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세계적인 문호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저술한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되었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 비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적 무대에 프랑스 특유의 선율로 다듬어진 프랑스 원어는 ‘원전의 현대화’를 가장 잘 이룩한 공연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두고 서로 다른 사랑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는 세 남자-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 프롤로-의 내면적 갈등은 사랑에 빠진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또한 혼란스러웠던 당대 사회의 배경도 함께 그려내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극본·작사가인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은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눌려 뮤지컬이 별 인기를 얻지 못하던 시절, 뮤지컬 [스타마니아]로 프랑스 국민들에게 뮤지컬의 존재를 각인시킨 후, 또 한편의 새로운 뮤지컬을 구상하고 있었다. 가장 프랑스적이면서 세계 어디서나 공감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소재를 찾지 못한 그는 답답한 마음에 인명사전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에 등장하는 꼽추 ‘콰지모도’라는 이름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곧바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다시 읽기 시작한 뤽 플라몽동은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재차 읽으며 약 300여 곡의 가사를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오래 전부터 음악적인 교류를 나누고 있던 이탈리아의 국민가수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에게 작곡을 부탁해 총 54곡의 뮤지컬 넘버들을 완성시킨다. 리카르도 코치안테는 이탈리아를 넘어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전역과 남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멜로디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은 아티스트이다. 그는 [대성당들의 시대], [아름답다] 등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시적이고 아름다운 음악들을 탄생시키며 뮤지컬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무대 연출가 질 마으(Gilles Maheu)가 가세하면서 미니멀(minimal)하면서도 웅장한 무대가 준비됐다. 안무가 마르티노 뮬러(Martino Müller)의 안무가 추가되면서 점차 한 편의 뮤지컬로서의 면모를 갖춰갔다.
1998년 9월 16일 파리의 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ès) 극장에서 베일을 벗은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성공을 이루며 프랑스 국민 뮤지컬로 자리매김한다. 이 작품은 대중적이면서도 감미로운 멜로디의 음악과 형이상학적인 매력을 담아낸 안무 그리고 무대 양식으로 기존의 영미권 뮤지컬과는 확연히 구분 지을 수 있는 프랑스 뮤지컬만의 독특한 매력을 담아냈다. 덕분에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명실상부한 ‘국민 뮤지컬’로 불리며 전에 없던 높은 지지를 얻어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여 년 간 3번의 오리지널 내한공연과 3번의 라이선스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프랑스 뮤지컬이라 부른다. 그러나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이 단순히 프랑스에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 뮤지컬들은 글로벌한 규모의 프랑스어권 문화시장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어 뮤지컬의 제작진이나 출연진들은 캐나다 퀘벡이나 스위스, 벨기에, 알제리 등 프랑스 밖의 이른바 ‘프랑코폰(Francophone)’ 출신이 많다. 본래 ‘프랑코폰’이란 말 자체가 불어를 사용하는 주민이라는 뜻으로 프랑스어 문화권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고, 이들은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며 동일 언어권으로서의 다양한 교류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뮤지컬이 세계 공연계에서 하나의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뮤지컬에 관한 한 불모지에 가깝던 프랑스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며 프랑스어 뮤지컬의 중흥을 가져온 작품이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다. [노트르담 드 파리] 초연은 앞서 말한 프랑코폰 출신 예술가들의 전 방위적인 참여로 완성되었는데, 극본, 작사가인 뤽 플라몽동은 캐나다 퀘벡 출신이며 작곡가인 리카르도 코치안테는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은 프랑스어권 뮤지컬의 르네상스를 가져왔으며 이후 급격한 프랑스어 뮤지컬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뮤지컬’하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것이 화려한 무대장치, 현란한 춤, 특수효과 등이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엄청난 특수효과나 기교적인 군무에 기대지 않는다. 인간의 몸이 연출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유로운 춤, 아름답고 강렬한 노래, 웅장하면서도 단순한 창조적인 무대, 몽환과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색채는 [노트르담 드 파리]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특성에 맞추어 프랑스 특유의 감미로운 선율이 노래 혹은 단선율의 대사로 표현되는 음악은 관객들이 꼽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무대 장치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신선함을 제공한다.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인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각과 미술적 축약이 돋보이는 무대, 천정에서 육중하게 내려오는 세 개의 거대한 종과 특별한 장식 없이도 돋보이는 웅장한 구조물들은 성당과 감옥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현대무용에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 댄스가 접목되어 자유롭고 독창적인 분위기를 창출해 내는 안무 역시 주목할 만 하다. 12명의 댄서들과 5명의 아크로뱃, 브레이커들이 역동적으로 무대를 누비며 간결한 무대의 빈 공간을 완벽한 조화로 채워낸다.
콰지모도(Quasimodo)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추악한 얼굴을 지닌 꼽추이지만 세상 누구보다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인물로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과 프롤로 주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대표곡: Danse mon Esmeralda(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엔딩곡. 처형당한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콰지모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춤을 추었던 에스메랄다를 그리며, 그녀의 시신 옆에서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에스메랄다(Esmeralda)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집시 여인. 아름답고 매혹적인 매력을 지닌 그녀는 콰지모도, 페뷔스, 프롤로 세 남자 모두를 사랑에 빠뜨린다. 그녀의 사랑은 페뷔스를 향하지만 결국 그 사랑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된다.
대표곡: Vivre(살리라)
프롤로로부터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노트르담 성당으로 피신하게 된 에스메랄다. 페뷔스를 사랑하는 마음과 오직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을 애절하게 노래한다. 이 노래는 셀린 디온이 영어로 번안해 부른 노래 [Live for the one I love]로 유명하다.
그랭구와르(Gringoire)
거리의 음유시인. 관객과 무대 사이를 오가며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안내자이며, 이야기의 해설자이다.
대표곡: Le Temps des cathedrals(대성당들의 시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오프닝 곡. 1482년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마녀사냥이 한창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대성당 시대의 도래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으로 인한 종말을 노래한다. 가사 중 ‘유리와 돌에’ 역사를 새겼다는 구절의 의미는 당시의 사람들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나 조각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였음을 뜻한다.
프롤로(Frollo)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어릴 적부터 성직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종교적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 질투심을 이기지 못해 에스메랄다를 죽음에 이르게 하며, 자신도 콰지모도에게 최후를 맞는다.
대표곡: Belle(아름답다)
프롤로, 콰지모도, 페뷔스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자신들의 간절한 마음을 따로 또 같이 노래한다. 한 여자를 향한 세 남자의 애틋한 사랑을 가득 담은 이 노래는 프랑스 차트에서 44주간 1위에 머무르는 신기록을 세웠으며, 1998년 당시 싱글 앨범으로 발매되어 3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였다.
페뷔스(Phoebus)
파리의 근위대장. 에스메랄다의 매력에 빠져 약혼녀 플뢰르 드 리스를 배신하고, 에스메랄다의 사랑을 얻게 된다. 그러나 에스메랄다가 자신을 살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위험에 처하자 그녀를 배신한다.
대표곡: Déchiré(괴로워)
자신을 사랑하는 관능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약혼녀 플뢰르 드 리스 사이에서 갈등하며, 두 여인 중 어느 하나도 버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다.
클로팽(Clopin)
집시들의 대장. 에스메랄다의 보호자이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대표곡: Condamnès(죄인들)
클로팽과 집시들은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페뷔스에게 체포된다.
플뢰르 드 리스(Fleur de Lys)
페뷔스의 약혼녀. 페뷔스가 에스메랄다에게 흔들리는 것을 알고는 그녀에게 사형을 선도하라고 한다.
대표곡: La monture(내게 맹세해 준다면-말 탄 그대 모습)
플뢰르 드 리스는 에스메랄다가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까지는 페뷔스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며 결혼을 거절한다. 질투심 가득한 눈빛과 목소리로 극을 치닫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노트르담 성당 광장에 모여 사는 집시 무리 속에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가 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주교 프롤로는 우연히 춤추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본 후, 그녀에 대한 정념과 종교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프롤로는 성당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의 납치를 명한다. 그러나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는 순간, 우연히 근방을 지나던 근위대장 페뷔스가 그녀를 구해내게 되고 콰지모도는 체포된다. 페뷔스에게는 플뢰르 드 리스란 약혼녀가 있지만 에스메랄다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한편, 체포된 콰지모도는 바퀴 형틀에 묶여 고통을 당하고 갈증을 호소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의 주인 프롤로조차 그를 조롱하고 외면할 때 에스메랄다가 그에게 물을 주고 콰지모도는 그런 그녀를 연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과 질투심에 눈이 먼 프롤로 주교는 에스메랄다를 만나러 가는 페뷔스를 미행하여 결국 그를 칼로 찌른다.
페뷔스를 찌른 프롤로는 그 혐의를 에스메랄다에게 뒤집어 씌워 그녀를 감옥에 가두고 집시의 우두머리 끌로팽과 무리들을 모두 잡아들인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끌로팽과 집시 무리들을 탈옥시키는 콰지모도.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노트르담 성당으로 피신시키고 프롤로의 명을 받은 페뷔스와 그의 병사들은 그 무리를 공격한다. 프롤로에게 잡혀 페뷔스에게 인도되는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동시에 프롤로 역시 콰지모도에게 죽음을 맞는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 희생되는 그녀를 구할 수 없었던 콰지모도, 그의 애절한 노래로 막을 내린다. 다가설 수 없는 슬픈 사랑을 하는 콰지모도와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갈등하는 성직자 신분의 프롤로, 그리고 사랑하지만 결국은 사회적 위신과 신분 앞에서 그녀를 배신하는 근위대장 페뷔스, 그들의 내면적 갈등이 프랑스어 특유의 선율 위로 삼색(三色)의 사랑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