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모든 선출직 공직선거가 ‘결선투표제’라면? (참고로, 이런 황당한 이야기만 하고 이 글을 끝맺지 않을 거다. 이걸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까지 이 글에서 다 제시하겠다. 끝까지 읽어주시기를…)
은평을에서 빅텐트로!
(서프라이즈 / 가을들녘 / 2010-07-24)
이런 가상의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어디까지나 ‘만약에’… 가정이다.
- 대한민국의 국회/지방의회 선거가 1개 지역구에서 2~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라면?
- 대한민국이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라면?
자, 만약 은평을 재보궐 선거가 ‘결선투표제’를 통해 문국현의 의원직 상실로 결원이 발생한 1석의 의원직을 놓고 겨룬다면, 우리는 애초에 이 지긋지긋하고 자존심 상하는 ‘후보단일화’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었을 거다. 그냥 지금 등록한 후보들이 다 나와서 1차 투표로 상위 2명을 뽑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뤄지니까 말이다. 이 결선투표제가 없으니까 우리끼리 알아서 후보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는 거다. 또한, 결선투표제만 있었다면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노회찬이 ‘부당하게’ 욕을 처먹었을 이유가 없고, 심상정이 ‘안타깝게’ 후보 사퇴를 할 이유도 없었다.
앞으로도, 이 결선투표제 부재라는 상황은 우리가 국회 과반수를 차지해서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헌법 개정 사항 아님) 쉽게 도입될 가능성이 없고, 특히 2012년 4월 총선에서 245개 지역구의원 선출 과정에서 지금 은평을에서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우리들은 그대로 답습해야 할 것이다. 그때 가서도 서로 신나게 상대 후보 비방하고 연합하겠다면서 상대 당을 향해서 저주를 퍼부어야 할 거다. 내 편의 승리를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자… 좋은가? 이대로 쭉~ 가면 좋겠는가?
2012 총선 승리의 비결
이명박 정부는 선거에 의해서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정부다. 스스로 내려오지 않는 한 이명박을 끌어내릴 방법은 없다. 2백만 개의 촛불에 잠시 흔들렸지만, 한나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현재로서는 이명박 탄핵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더 암담한 현실은 이 상태로 야권이 사분오열되어 있는 한 2012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장악한 의회권력을 되 찾아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엄살이 아니다. 봐라. 선거연합이 늦춰지면서 은평을에서 후보단일화를 해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것을… 누구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할 것 없다. 다 잘못 했으니까.
이명박 정부는 숱한 탄핵의 사유를 갖고 있는 정부다. “열린우리당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발언 하나로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탄핵을 당한 것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한나라당의 공천에 개입한 이명박은 탄핵을 세 번쯤 당했어야 옳다. 자고 일어나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이 정부를 끝장낼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2012년 총선에서 국회의석 2/3를 차지해서 탄핵시키면 된다. 4대강 사업으로 온 나라를 파헤친 것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만큼 이명박은 약점이 많고 법을 무시해온 대통령이다. 물론, 굳이 탄핵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2012년 총선에서 200석 아니라 170석 정도만 개혁진보진영이 차지하면, 이명박은 남은 6개월 동안 ‘퇴임 후 목숨 부지할 길’을 찾기 위해 오사카로 사람 보내느라 바쁠 테니까.
2012년 총선에서 개혁진보진영이 다수 정치연합이 되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이명박 탄핵시키자고 다수가 되어야 한다는 건 너무 유치하다. 왜 우리는 2012년 총선에서 압승해야 하는가? 수백 수천 가지의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불쌍한 국민들을 위해서” 우리가 의회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사는 나라, 누구나 사람대접 받는 나라, 불의와 협잡이 통하지 않는 나라, 전쟁 걱정 없이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통일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나라를 만들려면 이명박과 한나라당으로부터 권력을 뺏어와야 하니까. 안 그런가?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 밥 먹이는 데 인색한 놈들, 자기 맘에 안 들면 두들겨 패고 불태워 죽이고, 물에 빠져 죽어가는 병사들을 방치하는 놈들이 더 정권을 담당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이미 망해가고 있다. 4년 더, 5년 더 저놈들에게 이 나라를 맡겼다가는 다 죽는다. 몰살이다. 아닌가?
여기에 무슨 놈의 개혁과 진보의 이념 다툼이 필요한가? 일단 죽어가는 국민들부터 살려놔야 복지니 진보니 뭐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념이 밥 먹여주는가?
(진보신당 윤난실 부대표 왈) 시민사회가 지나치게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2012년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정책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진보신당도 지금 한나라당 집권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문제에 대해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반독재 프레임이 지배적인 것 아니냐, 그래서 반MB연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떨친 것이다. 진보정치의 역할이 바로 거기에 있다. 여전히 이 프레임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진보세력의 연합도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해야 한다. |
위의 발언은 엊그제 프레시안이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위해 개최한 좌담에 나온 진보신당 윤난실 부대표의 발언이다. 일견 옳지만 동의할 수 없다. 2012년에 한나라당이 의회권력과 청와대권력을 다시 가져가는 것은 ‘큰 일’이 나는 정도를 넘어서 온 국민을 죽음의 길로 이르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심한가? 아니다. 그런 비극이 다시 2012년 4월과 12월에 재현되면 2008년 여름에 세종로를 뒤덮었던 촛불 시민은 다시는, 절대로 촛불을 들지 않을 것이고, 이놈들은 남일당에서 했던 그 잔인한 불놀이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아주 대놓고 예쁜 여대생 전화번호 따는 희롱을 온 나라에서 계속 할 것이다. 좋은가? 이 더러운 꼴을 도대체 2012년 이후에도 4~5년 더 참고 견뎌낼 자신들 있는가?
물론, 나는 진보신당 윤난실 부대표가 2012년 권력대탈환에 대해 포기했거나 무관심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녀라고 해서 고민이 없겠는가? 그리고 윤난실의 말대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실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엄연히 다르다. 똑같은 나무판이지만 둘은 완전히 결이 다른 정당들이다. 한나라당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정당이고,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노점상 내쫓을 궁리를 하는 정당이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그 사람들 보며 맘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당이다. 내 말이 틀렸는가? 정책적으로만 본다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거의 쌍둥이 수준이기도 하다. 물론 당을 운영해가는 모습은 천양지차가 있지만 말이다.
두 거대 정당이 비슷하게 보였던 측면이 있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정권을 담당했던 지난 10년 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일부 ‘좌파’들의 바람대로 확실하게 좌회전하지 않았다. 못했다. 왜? 능력이 부족했고, 의지도 부족했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태생적으로 ‘우파정권’이었으니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파정부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알면 이 둘에게 ‘좌파 정치인’이란 고깔을 씌울 수 없다. 나는 단 한 번도 김대중과 노무현 두 대통령님께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우리 헌법이 규정한 온갖 우파적 이념들을 부정하는 것을 본 바가 없다. 게다가 대단히 ‘민족주의적 우파들’인지라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는 ‘세계시민’ 좌파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결단들도 숱하게 내리셨다. 그런데… 좌파의 기대에는 못 미쳤으나, 어쩌면 그 좌파들의 기대는 애초에 실현될 수 없는 망상이 아니었을까? 노무현이 선거과정에서 좌파를 향해 사기를 친 게 아니라, 당신들이 노무현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니었던가?
그래서, 윤난실의 지적은 옳으면서 틀렸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같은 우파정당이다. 정책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민주당은 한나라당 따위와는 비교되어서는 안 되는 ‘좌파와도 말이 통하는 우파 정당’이다. 그랬으니 우리가 지난 6·2선거에서 민주당과 선거연합도 하지 않았던가? 한나라당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들을 가지고 5+4연대 협상 테이블에서 ‘정책합의문’에 도장을 찍은 정당이 아니던가? 물론, 이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민주당과 참여당은 여타 진보정당들이 오매불망 그리워하고 전면에 내세우려고 하는 ‘반신자유주의’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정당들이니까 말이다. 이 ‘다름’을 내세우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정치적으로도 옳고 도덕적으로도 옳다. 좋은 거다. 그렇게 해줘야 민주당이 정책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더 좋은 정당으로 변모해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다름’을 전면에 내걸고 연대를 부정할 수 있을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을지라도, 과연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이렇게 착하고 순해 빠진 우리 국민들이 그걸 앞으로도 계속 용인해줄 수 있을까?
연대 없이는 진다는 걸 아는데… 아니, 연대를 해도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서 졌는데, 연대 안 하고 ‘다름’을 내세워서 옥신각신 다투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더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정말로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연대의 필요성’을 놓고서 계속 옥신각신 해야 하는가?
2012년 권력대탈환은 ‘한나라당의 (의회권력/청와대권력) 재집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에게는 숙명이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한다. 말 그대로 생물학적 죽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보라, 이미 우리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목도하지 않았던가? 지금 한명숙 총리를 향해 저질러지는 이 비열한 권력의 작태 역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박정희 때처럼 유력 야당 정치인이 사찰을 당하고, 소리 소문 없이 죽고, 사고사로 포장되는 일이 없을 것 같은가? 두고 봐라. 또 지면 필연이다. 그런데 이 죽음은 ‘정치인들’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불쌍한 대한민국 국민이 죽어나가는 일 또한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촛불 시민의 머리에 회칼을 꽂고, 시위하려고 건물을 점거하자 하루 만에 진압작전을 내려서 사람들이 불타 죽자, 도심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이는 놈들이 선거에서 연거푸 이기게 되면 뭐가 두렵겠는가? 문수 스님의 등신공양이 ‘마지막’일 거라고 누가 감히 장담을 하는가? 그뿐인가?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대통령은 굶어 죽어가는 북녘의 동포들을 위해 남아도는 쌀을 보냈다. 그런데 이놈들을 보라. 국격을 거론하고 G-20 자랑질 하는 놈들이 아무 죄없이 김정일 독재정부의 무능한 경제운용 탓에 헐벗고 굶주린 동포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차라리 남는 쌀로 개/돼지를 먹이겠다고 하는 놈들이다. 잔인해도 어떻게 이리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다시 말한다. 2012년 선거에서 지면 대한민국에서 정치한다고 하는 야당 사람들은 다 죽어야 마땅하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감수할 각오들 하기 바란다. 만약 분열하여 패배한다면, 무슨 낯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
연대하면 이길 수 있다. 확신한다. 하나로 모이면 이긴다. 모이지 못하면 진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연대해도 간신히 이기거나 아깝게 질 거다. 아직도 “우리가 왜 모여야 하느냐?”고 할거면 정치하지 마라. 국민이 죽어가는데 그 죽음을 멈출 ‘유일하고 합법적인’ 방법을 포기하는 정치인이 어디 정치인이겠는가? 그건 개새끼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하나로 모일 방법이 없다. 권력을 나눌 아이디어가 없다. 각 정치주체들이 동의할 수 있는 연대의 방법만 있으면 서로 약간씩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모여서 뭔가를 도모할 텐데, 그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튀어나온다. 가장 큰 합집합은 ‘빅텐트론’이다. 민주당부터 사회당까지 다 모이자는 이야기다. 그다음 큰 합집합은 ‘진보개혁대통합론’이다. 빅텐트에서 민주당만 빼자는 거다. 그리고 가장 작은 집합이 바로 ‘진보정당 통합론’이다. 빅텐트에서 민주당도 빼고, 참여당도 빼고 좌파정당들끼리 먼저 합치자는 거다. 아무튼, 빅텐트론을 뺀 나머지 둘은 의도도 좋고, 실현되면 더 좋지만,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 바로 ‘민주당’이 배제됨으로써, 모든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 어떻게 단일화할 것인지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만 있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는데, 바로 그 ‘결선투표제’가 없기 때문에 천상 ‘여론조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참으로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단일화가 뭐 어때서…’ 라고?
민주당의 후보와 ‘다른 여타 정당들’의 단일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맞붙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유시민과 김진표가 보여줬다. 은평을에서도 아마 장상과 천호선은 그렇게 큰 차이를 못 만들 것이다. 유시민이 이겼고 천호선이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보고 “어? 여론조사 방식도 괜찮네?”라고 생각하면 또 당신의 정치적 순진함은 비웃음을 살 것이다.
민주당을 우습게 보고 달려들면 번번이 당한다. 봐라. 지금도 재보선 여덟 개가 치러지는데, 딱 한 곳 은평을에서만 민주당이 여타 정당의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이건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욕심이 많은 정당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선거구에서 다른 정당들이 ‘민주당 후보를 위협할 만한 후보들’을 못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건 2012년에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민주당은 245개 지역구 중에 영남권 일부를 제외하고 최소한 200명 이상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울 것이다. 그럼,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은 어떨까? 미안한데, 이 3개 정당을 다 합쳐도 50명 이상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엄밀하게 보는 바로는 그렇다. 민주당은 ‘공천장’ 자체가 경쟁력인 지역이 영남권 빼고 거의 전국적인데 반해, 나머지 정당들은 공천장을 받아도 어지간한 수준의 인물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총선에서 당선권에 들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은평을 재보선을 보라. 참여당에서 천호선 카드보다 더 좋은 카드가 하나라도 남아 있는가? 민주노동당에서 이상규보다 더 좋은 카드가 몇 개나 더 있을 것 같은가? 이렇게 두 정당에서 좋은 카드를 내놨는데도, 일각에서 각종 비아냥을 퍼붓는 ‘민주당의 장상’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2년에는 어떨 것 같은가? 앞에 언급한 프레시안 좌담회에 나온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의 아래에 인용한 말을 보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순진한 지지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기 바란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 왈) 당내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야권연대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는데 소나기 피하자고 지은 텐트에 계속 살 수는 없다. MB 피하자고 만든 범야권텐트에 계속 살 수는 없다. 제가 진보대통합을 소리 높여 외치는 이유가 어설프게 불안정한 진보대연합에 만족한다면 역사적 죄인이 될 수 있다. 모든 지점에서 정치적 입장이 같은 사람들만이 모여서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한 정당 안에서 경쟁하고 조금씩 강조점이 다르다는 것을 역으로 지지율을 높이고 외연을 확대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진보대통합에 기초해 보수야당과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는 범야권연대를 맺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2012년에 민주당이 반드시 수혈하고 개혁, 공천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참여당, 시민사회, 노동 쪽까지 수혈 대상이 될 것이다. 이건 진보세력 생존의 문제까지 갈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2012년을 계기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
민주당이 2012년에 장상 같은 후보만 낼 것 같은가? 아니다. 정성희 최고위원 말대로, 민주당은 훨씬 더 좋은 후보들을 낼 거다. 지금, ‘제도 정치권’ 외곽의 새로운 세력들이 정치권에 몸담지 못한 채 너무 오래 머물러 있다. 아주 일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진입했지만, 아직도 괜찮은 정치예비군의 숫자가 꽤 많다. 이 사람들은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국민참여당이든 ‘공천’과 ‘당선가능성’만 보장되면 뛰어들 수 있다. 이번에 거론된 신경민 앵커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미 많은 친노인사들은 지난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민주당으로 진입을 해버려서 그리 많이 남아있지도 못하지만, 그 몇 남은 사람들마저 민주당이란 우산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최근 지지부진한 행보를 거듭하는 참여당으로 갈 가능성보다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민주당을 상대로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를 기대하는 게 과연 여타 야당들에게 바람직할까? 유리하기라도 할까?
실제로 245개 지역구 중에서 이런 식으로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곳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직 총선이 많이 남았지만, 답은 뻔하다. 고작 해야 서른 개 안팎을 넘어서기 힘들 거다. 물론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의 당 대표 정도 되면 민주당에서 ‘야권연대의 정신’을 들먹이며 출마 지역구에 공천을 안 해주는 배려 정도는 해줄 거다. 그 정도로 생색 내면서 나머지 지역구에서 상상도 못할 정도의 양보를 요구할 거다. 말로 양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번 은평을 재보선에서 봤듯이 시간 싸움하고 분위기 몰아가는 것… ‘당선 가능성’ 갖고 말장난하는 것… 이게 정말 고통스러운 거다. 국민참여당 일부 지지자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이미 국민참여당은 6·2선거와 이번 7.28재보선을 통해서 민주당과의 지략싸움에서 완패했고, 명분싸움에서도 완패했다는 게 나의 분석이고 이런 참여당의 운명은 2012년에도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더 안타까운 건, 이 망신을 당하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쳐온 선거에 몰입해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거다. 민주노동당 또한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현실이고.
여론조사 방식은 현행 선거법이 허용하는 거의 유일한 후보 단일화의 경쟁방식이다. 그 말은, 각 당의 조직력의 크기와 무관하게 비당원 시민들의 ‘인기투표’에 의해 정당의 후보들이 단일화를 당한다는 거다. 그러니, ‘굳은 자’를 많이 가진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굳은 자’에 덧붙여서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하며(혹은 언론에 얼굴을 비치며) 인지도 높여 놓은 후보’까지 내놓으면 민주노동당/참여당은 아예 승부가 안 되는 경쟁 방식이란 소리다. 그래서 7.28재보선이 코앞에 닥친 이 시점까지 국민참여당에서 ‘경쟁방식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에 극구 반대해 온 것이다.
2012년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말고 다른 방식은 없다. 수도 없이 말했는데, 한나라당에서 ‘약’ 먹고 선거법을 바꿔주지 않는 한 그것 말고 다른 경쟁방식의 후보 단일화는 없다. 그 결과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대굴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더 안타까운 건 전국에서 단 한 명의 후보로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비례대표를 위한 정당투표에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났지만, 후보를 내놓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 심각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만약 민주당이 180개 지역구에 ‘단일후보’를 내고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각각 30~35개 지역구에(이것도 굉장히 후하게 쳐준 거다) ‘단일후보’를 낼 경우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은 나머지 210여 개 지역구에서 상당한 수준의 ‘비례대표 정당득표’를 손해 봐야 한다는 거다. 의석수로 따지면 1~3석 정도가 될 수 있다. 억울한 일 아닌가? 당에서 내 놓은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져서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것도 속상한데, ‘비례의석’마저 손해를 봐야 한다면 이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도 손해는 본다. 아마도 수도권에서 좋든 싫든 몇 개를 내놔야 할 거고, 호남에서도 몇 곳에서는 이번 광주 남구처럼 힘든(?) 싸움을 펼쳐야 할지도 모르고, 정당득표에서도 약간 손해를 감수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손해를 다 메우고도 차고 넘칠 정도의 혜택을 받는다. 40~50개 지역구에 후보 못 내서 손해 보는 비례대표 의석 1~3개 정도는 ‘연대의 시너지효과’를 통해서 획득할 최소한 십수 개의(아니, 수십 개의?) 지역구 의석으로 만회를 넘어 잔치를 벌일 수 있다. 다시 말한다. 민주당은 현재 일부 진보진영에서 언급하는 방식으로 만약 선거구도가 짜여지면, 손해는커녕 엄청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호남 기득권’ 약간 내놓고 수도권에서 몇 개 양보하면서 획득할 전리품은 어마어마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민주당 혼자 힘으로는 고작 해야 70석짜리 정당이지만, 여기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연대’ 협력이 얹어지면 100석 넘는 정당은 아마도 땅 짚고 헤엄치기 수준일 것이고, 잘하면(아니, 이번 6·2선거 결과를 토대로 예측하자면) 국회 과반수를 독자적으로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런 선거연대를 하자고 주장하는 진보 정치인들은 도대체 뭔가? 민주당 미워하기로 치면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민주당 애들이 이불 덮어쓰고 웃을 소리들만 하고 있는 건가?
발상의 전환
‘2012 선거연대’의 목적이 뭔가? 두말하면 입 아프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으로부터 권력을 뺏어 오는 거다. 여기에 한가지 목적을 더 추가하자. ‘민주당 기득권 해체’. 물론, 이 역시 연대를 통해서 확실히 실현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말이다. 하지만, 불투명하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민주당에 합당한 힘만큼만 주자는 거다. 민주당이 현재 다른 여타 야당들로부터 과도하게 뺏어간 지분을 뱉어낼 기회로 만들자는 거다. 다시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두 거대 정당들의 거품을 빼자는 거다. 각각 특정 지역의 몰표에 기대서 정치하는 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정신 바짝 차리게 만들어보자는 거다. 한나라당으로부터는 권력을 대거 압수해오고, 민주당에게는 딱 자기들 분수만큼의 권력만 주자는 거다. 이 두 정당이 ‘합리적’으로 선거법을 바꿔줄 리 없으니 우리들 힘으로 바꾸자는 거다. 어떻게?
(진보신당 정태인의 레디앙과의 인터뷰 중에서) Q. 그러니까, 지금 하는 연합정치도 정치일 텐데, 원하는 그림대로 될 수 있을까? 안 될 거다. Q. 조금씩 하려면 계속 민주당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Q. 지금의 정치연합론은 선거 때 연합하자는 게 아니고, 당을 합치자는 것이다. 무엇이 바람직한 상인가? |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을 했고, 한미 FTA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님과 결정적으로 대립했고, 요새는 진보신당의 여론형성에 적지않은 힘을 갖고 있는 정태인 소장의 이 인터뷰에서 내가 고무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는 다 할 수 있다.” 뭘? 민중의 삶도 향상시킬 수 있고, 정권을 장악하는 것도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헐~ 엄청난 거다. 정권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정권을 손아귀에 움켜쥐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 민중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 학자들은 이런 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좌파 경제학자가 좌파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니들 왜 할 수 있는데 못한다고 그래? 그거 패배주의야!”라고 들린다. 나에게만 그렇게 들리는가?
이미 몇 차례 쓴 글에서 밝혔지만,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정태인 소장과 이 부분에서는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니들 뭐든지 다 할 수 있어!”라고… 근거? 내놓겠다. 지난 경기지사 선거를 보라. 참여당 8천 당원이 민주당 30만 당원을 이겼다. 엄밀히 말해서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시민사회 세력이 힘을 합쳐서 민주당과 정말 극적인 승부를 만들었다.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민주당의 힘은 한나라당과의 전투에서만 극대화된다. 그런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야당과의 전투에서는 힘이 빠져버린다. 링 위에 한나라당+민주당+진보정당 셋이 올라가서 싸우면 국민들은 빤쓰에 흉기를 숨겨온 한나라당과 맞서 싸울 상대는 민주당밖에 없으니 진보정당들은 빨리 내려오라고 서운한 소리를 하지만, 링 위에 민주당과 다른 야당의 후보가 둘이서만 붙으면 ‘아무나 이겨라!’ 모드로 돌변한다. 왜? 한나라당 없는 전쟁터에서 국민들은 민주당 편드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좀 쪽팔리기도 하고. 이번에도 광주 남구를 보라. 한나라당 없으니 광주 남구 선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이게 지금 국민들의 정확한 정당지지의 패턴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패턴이기도 하고.
여기에 힘을 얻어야 한다. 내가 빅텐트론을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자신감을 갖고 민주당하고 링 위에서 일대일로 붙으면 그 승패는 아무도 모른다.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면 정확하지도 않은 여론조사 따위에 후보들의 운명을 맡길 필요가 없다. 고맙게도 민주당의 쇄신연대라는 곳에서 ‘당원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한다. 참으로 고맙다. 내가 그 소리를 듣고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어떤 지역구든, 만약 2012년 총선에서 ‘당원들의 투표로 해당 지역구 후보자가 결정되는 상황’이 된다면 해볼 만한 승부가 된다. 지금 민주당의 이름뿐인 당원명부 해체할 재간은 없다. 그러나 새롭게 빅텐트 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밀하게 하다 보면 다 정리된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페이퍼 당원들 다 솎아낼 수 있다. 어떻게 되리라고 보는가? 지역구마다 천명에서 이천 명 정도의 당원이 모인다. 거기서 민주당 쪽 당원들이 과반수 넘기 쉬울까? 민주당 쪽 당원들 중에서 소위 ‘친노진영’ 빼면 얼마나 되겠는가? 승부가 되는 구도가 짜여진다.
결선투표제로 민주당과 빅텐트 안에서 승부를 걸자!
당 내부 경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거다. 그것도 도대체 어느 당 지지자인지도 불확실한 국민들 상대로 여론조사 하지 말고, 정당에 가입해서 자기 돈 내고 정당하게 투표할 권리를 획득한 당원들로부터 결정을 받자는 말이다. 장상/천호선/이상규가 다 나와서 천오백~2천 명쯤 되는 은평을 빅텐트정당 당원들 앞에서 정견발표하고, 1차 투표해서 상위 2명 놓고 다시 당원들이 결선투표해서 후보자 확정하잔 소리다. 질까 봐 두려운가? 그건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다. 호랑이 굴에 호랑이 잡으러 들어가자니 두려워서 못하겠다면, 호랑이 잡자는 소리를 하지 마라. 민주당 향해서 못 된 정당이라고 핏대 그만 올리란 소리다. 민주당 후보 향해서 욕할 자격 없단 소리다. 민주당에게 후보직 양보 어쩌고 하는 민망한 소리 때려치우란 말이다.
경쟁해서 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해낼 방도를 강구해야지, 도대체 언제까지 민주당을 향해 일방적인 후보직 양보를 요구할 건가? 그렇게 해서 6·2선거와 7.28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무슨 이득을 보았던가? 그게 좋은 방법이 안된다는 걸 아직도 못 깨달았으면 당신들 바보다. 연대를 안 할 수도 없고, 연대를 하자니 여론조사 방식밖에 없고, 그건 불리해서 못 받아들이겠으니 일방적으로 몇몇 개 공천권을 넘겨달라고 주장하는 건 별로 당당해 보이지 못한다. 지분을 나누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 국민참여당이 말하는 지분은 뭔가 좀 다른 것 같다. 지분의 뜻이 뭔가? 전체에서 부분을 나눠야 할 것 아닌가? 민주당은 8곳에 다 후보를 내놨고, 참여당은 달랑 한 곳을 후보로 내놓고 지분을 나누자고 하면 그 이야기는 참여당이 후보를 낸 지역에서 민주당이 양보하란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그렇지 않나? 협상의 여지가 있어야 지분을 나눌 텐데, 다른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양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 무슨 지분을 나눈단 소린가? 이게 무슨 지분 나누기인가? 일방적인 양보요구의 다른 표현이지. 이래서는 안 된다.
2012년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다. 200명 넘게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낸 민주당과 고작 해야 20명 정도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낸 다른 군소정당들끼리 그때 가서 ‘지분’ 나누자고 하면 똑같은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딱 까놓고 말해서 ‘정당 지지도’를 기준으로 진보신당의 노회찬이 민주당을 향해서 ‘다 먹으려고 하지 말고 정당지지도에 따라서 노원을 지역에 후보 내지마! 다른 데는 너희가 다 먹든가 말든가~’ 라고 하면 그걸 민주당이 얌전히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그게 지분나누기가 되는가? 결국 겹치는 곳에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걸 민주당의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걸 받아들이는 지도부가 제대로 된 지도부인가? 자기 당의 당선자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할 정당 지도부가 언제부터 자기 당의 후보들을 주저앉혀야 좋은 지도자라는 소리를 듣게 된 건가? 이런 거 요구하는 게 좋은 정치인가?
기우였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거면 좋겠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부터 내가 쭉 지방선거 선거연합 협상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이번 7.28 선거연합을 지켜보면서 든 확신은 이 우려가 2012년에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2012년 총선에서 ‘빅텐트정당’ 없이는 절대로 선거연합이 안될 것이라는 거다. (대선에서는 빅텐트정당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연합이 되지 않겠는가~ 라는 낙관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왈) 진보대통합을 얘기함에 있어서도 민노당, 진보신당, 국참당, 심지어 민주당에도 과거에 반민주독재세력에 같이 싸워왔던 진보적 가치가 확인된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들이 통합 논의의 물꼬를 트면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을 다 합치면 17% 정도 된다. 민주당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시민사회까지 포함해 합쳐진다면 상당히 위력적인 세력이 등장하는 것이다.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의 글 중에서) 조직적 진화의 최상의 형태는 범야권의 단일 정당화일 것이다. 그러려면 소수파가 올바른 노선을 가지고 장기간 열심히 노력하면 다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최상의 형태가 나오지 않으면 6.2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범야권 연대의 2012년 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2012년의 연합정치는 1인 8표에다가 나눠 가질 수 있는 빈자리가 많았던 2010년의 연합정치보다 훨씬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끈질긴 목적의식적 노력과 넓은 시야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념 정책적 진화는 2007~8년 참여정부와 범진보에 공히 환멸을 느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힘을 몰아준 스윙보트(swing voter)의 다수-수도권, 40대, 취약 계층, 기업가, 전문가의 상당수-의 지지를, 반사 이익이 아닌 우리의 독자적인 흡인력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진보개혁이 사분오열 되어도 이길 수 있을 만큼 스윙보트(swing voter)를 많이 끌어 올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대연합이나, 복지동맹이나, 민주대연합을 한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
김영대 최고위원의 말처럼, 진보정당들의 지지도를 다 합치면 민주당 정당지지도의 절반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비례대표 정당득표’의 결과일 뿐이다. 충성도가 높고 열정적인 ‘당원의 비율’에서는 절대로 이렇게 반 토막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영대 최고위원의 말처럼 ‘빅텐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시민사회’ 세력이 합류하고, 존경하는 김대호 사디연 소장이 늘 강조하는 수도권 40대, 비정규직/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 기업가, 전문가 그룹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합류하게 된다면 꽤 괜찮은 조직적으로 진화된 정당을 가질 수도 있다.
겁내면 아무것도 못 바꾼다. 민주당 향해서 욕하는 것 지겹지도 않나? 민주당 위해서 뭐하여 해준 것도 없으면서 욕하는 것 부끄럽지도 않나? 표 찍어줬으니 욕할 권리 있다고? 글쎄다…. 후보를 못 내놔서 표 찍어주고 그거 갖고 생색 그만 내자. 특히 노빠들은 그런 거 생색낼 권리 없다. 우리도 2002년에 민주노동당 당원들 눈물 쏙 뺀 적 있고, 그 이후에 그 이야기 꺼내는 민주노동당 사람들보고 욕하지 않았던가? 자격 없다.
용기를 갖고 민주당하고 한판 싸움을 해야 한다. 총선 지역구 후보는 당원 경선으로 겨루고, 비례후보는 지분 많이 얻어내서 진보개혁진영의 훌륭한 전문가와 소외계층의 대표자들이 더 의회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내야 한다. 빅텐트정당 건설 과정에서 충분히 협상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정당한 지분이다. 대선 후보 경선 역시 당당하게 겨루자. 이정희가 이길지, 유시민이 이길지, 정동영/손학규/정세균 누가 이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50만 명쯤 되는 전체 당원이 투표하고 진보개혁진영 시민사회세력이 한 두어 달 전국을 휩쓸며 제2의 노풍을 만들어내야 박근혜를 쓰러뜨릴 수 있는 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다. ‘내 편’이 이기면 최선이고, ‘내 편’이 지더라도 이렇게 한판 크게 붙어서 져야 승복이 되는 거다. 안 그러면? 후보들끼리 가위바위보 하면 승복이 되겠는가? 민주당 후보가 미쳤다고 대통령 후보직을 양보해줄 것 같은가?
97년에 김대중 대통령님은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사명에 응답하기 위하여 충청지역세력과 연합하였다. 간신히 승리했다.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님은 노몽단일화를 받아들여야 했고, 역시 힘겹게 승리했다. 그런데 2012년에는 지역주의 세력이나 재벌과 손잡지 않고도 건전보수정당과 좌파정당만의 연합으로 승리가 가능할 것 같다. 단단히 손을 잡아야 이긴다.
이기고 나서는, 글 서두에 언급했던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권력 분점’과 ‘합리적 권력배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 못 믿겠으면 국민 앞에 ‘연대합의문’으로 서약하자. 당의 정강정책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못 박아두자. 그래도 못 믿겠다면… 정치하지 말자. 연대도 하지 말자. 서로 도장 찍은 것도 엎을 놈이라고 걱정하면서 무슨 놈의 연대를 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분명히 스스로 조금씩 기득권을 상실하거나 내려놓을 것이다. 언제쯤 되면 우리 모두가 만족할 만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조금씩 집권능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언제쯤 되어야 수권정당의 면모를 획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능력이 있되 뭔가 부족함이 많은 정당과 능력은 부족하지만 매력적인 정당의 결합만이 2012년 권력대탈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힘만 믿고 까부는 정당이나 힘도 없으면서 말만 많은 정당들이 서로 잘났다고 다투다가는 다 죽을 것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연대 논의의 열차에 올라타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나는 이 장황한 글로 어떤 변화도 추동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서너 명만이라도 나의 이 주장을 공감하고 끊임없이 빅텐트론을 함께 떠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으로부터 권력을 뺏어오기 전까지는 우리가 이렇게 당을 따로 하고 있는 한 이번 은평을 후보단일화에서 겪고 있는 지긋지긋한 욕설과 부조화가 연대해야 할 세력들 간에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한 명이라도 깨달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을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