삘 받을 때마다 아랑을 찾는 사람입니다.
원래 아나운서를 지원했었죠. 어언 3년 전의 일입니다.
12년 동안 아나운서의 꿈을 꾸어왔기에 너무나도 당연히 전 대학3년 때부터 아나운서를 준비했습니다.
대학 4년, 수없이 많은 카테를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아, 난 아나운서 감이 아니구나...'
연예인 같은 얼굴도, 쭉쭉빵빵 모델 같은 몸매도 아닌 저...(물론 이 말에 반박하시는 분들도 계시겠다만, 솔직히 현실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저 오랫동안 해온 방송경험과 방송에 대한 애착 만으로 살아온 제게 아나운서는 오르지 못할 나무였습니다.
전신 성형을 하기 전에는-_-^
그렇게 때려치웠습니다. 1년 반을 투자했고, 꿈을 꾼 지 12년 만이었습니다.
허무했습니다.
모든 게 '아나운서'에 맞춰져 있었던 대학 생활, 제게는 일반 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너 뭐하고 싶니..?'
가슴이 대답합니다.
'여행'
떠났습니다. 부모님께 싹싹 빌었습니다.
가서 아르바이트 할테니 돈 좀 대주세요;;
졸업 다 하고 떠난 여행, 낯선 땅 뉴질랜드로 향했습니다.
어학연수라기 보다는 일단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었죠.
그렇게 떠난 곳에서 전 영어에 재미를 느꼈고, 내친김에 몰두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제 영어실력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고,
뉴질랜드 일주까지 마친 후, 한국을 다시 밟았습니다.
좌절했습니다.
한국엔 영어 잘 하는 사람이 쎄고 쎘더군요... 하하
기업체, 닥치는 대로 원서 넣었습니다.
몇 개는 운좋게 서류가 붙어 면접도 봤습니다.
그 중 한 두개, 최종면접에 갔습니다.
꿈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의 선택,
그 선택이 낳은 압박면접은 잔인했습니다.
그리고 제 대답은 추상적이었습니다. 진심이 빠져있었기 때문이었죠.
결과는 낙방.
눈물이 흘렀습니다.
다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너 뭐하고 싶니?'
가슴이 말합니다.
'유럽에 가고 싶어.'
알바 했습니다.
4개월동안 뼈빠지게 일했습니다.
하루에 12시간씩 서있는 서비스직이었습니다.
잡생각 줄이겠다고, 몸 쓰는 일을 택한 탓입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돈모아, 유럽으로 홀로 떠났습니다.
유럽을 다녀온 뒤, 적당한 회사에 들어갔고,
7개월을 일했습니다.
여차저차 사정이 생겨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내렸습니다.
아나운서라는 꿈의 포기 이후,
직장을 잡고서도 저는 어쩌면 꿈을 찾고 있었나 봅니다.
결국 취업은 했지만, 돈, 복리후생 이딴 거 다 떠나서,
일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다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너 뭐할래 앞으로..?'
가슴이 말합니다.
'네 가지의 길이 있어. 첫째, 적당한 회사에 재취업한다. 둘째, 자영업을 준비한다. 셋째, 취집을 간다. 넷째, 꿈을 다시 찾아본다.'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면,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자영업은 생각은 많았지만, 자금면에서 해답이 나오질 않아 접었습니다.
취집은... 죽어도 싫었습니다. 비겁한 타협이란 생각에...
그래서 결국 넷째, 꿈을 다시 찾기로 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강남역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기자'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곤 뛰어들었습니다.
'아나운서'와 '기자'
오랜 스터디 경험으로 많은 기자준비생들을 봐왔으면서,
저는 3년 만에 기자를 꿈으로 설정했습니다.
이제 겨우 준비한 지 3개월 남짓 됐으면서, 전 한 1년은 준비한 사람처럼 말합니다.
"기자는 말이지, 돈이나 명예보고 하면 안돼! 사명감 없이는 절대 안되는 게 바로 기자다!"
돈도 쥐꼬리에, 옛날 같은 대우도 없고..
평균 근무시간, 주 100시간 남짓..
휴일도 들락날락,,,,
마감시간에 쫓기는 생활들...
근데 말입니다. 이 대표적인 3D직종인 기자가 말입니다.
하고싶단 말입니다.
이것 말고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나운서 때려치고, 신문도 2년 반동안 때려쳤는데,
요새 다시 신문을 보니까 말입니다. 이게 사람 피를 끓게 하더란 말씀입니다.
현직에 계신 분들의 한숨 섞인 넋두리를 들어도 말입니다.
이게 부럽단 말입니다.
s사, m사, 중x, 매x, 경x, 한xx 다 떨어졌는데 말입니다.
이제 준비한 지 3개월 됐으면서!! 하면서 다시 절 다독인단 말입니다.
대체 이 놈의 기자를 왜 하겠다는 건지 말입니다...
기자직을 포기한 친구가 제게 당부했습니다.
"절대 의심하지 마!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갖지마!
넌 무조건 될 거라는 생각만 해! 그래야 할 수 있대!"
그래서 의심 안할라구요!
머 서류에서부터 줄줄이 낙방하지만,
언제 끝이 날 지 알 수는 없지만,
한번 해 볼라구요....
가능한 걸까요?
뭣도 안된다는 기자 하겠다고, 사명감이랑 열정 요 두 놈만 믿고 덤빕니다.
돈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기자다운 기자가 되겠다고 말입니다.
가능한 거겠죠?
언젠가는......
제가 어떻게 깨닫게 된 꿈인걸요,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한 번의 실패는 용서가 가능해도,
두 번의 실패는 핑계를 댈 수 없는, 바로 제 자신의 탓인 까닭입니다.
첫댓글 가능해요! ^^
저는 아나운서 준비생인데 심각하게 내 길이 아니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아나운서는 대중에 보도력을 가진 언론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이었습니다. 추세가 추세인지라. 이런 의식변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가진 다양성이 연예인화로 수렴되는 것 같아 속이 상합니다. 학원을 가도 리포터 훈련을 받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오버하는 방법만 배웁니다. 이제와서 기자라는 직업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두 직종 사이에는 괴리가 너무 커 감히 넘어갈 수도 없네요. 요 며칠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님이 전에 하신 고민을 저는 이제야 하고 있네요.
저는 3년만에 그 괴리를 넘어왔습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세요.. 그것만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길입니다. 저처럼 지각인생 안사실려면 서두르세요! 아.. 아닙니다. 서두르지 마십쇼. 천천히 차근차근히 생각해 보세요. 님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요. 정답은 님에게만 있습니다 분명...^^
저와 비슷한 생각들...프리랜서로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데 이건 뭐 앵무새가 따로 없습니다. 당분간 제 궁극적 목표점을 위해 앵무새쯤이야 해 줄 수 있다 스스로 위안하지만 스리슬쩍 논술공부를 시작하게 되네요. 제 얘기를 하고 싶기에.
그래도 Passion님은 이제 출발하고 마음껏 달리기만 하시면 되잖아요. ^^ 그 동안 아파하고 고민했던 시간동안의 아픔과 지혜가 숙성되어서 시험 보는 동안, 기자가 되어서도 빛을 발할 거라고 믿습니다. 꼭 기자가 되어주세요. 아자아자!
공감, 또 공감합니다.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절대 안 되는 게 있더라구요. 특히 '아나운서'의 세계는 말이죠... 저도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Passion님의 '지각인생'이란 단어가 가슴에 팍팍 꽂히네요. 문득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손석희 교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지각인생......^^
저도 지각인생을 사는 한 명입니다. 이 글을 읽으니 힘이 나네요...아자!!
멋지십니다. 읽고 나서 이렇게 힘이 나는 글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전 요즘 이런 생각을 해봐요. 나는 잘난 사람이 되어야 할까, 열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답은 능력보다 열정이 있는 사람이더군요. 잘난 사람은 실패를 몰라야 하고, 실패를 피하려면 안전한 길로 가야 하지만. 열정이 있는 사람은 안 될 일에도 뛰어들 수 있으니까요. 결국엔 열정적인 사람이 잘난 사람을 이기지 않을까,, 하고요.. Passion님 덕분에 저도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분명, 마음이 있으면, 세상은 그 곳으로 가 줄 겁니다. 분명. :)
"절대 의심하지 마!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갖지마! "절대 의심하지 마!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갖지마! 넌 무조건 될 거라는 생각만 해! 그래야 할 수 있대!" 이 말... 100% 사실로 다시한번 마음판에 콕콕 새기고 또 새깁니다....
..^^ 잘 봤습니다. 하고싶어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하고싶어 하는 일이 있는 사람도 차마 그 일을 못하고 있네요. 모두 고생하십니다.
글쓴분 참 멋있는분 같네요^^
진심이 담겨있단 걸 단박에 알겠습니다^-^ 글 읽는 이들까지 힘나게 만드시는 분!! 힘내십시오!!! 저도, 아자~!!!!!!!!!!
저도 모르게 저절로 Passion님이 꼭 잘 되시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진심이 느껴져서, 읽는 저까지 덩달아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고 갑니다 ^-^
한 글자 한 글자가 제 마음에 직격타를 날리네요.
정말 멋있게 사시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된다!
면접도 연습도 필요하고 그렇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진심이 빠져있다면(전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갑니다. 보통 다른 일하다가 취업전선에 뛰어들면 면접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죠..어느정도..) 최종면접에서 붙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심층면접형태의 긴 시간동안 면접하는 대기업이나 조직의 경우에는.. 사실 10분 20분 면접때에도 면접자보다 세상 더 많이 살아본 면접관들은 추상적인 답변인지 간파하는 거 같더라구요...
뚜렷한 목표를 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전 님의 부럽습니다! 물론 그 목표조차 쉽게 얻어질수는 없겠지만, 정말로 이젠 그 목표를 향해 한치의 의심도 없이 달려가세요! 최소한 후회는 없도록 기자라는 나무를 찍고찍고 찍으시길바랍니다!
글 읽고 울컥했어요~저도 스스로에게 절대 의심하지 않도록 마음 단단히 먹을거예요 모두 아자아자!!!
이렇게 힘나는 답글을 마니 남겨주시다니...ㅜ.ㅜ 완전감동! 님들 다 복받으실거예요!! 정말 아자아자 힘냅시다!! 우린 될거니까! ^-^/
아 진짜 감동.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원래 이렇게 댓글 안 남기는데 가슴절절히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