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클을 자주 타게 된 까닭은 별 게 아니다. 이 촌스럽게 생긴 부츠가 성형이 어찌나 잘 되던지 단 한 번에 기막히게 성형이 되어 발을 잘
잡아주고, 성능도 생김과는 달리 어찌나 좋은지 굳이 다른 부츠를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 까닭이다. 이 부츠를 본 분들이 하는 말들이 상당히
유사한데,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 색깔이 너무 튀고 촌스럽다는 얘길 듣고, 프레임과 바퀴까지 보색의 울긋불긋한 록사(Roxa) 프레임과 루카의 바퀴를
달았다.^^;(클릭하면 큰 사진.)
“지금까지 본 부츠 중에서 가장 극악무도하게(?) 촌스럽다.”는 것이다.^^ 이 글의 최상단에
있는 이미지와 같은 부츠인데, 형광색(neon color)으로 만들어져 있고, 색상이 단순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 부츠가
대단히 촌스럽게 생겼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나도 이 부츠를 처음 보았을 때는 ‘뭐 이래???’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까.
그러다가 이 부츠가 완전한 수제품이고, 가격도 대단히 높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되니, ‘그래도 비싼 이유는 있겠지?’라는 정도로 생각이 바뀌었고,
그 걸 타 보면서 그 진면목을 알게 되니, 그 촌스럽던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가셨다.
피나클 부츠의 특징은 아래의 몇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당연히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진짜 가죽(genuine leather)을 많이 사용하는 수제품이다.
- 가죽이다. 외피, 내피를 막론하고 모두 마이크로 파이버(micro fiber)의 인조 가죽(simulated
leather/레자)으로만 만든 제품이 대부분인 요사이의 레이스 부츠들과는 달리, 진짜 가죽이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다.
- 부츠의 혀(tongue)는 상부가 세무 가죽으로 되어 있다. 이 걸 끈으로 압박하는 것 뿐인데, 다른 혀 밀림(sliding
tongue) 방지 장치가 없는데도 혀가 안 밀린다.
부츠의 이너(inner)를 만들 때 진공(vacuum) 모울드로 캐스팅하는
진공 압축 기술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소재들이 강하게 접착되어 있다.
- 뒤꿈치쪽인데, 이렇게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요즘 대부분의 제품들은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내피가 마이크로 파이버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 부츠 상단의 간단한 무늬마저도 이렇게 재봉된 무늬이다.
- 제품의 마무리가 좀 엉성한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츠의 가죽 외피와 그 안의 플라스틱 거품(plastic foam), 그리고 가죽 내피가 어찌나 잘 접착이 되어 있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타 회사에서 사용되는 것보다 훨씬 더 딱딱하고 강하게 짠 카본 파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 아주 희한한 카본이다.
카본 그라파이트(carbon graphite) 실이 아주 두텁고, 성글게 짜여져 있고, 이 것을 에폭시로 감쌌다.
카본 쉘은 고급의 써모 플라스틱(thermo plastic/열가소성 수지)이어서 매우 쉽게 열성형이 가능하다.
-
이의 카본 쉘은 상당히 딱딱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형은 너무나도 손쉽게 된다. 알고 보니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꽤나 비싼
원자재(carbon resin)를 사용한 것이란다. 부츠 가격이 꽤 비싼데, 비싼 원자재 가격도 한몫한 것이란다.
- 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은 튀어 나온 주상골 부위에 힛건(heat gun)으로 열을 가한 후에 끈을 세게 묶음으로써
쉘이 성형된 것을 보여 준다.
- 왼쪽은 성형하기 전, 오른쪽은 성형 후의 모양이다.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양쪽 상단을 안쪽으로 눌러준
것이다.(부츠의 뒤에는 피나클 사의 로고가 수놓아져 있다. 그 로고가 어찌나 큰지... 이 것도 촌티.^^)
- 위의 두 사진만으로는 아킬레스 건 잡기 성형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약간 위에서 찍어 본 사진이다.
- 뒤꿈치의 양옆을 눌러 성형을 하고 나니, 중간의 아킬레스건 부위가 이 힐 포켓(heel pocket)에 완전히
잡혀서 뒤꿈치가 꿈쩍도 않는다. 거의 커스텀 부츠의 힐 포켓 수준이다.
앞 3개, 뒤 두 개의 알루미늄 마운팅
블록(mounting blocks)을 사용한다.
- 다른 회사의 마운팅 블록과는 좀 다른 면이 보인다. 카본 속에 박아 넣은
알루미늄 마운팅 블록과는 달리 밖으로 나와 있는데, 앞의 마운팅 홀이 3개, 뒤의 마운팅 홀이 2개이다. 하지만 시몬즈나 벨로티처럼 이렇게
알루미늄이 밖으로 드러나는 마운팅 블록은 이의 알루미늄과 프레임의 알루미늄이 직접 접촉하므로 밀림이 없고, 프레임 상단이 잘 접촉이 되게
꺼끌꺼끌하게 가공은 한 경우 카본 바닥이 상하거나 깨어지는 위험성이 있는데 이런 위험성이 없어서 좋다.
- 앞의 마운팅 블록
- 뒤의 마운팅 블록
- 프레임을 장착한 모습. 센터 세팅을 하려면 앞의 마운팅 블록의 중간 구멍과 뒤쪽 마운팅 블록 중 하나를 선택한다.
부츠 앞부분에서 찍찍이(velcro) 벨트를 이용해 3점 확보식의 입체 고정을 한다.
- 각종
부츠들이 다양한 찍찍이 벨트를 사용되고 있는데, 피나클의 이 간단한 3점식 벨트는 대단히 유용하고, 입체적인 고정을 하는데 알맞다.
- 3점식 찍찍이 벨트.
- 첫 번째 1점 벨트의 장식은 벨크로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3점식 벨크로의
사진을 이처럼 많이 넣은 것은 이의 효과가 의외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부츠를 만들 때도 이런 식의 벨크로 벨트를 사용하면 어떨까
한다.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데...
이 부츠를 여러 날 시승해 본 경험에 의하면 부츠의 무게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무게이며, 강한 카본 쉘 때문에 힘 전달 등은 좋은 편이고, 발에 잘 맞으며, 열 성형이 잘 되고, 별 것 아닌 듯하던 3점 확보의 입체
고정용 벨크로 벨트의 성능이 좋다.
- 무게는 410g. 가볍지는 않은 무게이나, 그렇다고 아주 무거운 것도 아니다. 레이스용
부츠 무게 실측 자료
몇 가지의 단점도 발견된다.
색상은 다양하지만, 디자인이 대체로 단조롭고, 촌스럽다는
것이다.
- 처음 네온 칼라의 부츠를 봤을 때 그 첫 느낌은 ‘촌티!’로 집약될 수 있었다. 지금도 이 부츠를 본 스케이터들의
얘기는 비슷하다. “사진에서 본 것 이상으로 촌스럽네요?“와 ”타는 걸 보니 부츠만 보입니다.“라는 것.(그런데, 후자는 일부 스케이터들에게는
대단한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면도 있었다. 팍팍 튀는 게 정말 신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튀긴 무지하게 튄다. 하지만
촌사람이 튀려고 작정한 것처럼 튀는 게 부담스럽다.)
-
형광색이 아닌 일반 색의 조합. 이 것도 거의 보색을 사용하는 스타일이어서 매우 촌스럽다. 눈에 띄기는 한다.
피나클 부츠는
커스텀으로 만들 때는 아주 다양한 색깔을 조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카본 쉘 내의 카본에도 염색을 할 수 있다. 색깔이 촌스러운 것이
문제(단점)지, 다양한 색깔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튀는 게 목적인 스케이터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형광색과 금속성색, 즉 네온 칼라와 메탈릭 칼라를 섞으면 더 야해진다.
제품의 마무리가 대단히
거칠다.
- 수제품의 티를 내려고 작정을 한 것처럼 제품의 마무리가 거칠다. 물론 이 같은 거친 마무리가 부츠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구매를 위해 처음 이 제품을 보는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는 악영향이 있을 것 같다.
- 이음매 부분인데, 이 게 뭔가? 들뜨고, 접착제의 잔여물이 묻어있고...
- 가죽을 적당히 자르고, 마무리도 안 했다.^^;
가격이 비싸다.
- 의외로 비싼 가격이다. 베르두치나
시몬즈 등, 커스텀 부츠가 아닌 것들 중에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제품들과 비슷한 가격이다.
-
결코 싸지 않다. 매우 비싼 부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타
- 족궁(arch)이 사진에서 보듯 약간 높게 설계되어 있다. 신어 보니 다행히 이로 인해 족궁이 아플 정도는 아니다.(족궁이 너무 낮은
것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발바닥으로만 힘을 전달하게 되므로 효율적이지 못 하다. 족궁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그 부위의 발바닥이 카본의 아취
부분과 접속될 때 안쪽 날에 전달하는 힘이 크고, 또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 혀의 안 쪽은 네오프렌(neoprene)으로 되어 있어서 발등과의 밀착을 돕고 있다.
- 끈 구멍(eyelets)은 약간 큰 것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다.
아래 라쳇 버클은 장점 중 하나가 버클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버클이 움직이지 않도록 버클 아래 카본 부위에 가죽 받침을 둘러 놨기 때문이다.
- 이렇게 가죽으로 받쳐놓아서 버클은 안 돌아가지만, 버클을 풀 때는 좀 귀찮고, 잘 안 빠지는 단점이 있다.
피나클은 한 마디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부츠이고, 발에 잘 맞는 부츠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열성형을 통해서 거의 커스텀 부츠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다행히 요즘은 이렇게 열성형이 손쉬운 제품들이 다른 회사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 피나클 홈 페이지: http://www.pinnacleracing.com
From: Dr.Spark"s Columns (박순백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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