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로드무비>를 드디어 보았다.
개봉 첫날 놓치고 며칠후에 -일주일쯤 후에 극장을 찾았더니 모두다 간판을 내려서 보지못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때 상영한다고 해서 게다가 감독과의 대화까지 있기에 그 난리법석 예매전쟁에서 2장을 당당히 건졌더랬다.
영화를 본후 자막이 올라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박수를 치기시작했다.
나도 손바닥이 아플정도로 크게 박수를 쳤다.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그 감동은 감정의 과잉으로 인해 눈물닦고나면 나 왜 울었지생각이 드는 오버섞인 눈물...그런 것이 아니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감정은 담담하며 절제되었고 때론 너무나 쓸쓸하지만 아름다웠다.
퀴어영화라고, 동성애 영화라고 소문이 나있었지만 내가 볼 때 이 영화는 퀴어영화도 아니고 동성애 영화도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 혹은 소통에 관한 영화였다.
나는 동성애자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16일에 본 '욕망'에서의 남자들끼리 하는 격렬한 키스씬을 보고 아주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꼈었기 때문에 로드무비를 보기전에 그때처럼 또 불쾌해지면 어떡할까 슬슬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로드무비>에서는 첫장면을 빼고는 그리 불편하거나 괴롭지는 않았었다.
첫장면은 가히 쇼크였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큰 펀치를 한방 날려준후 멍한 기분으로 기선제압 당한채 영화속으로 빨려들어갈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건졌고, 서린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어 기뻤고, 정찬은 다른 영화에서 이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배우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이 역할에는 적격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된 영화를 보았다는 생각에 뿌듯했으나 이렇게 잘만들어진 영화가 개봉한지 일주일도 채 안되어 끝나버리는 우리나라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지금이라도 입소문에 입소문이 나서 다시 극장에 걸릴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니면 외국의 유명한 영화제에서 상을 대여섯개 받아버려서 홈런을 날리든지~
핫하~ 농담이지만 로드무비는 충분히 그럴수 있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차~ 그리고 감독과의 대화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관객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영화에 god노래가 세 번인가나오는데 혹시 감독님께서 god팬이십니까?
핫하~ 감독님의 대답~~~!
"네. 팬이에요."
오잉? 핫하하....
김인식감독님께서 유치하게 god팬?
조금지나서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영화에서 영화배경으로 음악을 깔려면 저작권등등해서 귀찮고 피곤한 절차가 많은데, god는 이 영화의 배급사인 싸이더스 소속가수라는 것. 그래서 꽁짜로 god노래를 넣을수 있었다는 말씀.
정말 영화를 만드는데 이것, 저것 금전적인 문제가 많이 걸리긴 걸리는 모양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김인식 감독님의 팬이 되었고, 김인식감독님께서 몇 년전에 썼다던 <어디에서나 슬픔은 반짝인다> 책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