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7살때부터 동두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동두천 주한미군에서 직장을 얻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친구중 집안이 좀 넉넉한 두명이 서울로 학교를 옮겼다. 이사를 간게 아니라, 위장전입으로 주소만 좋은 고등학교 근처로 옮기고, 동두천에서 서울까지 매일 통학을 한 것이다.
한두명씩 서울로 가게되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뭐가 뛰니 뭐가 뛴다고, 우리집은 넉넉지도 않은데, 어느날 어머니가 나에게 서울로 학교 가고 싶냐고 물어보신다. 작은 망둥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머니가 친구 아버님의 도움으로 당시 명문 신일고등학교를 목표로 미아 3동으로 주소를 옮겼다. 그리고 나는 화계초등학교로 전학 갔다.
하도 전입생이 많아서 한반에 70명이 넘었는데, 나중에야 사태를 파악한 담임 선생님이 위장전입한 사람들 일어나 보라고 했을때 20명이상 일어섰으니 학교로서도 손댈 수 없는 큰 문제였다.
우리집에서 시외버스 정류장까지는 꽤 멀었다. 거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자전거를 정류장 근처 쌀가게에 맡겨놓고,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통학을 했다. 아침에 몇시에 일어났는지 기억 안나지만 집을 떠날 때는 해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중학교 배정때 나의 뺑뺑이 운은 지독히도 없어, 신일중학교가 아닌, 미아 3동에서 버스 2-3 정거장 떨어진 신생학교이자 남녀공학인 쌍문중학교에 가게된다. 그리고 미아 3동에서 위장전입에 대한 단속이 너무 심해지자 주소를 수유동으로 옮겨야했다. 거긴 선덕고등학교 지역이었다.
그러다 중 3때 의정부로 이사를 갔다. 의정부에서 쌍문중학교는 껌이었다.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붉은 해가 떠 있다는건 오랜만의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배정 뺑뺑이는 나를 다시 한번 외면했다. 15번 버스가 수유동에서 경동고등학교 앞까지 간다는 이유로, 나는 그 먼 경동고등학교까지 밀려갔다. 쌍문중학교 동기들과 함께 거기서 고입시험을 치렀지만, 그렇게 먼 데까지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경동고등학교로 가면서 거리가 멀어져, 1년만에 별보기 운동이 다시 시작됐다. 게다가 얼마 지나니 야간자율학습으로 밤에도 별을 봐야했다.
어머니는 그때 동두천에서 위장전입한 친구들중 나만 그나마 성공했다고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공부를 좀 하는 애였고, 동두천에서 중학교를 나오고, 시험 봐서 양주군 제일 명문인 의정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 같지는 않다. 그랬었더라면 결과는 최소한 비슷했을 것이다. 그 위장전입으로 괜히 쌩고생만 하고, 나의 정계진출(?)만 불가능해졌다.
첫댓글 음 정계진출 하셨으면 저는 못 만났을 듯 ... ㅎㅎ
책도 못 쓰셨을 거고
제가 R에 입문 못했을 거고.
그러면 웹R 도 세상에 없었겠죠.
ㅋㅋ
@안재형 저도 같은 생각압니다.^^
@정준구 3400명의 회원을 등에 업고 미국 대표로 정계입문^^
@안재형 ㅎㅎ
앗 문교수님도 혹시 안재형님 책 보고 R에 입문하셨나요?
저도 첫번째로 사본 책이 이 책인데,
그대신 저는 이 책 보면서 R이 아닌 다른 것으로 해야겠다는 결론..
R은 보통 사람이 쓸 수는 없겠구나....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엑셀로 어떻게든 해 볼려고....
이래 저래 안재형님 덕분에 R을 좀 공부하게 된 것은 감사합니다.
@천감기 그 책은 통계분석이 필요한 분이 R로 쉽게 시작하도록 유도하는 의도에서 썼습니다. R 입문서로는 좀 부적절할겁니다^^
"... 나는 원래 공부를 좀 하는 애였고 ..." ^^ 만약 제가 온라인이라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안박사님 밀어드리겠습니다.
ㅋㅋ
ㅋㅋㅋ 갑자기 정계 파문? 근디 무슨 초딩쌤이~ 초딩에게 위장전입 했냐고? 물어보는것은 무엇일까 싶네요 ^_^;;; 뭐 암튼. 이정도 위장전입은 애교로 ㅋㅋㅋ
나를 한번이라도 직접 만난 사람은 "정계진출"이 농담인줄 알지요^^ 학교 다닐때 부끄러워 사람들 앞에서 교과서 읽는 것도 싫어했었는데 무슨 정치^^
안박사님 글 잘읽었습니다. 위장전입은 둘째치고 통학하시기 엄청 어려우셨을것 같아요..
그때는 하도 오랜세월을 매일 해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끔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