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2020년 10월 11~13일(일~화)
참가자(5명): 운암 김종철, 이욱구, 원호 조운석, 일강 황민연, 후묵 채희묵
산행지: 설악산 공룡능선 (설악동 소공원-비선대 – 마등령삼거리- 공룡능선- 무너미고개-천불동- 비선대-소공원) 23.7km 14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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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공원, 1993>으로 우리에게 가까워진 중생대 쥬라기(2억800만년전~1억 4,400만년전)와 당시 지구를 지배했으나 지금은 멸종된 공룡들. 당시 엄청난 지각변동으로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올라오다 힘이 2% 부족해 폭발하기 전 화산암으로 굳어진 곳이 있다.
그 이후 그곳에 억겁의 세월이 흐르면서 지표면이 깎여나가고 단단한 화강암마져 눈과 비바람으로 조탁되여 만들어진 절경 설악산이 들어서 있다. 그 중 일부가 마치 가시도마뱀이라는 스피노사우루수공룡이 가시 돋친 등이나마 먼 훗날 생명체에게 알려주기위한 염원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어느 누군가에 의해 공룡능선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원이 실현되었다.
공룡능선은 설악산을 내설악의 백담사계곡과 설악의 백미(白眉)인 외설악의 천불동계곡을 빚어놓으면서 자체 능선 뿐 아니라 정상 대청봉을 필두로 화채능선, 용아장능선 등 설악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고 능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색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이면 탐방객들을 황홀경으로 몰아넣는다.
이런 ‘국립공원 제1경’을 47회 건각 5명이 의기투합해 2020년 모교 졸업 50주년을 맞아 10월 12일 장정에 나섰던 것.
무박 2일로는 신체적 부담이 되고, 코로나19로 희운각 대피소는 닫혀있어 미시령 중턱에 자리잡은 콘도에 2박(11~13일)의 베이스캠프를 쳤다. 칠흑같은 어둠속 헤드렌턴을 끼고 소공원에서 시작 비선대, 마등령, 공룡, 무너미고개, 천불동, 소공원으로 회귀했다. 귀면암부터는 역시 랜턴에 의지했다. 구도자의 자세로 나섰던 일행은 23.7km를 14시간 30분 동안 트레킹하며 기암괴석과 암봉들, 오색 단풍으로 물들인 능선의 수채화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날씨, 체력, 팀웍 3박자가 맞은 환상의 공룡능선 종주였다. 우리가 목표한 주능선인 공룡능선을 5시간 동안 걷는 동안 그렇게 하늘이 청명할 수 없었다.
체력이 준비된 5명의 47회 동기들은 이욱구 대장, 김종철, 조운석, 황민연, 채희묵 대원.
종철 친구는 마라톤, 보행, 농사꾼으로 다리를 무쇠로 다졌고, 민연친구는 마라톤, 산악트레일런 등 울트라마라톤을 밥먹듯 하는 47회 최고의 다리 소유자이며, 운석친구는 POSCO 재직시절 ‘불도저’ 박태준회장을 닮아 이번 산행을 기획하며 밀어부친 정력의 소유자이고, 욱구대장은 <47산악회>에서 가장 힘든 고정 후미대장으로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져온 등산 베테랑. 덤으로 묻혀간 필자. 일행은 마음까지 일치돼 역시 전주고 총동문회중 단결력이 최고로 정평이 난 47회 동기들임을 입증해주었다.
트레킹 내내 공룡의 기암괴석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암봉들은 오색단풍으로 물들어 그야말로 국내 최고의 능선임을 입증해주었다. 이번 같이 환상적인 공룡 산행은 더 이상 있을 것 같지 않아 다시는 공룡에 발디디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고 같이 한 모두가 결의(?)할 정도였다.
이 능선 초행인 운석과 종철은 단풍에 물든 공룡 등뼈의 모습에 감탄사 연발이다. 스마트폰을 누르며 왜 이렇게 늦게 왔는지 모르겠단다. 운석친구는 계획에 앞서 ‘국립공원 제1경이자 최고의 단풍‘이라는 말에 혹했다고 할정도로 공룡에 눈을 뜬 것. 221km 성지순례울트라마라톤 연습용으로 2011년 딱 한번 공룡 트레킹을 했다는 일강은 당시 이런 맛을 전혀 느껴보지 못하고 머리를 바위에 찐 기억밖에 없다고 술회했다. 이번 산행도 울트라 준비용이었는데 대회가 코로나로 취소되는바람에 다음 행보는 무박 지리산 종주.
필자는 50대 중반 처음 오색에서 시작, 대청, 중청, 소청, 희운각을 지나 공릉 등을 타고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수직 하산하면서 무릎 잘려나가는 줄 알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이 세 번째. 공룡능선 네 번째라는 이욱구 대장 역시 이 능선을 타며 느끼는 설악의 제일 절경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어둠속이긴 해도 수직에 가까운 깔딱을 오르는데 너무 힘들었으나 날이 훤해지면서 드러낸 설악은 이미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에 들어서 있었다.
우주선이 올라가듯 우람하게 솟아오르는 세존봉(1,150m)이 마등령권역에 들어섰음을 축하해주는 듯 했다. 나한봉(1,295m), 큰새이봉(1,285m), 중도 랜드마크인 1275봉, 범봉, 신선대(1,232m)등 공룡능선이 대청봉을 배경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의 일부로 1,100m~1,200m대 준령이다.
세존(석가모니)봉보다 훌륭해져야한다 해서 부쳐진 석가의 제자를 일컫는 나한봉, 큰새의 부리같아서 붙여진 큰새봉, 신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신선대. 하늘로 들어가는 성문같은 1275봉은 공룡능선의 지존이라서 이름이 필요없단다.
오르락 내리락이 한두번이 아니고 1275봉은 120m를 내려갔다 올라가는 등 밧줄을 잡거나 철사다리를 오르내리는 돌길로 나이가 들면 너무 힘든 능선이다. 그래도 암봉을 따라 지나가는 트레킹 코스에는 단풍이 눈을 호사롭게 한다. 인증샷을 만들어대느라고 바쁜 젊은 부부, 노년 부부, 우리 또래의 남녀그룹들... 너무 축복받았다며 만면에 희색이다.
붉은 단풍의 주전선수들인 단풍나무, 벚나무, 붉나무등이 선혈(鮮血)로 우리의 눈을 붙들고, 물푸레나무, 생강나무등이 노랑색으로 흥분하지말고 평정심을 되찾으라 주문하고, 신갈나무 등 참나무들은 갈색톤으로 이 향연이 끝나면 죽음이 밀려온다고 예고해 주는 듯 했다.
왕관봉, 범봉 등 암봉밀집지역을 지나 신선대에 올라서니 흰구름이 천불동을 꽉 메워오르는데 흰구름을 따라 공룡능선이 뚜렷해진다. 신선대는 구름을 타고 내려온 신선들의 놀이터임을 설명해주려는 이름인듯하다.
양기(陽氣)가 넘치는 공룡능선이 끝나 무너미고개로 내려서면 음기(陰氣)가 가득한 천불동계곡. 음폭, 양폭, 천당폭포는 허연 거품을 머금고 떨어진다. 떨어져서는 시퍼렇게 멍이 든 용소들을 품고 있다. 깍아지른 절벽에는 소나무들이 아슬아슬 뿌리를 박고 있고 단풍나무등이 또 한번의 오색 가을 향연을 벌이고 있다.
14시간 반의 장정을 끝내고 캄캄한 밤길에 장사항 횟집에 들렀다. 참돔회에 쏘맥으로 한 뒤풀이는 고희(古稀)의 나이에 해냈다는 뿌뜻함을 배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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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0 매표소 출발
05:16 설악산 119구조대 차량 집합(노인정 다리)
05:45 비선대
06:13 해발 491m 표지목
06:43 해발 634m 표지목
07:34 휴식
07:46 마등령 삼거리 1.9km이정목
07:49 935m표지목
08:05 1275봉과 대청봉 전망바위
08:14 마등령삼거리 1km 표지목
08:29 고개(1,075m) 휴식 (세존봉, 1,165m 처음 포착) 인근 샘터
08:54~58 1129m 표지목(금강문?)(고개는1,135m)
09:08 2010년 3월1일 사망사고 발생지점 표지판
09:11 마등령0.5km/비선대3km/희운각대피소5.6km
09:33 등로 마등령 최고 옆구리(1,252m, 마등령 정상 등 백두대간 갈림길)
09:41~52 마등령삼거리 (1,209m, 비선대3.5km/희운각대피소5.1km)
10:10 첫 나한봉 정상(1,285m)photo zones
10:19 1,279m 표지목(나한봉 구간)
10:43~54 나한봉/큰새이봉 중간 고개(간식)
11:03 1,201m 표지목
11:06 큰새이봉
11:21 큰새이봉 고개
11:59~12:30 큰새이봉/1275봉 중간 고개
12:58 1217m 표지목
13:05 1275봉(마등령 삼거리 2.1km, 무너미고개 2.8km)
13:51~14:02 휴식(상처 응급처치)
14:12 1155m표지목(고목)
14:49 1129m 표지목 (무너미고개 1.3km)
15:13 신선대
15:47~16:09 무너미 고개(1,094m, 간식)
17:08 천당폭포
17:11 양폭
17:15 양폭대피소
17:51 오련폭포
18:00 귀면암
18:50 비선대
19:30 소공원 매표소
첫댓글 사진 한장한장이 기막히게 좋네요. 과연 절경이에요. 거기에다 산행시간도 함께 올려주어 공룡능선 산행에 큰도움이 될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회춘이 따로 없습니다 젊은이에게도 당일 23..7km 는 힘겨운 거리인데 칠순에 정말 대단 합니다
덕분에 설악산 절경으로 눈 호강 했습니다 안전산행을 축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