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Sweetbrier)
해당화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이 땅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노래하던 꽃나무이다. 고려사에 실린 당악(唐樂)에 보면 ‘봄을 찾아 동산에 가니/고운꽃 수놓은 듯이 피었네/해당화 가지에 꾀꼴새 노래하고’라고 하였으며, 동국이상국집의 ‘해당화’에는 ‘하도 곤해선가 머리 숙인 해당화/양귀비가 술에 취해 몸 가누지 못하는 듯/꾀꼬리가 울어 대어 단꿈에서 깨어나/ 방긋 웃는 모습 더욱 맵시 고와라’라고 읊조리고 있다. 북한의 원남 동남쪽에 있는 명사십리 바닷가 약 8km가 넘게 펼쳐진 흰 모래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이었다. 여기에는 해당화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붉게 피어있고 뒤이어 긴 초록빛의 곰솔 숲이 이어지면 흰 모래와 어우러진 옥빛 바다는 명사십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명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곳의 해당화는 너무나 유명하여 고전소설장끼전에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한탄 마라. 너야 내년 봄이면 다시 피려니와 우리 님 이번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는 내용이 나온다. 몽금포타령에 나오는 황해도 용연의 몽금포, 권력자의 별장지로 알려진 화진포 등이 모두 해당화로 유명한 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의 황해도 장산곶 설명을 보면 ‘3면이 바다에 임하였으며 가는 모래가 바람을 따라 무더기를 이루고, 혹은 흩어지며 어린 소나무와 해당화와 붉고 푸른 것이 서로 비친다.’고 하였다.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사장이 바로 그가 좋아하는 고향땅이다. 넓디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금물 투성이 모래땅에 뿌리를 묻고 산다. 피어나는 주홍빛 해당화의 무리를 마주하고 있으면 애달픈 사연을 묻어둔 여인의 넋이라도 담겨있는 듯하다. 그래서 1970년대를 풍미하였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비롯해 사랑을 노래한 우리의 대중가요의 해당화는 흔히 등장한다. 꽃이 가진 상징성만이 아니라 실로 쓰임새도 많다. 향수의 원료가 되고 꽃잎을 말려 술을 담그거나 차에 우려 마시기도 한다. 향수를 대신하는 향낭, 즉 향기나는 주머니를 만들어 차고 다닐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주로 뿌리를 쓰는데 치통과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꽃은 수렴, 진통, 지혈 및 설사를 멈추는데 쓰인다고 한다. 요즘에는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해당화들이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자 이름은 해당화(海棠花) 외에 '매괴'라고도 하는데 특별히 겹 해당화를 매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키 작은 나무이다. 그러나 깊은 산골이 아니면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높이 1m정도이며 줄기와 가지에 예리한 가시가 있고 털이 촘촘하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깃털 모양으로 7~9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으로 새 날개모양이다. 잎은 두껍고 타원형으로 주름이 많고 윤기가 있으며 뒷면은 잎맥이 튀어나와 있다. 잔털이 촘촘하며 선점이 있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새 가지 끝에 꽃대가 나오며 5~8월에 걸쳐 주먹만 한 붉은 꽃이 핀다. 늦여름에 동그란 열매가 붉게 익는다. 정원수로 키워도 주먹만 한 꽃송이가 탐스럽고 예쁘다. <미인의 잠결>이 꽃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