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골드 타워, 10층에 들어섰다. 여기까지 올라온 수는 100명. 나머지는 몬스터한테 게
임 오버당했거나, 자진 포기한 놈들이다.
물론 그 녀석들이 받은 경험치는 모두 우리에게로 돌아갔다. 이거야말로 누워서 죽 먹기,
식은 떡 먹기인 셈인 것이다! 뭐, 저 꼭대기 층의 보스를 깨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좋아! 여기까지 잘 와 주었다 제군들! 이번 목표는 20층이다!!! 대열 정비! 돌격!!!"
10분 쉬었을까? 다시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막강대전고 길원 25명은 모두 무사했지만 우리반을 제외한 다른 반 학생들은 꽤 많이 아웃
된 것 같았다.
따라나온 선생님 세분(담탱, 양호샘, 열혈샘.)도 모두 아웃된 듯 싶었다.
우르르르-
"와아아아아아앗!!!"
처음보다 기합소리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우렁찬 기합. 그나저나 10층부터 몹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을 텐데? 괜찮으려나?
곧이어 3마리의 미노타우르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금까지 10층을 올라오는 도중, 미노
타우르스를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노타우르스는 몸집만 8m에, 힘도 오우거에 몇 배에 달하고 양손에 배틀엑스를 든, 일반
중급 유저도 상대하기 껄끄러운 녀석이다. 내가 도와야 하나?
"우아악! 죽여버려! 괴물 x끼!!!"
"으아아! 밟아! 찢어! 지져! 태워!"
"삶아, 구워, 식혀, 먹어!"
...하지만 미노타우르스들을 요리하는 모습에 나는 방금까지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씻어버렸
다.
잔인한 놈들... 다구리엔 장사 없다더니. 4~5마리까진 어떤 몬스터든지 피하나 안보고 처리
하겠구만.
"야~ 정말 잘 싸운다. 정말 강해, 다들!"
세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쟤네들 레벨이 70대 정도니까. 저렙들에겐 강하게 보일 수 있었
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사마귀가 나방 잡는 꼴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밟으면 죽는 사마귀.
20층... 30층... 40층... 여기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각, 무려 20시간. 이건 타의 신기록이군.
카도라스 4년 역사상 150명의 인원이 20시간만에 골드 타워 40층에 도달했다는 것은 신기록
이었다!
뭐, 용태의 뛰어난 용병술과 지휘에 그나마 단시간 내에 오긴 했지만... 피해가 좀 컷다.
40층까지 올라온 사람은 고작 5명. 어이가 없어라~ 이건 형편없는 지휘라네~ 역시 뇌세포
가 부족한 단세포 동물에게 지휘를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용태가 길드 마스터가 되
었을까?
"하하... 피해가 좀 있긴 했지만, 오긴 왔구나. 하하!"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은, 나와 세희. 용태와 김선미(전기먹은뇬.), 그리고 후드에 얼굴을 가
리고있는 한 사내가 전부였다. 세희를 제외하면 모두 레벨 90 이상이었다. 후드에 얼굴 가린
사내에게 물어보니깐 90이라더라... 뭐,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8층만 더 오르면 보스층이다!
"자, 좀만 더 오르면 보스층이다! 제군들! 지금껏 죽어나간 145명의 동료들의 경험치를 헛되
이 날리지 않도록 하며, 반드시 보스를 무찌르자!"
"와아~"
"......"
"......"
함성을 지른 건 나뿐이었다. 갑자기 무지 x팔리는...
옆에서 전기먹은 뇬이 갈궜다.
"이 빙충아! 상황파악 좀 해라! 지금이 함성 지를 때냐?! 아유!"
... 그래, 나 빙충이다. 빙충인데 니가 보태준 거 있냐? 전기먹은 아줌마 같으니...!
내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날리는 사이였다. 앞으로 걸어나가던 용태가 갑자기 발걸음을 뚝
멈췄다.
세희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왜 가다가... 앗!"
순간, 세희도 놀라고, 용태도 놀라고, 후드남자도 놀라고, 전기먹은 뇬도 놀라고, 나만 안
놀랐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저 정체불명의 몬스터! 저것은...!
멸종위기에 직면한 천연기념몬스터 135호 좀비 드래곤이 아닌가?!
썩어빠진 살점에 뼈만 보이는 몸체, 훅훅- 거리는 숨소리가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내가 소더러 마스터가 되기 전에, 카밀리베아 대륙에서 딱 한번 본적 있었다. 2년 전쯤...
녀석의 최대 무기인, 산성 브레스는 염산과 황산을 2:3의 비율로 섞은 후, 히타늄 가스를
혼합한 것이다. 어려운 용어로 프록메타니움일산성화탄가스라고 불리 우고, 간단한 용어로
산성용액으로 불리 운다.
이거 외우느라 몇 일 시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야, 저거... 처음 보는 몬스턴데? 위험한 거냐?"
희귀종 몬스터라 용태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잘난 체나 할 겸 좀비 드래곤에 대해 설
명했다.
"좀비 드래곤. 염산과 황산을 2:3의 비율로 섞은 뒤, 히타늄 가스를 혼합한 브레스를 사용하
는, 프록메타니움일산성화..."
"닥쳐! 빙충이!"
순간, 전기먹은 뇬이 나의 말문을 막으며 내 머리를 주먹으로 박았다. 그리고 그 순간 혀가
꼬여버려 몇 일을 외웠던 좀비 드래곤의 설명을 모조리 다 까먹어 버렸다! 이, 이럴 수가...!
몇일을 외운 건데!
"빨리 끝내지. 나와 용태 선에서 끝낼 테니. 너흰 지켜보고 있으라구! 흥!"
전기먹은 뇬이 코웃음을 치며 용태와 함께 좀비 드래곤에게로 달려들었다. 이번 기회에 나
에게 무너진 자신의 능력을 어필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 드래곤 브레스에 맞으면 살이 썩어서, 얼렸다 녹인 요구르트가 되는데, 괜찮으려
나?
아무렴 어때? 저 전기먹은 뇬이 맞으면 좋겠다. 하핫!
촤아아아아아-!!!
"꺄아아악!"
"으아아악!"
...... 맞았... 네?
희생자 둘이 늘었다. 고로, 그들이 지금까지 모았던 골드 타워에서의 경험치는 나와 세희와
후드사내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무려 147명의 경험치를 갖게 된 우리.
"흐흐... 좋았어. 이정도 경험치라면 레벨 60은 만들고도 남겠어! 세희, 너는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이봐요, 후드 아저씨, 실리 좀 봐줘요."
"... 나 아저씨 아니야. 이래봬도 18살이란 말이다."
허어~ 그런가? 얼굴이 보여야 말이지~ 그나저나 나랑 동갑? 그럼 말 놔야지!
"아무튼, 실리 좀 봐줘."
"... 잠깐! 저 드래곤과 싸우려는 것인가?"
"그럼 드래곤하고 춤이라도 춰? 고스톱이라도 땡겨? 아, 나 고스톱 칠 줄 모르는구나. 포커
라면 자신 있는데."
"... 내가 한다. 넌 뒤에서 쉬고있어."
오~ 직접 싸우겠다고? 뭐, 나야 이 시대의 밝디 밝은 청소년이니까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
할 이유는 없지! 그래서 친척들이 돈주면 덥석덥석 다 받아먹고. 히힛!
나는 대답 대신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내 또래라 밝힌 검은 후드 사내는 좀비 드래곤에게 다가가며 뭐라 중얼거렸다.
마법주문인가? 로브를 쓴 걸로 봐선 대충 마법사라 예상은 했었지만...
좀비 드래곤은 후드사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으르릉 거리며 경계를 하더니 곧 그가 범위 안
에 들어오자 프록메타니움일산성화탄가스를 발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후드사내가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엄청난 회오리 폭
풍이 일어났다! 뒤로 펄럭이는 로브자락과 절묘하게 한데 어우러져 일어나는 회오리 광풍!
그 윈드 허리케인은 드래곤 좀비의 프록메타니... 어쨌든 산성 브레스를 가볍게 중화시켰고,
이어서 그 회오리가 서서히 분열되었다. 4갈래로 분열되는 허리케인 광풍!
후드사내가 앞으로 뻗었던 오른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분열된 4개의 허리케인은 빠
르게 좀비 드래곤에게로 쇄도해 들어갔다.
쐐에에에엑- 쐐에에엑!!!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좀비 드래곤이 길게 비명을 질렀고, 4갈래의 허리케인이 드래곤 좀비를 둘러쌓았다. 엄청난
바람의 기류가 드래곤 좀비의 몸에 형성되며 엄청난 장관을 연출시켰다!
대단하다! 내가 수많은 마법사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진퉁 마법은... 정말 간만에 보는구나.
"대단하다..."
나나 세희나 그 모습을 보며 이것이 컴퓨터가상공간이란 사실을 까맣게 망각했다. 이건, 가
상공간만의 가상이 아니야... 이건, 또 다른 현실!
"쿠어억! 쾌액! 쿠억아악우어엑!"
허리케인의 공, 기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좀비 드래곤의 몸체가 찢겨져 나갔다. 찢겨져 나
간 살점들은 공간에 흩어져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다.
허리케인의 위력이 사라지자, 좀비 드래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후우. 끝났군. 올라가지."
잠시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던 우리들을 깨어나게 해준 건 후드사내의 목소리였다. 그제서야
우리는 다시 타워를 올랐다.
-크크크... 잘 왔다. 인간들이여. 내 귀여운 애완 용(좀비 드래곤)을 가볍게 해치우다니, 보통
내기는 아닌 것 같군! 크크크...
어둡지는 않은 공간이었다. 원형 룸 안, 가운데 놓인 파란색 불꽃 때문인지 주위는 상당히
환했다.
그리고 그 불꽃을 기준으로 반대편에 보이는 검은 로브의 보스 몬스터.
이 골드 타워의 최종보스, 리치 킹이다. 어떻게 생겼냐고?
학교 과학실에서 인체해골표본 찾아 가지고 천원 짜리 보자기 뒤집여 씌여 봐라, 그게 바
로 리치다! 그리고 2천원 짜리 약간 고급스틱한 보자기 뒤집여 쓴 게 리치 킹이다!
아차! 세희가 리치 얼굴 보면 놀라 기절할지도...
-자, 그럼 잔말 말고 시작해볼까? 이 곳에 발을 붙인 이상, 살아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 쟤 바보 아냐? 로그아웃하면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
-크크크... 그럼 간다!!!
리치 킹의 말을 끝으로 그의 뒤, 벽에서 이상한 그림자들이 튀어나왔다. 평범한 리치 10마
리였다.
난 또 뭐라고... 가 아니었다!
"꺄악! 귀신이다!"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세희를 진정시키는 게 더 급선무다! 여기서 무섭다고 로그아웃하면
안 되는데?!
"진정해, 실리. 내가 지켜줄 테니까. 여기서 조용히 쭈그리고 앉아 있을래? 금방 끝낼게!"
"... 으응..."
후우~ 다행이다. 좋아! 그럼 사냥 시작이다! 얼라려? 후드사내는 이미 시작했군. 벌써 파이
어 윌로 리치 4마리 지지고 있었다. 저대로 구워버리면 아무 쓸모 없는 뼛가루가 되고, 삶아
버리면 쓸모 없는 곰탕이 된다. 그렇다! 리치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뼈다귀일 뿐이다!
앗! 생각났다! 지나가는 똥개한테 줘버리면 쓸모가 있지 않은가? 역시, 옛 조상들로부터 전
해져왔던 '개똥도 쓸모가 있다'란 말이 맞았어.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손을 휘휘 젖던 나는 어느새 검광진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오른손 손바닥을 검광진에 가져다대며 외쳤다.
"검진열창연격광참!"
2초 동안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지어낸 시동어와 함께 검광진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초생
달 모양의 빛은 리치 5마리를 숭숭 썰어버렸다. 아, 여기서 이건 깍뚝 썰기다. 채썰기하면
뼈가 상할 수 있거든.
이정도면 개들에게 줘도 먹기 편하겠지? 흐흐...
"아이스 애로우!"
촤착- 차창- 카캉- 카가창!
후드사내도 마지막 일격으로 리치 한마리를 보내버렸다. 둘 다 별 힘들이지 않은 상태였다.
솔직히, 너무 싱겁다~
리치킹이 말했다.
-보, 보통이상이로군! 크윽!
"넌 내가 물로 보이니?"
-크윽!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리치킹 아자씨가 갑자기 세희에게로 달려들었다. 빼꼼히 구경하던 세희가 갑자기 달려드는
해골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저, 자식이 감히 누구한테! 장차 나의 신부가 될 사람한테 어딜 감히?!!!
지잉-
-크억!
나의 검기 공격에 팔이 잘려나간 리치 킹은 움직임을 멈췄다. 후드사내의 공격이 이어졌다.
"파이어볼!"
콰아앙!
파이어볼에 리치 킹의 대갈통이 시원하게 깨져나갔다. 참 시원하게 깨진다. 박도 저 소린
못 낼걸?
쯧쯧. 그나저나 리치 아저씨~ 당신의 머리는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됐군요. 개 사료로도 못
먹일 겁니다.
나는 세희에게 다가가 물었다.
"실리.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없어?"
"괜찮아... 조금 무서웠지만 뭐..."
표정을 봐서는 괜찮지 않아 보이는데... 눈물도 찔끔했구만. 이런 걸로 울기까지 하다니.
하여간 점점 보호본능이 자극된다니깐!
이라고 적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레벨이 20에서 63으로 훌쩍 뛴 것이다! 무려 43이
나 폭렙을 해버리다니! 간만에 느껴보는 폭렙의 희열!
그나저나 세희는 얼마나 업했으려나?
"실리, 레벨 몇인지 확인해봐."
"훌쩍... 응...... 어? 65? 라고 나와있는데?"
그럼 세희는 무려 45나 폭렙을 해버렸단 말이로군. 어째서 나보다 더 경험치를 많이 받은
거지?
여성인권존중인가? 남성인권무시인가?
"어쨌거나. 즐거웠다. 나는 이만 헤어져야겠군."
후드사내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가 떠나기 전에 지금까지 궁금해 왔던 것을 물었다.
"너, 닉네임이 뭐지? 너 같은 마법사는 정말 간만에 보는군. 기억해 두고싶다."
내 질문에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곧 답해주었다.
"... 카이데스."
펄럭-
슈슉-
카이데스가 망토를 한차례 펄럭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로그아웃한 듯 보였다. 그것은
상당히 멋진장면으로 볼 수 있었으나...
"자식 되게 똥폼 잡고 나가네!"
나에겐 개x랄 똥폼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옛날에... 정확히는 2년 전.
베타 때부터 2년 동안 검사를 키워, 드디어 3차 전직 소더러가 된, 소더러A가 있었다. 이제
갓, 레벨 100에 이른 그는, 부푼 꿈을 안고 소더러의 조합스킬 발전에 모든 돈과 시간을 투
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 실패. 스킬과 스킬과의 충돌 때문에 도저히 스킬 조합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건 실의에 빠진 소더러A는, 어느 날 한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그는 소더러B였다. 그
는 실의에 빠진 소더러A에게 스킬 비 충돌 비기서를 보여주며, 자신과 함께 소더러 대량
살상스킬을 개발해 PK의 길을 선택하지 않겠냐고한다.
소더러A는 당근스럽게 대량 살상 스킬을 만드는데 협조하겠다고 했고. 1년 동안의 작업
결과, 그들은 소더러 대량 살상 스킬을 99%가까이 개발, 해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적게는 레벨 1짜리 유저부터 많게는 99까지의 유저들까지 닥치는 대로 잡
아, 스킬 실전을 행했다. 여기서 실전의 뜻은 PK를 의미한다.
그렇게 그들의 손에 죽어나간 유저들의 숫자는 무려 1만명. 동시 접속자만 백만명이므로
유저들 중, 1/100이 희생된 것이다.
[소더러A 현상금, 5백억 골드.]
[소더러B 현상금, 5백억 골드.]
[특징, 둘 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쓰고있어서 신원파악 불가. 잡아도 5백억, 신고해도 5백억.
자수해서 광명 찾자!]
1만명의 유저들을 PK한 대가는 현상금 5백억이 걸린 목이었다.
그렇게 어느 날이었다.
소더러A가 개인 연구실에서 자신이 지금껏 개발한 스킬조합을 보고서에 적는 중이었다.
그렇다.
소더러A의 꿈은 소더러의 발전이었다. 초보 소더러들에게 소더러 스킬 조합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그는 보고서 작성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작업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상대는 한명. 현상금 사냥꾼이리라...
"당신을 PK범으로 체포한다. 네 동료가 너를 신고했더군, 후후!"
"뭣?! 소더러B가?! 이럴수가!"
"자, 조용히 잡히시지!"
"그럴 순 없다!"
그렇게 소더러A와 현상금 사냥꾼의 맞짱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재수 없게도 소더러A는 잘
못 걸렸다. 상대는 마스터 레벨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깜빵에 들어간 소더러A는 아이디 정지처분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이야기에서 몇몇 사람들은 내가 그 소더러A를 잡은 현상금 사냥꾼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그 소더러A를 신고했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나는 착한 놈이니까, 사회악 뿌리
를 뽑은 것뿐.
"어서 가야지! 뭐해? 마듀라?"
세희의 목소리에 난 회상에서 깨어났다.
이곳 마도 미궁은 전에 그, 소더러A와 PK를 자주 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잠시 회상해 본
거다.
아~ 그러고보니 벌써 1년이나 지났군. 그 일이...
4년 후에 만나게 되면 두부라도 사들고 가야지.
"자, 간다, 실리!"
"응!"
마도 미궁. 50~70대 유저들이 이용하는 던젼이다. 몬스터로는 떵 개x끼들밖에 없다. 떵 개x
끼가 뭐냐고?
켈베로스.
"진광참베기!!!"
쿠콰카카캉-!!!
"플레쉬 투 스톤 오브 블레이즈!"
골드 타워에서의 폭렙으로 초렙을 넘어서자마자 견습딱지를 뗀 우리들은 중렙 던젼에서 열
렙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세희의 전투경험도 나날이 늘어, 이제는 투스킬 마법도 제법 부릴 줄 안다.
"헤이스트! 라이트 운즈!"
다가오는 족족 떵 개x끼들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희에 대한 불안감
과 두려움이 생겨났다.
이거, 세희가 마스터 레벨이 되면, 어쩌면 나를 능가하는 최고의 유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 4대 마스터들의 여왕이 되겠지? 헐~
나도 빨리 분발해야지!
"하아~ 피곤하다. 오늘 하루 4업 했어."
나는 3업 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세희 하고 레벨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겠는데?
"이제 그만 샤워하고 자야지. 벌써 새벽 4시야. 듀라야, 나중에 1시에 보자."
"그래, 그만 쉬어."
"응! 바이바이~"
세희는 그렇게 손을 흔들며 로그아웃했다. 하아~ 정말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앙증맞고
애교스럽고, 청순, 가련, 고귀, 청초, 애잔이란 말이 모자랄 정도라니깐.
나의 공주님~ 안녕히 주무셔요~ 하하핫!
"저, 마듀라씨, 맞습니까?"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상대를 바라보자 웬 10대 중반의 외모에 기사복장을
하고있는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식~ 예쁘게 생겨먹은 게 기생오라비가 오야붕 할만
하게 생겼다.
너 같은 자식이 커서 여자들 따먹고 다니는 바람둥이가 되는 거야! 이 사회의 악 같은! 에
라이 악의 뿌리! 여자의 적! 죽어라 x자식! 아우!!! 난 지지배 같은 남자들 보면 열이 뻗쳐!!!
어쨌건 상대가 나보다 어려 보여 나는 그에게 반말을 했다.
"마듀라 맞는데?"
"찾았군요. 연합길드에서 온 전언입니다. 마스터께서 뵙고싶어 하십니다."
... 연합길드에서 온 전언? 마스터가 뵙고 싶어한다고? 마스터라면... 술따러?
길드 연합.
약 1년 전에 만들어진 길드로서, 길드 마스터는 마스터 레벨에 이른 소드 마스터이다. 나하
곤 조금안면이 있는 사이다.
닉네임 술타르. 일명 술따러.
현재, 카도라스에 나와 호적세를 이루는 또 한명의 4대 마스터이다. X나 밥맛없는 놈이니
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신경 끄도록 하자.
"간만이군, 마듀라..."
"... 안녕했나?"
서로 성의 없는 인사치례를 끝으로, 그가 먼저 용건을 꺼냈다. 내 성격 잘 알기 때문에 일
처리를 빨리 끝내려는 것이다.
"우리 길드에 들어와라."
"대답은 알고있겠지?"
"물론이다. 거절할 것이라는 거. 특별히 길드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정보통
에 의하면, 막강대전고라는 길드에 가입했다는 소문이 있었데?"
역시, 연합길드 정보력은 무시할 수 없군! 하긴, 주위에 스토커들이 엄청 따라붙으니까...
"개인적인 일엔 간섭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또다시 1만 유저들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 말이지."
술따러는 내가 1년 전의 PK범이라는 걸 알고있었다. 나도 한때 5백억이라는 현상금이 걸
린 놈이었으니까.
그때, 나는 술따러와 협상을 했었다. 내 동료 소더러A의 행방을 알려주고, 5백억 골드를 내
주는 대신, 나의 수배는 무효로 해달라고... 뭐, 나야 소더러A를 이용해 스킬을 꽤 익혔으니
까, 난 충분히 이득을 본 것이다. 어쨌건, 술따러는 흔쾌히 그것을 승낙했다. 마침 그도 길드
를 세우는데 자금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녀석은 그것을 빌미로 나를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길드에 들어오지 않
겠다면 카도라스 대륙에 발붙이기 어렵다는...
"과거를 빌미로 나를 이용하려는 속셈, 소용없다."
"훗!"
나는 그만 자리에서 돌아섰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술따러,
저 녀석하고 같이 있으면 재수가 없어! 기지배같이 생긴 게 머리는 또 길어 가지고...
마스터 응접실을 나서려는데 술따러가 말했다.
"네, 옆에 있던 그 아가씨...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더군."
"......!"
순간, 난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녀의 얼굴에 상처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거야."
"... 세희, 아니 실리를 건드릴 시에, 연합길드는 박살이다."
상대에 대한 경계심에 나도 모르게 살기가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그는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태연하게 말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두고 보면 알겠지?"
서로 한치의 흔들림 없는 기세였다.
아침밥은 김치찌게, 밥, 잡채뿐이었다. 단촐한 아침상이다.
집엔 나와 어머니뿐. 어머니는 아직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늦잠 주
무시려나보다.
그리고 아버지는 계시긴 하지만 일 때문에 1년에 2~3번 정도 눈에 띈다. 거이 회사에서 살
다시피 하는 분이라, 요즘엔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있다.
쏴아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후, 나는 내 방에 들어가
px헬멧을 착용하고 침대에 누운 뒤, 카도라스에 접속했다.
[아이디:sss0226/비번1:*********/비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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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따러하고 이야기할 때면 무슨, 뜨뜻미지근한 조직액션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연출
되곤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
"거래는... 이걸로 끝내도록 하지."
"그럴 수 있을까? 너는 우리 조직에서 나갈 수 없다."
"나갈지 안 나갈진 내가 결정한다."
"잠깐! 너는 지금 이 자리에서 떠나는 순간, 우리, 1만 2천 조직의 적이다. 배신자란 말이
다."
캬~ 정말 진지한 어투와 대사가 아닌가?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내가 저런걸 했다는데, 어
우~ 닭살!
위의 대화가 현실상에서 이루어진다면 아마 이럴 것이다.
"거래는 이만 끝내자!"
"누구 맘대로? 넌 우리 나와바리에서 못 나가!"
"내 맘이야!"
"야! 너! 거기 선 넘으면 우리 애들 1만 2천명의 사시미가 뱃때기를 그어버릴 것이다!"
... 이렇게...
참고로 이 소설은 코믹/러브/액션/판타스틱/어드벤쳐 파노라마이기 때문에 진지는 개나 줘
버린지 오래다. 아, 내가 지금 무슨 쓸데없는 잡생각을?!
어쨌거나, 지금 내 용병 클래스의 레벨은 66이다. 그리고 세희는 클레릭 클레스 레벨 69다.
똑같이 레벨 업을 시작했는데 레벨이 무려 3차이나 난다. 이건, 카도라스 운영자들의 음모일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 유저에게 경험치를 더 준다든지 하는...
어쨌거나 3차이 이지만, 80을 넘어서 고렙 존에 들어가게 되면 레벨업이 힘들어지기 때문
에 지금 레벨 밸런스를 맞춰 놔야했다.
그럼 나 혼자 미궁으로 출발! 세희가 돌아올 1시까지는 3업을 하고 말자!!!
첫댓글 쿠오오오오 재밋다아!!!!<표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