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무모(?)하게 오른 미시령은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몰라도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채
깊게 쌓인 눈만큼이나
태고의 정적에 싸여 있었습니다
어쩌다 대간꾼이나 일부의 관광객들이
호기심 삼아 오르는 길인데다
홍수로 길이 망가져 통제를 하다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꾾겨버리게 된 것이겠지요
*
왔던 길을 되내려 가며 눈앞에 펼쳐진 골짜기 너머로
인제 북면과 서화면 사이에 솟은
매봉산(1271.1m)을 넌즈시 바라봅니다
과거 이 곳을 지나칠때 오를때나 내려갈때나
차로 이동하다보니 길만 보고 다녔던 것 같네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이 곳 심심산골의 미시령에도
철망을 둘러치게 만들었습니다
노력과 경제적인 투자에 비해
과연 제대로 방역이 이루어질지도 의심스럽지만
다른 짐승들의 활동영역도 방해를 하고 있으니
생태계 교란도 걱정이 되는겁니다
철망에 가로막혀 우왕좌왕하는 노루? 부부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거든요
약 3km의 산길을 왕복하고 산림관 휴게소로 내려와
미시령 터널로 접근합니다
'울산바위비경길'은
변칙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수 밖에 없네요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터널입구의 캠핑장 매점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잠시 머뭇거립니다
허나 제철도 아닌 비수기에
배낭을 멘 초라한 도보객을 반길리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발길을 돌립니다
생각같아선 막걸리 한 사발쯤 벌컥거리고 싶지만
세상만사 어디 내맘대로만 살 수 있던가요
참을 줄도 알아야지~!
요란한 굉음(轟音)에 시달리며
3.69km의 터널을 빠져 나옵니다
예정된 코스로 진행했더라면
저 바위 아래의 구불거리는 도로를 걸으며
울산바위를 맘껏 즐겼을텐데 말입니다
덩치 큰 울산바위는 지대는 좀 낮지만
터널 앞길에서도 그 자태를 유감없이 내보여 주기는 합니다
그 능선의 동쪽자락에는 또 다른 암봉인 달마봉이
남성의 심벌같은 바위를 곧추 세우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미답(未踏)의 장(場)으로 남겨 놓아야만 했던
미시령(彌矢嶺)입니다
뒤돌아 보노라니 더욱 애석해지네요
옥수수며 구운 감자를 사먹기도 했고
공단 감시를 피하느라 꼭두새벽에 스며들고
설악산을 종주하며 걸레봉, 황철봉을 지나
감격의 눈으로 마주했던 고개입니다
왼쪽의 상봉에 올라 태풍같은 바람에
걸음을 제대로 떼어놓지 못하고
여럿이 함께 붙들고 서 있었던 적도
신선봉에 올라가서는
여기가 금강산 제 1봉이라고 허세를 부린적도
그 아랫절인 화암사에 가서는
금강산 팔만구암자 중 첫 번째 절에 왔다고
너스레를 떤적도 있었으니
추억만으로도 흐뭇해지는 곳입니다
설악태극을 하는 사람들이
전날 밤 모란골에서 시작하여
안산, 귀때기청, 대청봉, 공룡능선, 마등령, 울산바위를 지나
하루가 지난 이튿날 아침에 해맞이를 하게 되는 달마봉입니다
이 후 태극길은 청대산을 지나 해맞이 공원에서 끝이 나지요
미시령 터널을 지나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오다 보면
휘어진 갈림길이 나타나고
다리밑을 지나면 북으로 뻗은 길이 나타납니다
두부하면 학사평마을이나
온천이 있는 척산의 초당두부가 유명하지만
길옆의 두부집도 괜찮을 것 같아 들어갔더니
예상대로 한끼 식사로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청간정 가는 길
일성콘도와 델피노 리조트가
울산바위앞을 가로막고 우뚝 서있습니다
신선봉 일대가 차츰 구름에 덮여가고 있습니다
터널을 지나고 나니 과연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의심이 생겨
약 400m 아래의 자동차 정비공장까지 내려갔다 왔습니다 ㅎ
화암사(禾岩寺)의 수바위
전국에 바위에서 쌀이 나왔다는 전설을 가진 곳이
수도 없이 많은데
절의 역사나 규모로 보아
이 바위가 쌀바위의 원조가 아닌가 합니다
고개를 넘어와 이 곳에서 천진리까지 4km라는데
가도가도 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넓은 평야지대에 전답이 들어차
산간마을 같지않게 들판을 이룬 곳도 있었습니다
개인 조각정원
돌을 다듬어 세운 조각품들이 감탄을 자아 내게 합니다
드디어 동해안 7번 도로와 만나는 천진리에서
멀리 청간정 정자를 알현합니다
관동팔경 수일경이라는 청간정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 32호로
동해안을 바라보며 설악산을 뒤에 둔 절경지로
1560년(명종) 때 지어졌던 것이라고 합니다
정자에 걸린 편액은 이승만 대통령의 글씨랍니다
죽도
천진항과 봉포항 앞바다에 떠있는 섬입니다
죽도는 송지호 앞바다에도 또 있다는군요
천진항 포구
청간정의 아야진항은 모텔시설이 많지않아 보여
속초로 내려가 잠자리를 구하려고
버스로 이동하여 시외버스 터미널앞에서 내려보니
마침 서울행 4시버스가 시동을 겁니다
갑자기 어린애처럼 집에 가고싶어졌습니다
지체없이 표를 구입하여
차에 오릅니다
동명항
저녁에는 이곳에서 물메기탕을 먹어볼까
궁리했었는데요
의도치 않게 자연의 제재를 받아
변형된 루트였지만
미시령에서 청간정까지 이어지는
'울산바위비경길'(고성 16코스)을 마쳤습니다
일단 서쪽의 경기도 김포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우리나라를 횡단하는 종주는 이루었다고 봅니다
나머지 4개구간은 해파랑길과도 겹치는 등
보너스격인 누리길이라고 생각되어
'투어'를 할 예정입니다마는
길은 늘 변수가 있는 터라
장담할 수는 없겠지요
첫댓글 요새비님, 수고 하시며 담아주신 울산바위, 내설악의 설경들, 바로 설산으로 오르고 싶게 합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막이 철책에 사슴 2마리가 황당해 하는 모습도 신기합니다.
맑디 맑은 동해안도 잿빛의 미세먼지 탓인지, 좀 안타깝습니다.
암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통일전망대까지 건강하게 멋진 마무리 하시길 응원합니다.
미시령에 올랐다가 뒤돌아서 내려오는 길은
습설을 밟으며 발이 빠지지않게 잰걸음을 놓아야 했습니다
뜻밖에 고라니?~ 노루?를 봤는데
막힌 철망을 뚫으려고 애를 쓰더군요
나머지 고성코스는 여유롭게 구경삼아 걸으려고 하는데
날씨가 변수네요
토요일은 전국적인 비 소식이 있어서요!
응원 감사드립니다
아... 이제 거의 다 가셨군요.... 정말 강행군입니다.
의지의 한국인.... 응원합니다.
이번에 아예 고성 통일 전망대 까지 가시는 건가요?
에이 무슨 의지의 한국인까지~~!ㅎ
여하간에 이번 주말에 통일전망대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와 그곳은 아직도 눈이있군요 멋지십니다
겨울과 봄사이
남녘엔
봄이 찾아와 꽃망울 터트리는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강원도 설경이 아름답슴다 조심잘다녀오세요
강원도 산골은 4월이 돼야 눈이 녹는다고 합니다
저도 어제는 근교산인 광덕산에 올라가
노루귀도 보고 봄맞이를 했습니다
염려 감사드려요
우와~ 드디어 지난주에 요새비님이 걸으신 13코스 ~ 16코스(울산바위비경길) 인제 ~ 고성 첫 구간 포스팅이군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방지용 1.2m 철망이 심심산골 눈덮힌 미시령에서 어김없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 앞 고라니 부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이지 애처롭습니다. ASF 보균 멧돼지가 아닌 다른 생태계 동물의 이동에 적잖은 문제점을 노정하는 듯 보여 더욱 안타깝습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 東進 마지막 高城구간에 들어서셨으니 지난번 말씀 드렸듯이 이제 해파랑길 東海 따라 北進만 남았겠군요. 관동8경 중 으뜸이라는 淸澗亭 오르는 길을 밝을 때 보니까 또 새롭습니다. 우리 해파랑길 단체도보 일행은 새벽 4시 반부터 46코스를 南進하기 시작하여 05:10 경에 청간정에서 日出 보고자 올랐었거든요.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를 요새비님 위치에서 보니 정말 '비경'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고성 16코스를 왜 '울산바위비경길'이라고 했는지
납득이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후로는 천진항 입구까지 지루한 차도와 동네길을
걸어야 해서 멀미가 났습니다마는
청간정에 도착하니 해맞이 명승지 답게
동해바다가 펼쳐지더군요
허나 동해바다도 미세먼지에 덮여 검푸른 파도를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관심과 칭찬 격려 감사합니다
해파랑길 46코스 청간정을 지나 고성16코스로
청간정은 관동팔경중 한곳으로 소나무숲과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정자인데
수고하셨습니다
완주를 기원합니다
건행 ~
해안에 자리잡은 정자가 옛 선비들이 음풍농월 하기에는
제격이었을 것 같습니다
응원 감사 드립니다
제가 요새비님의 강원도 평화누리길 제16코스(울산바위秘景길) 멋진 후기에 1차 댓글 달았던 시각 이후에 자세한 설명글이 많이 첨가되었군요. 청간정(淸澗亭) 내려온 후 두 장의 사진을 찍은 죽도(竹島)는 우리나라 여러 곳에 있는 듯 합니다. 10수 년 전 고교 동기들 부부동반해서 찾았었던 울릉도 + 독도 2박 3일 여정 때 샅샅이 육로 + 해상일주하면서 본 경상북도 울릉군 北面에도 죽도(竹島)가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北面도 강원도 인제 뿐만 아니라 경북 울릉군에도 있고. ㅋㅋ
니혼진(日本人)들이 다께시마(竹島)라고 부르짖는 죽도(竹島)가 외로운 섬 獨島가 아닌 울릉도 北面에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 저 죽도에는 2가구가 살고 있다 했습니다. 독도 西島에는 한 가구가 거주하고 있었고.
그렇군요!
울릉도 죽도는 이제 다리를
연결했다고 들었습니다마는
우리나라에는 같은 지명을
쓰는 곳이 꽤 많더군요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시령 옛길이 막히어있군요,
참으로 귀한
글과 영상들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감상합니다.
나머지 길도 화이팅으로 응원합니다.
강원도 길은 막히는 곳이 많네요
철원은 이길검문소
화천은 한묵령 검문소
양구는 두타연 검문소였는데
이번에는 미시령 폭설이
길을 막아서더군요
각 곳에서 변형된 길을 걸었지만 일단 동서를 가르는 횡단을 하기는 했습니다
많은분들의 응원 덕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지네요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