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박순경 시리즈 10탄입니다
다시 오산 지서 시절.
사건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임한 야간 근무.
시간은 어느 듯 11시를 넘어 이제 곧 통행금지 시간이 될 무렵,
오늘은 아무 사건 없이 넘어가는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내 쉬는 순간
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군산선 오산역 근처 철길에
사람이 기차에 치어 죽었다는 신고 전화였습니다.
방위병들과 함께 역에 도착해 보니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역에서 군산 방향으로 철길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사건현장에
도착해 보니,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목과 한 손목이 잘려나갔고
흘러내린 피가 흥건히 고여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였고,
기차 바람에 옷이 벗겨져 나갔는지
나체나 다름없는 시체가 놓여 있었습니다.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개, 고양이 같은 들짐승들을 쫒으며
근처 논에서 짚 다발을 가져다 불을 피우고
본서 사건처리반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재관아! (이리 역 홍익회에 다니던 방위병) 소주 좀 사와라."
자살일까? 타살일까?
초임인 나로서는 보기도 끔직한데
언감생심 사인을 파악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이었습니다.
그런데 본서 형사들이 도착하여 현장을 면밀히 살피더니
자살이라고 했습니다.
오잉!
어떻게 그런 결론을?
이유는 만약 다른 사람이 죽여서 끌어다가 철로에 눕혀 자살로 위장 했다면
양손이 가지런히 놓여 손목이 안 잘렸을 텐데
손목이 잘린 것은 철로가 쇠로 차기 때문에 머리를 팔로 받쳤다고 보면
그때까지는 살아 있었다는 추론이었습니다.
더불어 연령은 얼굴이 훼손되어 알 수 없으나
배가 튼 걸로 보아 애 낳은 경험이 있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여자라고 했습니다.
"과연 베테랑 형사들이구나?"
그러나 타살 여부도 배제할 수가 없어 광범위한 수사가 벌어졌고
오래지 않아 죽은 여자의 신원이 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소 판돈 사건의 그 술집 주모였습니다.
그런데 그 죽음에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남편을 일찍 죽자 술장사를 하는 등
모진 고생 끝에 외아들을 키웠습니다.
다행이 아들이 잘 자라 전북 최고 명문인 전주고에 들어간 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취직 부자 집 딸과 결혼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결혼이 불행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신파극이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벌어진 것 입니다.
부자 집 출신 며느리 사이에 당연히 고부간의 갈등이 벌어졌고
술장사를 한다는 이유로 무시는 물론
시어머니로 인정도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살하기 전부터,
내가 죽어 자식의 앞날을 터 줘야한다고 자주 넉두리를 했으며
그날은 신세한탄을 하며 평소보다 술을 과하게 마셨다고 합니다.
함께 술을 마신 애꿎은 동내 한량들만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성립되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사건은 자살로 종결이 되었습니다.
아들의 장래를 위한 슬픈 죽음 이었습니다.
첫댓글 정녕 아들의 장래가 좋아질까요?
그런 죽음을 본
자식은 앞으로 어찌 살까요?
자신을 희생해서
자식을 키우고 헌신 했건 만..
자살 말고는 답이 없었는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차라리
자식과 인연을 끊고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살아보지..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짙은 회색이군요..
한주 시작하는 오늘
알차게
잘 지내시기를요~~
그러게요
하늘도 슬픈지 비가 오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메누리가 아무리 몬땐뇬이라도 아들이 엄마한테 다정다감하면
엄마는 아들두고 절대 저런 선택을 안합니다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그런게 아니라
아들의 배신에 엄마가 좌절한게 아닐까요
매우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힘들다고는 해도
자식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참,
순경 생활은
할게 못되네요~
그간 수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좋은 직업이 못 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에휴~
그저 한숨만 나오는 사건 이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에고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그렇다고 죽음을 택하면
아들은 행복해 지려나요
요즘은
술붕어님의 여러가지 사건들의
경험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러게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편안한 오후 시간 되세요
며느리가 셧바닥을 비수같이 날렸구랴.ㅉㅉ
ㅎㅎ
그런 셈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