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에서 쫓겨나는 미군
민중의소리/ 정 혜 연 기자 2024-05-02
미국 정부 대표단이 지난 4월 25일 미군(약 1천 명) 철수를 논의하기 위해 니아메이(니제르 수도)를 찾았다. 이로써 이슬람 폭력의 세계적 진원지로 여겨지는 지역에서 유지되던, 최대 규모의 미군 병력이 사라지게 됐다.
미 바이든 정권의 상당한 외교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군부의 요청으로 미군이 철수하게 됐다. 그동안 미국은 니제르에 있는 두 미군 기지를 유지하고 니제르에 민간정권을 다시 세우기 위해 워싱턴 D.C.와 니아메이에서 여러 차례 니제르 군부와 부딪쳐 왔다.
사하라 사막 남쪽에 있는, 희귀 자원도 풍부한 사헬 지역 전역에서 일어난 여러 쿠데타로 서방의 반테러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러시아 민병대가 발을 들일 수 있게 된 가운데, 지난해 말 프랑스군도 니제르에서 철수했다.
러시아군 교관 수십 명이 지난 4월 니제르에 도착했는데, 이는 프랑스군 철수 이후 러시아의 바그너그룹 용병이 진출한 2022년 '말리'와 2023~2024년 '부르키나파소'에서 본 패턴과 같다.
<뉴욕타임스>는 4월 25일 니제르의 동쪽 이웃 '차드'에서도 정부가 미군 주둔에 문제제기를 해, 미 특수부대가 철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5월 6일 1차 투표와 필요시 6월 22일 결선 투표를 하는 차드의 대선이 끝날 때까지만 지속될 일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니제르에서의 미군 철수는 군사정권이 서방 군대를 축출하고 러시아군을 받아들이는 이 지역의 전반적인 추세의 일부라 여겨지고 있다. 미국 안보 컨설팅업체(수판그룹)의 콜린 클라크(연구 책임자)는 ‘러시아가 진출하면 테러 문제가 악화되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모두 추출한 후 집으로 돌아가면 이곳은 악몽 같은 모습’일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바이든 정권 관계자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경쟁하는 강대국 중에서 선택'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와 중국이 진출을 모색하는 아프리카에서 강대국의 경쟁이 어떻게 미국의 안보 지원 노력을 복잡하게 만드는지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군이 니제르에 가져온 장비에는 대공포대도 있다. 현지 무장단체는 하늘에서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의 드론 작전을 겨냥한 것이라 이해되고 있다.
미 정부에서 여러 아프리카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카메론 허드슨(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니제르의 두 미군기지가 사라지는 것이 실질적인 영향과 상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니제르에서 미군의 역할은 2017년 미군 특수부대원 4명과 나이지리아 군인 4명이 매복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축소됐다. 미국이 니제르에서 펼치는 전투작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미국은 유인 항공기와 드론을 이용한 감시 비행과 신호정보 수집활동만 하게 됐다. 게다가 작년 쿠데타 이후 미국의 모든 대테러 작전이 중단됐고, 9월에서야 군대 보호 목적으로만 정보, 감시, 정찰 비행이 재개됐다.
허드슨 연구원은 ‘미군 철수의 더 큰 영향은 미국의 평판, 미국의 외교관계가 러시아로 대체된다는 모양새에 있다. 그것이 실제적인 영향보다, 미국에 훨씬 큰 타격을 준다’고 했다.
미국은 아직 니제르 철수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패트릭 라이더(미 국방부 대변인)는 사헬지역 다른 곳에 병력을 재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지만, 미국이 지역 파트너와 계속 협력해 ‘테러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옵션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니제르 쿠데타 이후 미국이 사헬지역 감시비행을 위해 베냉, 가나, 코트디부아르 같은 해안국가에 있는 비행장을 이용하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군이 니제르에 군대를 처음 파견된 것은 2013년 알카에다와 연계된 단체를 감시할 드론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0년 동안 알카에다와 연계된 '자마트 누스라트 알 이슬람 월 무슬림(JNIM)'과 '사하라광역이슬람국가(ISGS, IS의 분파)'를 비롯한 이슬람주의 민병대는 취약한 통치, 불평등, 지역의 여러 문제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해 왔다.
클라크(수판그룹의 연구책임자)는 기후변화도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특히 사헬은 우리가 세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미 국방부 산하기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 폭력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급증했고, 지난해 이슬람주의자 폭력으로 11,6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JNIM과 ISGS는 부르키나파소, 말리에서 광범위한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조셉 시글(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 연구책임자)은 초국가적 테러단체와의 연계가 이들의 활동에 ‘이념적 가면’을 제공했을 수 있지만, 이는 대부분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며, JNIM과 IS GS 같은 단체가 거의 전적으로 자율적인(그러니까 스스로 생겨났고 스스로 지속될) 단체라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과 전문가는 JNIM, ISGS 같은 단체가 사헬 지역에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앤드루 레보비치( 네덜란드 클린겐데일 연구소 연구원)은 ‘사헬의 무장단체가 미 본토를 공격할 의사나 능력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 그들이 이 지역에서 서방 표적을 공격하고 서양인을 납치했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공격을 지역 외부에서도 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든은 취임 당시 '9·11 사태' 이후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전역에서 벌인 무제한적인 대테러 작전(즉 ‘영원한 전쟁’)에 중점을 둔 정책을 바꾸겠고 선언한 바 있다. 바이든 정권의 한 고위급 소식통은 니제르에서의 미군 철수가 최선책은 아니지만, 니제르의 미군기지가 과거의 반테러정책의 잔재라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부르키나파소, 기니, 말리에 이어 일어난 니제르의 군사 쿠데타 이후, 미국은 민간 통치를 복원하고 미군 주둔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말리의 카미사 카마라(전 외무장관)는 ‘미국은 민주정권의 수립을 위해 군사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미국이 군사 파트너십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사헬 지역을 등한시하고 위기상황에서 무력하다는 비난도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사헬 지역 특사로 활동한) J. 피터 팜은 ‘최근 사헬 지역과 서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가 해당국가 국민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에겐 안보가 형식적 민주주의 외형보다 중요하다. 선거에 대한 설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 이익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의 몰리 피(아프리카 담당 국무부 차관)와 마이클 랭리 장군(미국 아프리카 사령부)이 민간통치로의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3월 니제르를 방문한 후, 미국과 니제르 간에 긴장이 고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당시 미국은 '이란이 매장량이 엄청난 우라늄의 채굴권을 얻기 위해 니제르와 협상 중이라는 정보'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방문 직후 아마두 압드라마네 대령(니제르 군사정권 대변인)은 미국 관리들이 방문기간 동안 외교의례를 따르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압드라마네는 TV 성명을 통해 ‘우리는 주권국가인 니제르의 국민이 스스로 테러와의 전쟁에 진정으로 도움 될 수 있는 파트너와 파트너십 유형을 선택할 권리를 부정하는 미국 대표단의 의도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니제르 정부는 니제르 정부와 국민에 대한 미국 대표단 수장의 보복 위협을 동반한 무례한 태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권의 고위급 소식통은, 미국이 니제르의 군사지도자에게 민주적 통치로 복귀하도록 촉구하는 데 너무 강압적이었다는 주장에 반발했다. 그는 ‘우리는 니제르 정부와 계속 협력하여 니제르 국민에게 안정과 안보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우리는 꽤 유연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민주적 통치로의 복귀를 향한 진전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대략적인 정권 전환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어, 우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지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원문: 'The U.S. Military Is Getting Kicked Out of Niger' <포린폴리시>
출처: https://vop.co.kr/A000016528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