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가 달 만드는 법
ㅡ삐걱대는 바퀴 때문이었네.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네모를 끌고 온 말괄량이
리호
보름달을 만들려고 사탕수수밭으로 갔다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 부풀린 엉덩이를 보인 후 출입문을 통과한다
수면양말 한 켤레를 훔친다 빨리 잠들어야 해 운석이 부활할지도 몰라 럼주는 닥터 K에게 맡기고 메리 메리 잠이나 자자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고
묵주에서 산타의 주소가 싹틀 때까지
눈을 만들까 뿔을 키울까
네모난 달이 뜬다 삐 소리를 내는 뾰족한 말괄량이
졸다 걸린 직각이 자꾸 달콤한 소리를 냈다
눈꼬리가 올라간 사람들은 왜 네모난 책상만 고집하는지
잘 닦인 칠판에 허스키 분필 반듯한 하품에 뾰족한 웃음
네네 절절 꾸벅 아삭 매끈하게 인사하는 거북목 교정기를 차고
내일도 말괄량이를 쓴다
-해적의 후손, 바퀴 때문이었지
부활한 보름달이 뜬 날 수면양말을 신고 사탕수수밭으로 간다
네모들을 불러 둥글게 잠드는 법을 가르쳐 줬다
ㅡ『시인수첩』(201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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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호 : 1969년 경기도 전곡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4년 《실천문학》이 주관한 제3회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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