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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고분 냉이꽃
그건 바람만도 아니고 네 탓도 아니고
너를 안타까워하는 님 탓이다
광주 큰 애기
그 이름도 잊었지만 그 긴 생머리 모습은 또렸하다
학창 시절에 교정에서 혹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를 안 했다
그냥 봐서는 모르는데 버스라도 탈려고 빨리 걸으면 약간 거북 거렸다
어릴때 소아마비를 살짝 알았다는 소문이었다
나를 멀리 선 호기심있게 쳐다보곤 했어도 말이 없던 여학생이었다
그 흔한 차 한잔 영화 구경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친구들 간에는 씀씀이가 크다는 말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황금동에 큰 다방을 가지고 계시다는 소문이었다
나와는 유독 한자리 건너에만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나는 대학 생활이 빠듯했기에 교수님 심부름을 많이 했다
알바도 소개받고
한 번은 같은 버스를 탔길래 교수님 심부름으로 자유 반공센터와 앰버서드 호텔 가는데 함께 갈래? 했다
그땐 디자인을 실용해 보는 것이 다방 일 외엔 그리 흔치 안 했던 시절이어서
우리 미술대학생들에겐 그곳들 일은 로망의 대상이었다
흔쾌히 함께 버스를 타고 퇴계로를 지나가는데 중앙국장에서 상영하는 외화 포스터가 보이니까
올 때 자기가 그곳 구경값으로 한턱 내겠단다
미안도 했지만 처음 함께 보는 영화라서 참 신기하고 좋았다
제임스 딘 영화였는데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이
함께 영화를 보면서 그애의 긴 머리가 내 어깨에 닿아 있어서
머리 샴푸 냄새가 온 신경을 빼앗아 갔다
그땐 나도 머리를 샴푸를 사용 못했고 샴푸를 사용하는 집이 별로 없을 정도로 귀했다
평소에도 약간 금발의 갈색머리가 호기심을 끌었는데(나중에 들은 바론 순 자기 머리라고 했다)
내 어깨로 닿아있는 그 애의 머릿결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던 그 눈은 얼마나 휘둥그레져있던지
너무 당황스럽고 미안해서 "미안해 나갈까?"라고만 하고 어떻게 영화를 다 본지 모르게 영화가 끝나고 나왔다
저녁 먹자는 소리도 못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여자는 마음이 먼저 이고 몸이 따른다는데
금발에 손이 먼저 갔으니,,,
내가 몰라도 한참 몰랐다
좋은 신랑 만나 애들 잘 키워 미국 유학시키고
지금은 아들 딸 따라 캐나다로 이주해서 잘 살고 있다고 들었다
살기 바빴다는 이유로 소식 한번 못 나눈 내가 너무했다
줄리엣의 무덤에선 제비꽃이 피어나거라 했는데
너는 이다음엔 강한 냉이꽃이 되어 피기를,,,
비 오는 날엔 우산을 받쳐주는 것보다 함께 쓰고 걷기를 원한다고 하듯이
바람과 절기에 민감한 몸이 말해 주는데
마음을 상하게 한 건지 몸을 놀라게 한 건지
갑자기 따뜻한 바람이 분다 하여 너는 너의 숨겨진 봉오리를 내 보여선 안 돼
한번 더 가둘 수 있어야 해 너의 볼근 볼이 그래
바람에 너의 꽃잎이 상할까 봐
그건 바람만도 아니고 네 탓도 아니고
너를 안타까워하는 님 탓이다
<부언>
내가 한 고집으로 도랑도 집도 일구고 살아왔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비워지면서 좀 약해지는가 보다 일이 버겁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 하나를 신격화해 놓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자연 속의 하나든 뭐든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신기에 가까운 거가 들어 있으면
그것을 인간은 혼자는 외롭고 아무런 힘도 없어 정신적 육체적에 의지로 삼으려 합니다
사람 외엔 지팡이에 의지하고 다니는 생명체 보았습니까?
그래서 내가 약해져 있을 땐 더 무언가에 의지 하려하고 모십니다
내가 살고 익숙해 있는 곳이 편하고 의지되고 행복한 곳이기에
태어난 그곳에서 죽음도 맞고자 하는 거죠
My Songbird (2003 Remaster) ~ 유마님 소개 ok
https://youtu.be/cq0qnzqAFMM?list=TLGGyZpuYQPQO_4wNDA1MjAyMg
미인도美人圖
https://cafe.daum.net/musicgarden/J1QE/61532 ~ 원본보기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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