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산꾼이 산을 조금씩 느껴가면서 언젠가 쉬지 않고 백두대간을 완주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까지나 희망사항이었다. 50일 이상 계속해서 시간을 내기도 어렵지만 체력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비록 10구간이지만 그것도 2구간은 국립공원으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구간이어서 8구간을 연속해서 하는 기맥종주를 하는 것이지만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시도조차 못하고 포기한다는 것은 싫어하는 스타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해보리라 결심하고 도전을 결정 한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설악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가다가 오대산 구간의 두로봉에서 갈라져 양평 양서면 두물머리까지 약167km 거리로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며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들기를 이루고 있는 맥이 바로 한강기맥이다. 주요산봉우리로는 두로봉(1422)-상왕봉(1491)-비로봉(1564)-호령봉(1560)-계방산(1577)-청량봉(1052)-삼계봉(1065)-덕고산(1125)-운무산(980)-수리봉(960)-대학산(876)-덕구산(670)-응곡산(604)-만대산(670)-오음산(930)-금물산(791)-시루봉(504)-갈기산(685)-폭산(1004)-용문산(1157)-유명산(862)-소구니산(660)-옥산(578)-청계산(659) 등이며 호령봉과 계방산 구간에서 갈라져 오대천과 평창강을 가르는 주왕지맥을 비롯해서 청량봉에서 갈라지는 춘천지맥은 소양강과 홍천강을 가르고, 삼계봉에서 남으로 갈라지는 영월백덕지맥은 태기산에서 영월지맥과 백덕지맥으로 갈라져 각각 주천강과 섬강을 가르고 금물산에서 분기되는 성지지맥은 흑천을 감싸 안는다. 이중에서 춘천지맥이 가르는 소양강과 홍천강만 북한강으로 흐르고 나머지는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강릉과 홍천 경계에 있는 두로봉을 제외하고 홍천과 평창, 횡성,양평,가평 등 5개군에 걸쳐 이어져 있는데 홍천이 이렇게 넓은 줄 처음 알았다. 난이도는 운무산-수리봉 구간과 오음산 그리고 폭산-용문산 구간이 난이도가 높았고 유명산 구간은 임도가 지루했다.
날씨는 전체적으로 흐린 날씨였는데 흐린 날씨가 완주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조망은 좋지 않았고 비는 오락가락 몇차례가 있었지만 거의 내리지 않았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비박을 하고 난 다음날의 컨디션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숙박시설을 이용했을 때보다 피로회복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기억된다. 운두령 부근에서는 눈길을 걸어야 할 정도로 아직 눈이 녹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늦겨울에서 초봄으로 초봄에서 봄으로 봄에서 늦봄 그리고 초여름으로 마치 계절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강원도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거의 참나무 계통이고 아직 진달래가 피지 않았으며 생강나무 꽃이 피어 있었다. 4일채 경기도에 다다를 무렵에서야 소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진달래가 아니라 철쭉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금물산을 지나서면 소나무 개체수가 급증하고 환속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점차 하강하던 고도는 용문산 인근에서 급격히 높아지면서 한강기맥의 대미를 준비한다. 한강기맥의 하이라이트는 오대산과 용문산이라 할 수 있다.
1일차에는 진부령에서 숙박을 하고 택시로 운두령까지 이동했는데 계뱡산 쪽으로는 데크계단이 봉쇄되었고 청량봉 방향으로도 개방이 되지는 않은 듯했다. 청량봉으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자 산불감시탑이 나오는데 산의 북면에는 눈이 녹지 않았고 모든 자연 생태는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일이 5월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뒤로 계방산과 오대산 일대를 바라보며 조만간 다시 찾아오리라 마음먹고 대장정을 시작하였다.[중략]
하루하루가 지나 마침내 마지막 구간을 남겨 놓고 있다. 청량산에서 성도형, 재붕이 성훈이를 만나기로 했다. 맛있는 김밥과 시원한 맥주가 있을 것이다. 이래 저래 힘드는 줄 모르고 단숨에 농다치 고개에서 옥산까지 오른다. 한발한발 두물머리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져 자칫 마지막에 오버하지 않을까 속도조절에 주의한다. 세 번째로 파랑새가 나타나 길을 안내한다. 다람쥐들도 눈에 띄고 나뭇가지에는 잎이 무성해져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엊그제 입하가 지났으니 여름이다.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인 청량산에 올라 일행과 만나고 남쪽으로 남한강을 조망한다. 다시 송골고개를 지나 벗고개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시원한 맥주로 갈증과 피로를 날려버린다. 이후로는 편안한 하산길이 이어진다. 343고지에서 북한강과 양평시내 두물머리가 조망되고 갑상공원(최진실묘로 유명해짐)을 지나면 남으로 길게 늘어진 내리막 능선길만을 남겨놓는다. 지난 8일동안 무탈하게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을 회상하면 자연이 허락을 했고, 우보천리라 급하게 서둘기 보다 꾸준하게 한걸음한걸음 무리하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또한 음양으로 성원해준 많은 산우님들 특히 소나무(강욱)과 오늘 이순간 함께 해주고 있는 일행들의 도움이 단비와 같이 너무 소중하다. 점점 다가오는 양평시내를 향하면서 운길산-예봉산-검단산이 우뚝하게 다가온다. 양평역과 시내를 거쳐 두물머리에 다다르니 거대한 느티나무와 나룻배 그리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여 거대한 호수를 연상시킨다. 모든 긴장이 풀려 물길을 따라 흘려보내는 듯한 편안함이 전신을 감싼다. 준비할때의 두려움, 첫발을 내디딜때의 설레임과 종주내내 사소한 부상과 위험요소를 줄이려는 노력과 선택, 가파르게 서있는 봉우리 앞에서 주춤하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금은 힘들고 어려운 길을 지나왔지만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내내 이야기 될 것이다.
첫댓글 대단한 체력이십니다..부럽슴당..
우직한 황소처럼 한발두발 힘들게 발길을 옴기는 형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힘들어 하는 형님에게 좀 쉬운길로 가쓰면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가야할 길을 힘들어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럽기 보다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함께한 7박8일간 고생많으셨고 산방기간이라 100%완주는 못했지만 완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산행기 감사드립니다.
님들이 하신 일이 절대로 헛되지 않을겁니다.정말 아름다운 영상으로 영원히 기억될겁니다.
"재용""선태" 그대들을 존경합니다.파이팅 !!!!
정말 대단합니다. 그 정신과 기백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많이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삶이 될 것입니다.
멋진 모습의 그대들을 정맥길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벅찹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7박8일간의 산행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듯 합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전에 성공하신 두분께 그간의노력에 축하드립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도전해야 이룰수있는 진리를 새겨봅니다 두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멀고먼 한강기맥 완주 축하드리며
마지막 구간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