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과 바비큐 결합..가장 이상적인 조리방식
겉은 바삭하면서 육즙 팡팡 훈연향 입혀져 깊은 풍미
호주·유럽 등지서 사랑받는 퀴진
불이 요리에 쓰이면서 인류는 비로소 문명을 이루게 됐다. 날로 먹었던 육류나 생선을 구워먹을 수 있게 됐고 또 이렇게 불로 익힌 음식들을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저장도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화덕을 사용하게 되고, 팬을 달구고 데우고, 냄비에 물과 기름을 끓이는 등 이렇게 지나온 역사의 세월만큼이나 자연스레 불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등장했다.
불을 활용한 요리법 중 국내에서 최근 2~3년 동안 미식가들 사이에서 원초적 불맛이라는 평가로 크게 사랑받는 퀴진이 바로 우드파이어(Wood Fire)다. 육류와 해산물에 불맛을 더해 더욱 깊은 풍미를 이끌어 낸다.
신사동 숯(SOOT) 플랫아이언 스테이크
# ‘겉바속촉’ 끝판왕 우드파이어
우드파이어는 숯을 사용하는 보편적인 그릴 조리법과 달리 나무로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하는 퀴진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고기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숯불을 활용한 구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훈연, 잉걸불이 끝난 후 나온 재로 저온으로 덮어 조리하는 등 나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이다. 최근에는 육류뿐만 아니라 해산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도 함께 소개하는 퀴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드파이어는 그릴과 바비큐를 결합한 가장 이상적인 조리방식이다. 일반 가스 오븐에서 낼 수 있는 섭씨 700~750도보다 훨씬 더 높은 섭씨 800도 이상 올라간다. 그래서 고기를 익혔을 때 가열에 의해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이 더 빠르게 오기에 감칠맛과 함께 겉은 바삭하고 육즙은 잡아주어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고 여기에 훈연향이 입혀져 더욱 풍부한 풍미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우드파이어는 호주와 유럽 등지에서 이미 크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퀴진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들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대기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우드파이어 퀴진을 도입하면서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로컬에 있는 10개 내외 우드파이어 매장들이 1∼1.5세대로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제철 식재료에 원초적 불맛을 더하다
서울 한남동 푸에고(FUEGO)는 스페인어로 불을 뜻한다. 오너인 신동희 셰프가 르꼬르동 블루 수료 후 호주의 유명 우드파이어 그릴 레스토랑 ‘파이어 도어’에서 경험을 쌓은 후 국내에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가스불은 밸브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나무는 균일치 않아 나무에 맞춰서 자신이 직접 조절하는 등 원초적인 조리법과 향에서 불의 중요성에 매력을 느껴 우드파이어를 선택하게 됐다.
대표 메뉴로 이베리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도 있지만 그중 식전메뉴 중 우드파이어한 콜리플라워를 추천한다. 꽃대를 잘라 볶아 만든 퓌레, 그리고 파마산 치즈로 풍미를 더한 콜리플라워는 잉걸불에서 나온 재로 저온 요리해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훈연향이 입혀져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
우드파이어라고 해서 고기, 육류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식재료나 요리가 말하고 있다. 경리단길에서 한남오거리로 이전하면서 더욱 쾌적한 상태에서 푸에고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원초적 불맛을 더한 제철 식재료의 매력에 빠져보자.
한남동 FUEGO(푸에고)의 컬리플라워
# 저지방 숙성육과 우드파이어의 만남
서울 도곡동의 도마(DOMA)는 감성고기의 숙성한 저지방 육우로 스테이크 그 자체 본연의 맛에 집중한 우드파이어 그릴 레스토랑이다. 여기에 호주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수학한 김봉수 헤드셰프만의 계절감이 더해진 요리와 함께 각각 메뉴에 따라 그와 어우러지는 숯 소금, 된장 소금, 도마 물김치 등 한식이 가미된 도마만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함께, L본, 채끝, 등심 등 도마의 대표메뉴는 단연 스테이크 메뉴이지만 의외로 자신 있게 소개하는 메뉴는 바로 양배추이다. 양배추를 통으로 버리는 것 없이 스모크한 오일 속에서 콩피 조리법으로 익힌 후 주문 시 우드파이어 그릴에 구워 내어준다.
산초드레싱, 된장을 넣은 거품소스, 브레드 크럼블, 블랙커런트, 블랙 올리브 파우더, 깊은 땅의 맛이 나는 양배추의 후레시한 양송이를 슬라이스해서 올려 버섯의 향미를 더하고 마무리 퀵 터치로 트러플 오일까지, 양배추 하나에 이렇게나 많은 셰프의 연구와 수고가 들어가 있다.
이런 과정을 알게 되니 참으로 호사스러운 양배추 요리다. 저지방 숙성육을 사용한 스테이크 본연의 맛과 한식의 계절감이 더해진 우드파이어를 경험해보자.
# 무국적 다이닝과 불맛의 어울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숯(SOOT)은 다이닝 매거진 포토그래퍼 출신 이재훈 대표와 호주에서 수학한 최효의 오너 셰프가 힘을 합쳐 오픈한 우드파이어 다이닝바이다. 원초적인 요리방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가스 없이 전 메뉴 장작과 숯만을 이용해 요리한다. 음식의 기원으로 돌아가면 이탈리안, 프렌치 등으로 나눠지기 전에 생존 그다음 맛이었다는 생각으로 국적을 나누지 않고 맛을 좇아 요리하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단연 플랫아이언 스테이크다. 살치살을 장작에서 맛있게 구운 뒤 한국식으로 피클링한 버섯과 화덕에서 스모키하게 태운 가지퓨레, 장작화덕에서 말린 겨자 잎을 올려 마무리한 스테이크 맛의 조합은 입 안에서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초리조 마요, 블랙 올리브, 그라나파다뇨로 마무리한 아스파라거스, 양라구 오픈 라자냐 등과 철에 따라 소개되는 제철 메뉴들도 사랑받고 있다.
다이닝바인 만큼 그와 어우러지는 와인, 하이볼 등 다양한 주류와 페어링도 가능하다. 우드파이어에 무국적 다이닝을 더해 탄생한 다채로운 불맛을 즐겨보자. 서초 JW메리어트호텔의 더마고그릴, 청담 더미트 퀴진, 서래마을 레스트로 등도 우드파이어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