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이 떠나버린 허무한 자리를 채울 판타지영화들이 도착한다. 마법의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찰리와 초컬릿 공장>, 마법학교의 네번째 이야기 <해리포터와 불의 잔>, 마법의 옷장으로 들어가는 <나니아 연대기>. 세 편의 판타지 거함에 미리 오른다.
기브 미 초콜릿!
<찰리와 초컬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감독 팀 버튼ㅣ원작 로알드 달ㅣ각본 존 어거스트ㅣ출연 조니 뎁, 프레디 하이모어, 데이빗 켈리, 헬레나 본햄 카터, 노아 테일러, 크리스토퍼 리ㅣ촬영 필립 루셀로ㅣ음악 대니 앨프먼ㅣ프로덕션 디자인 알렉스 맥도웰ㅣ의상 가브리엘라 페스쿠치ㅣ국내 개봉 9월 예정
어른들의 판타지란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다. 복권 당첨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옷도 사고, 여행도 가고…. 갖고 싶은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걸 살 수 있는 돈을 원한다. 그럼 아이들의 판타지란 무엇일까? 아이들은 갖고 싶은 것 그 자체를 원한다. 인형, 게임기, 운동화, 색연필…. 하지만 매일 멀건 양배추 수프를 먹는 가난한 어린이라면 초콜릿 같은 맛있는 간식이 간절할 것이다. <찰리와 초컬릿 공장> 주인공 찰리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다. 착하지만 가난해서 초콜릿은 생일에만 먹을 수 있다. 하루 두 번, 학교 가는 길과 집에 오는 길에 지나치는 초콜릿 공장에선 달콤한 향기가 폴폴 새어 나오고 초콜릿을 먹을 수 없는 찰리는 향기를 흠뻑 들이 마시며 황홀감에 젖는다. 매일 밤 찰리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잠이 든다. 저 거대한 초콜릿 공장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괴짜 초콜릿 제조업자 윌리 윙카는 윙카 초콜릿 바에 감춰진 황금 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베일에 싸인 공장을 공개하고 초콜릿 제조 과정을 밝히겠다는 깜짝 선언을 한다. 1년에 단 한 번만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찰리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착한 어린이에겐 복이 오는 법. 찰리가 다섯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꿈에 그리던 공장을 방문한 찰리는 입이 딱 벌어진다. 초콜릿 폭포가 흐르고, 설탕 보트를 타고 초콜릿 강을 건너면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풀이 자라는 수풀이 있으며, 덤불 속에선 머시멜로 체리 크림이 익어간다.
자, 조용히 눈을 감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자. 과자로 만든 집이 입 안을 흥분시켰던 <헨젤과 그레텔>을 읽었던 시절로. 그림은 떠올려 보지만 흥분은 되질 않는다고? 당연하다. 이제는 어른이니까. 하지만 팀 버튼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 “로알드 달은 누구나 겪었던 어린 시절의 일들을 생생히 그려놨다. 그의 책을 읽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팀 버튼 감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수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윙카의 초콜릿 공장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오색찬란한 빛깔뿐 아니라 초콜릿의 끈적임과 단내까지.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조니 뎁과 호흡을 맞췄던 프레디 하이모어가 주인공 찰리를 연기하고, 팀 버튼의 영원한 페르소나 조니 뎁이 괴짜 아저씨 윙카로 출연한다. 역시 대니 앨프먼이 이 판타지에 황홀한 선율을 더한다.
2차대전이 선물한 판타지 킹
로알드 달
“머리에 기념비적인 한방을 맞고” 판타지 킹이 된 판타스틱한 인물. 영국 웨일스 태생의 로알드 달은 글을 쓰기 전 쉘 석유회사의 아프리카 지사에서 일하며 판타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살았다. 그러다 2차대전에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이집트에서 머리 부상을 당해 판타지의 세계에 입문했다. 1964년에 첫 출간된 <찰리와 초컬릿 공장>은 전 세계 32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 40년 동안 1천3백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마틸다> 등의 대표작이 있다. 한승희 기자
해리의 아슬아슬 사춘기
<해리포터와 불의 잔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감독 마이크 뉴웰ㅣ원작 J.K. 롤링ㅣ각본 스티브 로브즈ㅣ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 엠마 왓슨, 랠프 파인즈, 게리 올드먼, 미란다 리처드슨ㅣ촬영 로저 플랏ㅣ음악 패트릭 도일ㅣ프로덕션 디자인 스튜어트 크레그ㅣ의상 제니 테미니ㅣ국내 개봉 12월 예정
아이들은 빨리 큰다. 영화도 빠르게 편수를 늘려간다. J.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집필 속도를 앞지르며 <해리포터>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고, 영화가 요구하는 성장보다 아역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 엠마 왓슨은 너무나 무럭무럭 자라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11월 추수감사절, 한국에서는 12월 겨울방학 시즌에 개봉할 네 번째 <해리포터>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사춘기에 접어든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질풍노도를 그린다. 세 친구에게 첫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그와트에서는 댄스 파티가 열리고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누구와 파트너를 할지 고민스럽다. 해리는 신비한 동양 소녀 ‘초 챙’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고, 론은 친구로 지내던 헤르미온느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가 거절당한다. 교내지 ‘예언자 일보’가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좋아한다고 발표하자 끈끈했던 우정이 질투와 경쟁심으로 얼룩진다. 한편 호그와트와 외국 마법학교가 실력을 겨루는 트리위저드 토너먼트에 학교 대표로 해리가 뽑힌다. 이제 4학년인 해리는 7학년 선배 세 명과 함께 위험천만한 결투를 치른다.
원작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종문제와 계급문제 등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이 전면적으로 다뤄지며 권위에 대한 도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어린 독자들이 읽기에 지나치게 폭력적일 정도로 싸움은 격렬하게 전개되며 이는 전편에 비해 더욱 화려해질 스펙터클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캐릭터, 이야기, 볼거리 등 여러 측면에서 연출자의 개입이 과감하게 요구되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모나리자 스마일>같이 여러 캐릭터가 촘촘한 드라마를 엮어가는 영화 뿐 아니라 TV 드라마 <영 인디아나 존스>에서 스릴러와 액션 감각을 뽐낸 마이크 뉴웰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시리즈에도 새 얼굴이 많이 등장한다. 한때 보아가 거론되기도 했다는 초 챙 역엔 3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친 케이티 룽이 캐스팅됐고, 랠프 파인즈가 볼드모트로, 새로 부임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교사로는 브랜든 글리슨이 출연한다. 하지만 세 주연배우의 변해가는 얼굴을 예고편에 전격 등장시킨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마법학교에서 성장해가는 세 친구의 마음 속에 펼쳐지는 심리적인 판타지에 가장 큰 관심을 둔다.
판타지계의 빌 게이츠
J.K. 롤링
<해리포터> 시리즈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부럽지 않은 갑부가 된 J.K. 롤링이 지난 1월 세 번째 아기를 출산했다. 7월 16일에는 여섯 번째 <해리포터> 시리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출간했다. 롤링은 정부 생활 보조금으로 살던 가난한 이혼녀에서 현재의 성공에까지 이르렀고, 어린이들에게 그는 셰익스피어보다 위대한 작가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 55개 언어로 전 세계 220개국에서 2억만 부 가까이 팔렸으며 롤링은 시리즈 마지막 권인 7권의 마지막 장을 집필해 놓았다고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승희 기자
그곳은 옷장 안에 있었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 The Wardrobe>
감독 앤드류 애덤슨|원작 C. S. 루이스|각본 앤 피콕|출연 틸다 스윈튼, 루퍼트 애버릿, 짐 브로드벤트|촬영 도널드 맥엘핀|음악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프로덕션 디자인 로저 포드|의상 아이시스 뮤젠든|국내 개봉 12월 23일 예정
대부분의 환상 동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옛날 옛적, 심심한 아이는 어느 날 다른 세계로 통하는 비밀의 입구를 발견한다….”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필리파 피어스의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L.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가 그랬다.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역시 그 뿌리 깊은 전통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피터, 수전, 에드먼드와 루시 네 남매는 전쟁을 피해 디고리 교수의 시골 저택에 머물던 중 나니아 왕국으로 통하는 마법의 옷장을 발견한다. 목신과 요정, 난쟁이, 말하는 동물들과 산타클로스가 행복하게 어울려 살던 나니아 왕국은 사악한 하얀 마녀의 저주로 인해 영원한 겨울 안에 갇혀 있다. 오래된 예언에 따르면 왕국의 희망은 위대한 사자 아슬란과 네 명의 꼬마들에게 걸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슬란이 돌아온 그날,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지난 50년간 29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8,500만 권 이상이 팔렸던 밀리언셀러 <나니아 연대기>는 이상하게도 그 유명세와 달리 한 번도 스크린에 등장한 적이 없다. <나니아 연대기> 중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캐스피언 왕자와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은의자> 세 편만이 TV 영화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여타의 작품들과 다르게 함축적인 알레고리로 간결하게 표현된 나니아 왕국의 신비로움이 이미지로 옮겨지기엔 상상력과 기술력이 동시에 갖춰지지 못해서였을까. 파라마운트에서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던 이 프로젝트는 2001년 디즈니의 손으로 건너가면서 비로소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슈렉>의 앤드류 애덤슨이 메가폰을 잡고, <컨택트> <반지의 제왕> 시각 효과를 담당했던 웨타디지털이 캐릭터 초기 디자인을 담당하며, <가필드>의 시각효과 팀 리듬앤휴즈가 실질적인 특수 효과를 맡았다. 애초 니콜 키드먼이 거론됐던 하얀 마녀 역엔 <올란도>의 주인공 틸다 스윈튼이 캐스팅됐다. 치열한 오디션 끝에 선발된 어린 배우들은 막 책장에서 튀어나온 듯 페번시 가의 네 남매를 꼭 닮았다. 다만 사자 아슬란 역의 목소리 주인공은 <트로이>에서 아가멤논을 열연했던 브라이언 콕스인지, 혹은 <배트맨 비긴즈>의 리암 니슨인지 아직까지 소문만 분분하다.
영화의 대부분은 철저한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틸다 스윈튼은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차별화된 비주얼에 대해 "매우 고전적이고 시네마틱한 방식"과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3D 테크니컬러"로 표현됐으며 "500명의 배우들이 7,000명으로 늘어나는 식의 특수 효과는 배제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신화와 성경과 인간사가 뒤엉키며 선과 용기의 위대한 승리를 역설하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지나치게 판타스틱하지 않은, 또한 지나치게 인간적이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디쯤의 이미지를 보여 주지 않을까. 12월 23일 <해리포터와 불의 잔>과 함께 개봉하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벌써부터 수많은 나니아 폐인들의 초조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판타지 문학의 대부
C. S. 루이스
옥스퍼드 대학 영문학 교수 C. S. 루이스는 현대 환상 문학의 아버지 로스 맥도널드에 심취해 동료 교수 J. R. R. 톨킨과 함께 ‘암시’라는 모임에서 환상 문학을 연구했다. 1950년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시작으로 기독교적 세계관과 아름다운 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된 나니아 왕국 연대기를 총 7권에 걸쳐 집필했다. 시리즈 마지막 편인 <마지막 전투>는 영국의 권위 있는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김용언 기자
첫댓글 님아 저한테 태클걸필욘없잖아요... 님도 중복이라고 하면 기분나쁘면서....ㅋ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보다 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