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9. 일요일
아침 일어나는게 왜이리 힘드냐...
생활의 루틴, 패턴이 무너졌나, 당연했던 내 일과들이 몹시 흔들리네?
4시반에 일어나긴 했는데 너무 힘들어
다시 불 켜놓고 누워 멍때리다 그렇게 힘겹게 일어나 나간다.
어제 비가 이쁘게 내렸는데 그 덕에 도시가 깨끗하다.
상쾌하고 조용한 아침. 좋다.
평화롭네..
원래는 두문동재 분주령 "금대봉"에 꽃구경 가려했는데
상황이 갑자기 변해 "월악산 덕주릿지, 만수릿지" 간다고 하네?
허얼~ 릿지는 좋아한다만
이 무릎으로 되겠냐만 조심히 따라가보자.
월악산~!
예전 영봉에서부터 포암산, 덕주봉, 만수봉 많이도 다닌 곳인데
"악"소리 나는 산이자나.
마음의 준비 단디하고 출발하지만 초반부터 금줄을 조용하고 빨리 넘어야하기에
급속히 고도를 올려 비탐방 개척길에 들어선다.
하이구~ 말없이 치고 올라가니 죽겠다.
와 이리 힘드냐? 후우~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최근 빡센 운동을 전혀 안한 댓가를 온몸으로 치른다. 그렇게 힘든 구간도 아닌데...
그건 그렇다치고, 계속 릿지구간 오르내리니 무릎이 죽겠다고 비명을 지른다. ㅠㅠ
릿지에 대한 반가움도 한두번이면 족하지
300고지에서 무려 1천 고지로 계속 급경사 암벽으로 쳐올리니 우째되겠는가~!
저질체력에 약골무릎 보유해 놓고, 덩치는 또 어떤가?
쩝, 미안하다. 무릎아... ㅠㅠ
이래 힘들게 두시간 올랐는데 뭐? 아직 10프로도 못왔다고
돌아삔다.
오늘 산행코스 안내.
삼봉 차례로 올라 덕주봉, 만수봉 찍고, 용암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라는데...
미쳤다~! 이건 특공대들이나 하는 막강 스폐셜 코스인데...
나같이 트레킹이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우째 간단 말이냐?
거기에~! 이 산이 워낙 큰 산이고 험해~ 탈출코스 확보가 어렵다 하네.
조져놨다...ㅠㅠ
이 라인을 탔으면 무조건 올라가야하는 코스이다.
씨름씨름 끙끙 앓는 소리 죽여가며 오르고, 또 오르는데
안따라주는 내 몸 상태를 보며 스스로 얼마나 미웠겠나?
그저 날 배려해주는 미르형과 동료들이 고마웠을 뿐~!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만들어간다."
알지? 그렇게 믿는다.
같이 간 일행들 속도에 민폐 끼치가면서 천천히 버텨가니
조금씩 적응되어 가는 것두 같았는데...
1봉 오르고, 2봉 가는 길.
내리막 릿지에서 결국 큰 사고를 치른다. 뭐?
릿지 하다보면 늘 강조하는 말이 이렇다.
그렇게 자일을 놔두신 선배들의 배려에 큰 고마움 가지고, 대신 ~
거기에 놓여진 밧줄은 크게 믿지말라는 말을 늘 해주는데...
보면 그게 꼭 힘든 자리에 놓여진거라 어쩔 수 없이 쥐고 갈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나~! 내리막 갈때 내려진 밧줄은 무조건 쥘수밖에 없자나..
이말을 꺼내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꺼낼건가 미리 예견하신 분들이 많을 것같기도 한데....맞다.
"진짜, 그랬다!!!"
큰 바위 하강릿지로 줄잡고 내려가는데
갑자기~!
뭔가 공중으로 몸이 붕~ 떠오르면서 땅바닥, 나무 등이 벌떡 일어서네
"하늘을 나는 느낌"이 왜 여기에서 등장해?
조져놨다.
줄이 끊긴 것이다.
짧지만 엄청 익숙한 느낌... 예전의 그 트라우마, 그 느낌 그대로다.
그 체중에 탄력이 오죽하겠나?
어이없이 튕겨지면서 밑으로 구르며 내려가네...
다행히 꼭대기에서 떨어지지않아 그나마 충격은 약했던 것 같다.
그 짧은 순간
생각은 또 얼마나 많이 솟아나는지...
또 이렇게 다치는 것인가? 어떻게 이 뒷처리를 해야하노.
어머니 뭐라 하실꼬, 회사에선 또 뭐라카노.
어제 나보고 좀 쉬라며 잔소리했던 웅길씨한테는 대체 뭐라 변명해야 하지?
그 순식간, 찰나지간에 ~ 대체 무슨 생각, 고민이 그렇게 동시에 자동 연산되는지...
그저 갑갑하고 혼란스럽더라
다행히~ 부처님의 가피로 잡초와 낙엽이 쌓인 쪽으로 비껴 떨어져
크게 다친것 같지는 않다.
다른 동료들 걱정할까봐~ 아무렇지 않은듯 여유까지 부려줬다.
그렇잖아, 밧줄이 끊겨 떨어졌는데 얼마나 놀랐겠어?
그런 내 의도를 알았는지 세밀히 묻진 않고 넘어가더라만 나름 ~!
내 입장에서 임팩트는 컸다.
생각해봐, 그건 당연한거자나?
다만 높은 꼭대기가 아니라 그나마 충격이 약했을 뿐~!
예상대로 온 전신에 다 까졌다.
구르다보니 긁히며 찰과상을 입은 탓인데... 흥분한 기분 누르며 살펴본다.
그렇게 크게 다친 곳은 없는거 같아 다행이네~
본인인 내가 젤 크게 안심했다는 거 아냐.
그런 상태지만 또 계속 오른다.
도망가고 싶지만 위치가 산속이라 탈출길이라면 일반등로와 만나는 접속점 끝까지
올라가야 하는 코스이기에 방법이 없다.
꾸역꾸역 오르다가 허걱~!!
엄청 강한게 또 몰려온다. 뭔데? 또~!!
바로 쥐선생이다. ㅠㅠ
엎친데 덮친다고, 설상가상으로 그 상태에 힘겹게 오르는데 쥐가 드리닥치네.
우측 대퇴부 바로 밑 허벅지 쥐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우찌... 이런 시련을 내려주나~
내가 뭐 어떡하겠어?
말은 생략하련다.
진짜 방법 없다. 여기를 벗어나려면 영봉 탐방길과 만나야하고,
그 고지는 200고지라 더 위로 치고 올라가는 수밖에 ~!
즐기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네.
인생 앞날 참 모른다~
일행들에게 먼저 가라 보내고프지만
나 혼자 이 상태로 벗어나긴 힘든걸 아는 일행 몇이 기다려주네.
미안함. 이게 더 미치겠다.
내 아픈건 혼자 감당하면 되는데 나 땜에 폐를 제대로 끼치는거 ...
이건 감당하기 힘든 고통, 고문이다.
이렇게 미안할 떼가.. 아, 덴장... ㅠㅠ
쥐선생 참 염치없다. 이제 그만 물러날 때가 되었는데도 자꾸
자기 존재를 확인시켜주네. 우야꼬, 줘 팻뿌까~!!
결국은 기다릴 수밖에...
시간은 모자라고 쥐는 안 물러나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주인공은 그저 마음이 오그라든다.
조금 무뎌졌을때 움직여 나간다. 억지로 오르고 올라야지.
살려고~ 본능적 발악이다.
어찌 되었을까?
지금 글 쓰는거 보면... 결국 영봉 오르는 등로를 만날수 있었다.
살았다. 그제서야 혼자 탈출을 한다.
서글프지만~ 혼자만의 하산길.
조용한 등로 위에 아무도 없이 온전히~ 나 스스로와의 여행을 한다.
이것도 나쁘지 만은 않은데 . . . 이 패배감은 어쩔겨?
혼자서 느릿느릿 여유롭게 거북이 모드 하산해서 물에 다리도 담그고,
일행들 올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
도토리묵무침에 막걸리 한잔 시켜놓고 이렇게 부끄러운 후기를 완성한다.
좀 그렇지? 쨘하지~ 쫌.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모습은 살아가며 지켜보기로하고, 오늘 월악산 릿지산행 얘기는 고마 여기서 마쳐야겠다.
나 혼자 홀로 남게되는 건, 무리와 떨어져 소외된다는 슬픈 비극이다.
앞으로 두번다시 하고프지 않다는거~!! 얼마나 자괴감이 들었겠는가
내일은 병원에나 가봐야겠다.
첫댓글 허걱!~ 아푸로 나케를 못볼뿐 했네!~^^
월악 영봉은 및뿐 지나간 곳이고, 중학교 동기넘들 델꼬
초겨울에 올라갔다가 안전시설이라꼬는 없던 시절이라
눈이 얼은 가파른 사면길이 진땀을 빼고
동기넘들 한테 이런 험한산을 델꼬 왔다꼬 욕을 푸지기로 묵었던 기억이!~ㅠ
다행이 뼈에는 이상이 없던 모양이지?~
천만다행이네!~
우리 맨치로 고속도로긋은 길을 살방살방 댕기지 말라꼬 그런 악산을!~
컨디션 조절 잘해가 거제도 꽃기경이나 감세!~^&^
네..식겁 했습니다
최근 무릎이 워낙 아파 서너달 정도 트레킹이나 산보만 했었는데
갑자기 비탐 급경사 드리대니
우선적으로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거기에 설상가상 밧줄까지 끊겨 떨어지질 않나 쥐까지 오질 않나~
암튼 도망도 못가고 죽는줄 알았습니다.
당분간 조용히 실금간 거 붙을 때까지 얌전히 몸조리 하겠습니다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꽃구경이나 가야지요~~ ^^
허허 밧줄끊어져도 말짱(?.) 얼메나 무서웠겠나, 릿지를 너무나 사랑한 나케님!.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이제는 부드러운길 샤방샤방 갑시당 ~~~~~~~~~~,몸 추스리고 산에서 만날날까지 쉬세요
감사합니다
그때 그 심정 ...진자 끝나나 싶데요.
그짧은 시간에 생각은 얼마나 많이 솟구치던지~
그나마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욕심내지 않고 살방살방 다니려합니더~~
지세포수국축제장에서 뵙겠습니다 ^^
일단 많이다치지
않은게 다행이군
뭐든지 안전한게
우선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
만약 무슨일이 있어봐라
직장문제 가족문제
생각하기싫구만
언제나 조심하게나
그렇죠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뭐든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지세포수국축제장에서 즐겁게 얘기 나누도록 해요~ ㅎㅎ
ㅎ 큰일 날뻔 했네.
사진만 봐서는 그때 당시의 심각한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구만은~~~
나도 바위를 엄청 좋아해서 산행 중 암벽코스만 나오면
안전한 우회코스가 있거나 말거나 무조건
바위로 올라붙곤 했었는데, 이젠 바위만 보면 겁이 슬슬 나더라구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네.
안전지키며 즐겁게~♡♡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