뿐만 아니라 지원금도 보태고 있는 상황이군요.
“만약 그런 도움의 손길이 없다면 팀은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어요. 작은 도움이지만 그 도움들이 모이면 선수단에 큰 힘이 되니까요. 이렇게라도 해서 팀이 유지될 수 있다면 더 한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황민석 군이나 김병우 사무국장을 만날 때 절대 신세 한탄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좀 더 잘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선수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축구로 먹고 살 수 있을지, 뭘 하면 팬들이 우리 팀 경기를 보러 올지를 고민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팟 캐스트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또한 홍보의 일환이에요. 어느 날 제가 갑자기 아프거나 죽게 된다면 고양시민축구단의 팬 문화에 대해 아는 사람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김병우 사무국장, 고동근 씨와 함께 팟 캐스트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팟 캐스트에서는 고양시민축구단 뿐만 아니라 K3리그 전체를 소개해주는 시간도 마련했어요. 사실 K3리그 관련된 정보를 얻기 힘들거든요. 기사도 거의 없고요. 어드밴스 12팀과 베이직 8팀이 승강제를 벌이고 있어도 팬들의 관심 밖의 일이기에 제가 앞장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고양시민축구단 출신 선수들 중에 자랑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누가 될까요.
“지금은 파주시민축구단에서 뛰고 있는 김덕수 골키퍼입니다. 우리 팀에서 뛰다 부천FC로 이적 후 K리그 올스타전에도 출전했거든요. 김덕수를 설명할 때 전 고양시민축구단 소속이었다는 표현이 뒤따를 때마다 짜릿한 희열을 느낍니다. 또 팀 내 득점 랭킹 2위였던 유동규 선수도 양평FC로 이적했는데 팀을 떠난 건 아쉽지만 다른 팀에서 인정받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통해 고양시민축구단 선수들이 좋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 위. 2008년 고양시민축구단 창단 때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김진옥 감독과 서포터즈들. 구단 재정난으로 제대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팀을 이끄는 축구인이다. 라대관 씨는 김 감독이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팀을 떠날까봐 항상 불안하다고. 사진 아래. 경기 마치면 서포터즈가 1명이든 2명이든 상관없이 항상 달려와 인사를 하고 가는 고양시민축구단 선수들 모습.(사진=라대관 씨, 고양시민축구단 제공)>
고양시에 살고 있다는 배경이 고양시민축구단을 응원하게 된 건가요?
“어릴 때 축구교실에서 공을 찰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고양시에 축구팀이 있길 바랐고 고양 KB국민은행이 창단했지만 승격 거부 사태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후 고양하이FC가 고양 자이크로로 팀명이 바뀌었다가 곧 해체됐었죠. 고양시에는 제대로 된 남자 축구팀이 없었어요. 그런 가운데 창단된 팀이 고양시민축구단입니다. 저는 유럽 축구의 빅매치보다 우리 팀 경기가 백배는 더 재미있습니다. K리그도 아닌 K3리그이고, 그중에서도 베이직에 속한 하위팀이지만 저한테는 고양시민축구단이 최고의 축구팀입니다.”
축구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에서도 활동하셨다고요.
“네. 독일월드컵 현장에 가서 콜 리더를 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고 해도 그날 고양시민축구단 경기가 열린다면 전 우리 팀 경기를 보러 축구장으로 향할 겁니다.”
라대관 씨는 조심스럽게 고양시의 축구팀 지원 관련해서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고양시가 좀 더 우리 팀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미미한 지원도 안타깝지만 시장님은 물론 어느 누구도 축구장을 찾지 않으세요. 선수들은 ‘투잡’을 뛰며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출전 수당만 받고 축구하고 있습니다. 팀에 부상자가 너무 많아 스쿼드를 꾸리기 어려울 정도지만 김진옥 감독님은 온전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재능 기부 형식으로 팀을 이끌고 계시고요. 저는 감독님이 그만 두시겠다고 할까봐 항상 불안해요. 어떤 이들은 제게 이렇게 묻습니다. 왜 인기도 없는 꼴찌팀을 응원하느냐고. 평일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축구장에서 풀려다 경기 결과에 스트레스를 더 받고 올 때도 있지만 고양시민축구단은 제게 ‘생명수’ 같은 존재예요.”
라 씨는 고양시민축구단이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길 바란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평창FC와의 경기처럼 극적인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고, 선수들과 팬들이 절대 교감을 나누는 순간도 찾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올시즌 고양시민축구단의 홈구장 관중수는 평균 100명. 라 씨는 서포터즈는 고사하고 관중들만이라도 늘어나길 간절히 소원한다. 그런 라 씨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이쯤에서 꼭 묻고 싶은 내용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에서도 응원을 이어가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꿈을 위해서죠. 감독님, 선수들, 그리고 극소수의 서포터즈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고양시민축구단을 K리그로 승격시켜 명문 구단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죽기 전에 고양시민축구단이 K리그에서 뛰는 걸 보는 게 소원입니다. 우리 팀이 K리그 무대에서 킥오프하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목 놓아 펑펑 울 것 같아요. 그렇게 달리다 보면 우리도 대구FC처럼 명문 팀으로 성장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분명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고양시민축구단이 K리그 무대에서 킥오프하는 순간을 위해 끝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하는 라대관 씨. 고양시민축구단 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과 싸우는 K3리그 다른 팀들 또한 축구로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만을 바라는 진정한 축구 팬이다.(사진=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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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봤습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