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어린이 83]
네 머릿속엔 뭐가 들었니?
황서영 동시집 / 보다 그림
판형 국판(152*210) / 쪽수 112쪽 / 값 10,500원
출간일 2017년 3월 27일 / ISBN 978-89-97335-89-3 (74810) / 대상 초등학교 전학년
: : 책소개 : :
황서영 작가의 첫 번째 동시집. 동시로 등단한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 이제 막 첫 동시집을 냈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정성껏 키운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처럼 자신감이 넘친다. 동시집을 넘기는 내내 “자 어서 맛을 봐. 어때? 맛있지!” 하고 말을 거는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네 머릿속엔 뭐가 들었니?』는 시가 주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위로를 어린 독자들에게 건네고 있다.
: : 출판사 서평 : :
경험에서 우러나는 삶의 지혜와 감동을 담은 동시집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83번째 도서가 출간되었다. 황서영 동시인의 『네 머리속엔 뭐가 들었니?』이다.
황서영 시인은 2006년 『월간문학』에 동시 「별 하나」로 신인작품상에 당선이 되었다. 2008년에는 「조태백 탈출사건」이라는 동화로 제6회 푸른문학상까지 수상한 동화작가이기도 하다. 동시로 등단한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 이제 막 첫 동시집을 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정성껏 키운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처럼 자신감이 넘친다. 동시집을 넘기는 내내 ‘자 어서 맛을 봐. 어때? 맛있지!’ 하고 말을 거는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이의 목소리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시인의 목소리를 엿들으러 동시집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새로 이사 온 예지네/노란 고양이//
코에 점/발에는 하얀 양말//
작년에 없어진/우리 누룽지랑/너무 비슷해.//
집에 와/아무도 몰래 울었어.//
다음 날/다음 날도/예지네 가서 놀았지.//
노란 고양이 보면서/예지하고 놀았지.
―「예지네 가서 놀았지」
어린 화자의 동네에 한 친구가 이사 온 모양이다. 어쩌면 학교에 전학 온 아이일 수도 있다. 낯설어하는 아이를 위해 화자는 친구가 되기를 자처하고, 그 아이는 고마운 마음에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런데 그 집에서 화자는 작년에 잃어버린 자신의 고양이와 똑 닮은 노란 고양이를 보았다. 코에 점이 있고, 노란 몸에 발만 마치 하얀 양말을 신은 것 같은 그 고양이를 보니 자신의 고양이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집에 와서 아무도 몰래 훌쩍이는 화자의 모습이 안쓰럽게 그려진다.
어쩌면 고양이가 생각나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화자는 그 고양이를 보기 위해 예지네 집을 계속 찾는다. 그리고 어쩐지 그런 편이 더 아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노란 고양이를 보면서 예지하고 노는 순간, 그 고양이는 예지의 고양이면서도 잃어버린 화자의 고양이기도 하지 않을까? 어쩌면 낯선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민 화자가 친구에게 받은 선물 같은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아동의 목소리를 빌린 어른의 주제의식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서도 짧은 몇 문장으로 마음을 짠하게 만들고 촉촉하게 적시는 시의 묘미도 잘 살아 있다. 해설을 쓴 정두리 동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어린이를 닮은 마음 높이를 가질 수 없다면 절대로 이런 시를 쓸 수 없으리라”.
“야! 야!”/하고 길 물으심/알려 드리기 싫어져요.//
그렇다고 일부러/반대 방향/알려 드리진 않아요/그렇게 나쁜 애는/많지 않죠, 뭐.//
존댓말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제게도/기분이라는 게 있어요.//
학생도 있고 어린이도 있는데/“야! 야!”는 좋지 않아요.//
쉽지요?//
그렇게 나쁜 어른이/아닌 아저씨께/드리는 부탁.
―「그렇게 나쁜 어른이 아닌 아저씨께」
위의 작품에는 당돌하고 솔직한 아동의 고백이 담겨 있다. 대부분 많이 겪어 본 일이라 공감도도 높을 만한 작품이다. 아동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 어른들이 행동과 실천으로 채워야 할 빈 공간은 많다. 화자의 말대로 “학생도 있고 어린이도 있는데” 굳이 그런 말들을 놔두고 “야! 야!” 하며 부르는 어른의 행동에서는 아동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길을 물어보는, 다름 아닌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화자는 두 가지로 어른의 허를 찌른다. 어른이 그렇게 기분 나쁘게 길을 묻더라도 자신은 일부러 반대 방향을 알려 주진 않는단다. “그렇게 나쁜 애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당신 또한 “그렇게 나쁜 어른이” 아니라고 정의 내려 버린다. 화자의 요구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 잘못된 행동을 고치도록 상대에게 점잖게 요구하는 모습과, 위치나 나이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존중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어른보다 성숙된 아동의 모습이 보인다. 아동에 대한 시인의 믿음과 사랑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세상에서 제일 미운 사람은?」「이불 케이크」「네 머릿속엔 뭐가 든 거니?」「사춘기」「그렇게 나쁜 어른이 아닌 아저씨께」「2등」「엄마 딸」「이 말 할까 말까」「가지치기」 등의 작품에서는 아동의 심리가 잘 드러나고, 그들의 옆에 서서 편이 되어주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당돌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어른들에 대한 분노까지도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아이야말로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일 테니까.
이처럼 『네 머릿속엔 뭐가 들었니?』는 시가 주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위로를 어린 독자들에게 건네고 있다. 작품 속에 담긴 시인의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한껏 품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 차례 : :
제1부 내가 보여요?
세상에서 제일 미운 사람은? / 자전거를 타면 / 내가 보여요? / 바람이 나오는 이름 / 홍시책 / 뛰어온다 / 계단 오르기 / 까불이 / 달이 살고 있나 봐
제2부 먹구름이 따라다니면
이불 케이크 / 네 머릿속엔 뭐가 든 거니? / 먹구름이 따라다니면 / 너, 이제 큰일 났다 / 사춘기 / 뭐 하러 나왔나 / 바쁘면 어쩌나 / 자귀나무 / 한 발짝 뒤에서 / 미미 / 속마음 / 괜찮아 우산 / 풀밭에서
제3부 내 안의 별
그렇게 나쁜 어른이 아닌 아저씨께 / 까맣고 큰 / 현아랑 싸운 날 / 예지네 가서 놀았지 / 내 안의 별 / 이사 가는 날 / 처음 말한 날 / 2등 / 엄마 딸 / 어떤 때 / 따르릉 뚝 / 축—
제4부 함께 추는 춤
별 하나 / 방문 열어 놓고 잔다 / 이 말 할까 말까 / 별 보고 달 보며 / 가지치기 / 냉장고 / 달리는 수저 / 뭐래 / 쪽지 / 이런 날도 있다 / 함께 추는 춤 / 봄비 / 황금사과
[해설] 함축된 시에 담긴 푸르고 아름다운 이야기_정두리
: : 작가의 말 : :
난 말이야. 동시를 쓸 때 내가 하나가 된 기분이 들어. 아기 웃음과도 하나. 바람과도 하나. 하늘과도 하나. 땅과도 하나. 내 앞에 앉은 너와도 하나. 꼬리를 핥고 있는 고양이와도 하나. 겅중겅중 뛰고 있는 강아지와도 하나.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과도 하나. 동시를 쓰면 그래. 하나가 된 그런 기분이 들어. 넌 언제야?
있잖아, 가끔, 아주 가끔 말이야. 하나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은데 할 수 없을 때 말이야. 여기 내가 적어 놓은 동시들이 너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
이 동시를 읽으며 네가 웃으면 나도 웃지. 네가 슬프면 나도 슬프지만, 우리는 많이 슬프지 않겠지? 하나는 다 그런 거라잖아. 다 알게 되잖아. 알고 있다고?
자, 그럼 우리 하나가 되어 볼까?
―황서영, 「시인의 말」에서
: : 추천의 말 : :
가끔 어린이들을 만나 그들에게 묻고 듣습니다. 동시를 읽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둘째로 재미가 없어서. 둘 다 시인으로서 서운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동시에, 큰 책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시인이 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동시가 재미없다는 답에는 좀 할 말이 많아지려고 합니다. ‘재미있는 동시’를 만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섭섭함을 꺼내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다행히 황서영 시인의 동시집에는 정말 재미있는 동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두리 (동시인, 새싹회 이사장)
: : 작가 소개 : :
지은이_황서영
2006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에 「별 하나」로 동시 부문, 2008년 푸른문학상 새로운작가상에서 「조태백 탈출 사건」으로 중편부문 당선되었습니다. 건국대학교 대학원 동화미디어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린이_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간디자인을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러스트 공부를 하다 돌아와 한 아이의 엄마로 지내며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