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리고개를 통해 석포숲길로 가는 길, 입구에 들어서니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많은 길을 걸었어도 이런 기분은 참 오랜만입니다.
석포숲길 가는 길, 길은 잘 모르지만 몽산님 공지에 ‘용인여지도’의 완성자인 후린님이 극찬한 묵리숲길 인근, 후린님 보증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곳인데 여타 임도와는 다른 품격 넘치는 곳입니다. 숲길 자체가 격조가 있다고 할까요? 쉬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기 아까운 길,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다른 풍경, 또 산모퉁이를 돌면 또다른 모습으로 오케스트라에게 엷은 미소만 보이는 곳, 이윽고 잘 조성된 석포숲공원이 나옵니다.
석포숲공원에서 아래 묵리마을을 바라보니 마치 스위스 체르마트마을처럼, 늦가을 햇살을 가득담아 빛나는 마을이 보이고, 왼쪽으로 시궁산 등 묵리숲길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습니다. 참 멋진 풍경, 동양화와 서양화가 동시에 겹쳐져 보이는 곳입니다.
처음 몽산님 공지에 석포숲길은 “손창근 선생이 용인 안성일대 사유림 200여 만평을 국가에 기부한 곳”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손창근 선생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사실 매우 눈에 익은 분이었습니다.
석포숲공원은 손세기-손창근 2대에 걸친 사회환원의 뜻깊은 곳, 설명문이 없어 많이 아쉬웠지만, 기품있는 숲길입니다.
손창근 선생의 부친은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유명한 석포 손세기 선생(孫世基, 1903-1983), 남한에서 많은 재산을 모았고 그만큼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도 많이 모았죠. 석포 손세기 선생은 1974년 서강대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한 바 있습니다.
부친의 뜻을 이어 손창근 선생(93세)은 2012년엔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산림 200만평(시가 약 1000억원)을 산림청에 기부, 2017년에도 50억원 상당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했습니다. 2018년 추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서화 30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데 이어 2020년 9월 세한도(歲寒圖·국보 제180호)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영구위탁 형식으로 기증한 분입니다. 부친 손세기 선생과 함께 부자 2대에 걸쳐 국보급 문화재와 엄청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신,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분입니다. 손창근 선생이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초청, 90도 감사 인사를 드린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죠.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옹과 만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세한도를 비롯해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기증한 손창근 옹은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뉴시스
[참고] 삶의풍경이야기방 청풍님의<추사 김정희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글을 보면 세한도와 손창근 선생과의 인연에 대해 낙화가 짧은 언급을 했습니다.
https://cafe.daum.net/orchestraro/hLxN/2706
석포숲길에서 간송 전형필 선생 못지않은 우리 문화재 수집과 보존, 그리고 사회에 환원하신 위대한 부자를 만나다니 너무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간략한 표지판, 이런 위대한 분(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 미흡하여 오히려 화가 나더군요. 손창근 선생 얘기만 간략, 석포숲공원이라는 이름인데 ‘석포’의 당사자인 손창근 선생의 부친인 손세기 선생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더군요.
손창근 선생도 석포숲길 일대 200여 만평을 국가에 기부하면서 ‘1천억대 재산가치’만 언급되는 것에 실망하면서, “돈의 가치 아닌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를 생각하라”며 일갈하신 분, 국보급 문화재 뿐 아니라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신 그 위대함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석포숲공원, 너무 빈약한 설명문 등에 실망을 넘어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석포숲 일대, 미리내성지와 연결되는 공원 일대는 너무 멋진 곳, 화가 났지만 손세기-손창근 부자의 위대함에 또 한번 경건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석포숲공원을 나와 애덕고개로 해서 미리내성지로 원점회귀 하는 길, 앞서 가던 분들 사이에 난데없는 놀람과 환성이 들립니다. 잘 못들어 혹시 멧돼지나 고라니가 지나갔나 했더니만 후리후리한 남성분이 걸어오더군요. 아~~ 멀리서 봐도 반가운 분, ‘용인여지도’의 완성자 후린님이 불쑥 나타납니다. 낙화나 니키타님, 보담님(예전 한탄강 트레킹에서 팔을 다치셨는데 후린님이 부목으로 응급처치) 너무 반가워 환호성도 안나오더군요. 주말에도 바쁘신 분이지만, 후린님이 추천했던 묵리숲길-석포숲길이 궁금도 하고 오케스트라를 보기 위해 나오신 것 같더군요. 바쁘신 분이라 저녁도 함께 못하고 애덕고개에서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몽산님 공지에 “계절을 붙잡아 두고 싶어, 가을숲으로 발버둥 치며 갑니다”라고 한 미리내성지와 석포숲길은 한국 천주교사에서 위대한 족적을 남긴 김대건 신부님과 한국 문화재의 보호와 보존, 그리고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손세기-손창근 선생 2대에 걸쳐 위대함이 숨어 있는 길, 숲 자체에 격조와 품위가 있는 길, 발버둥 아닌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몽산님은 낙화와 달리(?) 평소 큰소리를 치지 않으시는 분, 이른바 ‘뻥’이 없는 분인데 미리내성지 출발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길이라고 ‘큰소리’를 치셔서 조금은 의아했는데, 아름다움을 넘어 감동의 길이었습니다.
애덕고개를 넘어 미리내성지로 다시 내려갑니다. 처음 올라갈 때 흥분된 마음으로 자세히 보지 못한 곳들, 어느 분이 이 길을 걸어왔냐고 하셔서 항상 그렇듯이 같은 길도 시선을 달리하면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다시 내려온 미리내성지, 김대건 신부님을 모신 묘소에서 잠시 쉽니다. 해도 어둑해진 시점, 성당이라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를 기대했지만, 종은 울리지 않더군요, 마무리 하고 근처 미산저수지 전망좋은 곳에 가서 민물새우매운탕, 메기매운탕으로 맛난 저녁을 하고 헤어집니다.
서울 올라오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한남대교 넘어 한남동에 오니 정체가 시작하더군요. 이 시간에 무슨 정체? 가만보니 이태원 가는 방향이 막혀서 핼로원 축제 관련 대화를 나누었는데 결국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더군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후기를 천천히 올리려다가 간략히라도 올려야겠다 했는데, 미리내성지와 석포숲길, 너무 좋은 길이라 후기가 길어졌습니다.
사실 미리내성지나 오케스트라 리본 만든 것 등 쓸말이 참 많았는데, 여기서 멈춥니다.
몽산님의 ‘발버둥 치면서 까지 가야 했던 길’ 너무 감사드립니다. 감동의 길을 충만하게 채워주신 함께 걸으신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몽산님의 은이성지-미리내성지 깃발 드실 날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무늬만 천주교 신자인 낙화 올림
석포숲길로 바로 가지 않고 은이성지길로 해서 에둘러 돌아갑니다.
갑자기 탁트인 전망, 멋진 풍경에 넋을 잃고....
이곳을 배경으로 카페 치마(플래카드)를 펼치고 기념사진도...
보담님과 보라미님... 여기는 보씨 패밀리
소연님이 반야님과 한컷을 요청. 이유를 물었더니 독실한 불교신자들이라서...
나 기똥찬, 나 에스더인 두 분....
니키타님 없었으면 그림이 막막했을텐데...
니키타님 뒤 산모퉁이에서 기념사진 찍었죠. 아주 멋진 곳
이런 멋진 길 옆에서 점심식사....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기도..
풍성한 점심 만찬.
낙화의 라면인데 반야님이 업그레이드하라고 만두와 햄을 가져 오셨습니다.
쉐프 라헬님의 작품은?
맛 좋은 꽁치찌개입니다.
신입단원 환영식 사전무대에 오른 기똥찬님. 몽산님은 '몸부림춤'이라고 하셨는데 아닙니다. 살풀이춤 30년 연구의 대가입니다.
명랑 쾌활하신 에이미님. 몽산님의 장기자랑 요청에 가디렸다는듯이~~~
멋진 가무를~~
라헬님이 청아한 목소리로 답가를... 자발적이고 매우 건전한 무대였습니다.
석포숲공원 가는 길....
단풍이 예쁘게 물든 곳... 사진을 피하시는 몽산님이라 단체로~~
단풍과 잘 어울리시는 분들로... 소연님 가야산님 코이님 가득님
무게가 많이 나가는 기똥찬님과 물처럼님과 함께~~
바사리고개, 망덕고개, 애덕고개, 신덕고개... 고개가 많은 곳입니다.
선그라스를 벗으니 시원하시죠~~ 소연님과 코이님
석포숲공원에서 바라본 묵리마을. 스위스 체르마트마을 같네요...
표지판 설명문에 너무 실망... 손세기-손창근 두 분의 아름다운 기부는 세상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니키타님이 좋은 곳에서 쉬시네요...
애덕고개 가는 길에서 나타나신 후린님, 엄청 반가웠습니다.
이깔나무가 노랗게 물들어가는 곳에서...
마음이 풀어지다가 김대건 신부님 기념물을 보면서 마음을 잡습니다.
남학생들만.... 니키타님 덕분에 낙화도 유일하게 한 컷.
니키타님 계시니 훨씬 밝아졌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애덕고개에서 미리내성지로...후린님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미리내성지로 가는 길...
아침보다 단풍이 더 선명(?)해 졌습니다. 니키타님이 뒤에서 빼꼼하니 쳐다보셔서...
울긋불긋한 단풍을 배경으로....
출발할 때 보다 더 여유만만으로... 라헬님
아침보다 훨씬 더 멋져진 에이미님과 반야님
보라미님과 가야님
이 분들 이런 표정이~~~
다들 만족하시죠~~ 성당의 종소리를 기대했는데...
가야산님은 성지순례길 떠나는 결연한 모습으로....
미산저수지 물레방앗간이라는 식당에서 메기매운탕
민물새우매운탕
밑반찬도 정갈하게....
소연님이 수제비 봉사
라헬님과 가득님이 신났네요~~
후기를 마무리하면서 미리내성지 성당을 떠올립니다.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우리를 용서하소서...
Mea Culpa(내 탓이오), mea culpa(내 탓이오), mea maxima culpa(내 큰 탓이오!)“ 이 말 밖에는
첫댓글 낙화님 덕분에 참 귀한 사실을 알게되어 기쁩니다.
손세기 - 손창근 선생의 2대에 걸친 어마무시함을 잘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집안에 이런분이 계시는 줄은 몰랐다고 슬쩍 숟가락 얹으며 더 알아 새겨 둘 일임도 챙겨봅니다.
멋지고 훌륭한 길을 안내해주신 분, 함께 걸으시며 알아주시고 기뻐해주시는 분들, 잘 정리해주시어 새김과 의미부여도 잊지 않게 해주시는 낙화님, 모든분들께 감사합니다.
세한도와 손세기, 손창근 선생이야기는
몇 번을 듣고, 읽었어도 그때 뿐이였는데
아름다운 석포숲길을 걸으며 힐링하고
기념공원에 앉아 쉬어 보고와서
낙화님의 후기를 찬찬히 보니
비로소 손세기-손창근 부자의 위대함에 감동이 느껴지네요.
낙화님의 후기는 단순 기행문을 넘어
오케스트라인의 필수 인문교양서입니다.^^
참 재능있는 분이 많으신 카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리본이 왠지 범상치 않고 뭔가 품격있다 했더니~~역쉬~~!!
각자의 재능으로 봉사하시고 모두를 기쁘게 해주시는 재주를 각자 가지고 계시니~~
재주가 없는 저는 항상 리액션이라도 적극적으로~~ㅎ 라는 맘으로 임하고 있습니다~ㅋ
모두 넘고생 많으셨고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좋은길에서 또 뵙겠습니다~^^
자발적이고 건전한 무대..ㅎㅎ
정말 재능이 많으신분들만 모아 논듯합니다.몽산님 길에 취하고 길동무들에게 반하고.. 낙엽밟는 소리에 마음이 가득해지는 아름다운 길이었어요ㅡ
수고해주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늘 감사합니다~
또 다시 가고싶고 더 많은 시간을 성지에서 보내지못해 큰 아쉬움이 있습니다.
25세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님을 기리는 미리내 성지안을, 주변을 특별 미사중이라 울려퍼지는 성가를 들으며 걷는것만으로도 또 걷기후에 성지에 앉아있는것만으로 알수없는 기운에 큰 감동이있어 눈물이 나려는것을 참니라 아마 오묘한 표정이 였을거에요.
목자가 되어 푸른 초장이였던 미리내 성지와 너무 아름다웠던 숲길로 인도해주신 몽산님과 또 함께한 오케스트라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 가득합니다.
낙화님이 못읽어보신 큰바위에 새겨진 시를 올려드립니다.
임은 가시고.
임은 가시고
진리는 왔읍니다.
피로써 가꾼 땅에
무궁화 피나이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향기 가득합니다.
시를 쓴 작가이름은 잘않보여서... 하항주님이신지...
오케스트라와 김대건신부님의 안에 함께 하셨을 주님의 사랑에 취해 행복한 날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똥찬님, 에이미님, 라헨님
공연을 직괂했어야했는데
아쉽네요~~~ㅎ
후기만 봤는데도
직접다녀 온것 같아요ㅎ
명품후기에 또한번
감탄합니다^^
낙화님의 후기 2편을 읽고보니
인문기행의 충만한 르포기사같은 느낌입니다
석포숲의 깊은 의미를 다시 알게되었습니다.
미리내성지와 묵리숲길을 묶어서
자차카풀로 진행하려다보니
지도상 원점회귀 코스로 만들려고
별로인 머리를 좀 쥐어짰습니다
다행이 오케스트라 맞춤코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애덕고개에서 쌍령지맥 분기점까지의
능선숲길에서 미리내성지로부터
꿈결처럼 들려오던 그 음악은
지극한 그레고리안 성가였던가..
걸어면서 마종기님의
[그레고리안 성가] 시를 생각했습니다.
이번 트레킹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헌신적 지원이 있었습니다.
자차지원하신 분들을 포함하여,
물샐틈없이 후미보신 물처럼님,
대오중간에 기똥찬님, 가야산님,
그리고 걷기일정을 양보해주시고
사진기록, 뒤풀이식당 수배하신 낙화님,
카페리본 제작지원하신 니키타님,
일일총무하신 코이님 등 많은 분들의
협력으로 진행된 트레킹이었습니다.
좋은 가을날 트레킹을 무탈종료하여
참가회원 모두에게 감사드리오며,
이태원의 젊은 영혼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 마종기님의 시
그레고리안 성가
일부를 적어봅니다
해변에 가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다.
파이프 오르간의 젖은 고백이 귀를 채운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짜가운 천국의 바다,
밀물결이 또 해안의 살결을 쓰다듬었다.
...........
입다문 해안이 잔잔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도 떠도는 내 운명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그레고리안 성가 2/ 마종기)
@몽산 이 모든 것이 몽산님의 좋은 길 덕분입니다. 댓글이 후기 수준입니다. 몽산님 사진 몇장과 함께 넣으면 이 자체로 훌륭한 후기, 몽산님 글은 몽산님의 길처럼 기품이 넘칩니다~~
김대건신부님의 말씀인데 혼자보기 아쉬워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