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호(湖)와 브리엔츠호(湖) 사이에 위치해
'호수와 호수 사이'라는 뜻의 인터라켄(Interlaken)에서
산과 호수가 연출하는 그림같은 풍경을 마음껏 즐겨보자
산악 마을인 '그린델발트'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멘리헨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 융플라우(Jungfrau)와 아이거(Eiger) 봉(峰)의
장엄(莊嚴)한 파노라마(Panorama)를 한눈에 담아 보자.
설산(雪山)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숨이 막힐 것이다.
해 질 무렵이면 봉우리가 금빛으로 물들고
멀리 골짜기 아래 목장(牧場))에서 들려오는
가축의 방울 소리와 목동의 요들이 어우러져
신비하고 경이로운 세계로 인도해 줄 것이다.
- Jungfrau Mountain Switzerland
요들은 중세 때부터 내려오는 알프스 지방의 노래다.
낮은 흉성(胸聲)과 높은 두성(頭聲)을 빠르게 교차시키는
독특한 창법(唱法)의 노래다,
요들의 발생은 알프스 뿔피리를 모방한 것이라고도 하며,
고원에서 목동들이 연락할 때 쓰던 통신수단이었다고도 한다.
요들은 산악인들 사이에서 캠프 송으로도 많이 애창되고 있다.
처음에 가사와 악기 반주 없이 남자 혼자 불렀으나
18세기 후반부터 가사 있는 요들이 나타났다고 하며,
요들가수를 요들러(yodeler)라고 한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인
유숙자의 글 '영혼의 소리, 요들'을 토대로
알프스의 신비스런 소리, 요들을 탐방해 보자.
- She Taught Me To Yodel(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
by Frank I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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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 오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요들의 메아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아름다운 음색으로 표현한 듯한 소리.
보통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신비가
깊은 산악의 계곡으로 울려 퍼졌다.
자연 속에 정체된 순수 예술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하늘을 가득 안은 알프스에서 듣는 요들은
산 내음 젖은 삶의 숨결,
순결한 공기, 뺨을 스치는 안개의 감촉이었다.
요들은 중세기 이전부터 알프스 지방의 목동들에 의해
전해 내려오는 민중의 노래라는 기원설이 있다.
스위스 산악지역에서 목부들이
악령을 쫓기 위하여 부른 주문이라는 설.
험준한 산악 지방의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는
통신 수단과 신호로도 사용되었다는 설.
흩어진 양 떼를 불러모으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설.
신비로운 산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종교적 외경설로 다양했다.
알프스 지방의 요들은 지역적으로
스위스의 독일권,
오스트리아 서부의 티롤 주변,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등 3개 그룹으로 나눈다.
- Hilde Ott / Erzherzog Johann Jodler(요한대공의 요들)
이들 중 향토색이 짙고
농민적인 요들(아름다운 베르네)을 지녀온 곳이 스위스이며
세련되어 있으나 대개 민요의 후렴으로 존재하여 있는 곳이
티롤(숲의 요들, 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 이다.
관광객의 취향에 맞도록 상업화되었으며
기교적인 것이 바이에른이라고 할 수 있다.
요들의 본향은 스위스지만
세계적으로 알린 나라는 오스트리아이다.
워낙 음악이 발달하여서 민요의 후렴으로 자주 불리나
특히 요들이 성한 곳은 알프스 지방의 티롤이다.
티롤 지방의 요들은
세계화에 가장 중요한 일익을 담당했고
오늘날 유명한 요들송은 대부분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요들이다.
티롤계에 딸린 민요로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요한 대공의 요들”이다.
이 곡의 수록 여부에 따라 음반 판매 실적이 차이 났다고 한다.
‘요한 대공의 요들’은 고난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기에
부르기가 쉽지 않다.
이 곡은 알프스에서 자연인으로 살고싶어 하는
비운의 왕자 이야기를 담은 노래이다.
- 요한대공(Erzherzog Johann von Österreich)
‘요한 대공’은
레오폴드 폰 토스카나 대공의 제13 왕자로
당시 오스트리아가 지배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죽자 맏형 프란츠가 즉위,
요한 대공은 다음 차례의 황제가 될 것이라는 평판이 자자했다.
그 무렵, 오스트리아는 프랑스 혁명이 미칠까 봐 염려하여
프로이센과 힘을 합쳐 프랑스와 싸웠으나 패전을 거듭했다.
18세기 말에는 나폴레옹이 러시아 추방 작전의 통로로서
티롤이 공격 목표가 되었다.
요한 대공은 사령관으로 특명을 받고 출동하였으나
주전 부대가 아우스테를리츠에서 패전하여
오스트리아는 나폴레옹에게 굴복했고 빈이 점령됐다.
“모든 것은 끝났다
나는 패전의 이름을 지고 이곳을 떠난다
티롤의 산들이여 잘 있거라
어디에 있든 나는 슬픔에 차 있다
철석같이 믿고 있는 슈타이에르마르크를 위하여
총소리가 들리고 사슴이 쓰러지는 곳
요한 대공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이 말을 남긴 체 빈으로 돌아갔다.
- 그룬도르(Grundlsee)호수에서 뱃놀이 하는
요한대공과 우체국장 딸 '안나 플로흘'(Anna Plochl)
사냥을 좋아하고 요들을 잘 불렀던 대공은
황제의 동생이라기보다는 산사나이로서 현지 사람들과 접촉하여
1816년 그룬도르 호반의 우체국장 딸, '안나 프로흘'과 결혼했다.
평민의 딸과 결혼한 것은 유럽 역사상 없었던 일로서
왕위 계승권의 포기를 의미한다.
1848년 2월 혁명으로 인한 정변으로 메테르니히가 실각했을 때
새로운 지도자로 영입되었으나
말년에는 다시 산으로 돌아가서
알프스에서 파란만장한 생애(78세)를 마쳤다.
“요한 대공의 요들”은
그 고장 사람들이 대공을 그리워하며 즐겨 부른 노래였으나
작사 작곡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체 구전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요들송 공연장은 통나무로 지은 오픈 카페가 있고
원형 경기장 같은 실내 공간이 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무대와
요들러의 전통 의상의 조화는 가히 환상이다.
산에서 펼치는 공연은 밴드를 동반하는데
산과 계곡의 울림으로 신비의 극치를 이룬다.
악기는 기타와 아코디언, 벤조, 만돌린, 더블 베이스가 주를 이뤘고
간혹 중후한 알프혼의 저음이 어우러지며 매력을 더했다.
- Franzl Lang / Kufsteiner Lied(아름다운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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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요들송은 김홍철로부터다.
그는 1968년 스위스 ‘타게스 안사이거’ 신문사 초청을 받아
동양인 최초로 요들송을 수학했다.
1969년에 에델바이스 요들 합창단을 시작으로
전국 10여 개의 요들 클럽을 만들고
1983년 ‘김홍철과 친구들’로 그룹활동을 시작했다.
알프스 지방의 요들송과 민속 곡을 연주하는 아시아 유일의 그룹이었다.
방송 출연과 이벤트 공연을 통해
요들 보급과 아름다운 알프스의 민속 음악, 의상을 선보였다.
성악가 중에서 유일하게 요들송을 불렀던 사람은 신영옥이다.
리틀엔젤스 시절인 1973년에 부른 <아름다운 베르네 산골>과
<숲의 요들>은 음색이 곱고 맑아 관람객들을 황홀경에 빠뜨렸다.
어릴 적부터 차별된 미성의 소유자였다.
- Das Berner Oberland(아름다운 베르네 산골) / 김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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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들은 두성(가성)과 흉성(육성)을
음률에 따라 이어서 교차시키는 발성 기법이다.
다시 말하면
두 가지 목소리를 빠르게 연결하여 내는 신비스런 소리다.
요들을 ‘영혼의 소리’라 함은
장엄한 산에서 생겼다는 데서 기인한 것 같다.
산을 대상으로 메아리쳐 울리는 요들.
신과 인간에게 동시에 공감을 줄 수 있는
소리가 아닐까 하여 생긴 말일 것이다.
<저 알프스의 꽃과 같은 스위스 아가씨
귀여운 목소리로 요들레이띠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오르면
목소리 합쳐서 노래를 하네----->
어느덧 나도 알프스의 요들러가 된다.
- Franzl Lang / Erzherzog Johann Jodler (요한대공의 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