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부마누라의 양심선언 ◈
저는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wife 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인 제가 이렇게
여러분께 지나간 제 가정사 이야기를 하려니
엄청나게 쑥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도 한때는 꿈 많은 소녀였는데 어쩌다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하는 일없이
개기다 보니 대책 없이 올망졸망 애들만
많이 낳아서 식구 수만 불려 놓았답니다.
기차길옆 오막살이가 아닌 들판의 오막살이라
자다가 시끄러워 깰 일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애들 아부지, 그러니까 우리 흥부 씨가 워낙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데 그 당시에 돈은 없지
어디 다른데 어디 갈 곳이 있어야지요.
죽으나 사나 일편단심 저하고만 놀다보니
본의 아니게 애들만 그리 많이 생긴 겁니다.
지덜 먹을 건 타고난다는 어른들 말씀만 믿고
그렇게 많이 낳은 거지 뭐 제가 많이 낳고
싶어서 낳은 것은 정말 절대 아니랍니다.
어떤 땐 먹을 것이 없어서 물만 먹고 힘이
없었는데도 흥부랑 긴긴밤 별다르게 소일할
오락거리가 없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다리 부러진 제비사연도 이참에 털어놓지요.
그날도 흥부 씨가 마루에서 먹을 건 없고
멀거니 제 치맛자락만 붙들고 자꾸 방으로
들어가자 하는 걸 제가 또 애 생길까봐 참아라
하고 있든 차에 그 제비가 눈에 뜨인 겁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가만 두겠습니까?
지들이 한 것이라고는 빨간 머큐롬 발라주고
1회용 대일밴드 붙여준 거 밖에 없는데
그 제비가 어디 가서 그런 신통방통한
박씨를 물어다 주고 갔나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거 순 지어낸 거랍니다.
박 속에서 그렇게 금은보화가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면 뒷집의 땡칠이가 들어도 웃습니다.
그런 소린 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나 통한거지
요새 영리한 초등학교 애들한테 그런 이야기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랍니다. 제 말이 맞지요?
그런데 흥부이야기 중에 왜 뒷얘기가 없는 줄
아십니까? 제가 더 이상 뭘 숨기겠어요.
내친김에 다 얘길 해버릴게요. 사실은
흥부가 돈 생기니까 자꾸 한눈을 파는 거예요.
날마다 룸살롱 가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야타족 되고, 원조교제까지 하더라니까요.
그래 너 죽고 나 살자고 눈만 뜨면 날마다
머리 박 터지게 싸움하다가 내린 결정은
"서로의 성격이 안 맞아 도저히 못살겠다.
깨끗이 정리하고 각자의 길로 가기로 하자“
그리하여 저도 위자료 조로 한 살림 받아서
깔끔하게 가정법원에서 빠이빠이 한 겁니다.
그러니 Happy-End 가 안되고 Unhappy-End 가
됐는데 어지해서 그 뒷이야기를 쓰겠습니까?
사건이 결말은 그렇고 그렇게 된 거랍니다.
물론 조도 그 돈을 받아서 귀부인 스타일로
얼굴 확 뜯어고쳐서 연하의 남자를 데리고
우짜고저짜고 하다가 돈 날리고 뭐 날리고
날릴 거 다 날렸지요. 그래가 창피스러워서
그냥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진 겁니다.
제가 이렇게 양심선언을 하는 이유는 평소에
돈 있다고 흥청망청 함부로 물 쓰듯 쓰지 말고
한 푼이라도 아껴서 노후에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아가시라고 간곡히 충고를 드리는 겁니다.
다시는 나 같이 불행한 여자가 이 땅에 있어선
안되겠다는 일념으로 솔직하게 밝힌 거랍니다.
모두모두 열심히 노력해서 부~우자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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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감합니다 조준원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