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학교 다닐 때 얘기입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에 중학교를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면소재지에 하나 밖에 없는 중학교가 30리 밖에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동네에는 전기도 안들어오는 벽촌이었으니 버스가 다닐 리 만무해서 중학교를 가려면 비포장 30리길을 걸어다니던지, 학교 가까운 곳에 자취를 하던지 둘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까까머리 중1짜리 머시매 한테는 답이 안나오는 문제였지요.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다음해 부터는 이웃 면에 있는 중학교에 다른 지역 졸업생도 입학을 허가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1년을 기다려서 그 곳으로 중학교를 다니기로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면 소재지는 30리 거리인데 이웃면 소재지는 길이 험하기는 해도 거리가 20리 밖에 안되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다음해 까지 기다려서야 중학교를 가게 되었는데 또 한가지 문제는 매일 같이 비포장 산길, 들길 왕복 4~50리를 걸어서 다니는 거였네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 새벽밥 먹고 이슬 헤쳐가며 20여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면 도착할 때 쯤 해서는 검정색 교복과 운동화에 흙먼지가 누렇게 앉아 있곤 했지요.
몇달을 그렇게 다니다가 보다 못한 아버지께서 어렵게 중고 자전거 한대를 마련해 주셨는데 또 문제가~
당시에는 키 순으로 번호를 정했는데 앞에서 번호를 세는게 빠를 만큼 키가 작았던 탓에 자전거 안장을 맨 아래로 낮춰도 페달에 발끝이 겨우 닿을 정도라 자전거 통학도 쉽지가 않았었네요.
걸어다니는 것 보다야 빨라서 좋긴 했지만 울퉁불퉁 비포장길을 한시간 이상 달리고 나면 머리통은 흔들흔들, 궁뎅이는 얼얼~
어쩌다 한번씩 자전거를 추월하여 쌩~하고 달리는 트럭이나, 그 보다 더 드물게 오토바이라도 한번 지나가는 걸 보면 언젠가 나도 저런걸 타고 다닐 수 있을까 하면서 흙먼지를 뒤집어써도 원망스럽지가 않았습니다.
다행히 3학년이 되니 마을까지 버스가 다니기 시작해서 비로소 문명 세계의 황홀함(!)을 맛보게 되었지요. ㅎ~
그렇게 두바퀴 자전거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50줄에 들어서서야 그때 마냥 부러워했던 오토바이를 타고 있네요.
투어를 다니다 보면 같은 경로를 또 가는건 가급적 피하고 싶은데 당일로 다녀올 만한 코스가 대부분 정해져 있어서, 라이딩 5년 차에 접어드니 이젠 웬만한 큰길은 한번 이상 씩은 다녀본 것 같네요.
그래서 오늘은 전 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청풍호반 비포장길을 가 보기로 합니다.
충주댐을 막으면서 생긴 거대한 호수를 둘러싼 꼬부랑길 가운데 청풍대교에서 제천 수산면을 지나 충주로 가는 길은 완전히 포장이 되어 있는데 반대쪽은 아직도 많은 구간이 비포장으로 남아 있지요.
전국 모든 곳을 항공 사진과 로드뷰로 손바닥 보듯이 보여주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5월 8일, 4일간의 연휴 마지막날인데 황사와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하늘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엊저녁 부터 오늘 라이딩에 염소를 끌고 나깔까 큐댕이에게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가벼운 큐댕이를 선택합니다.
재작년 해인사 답사길에 밤중에 산길에서 염소가 넘어져서 그 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비포장과 염소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특히 파쇄석이나 자갈길에서 염소를 돌려본 회원님들은 얼마나 힘든지 잘 아실테지요.
그렇다고 도시형 스쿠터 큐댕이가 비포장길에 좋다는건 물론 아니지만, 혹시 넘어지거나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돌려나오기는 뚱땡이 염소 보다야 백번 나으니까요.
오늘의 경로는 여주~ 장호원 ~ 앙성 ~ 산척 ~ 제천 금성면 코스입니다.
부산교 다리까지는 온로드, 그 이후로는 오프로드가 되겠네요.
장호원~제천간 국도를 달리다가 산척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 하여 상쾌한 아침길을 기분 좋게 달리는데~
새 한마리가 휙~ 날아들더니 윈드스크린에 퍽~~!
이,이게 뭔일이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중에 블랙박스를 돌려보고 나서야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알았네요.
달리던 길이라 새가 어떻게 되었는지 멈추고 살펴볼 생각은 못했는데 무사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잖아도 곳곳에 로드킬 당한 동물들 사체가 널려있어 찜찜했는데 길짐승도 아닌 날짐승과의 사고를 이걸 로드킬이라고 해야 하나, 쌍방 과실이라고 해야 하나 의문스럽네요.
나는 내 길 가고 있었으니 쌍방 과실은 아니지요...? ㅎ
우여곡절(?) 끝에 1차 목적지인 부산교 다리 도착~
세우고 보니 하필이면 낙석 표지판 앞이네요.
표지판에서 2m 떨어졌으니 돌 안 맞겠지요?
부산교 출발,
오프를 향하여~
잠시 달리니 정말로 포장도로 종점이네요.
몇십년 만에 보는 제대로 된(?) 비포장 도로~
다행히 포장 공사를 시작했군요.
내년 쯤이면 포장이 되지 않을까...?
비포장일 때 달려보려고 왔지만 막상 비포장이 시작되니 큐댕이가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 긴장이 됩니다.
포장 도로를 만들기 위해 곡선 구간을 가능한한 직선화 하고 좁은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하는 중입니다.
중간에 옛길로 빠지는 곳이 있어 들어가 보는데 진입을 못하도록 흙더미를 쌓아놓았더군요.
덜컹덜컹 한참을 달리다 보니 "공사 종점"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공사 종점이라니~
표지판 너머로도 계속 비포장인데 여기서 공사를 끝내면 저 앞쪽 부터는....?
그럼 여기 부터 나머지 구간은 또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모르고 계속 비포장으로 남겠군요.
큐댕이 모습을 찍고 있으니 지도 이렇게 주인을 찍고 있었군요. ㅎ~
또 다시 달려서, 아니 엉금엉금 기어서~
여긴 어디지? 왜 멈췄는지 모르겠네요.
조금 더 달리다 보니 발 아래 호수가 나타납니다.
연출~
뭐 별로 멋지지도 않구만.
고개를 넘으니~
오~~~!
제대로 된 호수 풍경이 펼쳐지네요.
갈수기 봄철이지만 올해는 간간이 비가 내려서 저수량이 충분해 보입니다.
헬멧 쉴드 올리기 힘들어서 안 올린채로 한방~ 콱!
김서림 방지용 라레리 필름을 붙였는데 헬멧 테두리 몰딩과 간섭이 생겨서 쉴드 올리고 내리는 게 엄청 뻑뻑하네요.
떼어서 다시 붙여도 된다는데 아무래도 접착력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잠깐 더 달리니 드디어 비포장 도로 종점입니다.
원시와 문명의 경계....?
블랙박스는 여기서도 이렇게 주인을 바라보고 있군요.
드디어 문명 세계 입성~
금성면 소재지에 들어왔습니다.
포장 도로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생각없이 누리는 일상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다음에는 오늘 주행 구간의 반대 방향으로 부산교 ~ 충주 시내 비포장 구간을 한번 더 달려봐야겠습니다.
회원님들, 연휴 마지막 밤 편히 보내시고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2016. 5. 8. 여주 스카우트
첫댓글 와우~ 담에 가실때 저도 델꾸 가세요~~^^
아니 되오!
하트님의 GS를 어떻게 따라가요~ㅠ
전 5일날 실버윙타고 비포장길 충주호 외곽으로 돌다가 개고생했네요. 수쿠터로는 힘들더군요.
큐투는 워낙 돌쇼바라 그렇지만 실버윙이면 스쿠터로는 상급 성능일텐데 그래도 힘드시던가요?
@스카우트[오용수] 차체가 길어서 비포장길엔 위험하고 포장도로에서나 타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충주호로 한바퀴 하셨네요..스쿠터타고 투어하는것도 다른 재미가 있을거 같아요 오늘 날씨 많이 덥던데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주도 화이팅 하겠습니다..
아침 일찍 8시에 출발한데다가 호수 주변이라 오히려 싸늘하더군요.
역시 스쿠터는 시내 주행용입니다~
역시 즐거운 이야기가있는 투어,사진 동영상~새는 날아가겠지요^^
옛날 이야기까지~ 수고하셨어요.
새가 무사해야 할텐데~
어떻게 크지도 않은 스쿠터에 와서 박는지,
그러니까 새대가리 소릴 듣지요~ㅎ
스쿠터투어....
또 다른재미가 잇을것 같아요....
장거리는 좀 위험할것 같은데....ㅋㅋ
예전에 타던 포르테 생각나네요.....
염소 데리고 오기 전에 왕복 300km 정도 거리는 스쿠터로 다녔습니다.
어제 투어는 거리 보다 비포장이라서 허리도 아프고, 바퀴가 작아서 조향이 잘 안되는게 더 힘들었지요~^^
새대가리 ㅋㅋㅋ 재밋게보고 갑니다^^
그넘~ 새대가리가 맞지요? ㅎ
오프 타시려면 큐댕이가 아니라 지에스 타셔야지요.
어제 장모님 뵈러 안동 가는데 길이 뻥뚫여서 집사람텐덤하고 이화령휴게소 42분. 서안동 ic 1시간28분 기록 세웠습니다.
차량이 없어서 기록을 세운것 같아요.
다시 기록갱신은 어려울듯. 집사람이 내가 야간근무후 가는것이라 빨리도착하길 바라서 그런지 190키로가 넘어가도 헬멧을 때리지는 않네요. ㅎ
오프는 무슨요~ 늘 후라이드만 먹다가 양념 치킨 한번 주문한거죠.
그래서 오프 흉내라고 썼슴다. ㅎ
근데 안동을 한시간 반 안쪽으로 주파하다니~~
정말 강심장 부부시군요.
둘이서 190씩이면 합해서 380으로 달린 셈인가요?
이런 계산법은 또 어디서 나온건지...? ㅎ~
너무 달리신거 아닌가요 190저는 달려본적없네요 st잘나가네요 살살달리세요
너무 달리신거 아닌가요 190저는 달려본적없네요 st잘나가네요 살살달리세요 안전운행 하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