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김범렬
1.
발 담근 실개천이 하늘 끝에 닿아있다.
알록달록 꽃물 드는 미색의 꽃단풍이
동박새 날갯짓하듯
산 아래로 내려온다.
2.
능선 따라 산골짜기 불똥 튀어 술렁인다
잔기침 쿨럭이는 그루터기 후승後昇마저
서리꽃 비친 이마에
상고대가 어른대고
3.
늘그막 잔뼈 사린 바람이 할퀸 자리
한겨울 몇 발짝 앞 피붙이들 불러놓고
어머니 씨아 돌린 날
함박눈이 쏟아졌지.
낭화
김덕남
너와 나 손을 잡고 꽃길을 걷자 했지
연붉은 너의 향기 뿌리지도 못했잖아
숨 막힌 새파란 목소리
뚝 뚝 끊겨 버리다니
해일로 밀려오다 가슴골 짓눌려도
신발을 벗지마라 그 손을 놓지마라
초롱한 너의 눈망울
내 눈 속에 있잖니
낭화浪花로 끝나버린 죄 없는 나의 꽃아
너 간 길 따라가다 피울음 꾹 꾹 받혀
온밤을 엎지르다가
거먹구름 쏟다가
울릉시편
김미정
하늘이 감싸주는 바람길 섬을 여네
바다가 밀어주는 뱃길, 섬을 지워
표류를 끝낸 사람들 저마다가 섬이네
울릉의 품에 안겨 울릉을 읽어가네
섬바디 섬말나리 섬들국화 섬백리향
분지를 에워싸는 향기, 읊조리는 나그네
마그마 녹은 눈물 산빛에 멍울지네
파도가 부려놓은 들끓는 물의 언어
절창을 꿈꾸는 사람들, 저마다의 노래네
빈집의 목련꽃
김정숙(밀양)
먼 길을 돌아온 꽃이 꽃을 먹는다
봄이라는 이름으로 눈부시게 피는 꽃
소박한 돌담길 옆 빈집에 하얗게 피었다
불꽃처럼 살고파서 서둘러 피었구나
천천히 기억되어도 슬프지 않은 삶
한동안 다른 쪽을 향해 서 있었을 뿐이라고
한번쯤 누구라도 무거운 짐 내려놓고
특별한 시작을 꿈꿀 때가 있었겠지
빈집의 목련꽃 숲에
새들이 날아든다
-《시조미학》2023. 봄호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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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調의맛과˚˚˚멋
김범렬 시인의 <시간 여행> 외
안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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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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