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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1945년. 길었던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혼란한 세상에 한 그릇의 온정이 세상을 물들게 하고 있었다. 정산종사는 대한민국 건국사업의 일환으로 만주, 일본, 중국 등 해외귀환 전재동포를 대상으로 익산, 서울, 부산, 전주 등 4곳에서 식사와 의료, 장례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절대 넉넉하지 않은 교단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생의세의 교법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전 교단이 뛰어들고 주산종사가 몸을 바쳐 복지를 실천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원불교의 대사회 정신을 계속 이어가는 곳이 있다. 전 세계가 움츠러드는 요즘, 마음이 더욱 얼어붙는 겨울에도 손끝을 녹이는 온정 한 그릇을 내미는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삼동회다.
구성원들의 전문성 향상과 역량 강화가 삼동회의 비전이라고 강조하는 유형진 삼동회 이사장(사진 중앙).
대한민국 복지의 큰 축
사회복지법인 삼동회는 원기66년(1981) 설립됐다.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정신을 실천하는 것을 설립이념으로 인류복지 선도와 제생의세 구현을 이루고자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운영하고 있던 이리보육원, 신용양로원(현 수양의집), 전주양로원(현 전주요양원)을 기본재산으로 설립해 이후 1981년 이리자선원, 1985년 삼정원, 1986년 장수수양원, 1988년 제주원광요양원, 관촌원광수양원 등을 설립했다. 이후 전국을 무대로 7개의 법인을 분리해 주고 46개의 노인복지시설, 21개의 아동복지시설, 9개의 사회복지관, 4개의 정신보건시설, 7개의 장애인복지 시설 등을 포함해 총 91개의 시설(2021년 기준)을 운영하는 대한민국 복지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됐다.
근본정신 실천하는 법인
사회에서 원불교라고 하면 복지사업을 떠올릴 만큼, 왕성한 대사회활동을 선두해가고 있는 곳이 바로 삼동회다. 사회에 은혜를 직접 실천하려는 의지는 다른 종교에서 부러워할 정도이다. 이런 사회활동의 최선두에 있는 삼동회는 다른 수많은 원불교 복지 시설과 법인들의 모체가 됐다. 모든 시설이 삼동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유형진 삼동회 이사장은 “원불교가 처음 영산에서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가 사실 원불교 복지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진리를 실천하는 삶을 살고, 그 삶을 통해 진리를 배우는 것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사회와 대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이곳에 와서 활동해보니 피땀을 흘려서 일구셨던 선진님들의 그 정성이 너무나 간절하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정산종사의 동원도리(同源道理), 동기연계(同氣連契), 동척사업(同拓事業)의 삼동윤리의 이름을 이어받은 삼동회는 원불교 정신으로 복지사회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간존중, 영성중시, 자리이타, 윤리경영이 핵심가치인 삼동회는 각 기관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직급별, 경력별 교육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가 기준에 따른 법제분과를 운영해 법령 등과 현장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영성분과를 설치해 원불교의 사회복지란 무엇이며 원불교 정신에 입각한 복지법인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정신 함양을 위한 다각적인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시범적으로 9개 기관을 선정해 맑은 마음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2022년에는 삼동회 산하시설 전체가 에너지 절약을 바탕으로 공동 유무념을 지정해 참여할 예정이다.
교화와 복지 둘이 아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지침서를 개정하려고 하는 등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 기준에 맞는 재정 관리와 순환직 직원(성직자)의 대우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에 맞는 시설과 전문성을 갖춘 운영자가 더욱 절실해졌다. 점차 줄어드는 출가교역자의 인적구조 속에서 교단의 대사회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사에 큰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가뿐만 아니라 전문성 있는 재가양성 또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 이사장은 “미래를 이끌어갈 중간 관리자와 시설장을 길러내는 것이 법인의 큰 숙제이다”라고 현실을 직시했다. 구성원들의 전문성향상과 역량강화가 결국 삼동회의 비전이라고 강조하는 유 이사장은 “교화와 복지가 둘이 아니기에 중도행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성공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제시했다.
기본에 충실하며 미래준비
사회복지법인 삼동회는 급변하는 사회복지법의 물결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균형을 잡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삼동회는 ①영성강화 ②재정안정화·운영내실화 ③전문성향상·역량강화 ④은혜확산이란 4가지 운영방침으로 국내 최고의 사회복지법인으로 자리 잡고자 중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설립 취지 정신을 살리고 기본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024년까지 산하시설 전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해 3~4년 뒤에 퇴임하는 출가자들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복지사업에 임하면서 선배님들이 헌신과 열정으로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회·국가에 교법을 실천하려 했던 선배님들과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합력해주는 정부 기관과 많은 분들의 합력이 있기에 지금의 삼동회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활동이 바로 원불교의 얼굴이며 사회가 원불교를 바라보는 첫 모습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활동한다. 이 자세를 사회복지법인 구성원들과 함께 실천해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기2년 저축조합으로 시작한 원불교의 사회복지는 방언공사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삼동회가 어느덧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은혜와 나눔을 실천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삼동회가 미래 시대의 복지를 이끌어갈 선구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2021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