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금 한가해진 겨울철에 작년 2월 귀농하기전 현재 살고 있는 빈집에 와서 집을 정리하고 수리하다가 여유시간에 소일거리 삼아 만들었던 생태변기 두개중 한개를 창고에서 꺼내 구들방 부엌에 설치하여 사용중입니다. 현재 밖에 있는 일명 푸세식 변소가 볼일을 보기에는 방과 멀리 떨어져 있어 불편하기도 하고 여름철에는 냄새가 나는 점도 있었지만 제 집에서 나오는 모든 것(대변, 소변은 물론 닭똥, 개똥, 음식물쓰레기와 생활쓰레기등)들은 거름으로 재사용하고 자연에 다시 돌려주면서 지속가능한 자연순환유기농업 또는 생태유기농업을 한가지라도 실천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빈농이기에 혹자가 생각하기에 정화조 묻고 별도로 화장실 설치할 비용도 아깝다는 생각도 부정하지는 않지만 결코 그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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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만들어 본 생태변기인데 제가 봐도 모양이 참 거시기합니다. ^*^ 변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소요된 대부분의 자재들은 집에 있는 자재들을 재활용하다 보니 외관상 우아(?)하지는 않지만 사용해보니 보기보다는 실용적입니다.
변기 시트(커버 ; 11,000원)와 중고 고무통(2,500원/EA) 2개와 소변기 호스에 연결된 밸브 1,000원등 직접적으로 들어간 자재 비용은 17,000원이지만 좌변기로 설치한다면 주위 재활용 자재들을 사용했을때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면에 보이는 소변을 받는 통은 현미식초 페트병을 사용하여 대각선으로 잘라주고 손잡이 부분을 줄로 고정시켰는데 페트병이 생수병보다 조금커서 소변이 새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보기는 시원찮게 보여도 몇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만들었기에 일반 양변기와 차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작년에 양변기 시트(뚜껑)를 설치하다가 고정핀 한개가 부러져서 나사못으로 대충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사용중입니다. 양변기보다는 좌변기가 볼일을 볼때는 생리학적으로 더 낫다고 알고 있지만 설치 여건에 따라 장단점은 있는것 같습니다. 사실 좌변기가 서양식 양변기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한사람입니다.
다만 구들방 부엌이라서 벽이나 천장이 새카맣게 그을려 불을 켜도 조명빨도 받지않고 어두컴컴하지만 조금 적응하면 매우 편안하게 볼일을 볼수 있습니다. 물론 저와 각시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
왼쪽 고무통에 들어 있는 것은 참나무 톱밥이고 오른쪽 고무통에는 구들방에서 나오는 재와 왕겨가 섞여 있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왼쪽에 휴지통을 하나 더 놔두고 휴지는 분리수거하고 있습니다. 구들방 부엌이라 온도가 올라가는 계절(여름에는 불을 거의 넣지 않지만)에도 세균번식도 다른곳 보다는 적고 냄새도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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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외부에 설치한 소변통입니다. 호스를 자연구배로 설치하면 겨울철에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볼일보는 높이와 소변통 높낮이가 크게 나지 않아 소변 받는 호스를 임시 보온재로 감싸줬는데 외부는 얼어버려서 현재 소변통은 부엌내부에 설치하여 사용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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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생태변기는 집 정원과 농장에 추가로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하게 설치하려고 계획중입니다. 보통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푹신푹신한 양변기시트는 세척도 용이하지 않고 내구성 또한 좋지 않아서 가장 저렴한 양변기 시트를 구입하였습니다.
시골살이에서 생태변기는 물낭비와 환경오염도 없고 발효되면 거름으로도 사용할수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일석삼조 아닐까 생각합니다. 향후 귀농귀촌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나 주말농장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생태변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현대사회에 있어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생활양식 또한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옛 조상들의 지혜를 부끄럽게도 우리 후손들이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단지 조금 불편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후손을 위해서라도 감수해야 겠지요. "똥모심"까지는 아닐지언정 본인이 배설한 냄새나고 더럽게 생각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소변만이라도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책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몇년전에 유행했던 "광수생각"이 아니라 지금은 도시를 벗어났지만 농부랍시고 안녕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초보농부인 "병아리하농"의 생각입니다.
첫댓글 공감 백배입니다. ^^
정말 기발하군요....
생태화장실에서 나오는 것들을 모을 수 있는 퇴비장의 경우 곧 바로 거름으로 쓰는 것 보다 2년 정도 (최소 1년 이상) 다른 부산물, 부엽토와 함께 자연발효 시켰다가 거름으로 쓰는 것이 강권입니다. ( 퇴비장은 비는 막아주되 햇빛과 바람이 통하할 수 있게 그리고 저장과 쉽게 퍼내기 쉽게 제작해야 합니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재와 왕겨 등을 사용하지만 참나무 켜고 나온 톱밥을 섞어서 쓴다고 하니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 같습니다. 도심에서는 방부제 안처리 된 톱밥 구할 수가 없기에 부럽네요.. ^^
부지런하십니다.
손재주도 있으시구요.부럽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