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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즐거움이,
지속가능한 문화로
김승일 | 시장문화기획자, ㈜시장과사람들 대표
취재, 글 : 김문영 / 사진 : 김승범 / 자료사진 : 길동복조리시장상인회
직원 평균 나이 28세, 문화 기획을 통해 사회 변화를 꿈꾸는 청년들이 모였다. 다양한 세대가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맘껏 펼치는 장을 마련하는 최게바라 기획사, 2013년 29세 청년 최윤현 대표가 자신의 별명이자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에서 이름을 따서 만든 문화기획사다. ‘어제 상상하고 오늘 기획하며 내일 실행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미래를 희망한다”는 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은 물론 인간관계와 꿈마저 포기하는 5포 세대에서 이제 포기할 것도 없다는 엔포 세대 청년, 학업과 진로, 이성 문제로 방황하는 청소년, 황혼을 맞는 노년 세대까지 아우르는 행사 기획으로 통념을 뒤집는 유쾌한 행보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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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시장맨!
수원못골종합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상인 출신으로는 시장문화기획자 1호로 활동 하고 있다. 다른 길로 가고 싶어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지만, 유난히 사람 좋아 하는 나를 아들처럼 키워준 시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제 나는 어딜 가나 ‘시장맨’으 로 통한다. 나의 고향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못골시장은 조선 정조 임금의 명으로 생긴 ‘팔달 문시장’에 기대어 생긴 아홉 개 시장 중, 맨 끝에 간신히 붙은 이름도 없는 시장에 불 과했다. 그러나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인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만났고, 이제 팔달문 일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시장으 로 거듭났다. 당시 나는 청년장사꾼으로서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상인 큐레이터로 ‘못골 온에어 라디오스타’ 디제이, ‘상인밴드’ 보컬 등으로 활동하면서 시장문화 기획 에 서서히 눈을 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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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스미고, 즐기고
처음엔 장사하랴 상인회 총무하랴 기획프로그램까지 꽤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막상 나서보니 우리 시장이 이렇게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가득한지 미처 몰랐다. 그 동안 얼마나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혼자보다 여럿이 어울려 놀이하 듯 일하는 즐거움은 커져갔고, 무엇보다 우리 시장의 변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못골 시장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활기가 넘치니, 매출도 올랐다. 문전성시 프로 젝트가 끝났을 때, 이제 우리 힘으로 시장을 이끌자고 결의했다 . 수원시, 문화재단 등 다양한 공모사업에 참여해 2억 정도까지 끌어올 수 있었다. 못 골시장은 상인과 고객들이 시장문화에 스며들고 이를 즐기면서 자생력을 갖춘 셈 이다. 이런 과정을 지나면서 보람과 희열을 느꼈고, 2012년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 ‘㈜시장과사람들’을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회사의 신조는 ‘사람을 품은 시장, 사람 향 기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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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공동체가 핵심
‘시장문화’는 ‘시장공동체’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데, 상인들이 라디오나 밴드, 기자 단, 합창단,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털고 활력을 찾는다. 그런 활동 이 즐거워지면서 서서히 상인 90명 중 30명, 두 집 걸러 한 집이 동참하고 소통과 협 조는 자연스럽게 활성화되었다.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 시장 활성화의 기본 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못골시장을 떠나 마포나루상권 활성화 사업을 비롯하여 공주 산성시장, 조 원시장, 구매탄시장, 미나리광장시장, 남문패션일번가, 양평 맑은물시장, 평창 올 림픽시장 등 전국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다. 지금은 서울형 신 시장사업 5개 시장 중 길동복조리시장 단장으로 선정되어 3년간 프로젝트를 이끌 고 있다. 이곳에서도 상인과 주민이 참여하는 난타 동아리, 라이댄스, 신바람 생생체조, 동아 리 복조리 기타, 캘리그래피 강좌, 주민을 위한 길복공방 등을 열었다. 놀이를 함께 하면서 상인끼리 알아가고 결속하니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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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상생의 길이 있다
나는 시장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 풍향계’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사고팔지만, 온갖 사람 이야기가 바람처럼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대통령 후보든, 국회의원 후보든 앞다투어 시장을 방문하지 않는가. 그러나 1988년부터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시장은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열악하다.
재작년 5월 초 길동복조리시장에 왔을 때,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아늑했다. 서른여덟 청년이 시장 프로젝트 담당자로 오자 상인들 중 일부 어르신들이 못 미더워했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차츰 신뢰하시고 협력하셨다. 그 결과 지난 10월 23일, 여수엑스포에서 열린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전국 75개 시장 중 길동복조리시장이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상인공동체 활동이나, 온누리상품권 유통, 상인 질서의식, 시장 분위기, 발전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경제, 지역 상권의 중심인 시장이 사라지면 그 지역 상권은 물론 지역경제 축이 무너진다. 전통시장 상인이 대략 30~40만 정도, 대형마트 근로자보다 훨씬 많다. 그들이 고용불안, 부도 등으로 무너진다면 서민 경제, 삶이 휘청한다. 시장에 ‘상생의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