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6＞21시간 황무지 횡단 '작은 스위스'로

[조대장]

<아르헨티나6/226일차>

2012년 5월 24일(목) -->바릴로체, 맑음, 끝없는 황무지를 횡단하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네우켄을 거쳐 바릴로체로 향하는 2차선 도로.

아르헨티나 남부 동~서 횡단도로로,

이곳은 바릴로체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모습입니다.

멀리 보이는 설산이 안데스산맥 남부 모습입니다.

끝없는 황무지 팜파의 연속이다. 어제 오후 7시10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난 비아 바릴로체(Via Bariloche) 버스는 1570km의 기나긴 아르헨티나 동서 횡단도로를 쉼 없이 달렸다. 남부 평원은 거의 황무지였다.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로사리오를 잇는 아르헨티나 중북부에는 아열대숲과 사탕수수를 비롯해 상업용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 소를 방목해 키우는 목장이 연이어 나타났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니 거칠고 메마른 황무지가 펼쳐졌다.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넓은 황무지 한 가운데 2차선 도로가 외롭게 나 있을 뿐이었고, 지나가는 차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버스 2층의 맨 앞좌석에 앉아 도로를 바라보다, 책을 보다, 졸기를 반복했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무지.

몇 시간을 달려도 풍경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오후 4시 바릴로체(Bariloche)에 도착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한 후 21시간이 걸린 셈이다. 중간에 한번 주유하느라 네우켄(Neuquen)에서 20분 정도 쉴 때 버스에서 잠시 내렸던 것을 제외하면 20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먹고 잤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 점심까지 3끼를 버스에서 제공했다. 꾸리찌바에서 만났던 캐나다 여행자가 “브라질을 제외한 남미 버스에선 식사를 제공한다”고 하더니, 아르헨티나에선 식사를 제공했다. 아침에 눈을 뜬 이후 6~7시간 풍경이 거의 동일했다. 산은 없고 황무지의 연속이었다. 밥과 빵을 주면 먹고, 식곤증에 또 잠들었다. 아르헨티나가 엄청난 국토의 나라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아시아~유럽을 거쳐 남미까지 온 여행자의 튼튼한 발과 트레킹화입니다.

2층 버스 2층의 맨 앞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풍경의 변화가 없네요.

드디어 약간의 언덕이 나타났습니다.

오후를 지나 아르헨티나 서쪽으로 접근하자 남부 안데스의 설산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평평한 황무지 너머 멀리 흰 눈을 뒤집어쓴 설산들이 펼쳐지고 그 아래로 호수와 숲이 간간이 나타났다. 거칠고 메마른 황무지 평원에서 호수와 산이 보이는 풍경으로 변하면서 드디어 안데스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렸다. 파타고니아 지방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남서부의 안데스로 접근하면서 풍경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안데스에 접근, 호수가 나타나면서 나무도 보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난지 거의 20시간이 지나서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남서부,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입니다.

버스가 호수 변으로 나 있는 길을 미끄러지듯 달려갑니다.

나무도 나타나고, 마을도 나타납니다.

멀리 안데스 산맥이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 아래, 호수 옆의 저 마을이 '바릴로체'입니다.

바릴로체에 도착하자마자 칠레로 넘어가는 버스를 알아본 다음, 7페소를 주고 20번 버스를 타고 숙소인 마르코폴로 인 호스텔(Marcopolo Inn Hostel)에 체크인을 했다. 짐을 풀고 바릴로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여행코스 등을 소개받고, 바릴로체 타운을 산책하기 위해 오후 6시 시내로 나섰다. ‘작은 스위스’, ‘남미의 스위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스위스 초콜릿 가게들, 아담한 통나무집들,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죽 늘어선 것이 그야말로 스위스에 온 듯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대도시에서 봤던 아르헨티나가 아니다.

바릴로체 버스 터미널. 아담합니다.

여행자의 동반자, 배낭과 작은 가방입니다.

터미널 옆에 커다란 그루터기가 있어 잠시 쉬면서 찰칵...

바릴로체를 감싸고 있는 '나후엘 후아피' 호수에 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곳입니다.

시내 한복판엔 투리스타(Del Turista)라고 하는 대형 초콜릿 가게가 있어 나도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고 맛보기용으로 저렴한 13.05페소(약 3260원)짜리 초콜릿을 한 봉지 사서 먹어보았다. 바릴로체의 ‘특별한’ 초콜릿 맛은 없었다. 내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저그런 초콜릿이었다. 평범한 초콜릿 같았다. 그런 다음 슈퍼에 들러 내일 투어에 참가할 때 점심으로 먹을 빵과 과자, 물 등을 19.70페소를 주고 구입해 숙소로 향했다.

'작은 스위스' 바릴로체 시내 한복판에 있는 가장 큰 초콜릿 가게.

바릴로체의 명물 초콜릿.

맛은 세계 공통인 것 같습니다.

특징이 별로 없다, 뭐 이런 얘기...

바릴로체 타운은 내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특히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네스토르 키르치네스 대통령에 이어 2007년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내일 바릴로체를 방문해 여기에서 기념행사를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매년 각지를 순회하며 독립기념일 행사를 치르는데, 이번엔 바릴로체 차례란다. 더욱이 몇 년 전 이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해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이의 복구와 개발에 대한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듯했다. 시내에선 경비를 강화하고 차로를 막고 도로를 정비하고 행사장을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바릴로체 중앙광장에 세워놓은 문.

유럽 중부의 산간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 트로나도르 산(Mont Tronador) 투어를 예약했다. 200페소(약 5만원)였다. 그런데 숙소에서 1달러를 5.2페소에 환전해주고 있었다. 공식 환율보다 훨씬 유리했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오면서 이구아수 환전소에서 1달러당 4.50페소로 환전했는데, 그것보다 10% 이상 괜찮은 환율이다.

투어 비용을 미국 달러로 지불하고, 나머지를 페소로 받았다. 이러면 1페소는 1200원/5.2페소=231원 정도 되는 셈이다. 1달러당 4.5페소라면 1페소는 1200원/4.5페소=266원이 된다. 한국 원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워낙 들쑥날쑥해서 인터넷에서도 실시간 공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환율이 제공되지 않는 통화는 아르헨티나가 유일한 것 같았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도 수시로 변하므로, 1페소를 과연 얼마로 계산해야 정확한 것인지 여행 내내 헷갈렸다. 대략적으로 1페소당 240~270원 정도 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여행하면서 간단히 1페소=250원을 적용하면서 계산했다.

저녁은 숙소에서 제공한 밥과 야채, 커리를 먹었다. 간편한 식사였지만, 그런대로 한끼 식사로는 충분했다. 6인 도미토리에 예약을 했는데, 투숙객은 나 혼자 뿐이었다. 호젓하고 편안했다. 침대도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고,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스팀 라지에터도 빵빵하게 들어와 빨래를 해서 널었더니 다음날 아침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거의 하루 종일 버스에서 시달려서 그런지 저녁을 먹고 나니 잠이 솔솔 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