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바지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지난번 횡단보도 앞에서 냅다 뛰다가 아스팔트에 슬라이딩을 했던 결과입니다.
얼마 입어보지도 않은 새 바지인데 아깝지만 버려야지 어쩌겠어요?
그런데 잘 만 꿰매면 회사에서 일 할때 작업복으로는 쓸 수 있겠더군요.
내가 꿰매도 됩니다.
저도 바느질은 잘 하거든요.
그런데 집안에 마누라와 딸네미,여자가 둘이나 있는데 홀애비처럼 구차하게 바느질 하기는 싫습니다.
그럼 어느 여자에게 맡기면 될까요?
마누라에게 꿰매달라고 하면 당장에 버리라 하면서 귀찮아 할 것 같군요.
그럼 두번째 여자.
예...이제 보름 정도만 지나면 17살이나 되는 울 딸네미입니다.
마누라보다야 딸네미가 훨씬 더 만만하죠.
구멍난 바지를 들고가서 딸네미에게 보여주며 꿰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는 바느질 잘 못한다고 하길래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면 된다고 했지요.
그렇게해서 딸이 바느질을 했는데 꽤 잘했더라구요?
딸 덕분에 구멍난 새 바지 버리지 않고 작업복 바지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빠 바지도 바느질 해 줄 정도로 다 큰 딸네미를 보니 대견한 마음이 드는군요.
제가 2006년 봄때까지 결혼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내 나이 48세였습니다.
성당의 아주 열심한 아주머님께서 제게 강력히 권유하더군요.
늦게 결혼해서 지지궁상으로 살지 말고 차라리 수도원에 들어가라나요?
아니?결혼하면 모두 다 그렇게 지지궁상으로 산답니까?
글구,수도원이란 곳이 장가 못가는 군상들이나 가는 곳인가요?
아줌니의 말을 듣고는 열불이 나서 한 마디 했습니다.
나는 세상 욕심이 많아서 절대로 수도원에 들어갈 수 없는 인간이라구요.
나는 그 길로 국제결혼업체에 찾아가서 캄보디아로 날아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지요.
한국에서 내 짝을 찾는다는게 더 이상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게 어느새 16년 전이나 되었군요.
딸 자랑하는 것은 팔불출이겠지만 지금은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내가 만약 결혼하지 않고 그 아줌니 말대로 수도원에 들어갔다면 딸네미를 어떻게 만날 수 있겠습니까?
수도원은 가슴에 사랑이 넘쳐나는 남자들이나 가는 곳이지 나 같이 세상 욕심 많은
속물들이 가는 곳은 절대 아니잖아요?
아줌니의 말에 발끈해서 국제결혼을 하였지만 나는 지금도 후회 한 적이 없습니다.
늦게라도 포기하지 않고 결혼한 덕분에 구멍난 아빠의 바지도 잘 꿰매주는 이쁘고 착한 딸네미를 얻었으니까요.
첫댓글 피카소님? 가톨릭 신자 이네요 ~~ 저도 가톨릭 신자 입니다. 세례명은 베드로 입니다.
글을 있을떄마다 솔직 담백한 글 , 가슴에 와 닿은 글 ~~~ 피카소님 떄문에 매일 한베 까페 방문한답니다 ~~~
현재 저는 가톨릭신자라고 말하기 좀 그럴 정도로 거의 무신론자에 가깝습니다.
100%나이롱 신자예요.
그래도 반갑습니다 저는 안드레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