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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 걷기 동호회의 월 한 번 있는 시외도보의 날, 언제나처럼 문현동에서 대기해 있는 버스에 오른다. 2013년 4월 22일 토요일 6시 45분 2호 차다. 오늘처럼 버스 두 대가 가는 일은 두 번짼가보다. 가는 곳이 인기여서도 겠지만 동호회의 활력이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버스입구에서 달콤한 떡 두개, 아침식사용 주먹밥과 갈맷길 수첩을 나눠준다. 총 9구간, 각 구간을 다시 두 구간으로 나눠논 세세한 지도가 곁드리고 종주별 스템프를 찍게 만든 올렛길 패스포트처럼 만들어졌다. 갈매길도 정비가 끝나고 이제 부산과 전국과 세계의 뚜벅이꾼들을 맞아드릴 준비를 마쳤나 보다. 그동안 우리는 어지간히도 갈맷길을 걸었었다. 갈맷길의 중심에 우리 동호회가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러나 오늘은 부산을 벗어나서 멀리 영주 소백산 자락에 있는 죽령 옛길을 찾아 부산을 벗어나고 있다. 날씨는 회색의 도시을 만들고 있다. 하늘과 산도 도시의 지붕만하게 낮아져 버스가 막힌 도시를 비집으며 뚫고 나가고 있다. 낙동강을 건너면 환하게 햇빛 쏟아지는 새 나라가 있다는 것처럼. 그러나 청도휴게소를 지나고 명우휴게소를 지나 차가 계속 북진하고 있는데도 잠에서 덜 깬 회색빛 시간은 계속되었다.
걷기 동호회는 항상 길을 향해 가고 있거나 길 위에 있다. 수많은 길을 놔두고 버스는 들판을 건너 첩첩한 산을 뚫고 죽령 옛길을 숨가쁘게 찾아가고 있다. 웬가. 그곳에는 지금도 천 년 전의 옛 시간이 그대로 머물러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에. 지금은 전국의 무수한 길들이 단장을 하고 우리를 부른다. 그 당시에도 우리와 같은 걷기동호회가 있었을까. 없었으리라. 고속도로도 기차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 시대에 걷기는 곧 생존이었으리라. 농사, 장사, 학문,정치, 결혼, 전쟁 등 모든 일상사는 하나 같이 걷기를 떠나서는 있을 수 없었음으로 오늘 우리가 가는, 그 당시 국토의 충추가 됐던 죽령 옛길의 의미는 특별히 우리에게는 감회롭다 할 것이다. 버스를 타고 죽령 옛길을 찾아가는 시간은 오늘날 우리가 걷기를 여가와 자유, 달콤한 취미로서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새삼스레 감사를 새길 수 있는 기회였다.
9시 30분 안동 휴게소에서 15분 휴식이다. 날씨는 여전이 흐리고 더위도 없다. 다시 버스가 출발하자 안동사원, 한명회의 사위인 안동군수에 대한 솔로몬님의 한토막 역사 강의가 있다. 그만큼 이곳은 역사의 고장이다. 풍기 예천 인삼 고장을 지나 소백산 자락으로 버스는 스며든다. 10시 30분 버스는 종점인 소백산 역 건너편에 도착 후, 우리는 내려서 죽령 옛길 들머리를 향하여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날씨도 비로소 풀려 해가 쨍하고 비추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소백산역 앞을 지나갈 때 나는 역사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래된 시멘트 건물이었지만 역사 안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른 역과 다르게 느껴지는 한 가지는 짚신 네 켤레가 장식품으로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와 역사 외부를 유심히 살피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방송이 들린다. 하루에 네 차례 기차가 선다는데 운 좋게도 기차를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있는데, 기차가 산으로부터 뽑여져 나오듯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반가워서 명찰을 보니 청량리 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가는 무궁화인 듯하다. 청량리 역에서 아침 7시쯤 출발하였을까. 저 기차를 언젠가 한번 타보고 싶다. 무수한 강원도의 산맥을 지나 소백산 역까지 도착하였으리라.
우리는 죽령길 들머리 표시판을 지나 길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아니 2천 년 전의 시간 속으로 뛰어들었다. 최초로 이 길을 연 신라 8대 아달라 왕을 만났다. 사과와 호도 배 밭이 무성한 무릉도원, 물소리, 야생화 숨어 있는 원시의 숲을 지났다. 전사한 온달장군도 보이고 고구려 백제 신라인의 발걸음이 지나가면 뒤이어 고려와 이조 사람들이 지나갔다. 객점에는 한양을 가려는 선비들과 여러 고장의 보부상들로 분주하다. 고속도로도 철도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 당시, 유일한 길, 교통의 요충지가 이곳이었다니 오늘 걷기야말로 역사 속을 걷는 것이고 소백산 자락, 한반도의 등뼈, 백두대간의 한지점을 걷는 것이다. 이 길 위를 화창하고 평화로운 한 시대가 지나가고 다시 어둠과 침략과 참혹의 시대가 지나가고 오늘은 우리가 이 시대의 년대에서 이 길을 가고 있다. 바위 같은 역사처럼 무겁디 무거운 사연의 이 길 위를 우리는 오늘 걷기라는 여가의 유흥으로 이 길을 가고 있다. 소백산 기슭 6월의 원시림 속을 가면서 이 길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힘든 길이 아닌 걷기 좋은 이상향의 길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쉬움은 2.5킬로,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죽령고개에서 다시 아랫 마을까지 약 2킬로를 더 걸었다. 산딸기, 오디, 앵두를 가면서 무수히도 따먹있다. 자연의 맛이 과연 이만큼 달콤하고 향기롭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된 회원은 너무 많으리라. 죽령 백두대간 기념비 옆 공터에서의 마운틴님의 시낭송 기러기는 시를 통하여 멋지게 기러기를 소백산 기슭에 날려보내고 왔다. 기룩기룩하며 창공을 날고 있는 기러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부산 금정산 동문에서 걸어내려 오는 것처럼 우리는 죽령고개에서 찻길을 따라 식당을 향하여 걸어내려 왔다. 원시림의 숲길 못지않게 5번 국도도 걷는 의미가 있었다. 찻길이 아니라 그냥 공원길이었다. 그만큼 영주와 단양을 오고 가는 교통량이 없었다. 소백산 자락에 우리뿐이었고 우리는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식당에 도착하였다. 3시 가까운 늦은 점심이어서보다는 소백산의 공기와 물 때문에 생오리고기와 된장찌게는 확실히 일품이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오후 시간, 오늘 걷기는 특별하었다. 소백산 자락의 소백산 역에서 죽령재까지의 옛길 걷기, 그것은 단순한 걷기가 아닌 그것은 까마득한 역사 속 걷기가 아니었던가. 옛날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혀의 미각에 찾아온 산딸기 맛처럼 향기롭게 그렇게 나타나지 않았던가. 오늘 놀라운 걷기의 위력이 갑작스런 해일처럼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대륙을 날아오듯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없이 즐거워서 고함 질렀다. 가수보다 감동적인 채리, 사월이, 영영님이 있었다. 걷기여! 길이여! 죽령 옛길이여!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오늘 버스는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옴직이는 집이었다.
대장님, 솔로몬님 오늘 버스 두 대나 소백산 자락을 휘돌아 오시느라고 큰 수고 감사합니다. 우리가 떠나올 때쯤 소백산은 안개에 잠기기 시작하더군요. 우리와의 작별이 아쉬웠던가 봐요. 나처럼 말입니다. 끝.
첫댓글 멋진 걷기, 즐거운 버스 안 분위기였습니다. 소백산 자락 죽령 고개 그곳은 이제 한없이 평화롭더군요. 역사를 생각하면서 뭔가 외쳐보고 싶은 그곳, 잊지 못하겠어요. 54
즐거운 하루였지요? 아마~꿈속에서도 나왔을거예요~~
차 안에서도 열심히 책을 읽으시던 모습이.....
후기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죽령고개의 청취에 젖어 작별의 아쉬움을 글로 남겨주신 리본님
삼국시대에는 고개 덕분에 신라가 힘을 기를수 있었던 계기
남으로 내려오면 지리산이라는 큰 산이 가로 막고 있고
부산에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 후손들이죠.
대통령을 지낸 한분이 이런 말씀을
내고향이 경상도데 부산, 마산에서 일이 일어나면 왜 나라가 들석이는지!
평화를 이끌어준 곳을 다녀온 소감을 글로 주셨서 감사드려요.
리본님! 멋지십니다~~자연의 맛 산딸기의 맛~오디의 맛~ 앵두의 맛 ~~ 일품이었어요~~
자연으로 돌아가고팠슴다~~~~~열씨미 따서 나눠 먹는 맛 달콤 향기로왔슴다~~~
2호차에 타신님 짱이에요~~돌아오는 길에 즐거움을 발산? 한라님영영님의 한풀이 춤을 보셔야하는디~~~조아요 ♥♬
리본님의 후기글!마치 저도 나녀온듯한
착각이 듭니다. 감사드립니다~~^^
리본님... 역사 속으로 갔다 왔답니다... 즐감
안개에 잠긴 소백산 차~암 멋스러웠를것 같네여~~
감사합니다~~
상세하고 아름답고 멋진 후기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기다려지는..여행의 뒷얘기..
조용조용 느낌으로~~!!
감사합니다.
시원한 시냇물의 노래 소리 들으며 길 따라 가며 찾아낸 수줍음 타는 산딸기맛, 까만 밤을 제 혼자
뒤집어 쓴 듯한 고 달디단 오디, 오랜만에 만난 앵두들의 새콤한 맛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함을
일깨워 주시는 리본님의 글 속에서 아, 66년 부산역세서 6시 반차 타고 묵호로 오르던 그 기억
되살려 주시네요. 고마우신 리본님, 감사해요.
정성이 가득 담긴 후기 글 잘 읽고 갑니다 ..
지금 막 죽령옛길은 다녀 온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즐거운 길을따라 다시 다녀옵니다.
역사 속의 길 죽령을 우리가 걷고 온 자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글로 옮겨주신 리본님께 감사드립니다.
늘상 정성드려 상세하게 후기올려주신 리본님 함께못가 아쉬움남으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편의멋진 소설같은 후기 기행문입니다.
대단하십니다.감사드림니다.
항상 멋진 후기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녀온 길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다음에는 리본님 노래도 꼭 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