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그 누구보다도 귀가 너무 얇아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일하면서 매일 마주하는 거대한 고통의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마술의 탄환을 찾고 또 찾고 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질병을 치유해 주려는 이타적인 소망 때문에 제약회사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 제약회사 세일즈맨들은 아무리 의심이 많은 의사라 해도 별 힘들이지 않고 주무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의사들은 이처럼 무분별하게 동조하고 밑도끝도없는 낙관론으로 새로운 의학적 기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지만, 그러한 기술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해서는 가장 나중에 생각한다. 그 어떤 기술의 안전과 관련된 데이터가 확보될 즈음이면 이미 수백만 명에게 그 기술이 시행된 이후다―의학은 그때야 비로소 경마에서 엉뚱한 말에 그 많은 돈을 투자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제약회사들은 전략을 바꿨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약품이 질병을 ‘치유’한다는 주장을 거두고 질병을 ‘예방’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지난 30년 동안 의사들이 즐겨찾은 예방 기술은 호르몬대체요법이었는데, 고령의 여성들은 가장 보편적인 질병예방 기술의 대상자가 되었다. 호르몬대체요법이 고령의 여성들에게 준 도움은 거의 신화적이 되어 ‘20세기 최고의 예방의학’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우리 신체의 신비한 능력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의학은 아무 곳이나 건드려 보는 단순무식한 도구일 뿐이다. 동굴에 사는 원시인에게 슈퍼컴퓨터를 고쳐달라고 한다면 그는 아마 몽둥이로 때려부수는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다. 이것도 정확한 비유가 되지 못한다. 아무리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일지라도 혼란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즉 스스로를 치유하는 우리 신체의 신비한 능력을 흉내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학적 해결책들은 단순하고 원시적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 신체에는 매우 정교한 생리기전들이 존재한다. 모유에는 아기에게 감염에 맞서 싸우는 능력을 주는 항체가 포함되어 있다. 모유는 생후 1년 동안 시력에 관여하는 뇌의 성장을 완성시키는 성분도 포함되어 있음이 알려졌다. 그리고 뇌에는 필요할 때 불안을 감소시켜 주는 호르몬도 존재한다. 여성들이 임신중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은 파트너와의 섹스를 더 오랫동안 했을수록 줄어든다는 새로운 증거들도 있다. 이것은 섹스 파트너의 정자 속에 어떤 성분이 있어 여성과 임신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는 의미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약이라 해도 이와 같은 정교함에는 훨씬 못 미친다.
의학은 자연이 불완전하다고 전제할 때가 많다. 망가진 곳들을 고쳐놓으려고 이곳저곳 건드리면 오히려 섬세하게 조절된 균형이 깨지고 처음보다 문제를 더 많이 만들거나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신생아의 출혈성질환을 방지하기 위해 주사하는 비타민K가 그 예다. 영국 브리스톨의 아동건강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비타민K 주사가 아동들의 암발생 위험을 2.5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본문 중에서
접어보기
출판사 리뷰
현대의학의 이면을 뒤집어보다
* 콜레스테롤수치가 심장질환의 원인인가?
* 예방접종으로 질병이 없어지고 있는가?
* 산전검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과연 기적의 치료제는 있는가?
이 책에는 우리가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현대의학에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이 있다.
현대의학은 인류에게 장수라는 인생 최고의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40세 안팎이었지만 이제 선진국에서는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고 있다. 현대의학이 주는 긍정적인 면이다. 사물에는 여러 가지 면이 있는 것처럼 현대의학에도 그늘과 어두운 면도 함께 존재한다.
https://youtu.be/guFAVNzuV68
이 책은 현대의학이 밝히지 못했고, 심지어 감추려 했던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밝혀주는 책이다. 의사가 하는 말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환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간 의사에게 들었던 말 중에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어떤 것인지 하나씩 밝혀나갈 것이다. 현대의학이 너무나 철저한 과학적 근거 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현대의학이 맹목적인 신념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병원에 가면 이제는 의사의 청진기보다 상상할 수도 없이 복잡한 기계들이 우리에게 질병의 병명을 붙여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의사는 자신의 무지와 그에 따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것은 그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뭔가 취할 방법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위장관의 문제임이 분명한 증상에다 ‘꽉 끼는 바지 증후군’이라 이름 붙이고, 부모가 제대로 먹이지 못해 문제가 생긴 영아에게 ‘주스 과다섭취 증후군’이라고 부른 것 등이다. 가려움증은 원인도 찾지 않고 ‘긁음/가려움증후군’이 되었다. 대형 병원에 갔을 때 검사 몇 가지는 기본이다. X-선 검사, CT 촬영, MRI 등은 그나마 귀에 익숙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검사장비가 즐비하다. 이제 의사들은 문진이나 촉진이나 청진기로 심음, 폐음을 듣는 대신 몇 가지 검사용지를 내민다.
우리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리인 양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의사가 하는 말 가운데 진실이 아닌 것들이 섞여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우리가 언제 의사를 찾아야 하는지, 의사의 충고를 무시해도 좋을 때는 언제인지를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게 돕기 위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책은 불필요한 치료나 위험한 처치, 실제로 환자도 되기 전에 해가 될 수 있는 예방법을 말없이 받아들이는 고분고분한 환자에서, 의사에게 명확히 질문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진단방법과 예방법, 치료법을 찾아가는 현명한 환자가 되게 적극적으로 돕는 책이다.
접어보기
추천평
현대의학은 지금 어디에나 존재한다(omnipresent). 현대인은 삭막한 병원에서 태어나 아플 때마다 수시로 병원을 찾는다.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첨단 기계에 의존한 채 생명을 연장하다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처럼 현대의학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다. 불과 수십 년 만에 40세에도 미치지 못했던 평균수명을 100세를 바라볼 정도로 연장시킨 공로가 바로 현대의학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과연 만병통치일까(omnipotent)? 현대의학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혹시 우리 몸을 더 해치고 있지는 않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현대의학의 가장 큰 단점은 기계적인 진단 속에서 인간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세균이 발견되면서 수십만 년간 인류를 괴롭혀오던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질환은 특정한 원인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특효 치료가 있다는 개념이 생겼다. 이로부터 비롯된 현대의학의 미시적 관점은 특정 질환에서 특정 원인만을 찾으려고 하는, 인간이 배제되고 기계적인 치료가 제공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세균이나 특정한 원인에 의해 병이 생긴다는 것은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론이지만, 150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낯선 가설이었다. 고대 이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질병은 대체로 몸 전체의 균형이나 조화와 관련된 문제였다. 18세기 중엽까지의 서양의학은 오늘날과는 달리 동양의학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유래된 서양의학은 네 가지 체액의 균형 여부가 건강과 질병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히포크라테스 의학 이론의 요체인 ‘4체액설’이 그 핵심이다. 4체액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혈액, 점액, 흑담즙, 황담즙 등 네 가지 체액의 균형과 조화가 잘 유지되는 것이 건강한 상태며, 이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는 학설이다. 당연히 병의 치료보다는 예방과 식이요법 등을 강조한다. 음양의 조화와 섭생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동양의학과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
환자의 치료도 넘치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 것이 중요했다. 네 가지 체액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시키는 데 치료가 집중된 것이다. 혈액이 부족하다고 진단되면 혈액을 만든다고 여겨지는 음식이나 약초를 복용하게 해 부족한 것을 보(?하게 하고, 혈액이 많다 싶으면 사혈(??로 과한 것을 덜어냈다. 또 점액이 부족하다 싶으면 점액을 만드는 음식이나 약초를 섭취하게 하고, 많다 싶으면 구토나 설사를 유도해 점액을 제거해 균형을 찾도록 했다. 다시 말해 서양의학도 동양의학처럼 전인적인 특성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의학에서 인간의 소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금 새내기 의사들에게 청진기는 일종의 장식품일 뿐이다. 젊은 의사들은 환자의 안색을 살피거나 폐음이나 장음을 듣거나 무릎반사 등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수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지 않으니 환자의 대답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질병정보를 놓치기 일쑤다. 사람마다 병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한 가지 틀에 짜맞추려다 보니 오진도 많아진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기회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환자를 각자 고유한 개인으로 진단하고, 개개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전통의학의 관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육체와 정신, 개인과 환경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전인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보완의학의 장점을 현대의학에 접목시켜야 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인류가 건강장수의 꿈에 바짝 다가선 건 지금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제도권 의학의 덕분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이라고 무조건 맹신해선 안 된다.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것도 있고, 각종 진단기법이나 약물의 위험성이 무시 못 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의학이 도움을 주는 측면과 현대의학의 위험성을 모두 인식하고, 치료에 동의하기 전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무조건 병원을 찾기보단 먼저 자연치유력의 핵심인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각종 유해물질 등을 피할 것을 권유한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치유할 능력을 갖고 있다. 과도하게 약에 의존하거나 이것저것 검사를 하다간 오히려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