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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포체험 마미를 둔 햄치즈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거의 걸어다니는 공포 썰 제조기십니다...
저는 살면서 지릴뻔한 귀신을 보거나, 무서운게 지대 좋아에서 나올 만큼 음청난 공포 썰이 딱히 없는데, 어머니는 워낙 어릴때부터 몸도 약한데다가 미술 계열 직업을 가지다 보니 무서운 썰의 스케일이 꽤나 웅장합니다. 어릴때부터 비오는 날마다 해주셨던 무서운 썰들이 증말 많은데, 저도 당시에 함께 있었던 일로 얘기해볼게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저와 엄마, 언니는 매년 여름마다 더위를 피해 다같이 거실 마루에서 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까지 마루에 누워 드라마 정주행으로 야왕 (야동의 왕 아님) 을 보면서 주다해를 욕하고 있었고, 언니는 방으로 자러 들어간 상태였어요.
그때 당시 저희집은 2층이였고, 단지에 동 호수가 많고 그만큼 사람도 많아서 밤에 위험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아파트 연식이 좀 돼서 여름밤에는 에어컨을 틀어도 덥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전기세가 많이 나오다 보니 하루 중 제일 더운 시간이 지나간 새벽에는 가급적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들어오는 밤바람과 선풍기로 버티곤 했어요.
2층인데다가 여름에는 늦게까지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니 여름 밤이 깊어지면 창문 밖으로는 아저씨들이 토하는 소리, 커플들이 싸우면서 소리지르고 울고 난리치는 소리, 취객들 술주정, 상상을 초월하는 벌레들의 방문 등 여러모로 시끄럽고 짜증스런 일이 많아 잠들기 전에는 꼭 창문을 닫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 날도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엄마와 누워 한참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엄마가 이제 슬슬 창문을 닫아야겠다며 부엌 베란다와 세탁실이 이어진 창을 닫으러 일어나셨습니다.
한참 드라마에 열중해서 보고있는데, 한참 지나도 오지 않던 엄마가 조그맣게 저를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어요.
"치즈야....! 치즈야...!"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흘낏 쳐다보고, 별다른 소리가 없어 다시 드라마로 눈을 돌리는데, 엄마가 한 번 더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치즈야..! 이리 좀 와봐...!"
엄청 큰 벌레가 방범창에 붙어 있거나, 창 밖으로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 (술취하신 분들이 더우면 빤쓰만 입은채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었음) 이 보여 혼자 보기 아까운 마음에 부르시는 줄 알고, "아 왜불러~" 하고 한참 밍기적거리다가, 시간이 지나도 엄마가 오지 않길래 보던 드라마를 중지하고 별 생각 없이 부엌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베란다로 걸어가 보니 엄마의 모습이 좀 이상했습니다.
어두컴컴한 곳에 서서, 베란다 창보다 키를 낮춰 허리를 숙인 채로, (그림을 못 그려 자세가 꼿꼿하게 나왔네요...^^;)
마치 누군가를 피해 숨은 것처럼 엉거주춤 서서 제 팔을 세게 잡아 끌더라고요. 그러더니 다짜고자 저한테 묻더군요.
"갔어?"
누가 있나? 싶어 밖을 내다보니, 창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사이로는 얘기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자동차 몇 대, 경비아저씨뿐이였습니다. 엄마가 저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계속 엉거주춤 서서 몰래 내다보더라구요.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새벽 1시가 더 넘었을 즈음, 엄마는 이제 자야겠다 싶어 저와 드라마를 보다가 베란다와, 베란다 옆에 투명문으로 이어지는 세탁실 창문을 닫으러 향했다고 합니다. 세탁실 창문부터 먼저 닫고 투명문을 닫은 다음, 바로 옆 베란다 문을 닫으려고 미닫이 창문에 손을 올리는 순간
어떤 여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엄마는 심장이 내려 앉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저희 어머니는 담력이 매우 쎄셔서 곱등이도 맨손으로 잡으시고, 안 본 공포영화나 고어영화가 없을 정도로 무서운걸 지대 좋아하십니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저도 공포영화나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둘 다 웬만한 무서운 걸로는 놀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렇게 겁에 질린 모습은 처음 보는 낯선 모습이였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여름밤이고, 우리집은 2층이니 밖에 서 있는 어떤 여자와 눈이 마주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눈 마주칠수도 있지, 뭘 그렇게 무섭게 얘기해!" 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엄마가
"아니야... 그게 아니야.. 나랑 눈이 마주친게 아니라, 눈이 마주치기 전부터 이미 우리 집을 쳐다보고 있었어.."
라고 말하는 겁니다.
"사람이랑 눈 마주칠 수 있는거 나도 당연히 알지, 아는데.... 내가 창문을 닫으려고 무의식중에 창 밖을 내다 보니까... 그 여자가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 집 창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
라고 말하는거예요. 그래도, 여름방학이 맞물리는 한여름, 새벽인데 그냥 술 취한 사람이랑 눈 마주친 걸 수도 있지, 싶어 잘못 본 걸거라고 엄마를 다독였습니다.
엄마가 그 여자가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확신을 한 이유는 단순히 그 여자가 우리 집을 쳐다보고 있던것 때문이 아니였다고 합니다.
당시 엄마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공포스러운 마음에 창문을 제대로 닫지도 못하고 허리를 숙여 창문과 나무가 가리워지는 사이로 재빨리 숨으셨다고 해요. 그렇게 무서우면 보지 않고 그냥 들어오면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대요.
그 여자는 엄마가 숨어 지켜보고 나서도 정말 한참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우리 집 창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돌연 몸을 휙 돌려서 이번엔 다른 방향을 쳐다봤대요. 그런데 그 동작이, 보통 사람이라면 부드럽게 몸을 돌리잖아요? 어깨부터 돌아가고 고개가 따라올 수도 있고, 팔이나 다리가 몸통이 한 번에 로보트처럼 움직이지 않잖아요.
근데 그 여자는 뭐랄까, 꼭 군대에서 행진할때처럼, 몸을 한번에 휙! 돌리는 거 있죠. 딱 그렇게 몸을 돌리더래요. 온 몸이 그냥 휙 하고 돌아가는거에요, 어깨도, 고개도, 팔도, 다리도...
그러고 서서 또 다른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또 한참 지나서 몸을 훽! 돌려서 다시 다른 방향을 쳐다보고....
그러다가 이번에는 우리 집 공동현관쪽으로 다시 몸을 휙 돌리고, 걷는데 그 걷는 동작이.... 엄마가 말로 형용을 못하겠다면서 시늉으로 보여주시는데..
무슨 좀비? 온몸이 다 부러진 사람? 아니면 몸에 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삐걱거리면서 걷더래요.
진짜 몸이 불편하신거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한 자세로 서 있지 못할 텐데, 그 여자는 서 있을때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가 걸을때만 온 몸을 틀면서 걸었다고 해요. 또 그렇게 몇발자국 안가서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또 몇발자국 안가서 쳐다보고....
엄마가 그렇게 한참을 숨죽여 훔쳐보다가 든 생각이, 이렇게 보다간 그 여자가 자신을 볼 것만 같았대요.
그리고 절대로 한 번 더 눈이 마주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덜덜 떨면서 그 여자를 계속 바라보는데, 그 여자는 몇발자국 더 가서 또 가만히 바라보고, 또 이상하게 삐걱대며 걷다가 몸을 휙! 돌리고... 한참을 그러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한참을 겁에 질려 떨다가 정신이 들어 저를 겨우겨우 부르신 거라고 말했어요.
그 때 당시에는 그냥 오싹한 해프닝으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며칠 뒤 베란다에 빨랫감을 내놓으러 가다가 무심결에 베란다 창 밖을 내다보니, 몰랐는데 새벽에는 아파트 가로등이 대부분 꺼져 몇개만 켜져 있더라고요.
게다가 여름이라 나무에 풀들이 무성해서, 엄마가 봤다던 그 위치에 실제로 사람이 서 있어도 모를 정도로 캄캄했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그 아래 서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친 걸 느낄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저희 아파트는 동이 굉장히 많고, 저희 동 바로 앞에 큰 정자와 야장을 여는 슈퍼가 있어 사람들이 유독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였는데
어떻게 엄마가 몰래 훔쳐보던 그 몇십분동안은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을까요?
이후에도 엄마와 무서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여자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어느 날 문득 인상착의가 궁금해져 엄마에게 그 여자가 무엇을 입고 있었고, 어떤 생김새였는지 물어봤더니
그 여자를 본 날 밤,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이 자꾸 떠올라 잠이 오질 않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떠올려도 엄마는 그 여자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더래요.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더래요.
차라리 인상착의가 흰 소복에 긴머리 이런식이였으면 덜 무서웠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숨이 멎을 듯 공포를 느끼며 지켜본 여자의 그 어떤 모습도 기억나지 않는다는게 저는 더 무서웠어요.
그 뒤로 저는 22살까지 그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잠들기 전 샤워를 하고 빨랫감을 베란다에 내놓으러 갈 때마다, 저는 그 창 밖을 쳐다보지 않았어요.
이번에도 눈을 마주치면 그 여자가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두 새벽에는 창문 열기 및 닫기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