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데!"
진우는 중앙 광장에서 대진표를 확인하다가 소리쳤다. 그러자 일행은 일제히 진우를 바라보았고 진우는 황급히 그 곳을 빠져 나오며 중얼거렸다.
"하르데, 하르데!"
진우는 꼭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겨우 시르크 가문 저택에 도착해서야 입을 열었다.
"후... 하르데 녀석은..."
진우는 잠시 일행을 훝어보고 말했다.
"사라진 제3순백의 연대장이지."
윤기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렇다면 카르차덴 젝슨이 이미... 바일론 어딘가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군..."
잠시 심각한 얼굴로 있던 이들은 검술 부문의 대진표를 확인하며 기분을 좀 전환하려 시도했다.
-검술
레이논(현진)vs크리스찬
드레이크vs파일론(광채)
김재광vs박수민
강경민vs케론
"케론? 케론 바즈?"
진우는 그 이름을 보며 말했다. 엉겹결에 시르크 가문의 저택에 머물게된 경민은 자신의 상대가 뭔가 대단한 인간인 것처럼 진우가 말하자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게 누군데 그렇게 정색을 하고 말하세요?"
"클레이 바즈 장군의 동생으로 수도 방어를 주목적으로 두고 있는 크라이언 기사단의 단장이지."
윤기는 들어본 적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재광은 한마디 거들었다.
"케론이라면 여러차례 만나본 기억이 있어요. 음... 수민이를 이기면 그 녀석과 다시 만날 수도 있겠군요."
"나를 무시하는 거냐?"
경민은 자존심이 팍 상해서 말했다.
이윽고 대회 본선이 시작되었다. 첫 경기는 경민과 케론의 대결(위에 순서 무시)...
"네... 무명의 검사와 크라이언 기사단의 단장으로 유명한 케론 바즈의 대결입니다."
사회자의 해설에 움찔 열받은 경민은 그 동안 약간 이검류에 변화가 있었는 지 오른쪽 허리에 롱소드를 왼쪽 허리에는 레이피어를 걸치고 등에는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전에 사용하던 팔시온과 에스톡인 듯 했다. 분명 움직임의 제약을 받을 텐데도 그대로 짊어지고 있었다.
"아, 케론 선수, 분명히 얏보고 있군요. 주로 사용하는 바스타드가 아닌 브로드 소드입니다."
케론은 은은한 소드 미네랄을 이르켜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민을 몰아 부쳤다. 롱소드는 소드 미네랄에 감싸여진 브로드 소드에 밀렸다.
"이얏!"
경민의 힘찬 기압과 동시에 왼손으로 왼쪽 허리에 레이피어를 뽐아 왼쪽 가슴으로 파고 들었고 롱소드는 오른쪽 허리로 돌아가 있었다. 어느새 풀어져 바닥을 뒹구는 꾸러미를 뒤로하고 무서운 속도의 이검류에 케론은 완전히 밀리고 있었다. 막 심장 쪽을 향하는 레이피어를 처 내었을 때 써늘한 무언가가 케론의 목에 닿아져 있었다. 물론 경민의 롱소드가 어느새 뽐혀져 나왔던 것이다.
"와아~!"
함성 소리와 함께 마법으로 극대화된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예상밖의 결과로군요. 음... 아무튼 강경민 선수의 승리입니다. 다음은 마법 부문의 세레넬의 사제, 에르테와 하르데의 대결입니다."
"우훗... 아가씨... 아니 제1왕녀 마마."
빈이는 이상 야릇한 하르데의 말에 움찔했다. 제1왕녀라면 시르피가 아닌가? 하르데가 순백의 위저드를 떠나 흑마술을 익히다 미쳐버린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차분히 디바인 파워(성력)을 모아 갔다. 하르데는 전혀 방어, 혹은 공격할 생각은 하지도 않으면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전대 왕비인 레이나 왕비는 지금의 네프칼 2세의 어머니이지. 그런 그녀가 아주 오래전, 아가씨가 태어나던 해에 재미있는 일을 했지. 한 궁녀가 낳은 왕가의 핏줄... 그 아기가 대륙을 위한 일을 할거는 예언 탓에 푸름 산맥 한 가운데 버렸지. 왜냐고? 자신의 아들에게서 왕좌를 빼앗을 까봐서지... 바일로너 집안의 3명의 여왕이 있었는 데 하나 같이 궁녀의 소생이었는 전래도 있었으니 말이야."
관중들이 숨을 죽이고 하르데와 빈이 사이의 대화를 들으려 하고 있었다. 빈이는 저런 시시콜콜한 정치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묵묵히 서 있었다. 하르데는 마법으로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그 아기가 바로 아가씨였어! 바일론의 숨겨진 왕녀! 제1왕녀! 푸. 하. 하. 물론 저 시르크 공작이나 크리스티앙 대공, 그리고 그대가 할아버지라 여기는 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
빈은 약간 충격이었는 지 몸을 휘청거렸다. 참다 못한 수민이가 달려나갔다. 그의 손에는 파단신검이 꽉 쥐어져 있었다.
"헛소리 집어치워! 네 정체를 밝혀라!"
하르데는 껄껄껄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대 마로드 제국 카르차덴 젝슨 후작 각하의 충실한 마법 부대 대장이다. 귀하는 누구인가!"
수민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본인은 알베르 하이시커! 마로드 제국 하이시커 공작가의 후계자다!"
관중들은 웅성거렸고 중앙 본부석의 시르크 공작은 황제의 신변을 챙겼다. 대륙에서 알아 주는 검사 중 하나인 브라인과 최고의 포스 마스터인 크리스티앙 대공, 그리고 대륙 최강이라 불리우는 시르크 공작... 일단 황제는 무사했다. 하르데를 따라 왔던 검은 로브의 마법사들은 종적을 감추어 버렸고 하르데는 이미 자폭을 각오하고 온 듯 피하지 않고 있었다. 관중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고 크라이언 기사단이 케론의 지위를 받아 도주자 3명을 쫓았다.
"당신은... 바일론 제국의 사람이 아닌가!"
"귀하는 마로드 제국의 공작이라는 자가 바일론 따위에 기대어 있을 것인가?"
수민의 정곡을 찌릇든 했지만 수민은 차분하게 파단신검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적어도..."
파단신검은 푸르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칼날 부위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젝슨 후작 따위처럼..."
이윽고 터져나가 푸른빛과도 같은 칼날이 들어났다.
"피의 향연으로 자신을 체우지는 않을 지어다!"
수민의 영력과 마나, 파단신검의 부적이 응집하여 이루어진 그 푸른 검날은 하르데의 마법을 모조리 갈라버리고 그와 정면에 섰다. 그 푸른 검날은 하르데의 심장을 파고 들고 있었고 하르데는 알지 못할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그의 몸이 터져나가며 강한 폭발이 일어났고 대회장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
근래에 글이 자꾸만 꼬이다가 그냥 막 두드려 씁니다.
아무튼 40회가 되니 기분이 좋네요. 배경이야기까지 해서 이제 80회, 한주록으로 세웠던 119회라는 기록도 얼마 안 남은 것처럼 보이네요. 근데 이상하게도 이렇게나 많은 양을 쓰고도 전혀 길게 쓴 것 같지 않다는 느낌... 왜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