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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늦게 일 마치고 들어 왔더니 침대 위에 낯선 종이가방이 놓여 있다.
저게 뭘까.
아내가 저런 알록달록한 물건을 샀을리는 없을텐데...
호기심에 종이 상자를 열었더니
느닷없는 블랙/핑크 투톤의 속옷이다.
딸아이가 사온 옷을 안방에 두고 갔나 보다.
쑥쑥치 못한 녀석,
다 큰 녀석이 지 속옷도 제대로 못 챙기고...
그 때 딸아이가 뛰어 들며 호들갑을 떤다.
"아버지, 메리 크리스마스~ ! 그런데 제 선물은 보셨어요?"
아니 그럼, 이게...?
"그럼요~! 첫 월급 타서 산 선물이죠~!
어머닌 평생가도 이런 로맨틱한 속옷은 안사실 것 같아서 커플룩으로 샀어요~.
무지 신경써서 골랐는데, 어때요~! 멋지죠?"
"응, 그래~ 참 깜찍하구나..."
뒤따라 들어온 아내도 맞장구를 친다.
'첫월급 타면 빨간 내복 사오랬더니...내복은 아니지만 빨간색은 맞네~ !"
딸아이는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며칠 쉬더니
지가 쓸 용돈은 스스로 벌어 쓰겠다며
다음 주부터 화장품 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나갔다.
화장품 가게에서 일한지 한 달이 채 못돼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스카우트(?)를 해서
아는 사람이 사장이라는 지금의 옷가게로 자리를 옮겨
그 친구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수능 성적이 발표나자
늘 모범생이고 우등생이었던 친구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친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한의대, 의대, 최소한 치대를 거론하던 어머니는 입을 닫았고
아이도 아는 사람 만나기 부끄럽다며 일을 그만둬버렸다.
중학교 때는 주말마다 코스프레 나간다고 무던히도 속을 썩이고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그룹사운드 기타리스트 한다고 애간장을 녹이던 딸아이는
진작부터 경희대나 세종대 호텔 경영학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고 1 때는 의대를 가겠다고 학교 시험을 치를 때마다 파김치가 되곤했는데
그런 모습이 딱하기도 했고
그룹사운드 하면서 의대 가기는 현실적으로 힘이 드니
사람 좋아하고 일 벌이는 것 좋아하는 적성을 살려
호텔 경영학과로 진학하는게 어떠냐고 권했었다.
아니면 코스프레 재능(?) 이라도 살리게 의상, 의류학과로 진학하던지...
코스프레 퀸도 몇차례 하고
고1 때 학교 방송제 주연을 맡기도 했던 딸아이는 그러겠노라고 했다.
열심히 공부해 프랑스 가서 소믈리에 자격증 따와서
아버지께 멋진 와인 소개도 하겠다면서...
그런 딸아이는 수능 성적이 딱~ 자기가 공부한 만큼만 나왔다며 툴툴거린다.
남들은 수능치고 30 ~ 40 점 오르기도 하던데 자기는 평소 받던 그대로라고.
(모의고사에서 가끔 학교 1 등도 하고 했었다는...)
어려웠던 시험에 성적 떨어지지 않은 것만해도 어디냐니까
그건 그렇다며 금방 헤헤거린다.
언어, 수리, 외국어는 1등급 턱밑인데 평소 제법 잘했던 과학탐구가 3등급...
세종대는 점수가 넉넉하지만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가기에는 점수가 간당간당하단다.
(경희대 호텔 경영학과 입학점수가 그렇게 높은 줄 처음 알았다는...)
그래서 담임선생님과 상의한 끝에
이화여대 간호학과,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인하대 간호학과에 원서를 넣었다.
그러고는 등록금 제일 비싼 이대에 합격하면 어쩔거냐며 은근히 부아를 지른다.
그런 딸아이가
이제는 정직원도 그만둔 옷가게를 혼자 맡고 있단다.
대학 진학할 준비를 해야하니 새 알바생을 구하라고 독촉해도
알바생 구하면 그만두려는 것 아니냐며 못들은 체 한단다.
일 잘하는 알바생 구하기가 어려우니 최대한 잡아두려는 속셈이라나.
친구 어머니 소개로 일자리를 옮겼는데
시급은 오히려 더 줄어서 3,000 원 밖에 안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첫월급으로 받은 50 만원을 세고 또 세어본다.
코스프레한다고, 기타리스트 한다고
몇 년을 부모와 부딪치기만 하고
그렇게 쏙을 썩이던 딸아이가
어느새 저렇게 자라
세상에 조금씩 제 뿌리를 내리는구나 생각하며
침대에 걸터 앉아 선물상자를 물끄럼히 보고 있자니
별난 딸 키우며 힘들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첫댓글 이런 이야기는 그냥 속 시원하게 부럽습니다... 아이가 어린 저는.... 부러워요~^^
애를 써봐도 아이들 제대로 기르기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쏠트밀님/페퍼밀님은 아이들 정성으로 기르시니...제 딸아이처럼 속 안 썩이고 반듯하게 자라겠지요. 사는 일에 쫓겨서 아이들에게 가슴 속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아이들이 크고나니까 이래저래 아픔으로 남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수능이라는 말이 아주 생소했는데...요즘 큰아이가 보는 책들이 다 수능 어쩌구 저쩌구...왜 제가 이렇게 다 떨리는지..ㅠㅠ 장녀는 뭔가가 달라도 다르다더니....역시~~~ ^^ 제가 다 흐뭇합니다!!! 따님 서울 오면 제가 언제 초대해서 밥 한끼 정성껏 쏘겠다고 꼬옥 전해주세요 ^^ 그나저나 어여 옷자랑만 하지 마시고 어여 입은 모습도 올려주세요 =3==33333
보노님, 자두님처럼 아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키우는 분들도 흔치 않을겁니다. 저는...학원 운영한답시고 늘 꼭두 새벽에 들어가고 저희들 학교 갈 때는 얼굴도 못보고...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지요~ ^^
효녀 따님을 두셨군요! 기특하고 감사하고 그러시죠.★따님의 입시 3관왕 하셔서 행복한 고민의 덫에 걸리시길요★ 저도 3년 전 애들 데리고 수시전형 논술시험 보러 경희대호텔경영학과 이화여대 경북대 서강대 수시논술 보러갔던 생각이 나네요.
정말 너무 속 썩일 때는 다 때려 치우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는데... 그렇게 답이 없어 보이던 딸아이가 어느새 자라 저러는 걸 보면... 귀밑의 흰머리가 또는 그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구나...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하고 그럽니다 ^^
며느리 삼고 싶습니다.... 부족해 도전은 못하지만 ..............., 행복하시겠습니다. 착한 따님 두신게 넘 부러워요.....
하하하...선머스마같은 왈가닥에다 직선적이고...벅찰 때도 많고 모자란 구석도 많은 아입니다 ^^
따님의 건강한 정신은 부모님의 근면함에서 배운 것 같군요..예쁘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대학 들어가면 관리 잘 하셔야겠네요.. 남자 친구들의 장미꽃 배달이 켜켜로 쌓일 겁니다..
하하...부족한 것 투성이랍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하고 싶다고 설쳐대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딸 아이라 간호학과 보다는 호텔경영학과 쪽으로 가면 제 적성에 잘 맞을 듯 싶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철이 안들어서 속 썩이고 있는 아들녀석 하나 있답니다~ ^^
멸치를 자주 메기세요...철이 없을땐 제일 좋다네요...^^
ㅎㅎㅎ...안다미로님...재밌습니다~ 화이트님식으로 표현하자면 쌍팔년식 개그...^^
아빠가 구워준 베이컨 먹고 행복해 하던 봉숭아 손톱의 고3모습이 떠오르네요. 아이의 적성을 고려해 진로를 권유하신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고맙습니다^^ 워낙이 친구 좋아하고 일 벌이는 것 좋아하는 녀석이라...아무래도 그 길이 잘 어울리겠더라구요~ ^^
커플 속옷 입은 모습 멋드러지게 찍어서 올려 주세요~~~~~=3 =3 =3 ----------ㅋㅋㅋ
헉...다들 왜 이러시나요...(__)
조으시게따~~ㅋㅋ 커플사진 기대하께요^^*
안돼요~~^^
ㅎㅎㅎ 이젠 꼼짝없이...원서 넣고 뭐하고 뭐하고 하시려면 서울에 몇번 오셔야 겠습니다.ㅎㅎㅎ 각오하구 올라 오세요^^ 제 관할지역이 서대문입니다... 기별없이 다녀가거나 할 경우 적절하고 가혹한 응징수단도 마련하겠습니다...^^
흐흐흐... 원서는 인터넷으로 접수 마쳤구요 ^^; 면접 때는 올라가야 되는데 저는 일해야 되니까 아내가 같이 간답니다 ^^;
^^ 가슴 저리도록 행복한 선물을 받으셨네요.. 부럽습니다~ 저도..커플룩 착용 사진에 한표 ... ㅋㅋㅋ ^^*
자꾸들 이러시니 함 찍긴 찍어야 될 것 같습니다 ^^
역시 숲님의 따님 답습니다 커플사진 기대하겠습니다
허걱...다들 너무 하셈...^^
찍어라@ 찍어라! 올려라! 올려라!!! 나리님 올라오시면 연락주세요^^
화이트님...얼릉 감기약 드세여~~ ^^
화이트님 뵙고 싶어요. 근데 딸아이가 면접보고 동대문시장 가자네요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흐으으...사위는 아직 쪼끔...^^; 커플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몸 만들기에 들어 갔습니다 ^^
사진올려주세요~~ 숲님 ㅎㅎ 행복이 묻어나는 가족입니다~~ ^^ 왕 부럽습니다 숲님 ㅎㅎ
사진 찍으려면...새헤엔 몸매 만들게 헬쓰 클럽부터 등록해야겠습니다 ^^
내딸은 언제 클런지.. 부럽습니다.ㅎㅎ
세월은...강물보다 빨리 흐르더라구요~ ^^
꼬맹이 하나..언제 클까 언제 클까 하다가도.. 세상 물정 모르고 제 품에서 티격태격하는게 더 좋을때도 있고 그러네요. 저는 숲님 따님처럼 하고 싶은게 참 많은 녀석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뭘하면 좋을지 잘모르고 살았던 저보다는.. 하고 싶은게 넘쳐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민환이는 건강하게 잘 자랄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