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여행 / 김석수

[중산]

달랏 여행 / 김석수

호찌민에서 달랏까지 비행기로 갔다. 탑승 전에 날씨가 무더워서 몸에 땀이 끈적끈적했다. 도착해서 공항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상큼하다. 후덥지근하지 않다. 반소매 차림으로 나왔더니 약간 쌀쌀하다. 리무진을 타고 시내로 갔다. 푸른 들판을 지나 산으로 올라간다. 소나무가 많은 비탈길이다. 고개를 넘으니 큰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시외버스 정류장을 지나 숙소 근처에 이르니 사람이 많다. 여장을 풀고 호텔 후문으로 나오니 길거리 시장이다. 첩첩산중인데도 상점에 물고기가 다양하다. 시장 앞에 회전 교차로가 있다. 그 아래가 관광지로 잘 알려진 ‘달랏 야시장’이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많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사람이 많아서 길거리에 걸어 다니기가 어렵다. 수많은 사람이 입구부터 양옆으로 펼쳐진 상점에서 구경하거나 먹고 있다. 여러 종류의 꼬치구이가 많다. 우리는 저녁으로 닭고기 꼬치구이와 찹쌀밥 그리고 쌀국수를 시켰다. 젊은 여자가 주문받고 남자가 요리한다. 그녀는 두툼한 전대를 앞에 차고 손님이 건네는 돈을 세느라 정신이 없다. 포장마차라 앉을 곳이 없다. 땅바닥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먹었다. 많은 사람이 계단이나 바닥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다.

이곳은 외국인보다 현지인과 국내 관광 중인 베트남 사람이 대부분이다. 짧은 바지나 반팔 셔츠를 주로 팔던 다른 지역과 달리 두꺼운 옷을 팔고 있다. 카디건이나 뜨개옷부터 패딩 점퍼 같은 겨울옷도 있다. 현지인이 많아서인지 가게에 있는 물건이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보다 옷과 신발 같은 일상 생활용품이 많다. 여기저기서 고소한 음식 냄새가 풍겨 온다. 복잡한 길 가운데 오토바이가 많다. 사람과 오토바이가 뒤엉켜 꿈적하지 못할 것 같다. 모두가 정신없는 것 같다. 상인은 물건을 파느라, 운전기사는 손님을 찾느라, 관광객은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바쁘다.

다음 날 현지 투어에 참가하려고 아침 여덟 시쯤에 호텔에서 나왔다. 관광버스를 타고 처음 갔던 곳이 커피 농장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이드가 위즐(Weasel) 커피 가게로 안내한다. 그는 위즐 커피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원두는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사향 족제비가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한 똥에서 나온 것이다. 잘 볶아서 커피를 만들어서 위생상 문제없다. 향이 독특하다. 족제비의 소화기관에서 분비되는 효소와 커피 열매가 섞이면서 원두가 발효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커피의 쓴맛과 카페인이 없어진다. 커피가 부드러우면서도 고상한 맛이 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왕족들이 즐겨 마셨던 유명한 커피다. 시험 삼아 한 잔 마셔보니 부드러운 향과 산뜻한 산미(酸味)가 좋았다.

코끼리와 타조를 타는 체험하고 양봉 농장으로 갔다. 들판에 벌통이 많다. 주인이 나누어 준 망사를 쓰고 벌통이 있는 곳으로 갔다. 처음에 밀랍을 보고 나중에 여왕벌과 로열젤리 통이 있는 곳으로 갔다. 벌통이 논두렁을 따라 줄줄이 늘어져 있다. 어릴 적에 집에서 벌을 키우면서 벌통을 많이 봐서 별로 신기하지 않았다. 주인은 꿀을 팔려고 열심히 설명한다. 아내와 딸은 행여 벌에게 쏘일까 걱정돼서 망사를 꽉 잡고 걷는다.

한 시간쯤 지나서 차로 삼십 분 걸려 펑그루 폭포(Pongure waterfall)로 갔다. 기대보다 폭포는 작다. 건기라서 계곡에 물이 많지 않다. 경관도 볼 것이 없다. 오후에 갔던 코끼리 폭포보다 크기가 작다. 코끼리 폭포는 폭포가 코끼리 코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 위에서 볼 수도 있고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다. 아래로 내려가려면 층계를 딛고 가야 한다. 진흙이 많이 묻어 있어서 미끄럽다. 경사가 가파르다. 중간에 동굴로 들어가면 시원하다. 폭포 아래에서 보면 무지개도 볼 수 있다.

오후 한 시 무렵에 점심을 먹으려고 농촌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이드가 예약해서 푸짐하게 상차림 한 음식이 나왔다. 쌀밥과 미역국, 돼지와 닭튀김, 호박과 두부 무침 그리고 소고기 요리가 나왔다. 나중에 알아보니 한 사람당 오천 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커피 한 잔 값이다. 식사하고 관세음 불상이 있는 절로 갔다. 불상이 너무 커서 하늘에 닿아 있는 것 같다. 절은 크지만 깨끗하다. 뒤쪽으로 가니 불상이 많다. 삼장 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조각한 불상도 있다.

절에서 나와서 크리켓 식용곤충을 기르는 곳으로 갔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곤충이다. 가이드는 고단백질이라 건강에 좋다며 먹어보라며 권한다. 술 한 잔에 안주 삼아 먹었다. 구운 메뚜기를 씹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메린(Mee Linh) 커피 가든’으로 갔다. 꽃 정원이다. 다양한 꽃으로 정원을 잘 꾸며 놓았다. 국화와 튤립뿐만 아니라 장미와 백합도 많다. 커피나무가 여기저기 있다. 상점에 위즐 커피와 다양한 음료수가 가득하다. 고원의 푸른 숲과 나무를 만끽할 수 있다. 여행은 보고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여기는 그런 콘셉트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맛있는 코코넛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여행은 인생의 재미다.

[조미숙]

인생의 재미 제대로 느끼며 사시네요.
그저 부럽습니다.

[중산]

고맙습니다.

[정희연]

호주에서 한 달 보내기가 버킷리스트중 하나 인데, 저도 정말 부럽습니다. 계속 여행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중산]

고맙습니다.

[최미숙]

선생님이 방문한 곳 그대로 계획을 세워 여행을 다녀와도 되겠어요.

[중산]

고맙습니다.

[황선영]

재밌게 읽었습니다!

[중산]

고맙습니다.

[황성훈]

이제 곧 일본 여행기로 넘어 가나요? 일본 여행기가 너무 기대됩니다. 물론 베트남 여행기도 재미있지만요.

[중산]

고맙습니다.

[이팝나무]

여행은 인생의 재미다.
마지막에 글감을 잘 살리셨네요.
오늘도 원장님 따라서 달랏 여행 잘 했습니다.

[중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