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은 손절 없다” 尹 그립형 인사, ‘양날의 검’
- MB ‘막후’ 킹메이커 박영준, 권성동·장제원 등 尹 정부 인사 관여설
- 학벌·친소관계·연령 등 편중된 내각 지명에 ‘탕평인사 실종’ 지적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는 여의도의 대표 상용구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으로, 인재 기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공자(孔子)의 레토릭이다. 오는 10일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가장 유효한 말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을 구성할 국무총리와 18명의 장관 후보자들을 3차에 걸쳐 모두 공개했다. 그러나 학벌·지역·연령·성별 등 편중성 논란에 이어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인사청문회가 줄파행을 맞는 등 ‘윤석열식 인사’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국회 청문회 ‘1번 타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파열음이 나온다. 이는 윤 당선인의 인사 딜레마를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까지 윤 당선인 측의 행간을 살펴보면 당초 내각 구성안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손절은 없다’는 윤 당선인의 인사 코드의 면면에 이목이 쏠린다.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놓고 크게 내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통 큰 리더십’이라는 평가와 전문성 검증이 실종된 ‘졸속 인사’라는 지적이 교차한다. 윤 당선인의 이러한 인사 패턴에는 검찰총장 출신 이력이 녹아있다는 게 정치권 중평이다. 평소 ‘내 사람은 반드시 챙긴다’는 윤 당선인의 인사 철학은 새 정부 조각(組閣)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여의도 정가를 술렁이게 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서초동 라인’을 향한 윤 당선인의 각별한 애정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렇듯 외풍(外風)에 휘둘리지 않는 윤 당선인의 묵직한 성품이 대국민 공약 실천이나 국정운영에서 큰 강점을 보일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민생을 어루만져야 하는 각료들을 임명함에 있어 전문성·도덕성 등 치밀한 사전 검증이 결여된 모습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윤 당선인이 대선 때 강조한 인사 할당이나 안배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윤 당선인이 정권 연착륙이란 지상과제를 풀기 위해선 당장 초대 내각 구성이란 첫 단추부터 꿰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골격이 될 내각 인준을 놓고 난맥상이 지속될 경우 ‘취임덕’에 이를 수 있다. 보수정권 새 아이콘이 된 윤 당선인이 취임 초기 저조한 국정 지지율에 발목 잡히면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서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영남’ 편중된 尹 인사 패턴
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1기 내각 멤버는 구성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자를 비롯해 정부 부처별 장관 후보자 18명까지 총 20명이다. 부처별 장관 지명을 살펴보면 ▲추경호 기획재정부(경제부총리) ▲김인철 교육부(사회부총리) ▲이종호 과기정통부 ▲박진 외교부 ▲권영세 통일부 ▲한동훈 법무부 ▲이종섭 국방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한화진 환경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조승환 해양수산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정황근 농림축산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윤석열 초대 내각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크게 서울대·영남·전(前)정권 출신, 60대·남성·지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후보자들의 평균연령은 60.6세로 60대 이상이 무려 12명이다. 최고령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73세)인 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명 중 유일하게 50세 미만인 49세로 가장 나이가 적다. 20·30세대는 전무하다. 19년 전 노무현 정부 첫 내각 인사들의 평균연령은 54.5세다. 고(故) 노 전 대통령의 임기를 통틀어서도 각료들의 평균연령은 55.9세로, 윤석열 1기 내각의 평균연령에 못 미친다. 세대 조합 불균형이 극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남녀 성비도 남성 17명(85%), 여성 3명(15%)로 남성 채용이 압도적이다.
학력으로 보면 서울대 출신들이 유독 많다. 후보자 20명 중 서울대 출신이 11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 윤 당선인과 같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만 4명(박진·권영세·이상민·원희룡)이다. 이는 서울대 출신이 역대급으로 쏠린 내각 인선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고려대 출신 4명, 한국외대 1명, 경북대 2명, 육군사관학교 1명, 광운대 1명으로 SK(서울대·고려대) 출신이 내각 후보군의 75%(15명)에 달한다.
출신지의 경우 영남 출신이 7명(35%)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서울 6명(30%), 충청 4명(20%), 호남 2명(10%), 제주 1명(5%)으로 영남·서울 출신이 윤석열 1기 내각의 주축을 이룬 모양새다. 전체적으론 평균연령이나 학력에 비해 편중이 덜하지만, 영호남만 봤을 때 두 지역간 인사 기용 편차가 큰 것도 특징이다.
‘MB 정부 시즌2’...舊친이계 박영준 막후 개입설도
전임 보수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도 상당수 보인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이명박(MB) 정부에선 주미대사를 지낸 바 있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MB 정부 경제금융비서관과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장을 각각 역임했다.
여기에 통계청장 및 문체부 2차관 출신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 감사원 감사위원 출신 김인철 교육장관 후보자, 청와대 환경비서관 출신 한화진 환경장관 후보자, 민정1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출신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청와대 국토해양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조승환 해수장관 후보자는 모두 과거 ‘MB의 사람들’이었다. 윤석열 초대 내각에 MB 정권에서 녹을 먹었던 인사들이 35%에 해당하는 7명이나 포진한 셈이다. 이에 윤 당선인이 MB계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의 그립감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야권 진영의 숨은 ‘킹메이커’들이 MB계 출신 인사들의 입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후문도 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17대 대선 핵심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대표를 맡았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대표적이다. 전국구 조직을 동원해 MB 정권 출범에 기여한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윤 후보의 측면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박영준 전 차관은 최근 사무실을 종로 통의동 인수위 인근으로 옮겨 윤 당선인을 음양으로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선 이후 윤석열 인수위가 들어서자, 박 전 차관을 주축으로 한 선진국민연대 출신 핵심 인사들과 ‘MB맨’ 출신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등이 새 정부 요직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국민의힘 권력구도가 친박계 후퇴와 함께 MB계 검찰 출신 인사들의 전면 배치로 이어진 것도 이들과 무관치 않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MB계 사이에서 인수위와 초대 정부 인사 지분 등을 놓고 물밑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옛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련)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전 차관 측과 (차기 정권 권력 지분 등을 놓고)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왕차관(박영준 전 차관)이 윤석열 대선 캠프 시절부터 부분적으로 인사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윤 당선인 측과 당내 반발도 만만찮아 인사 관련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실련 출신 인사들은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지방선거를 지원하며 윤석열 인수위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 인수위 막후 실세로 꼽히는 박 전 차관과의 내부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의식해 활동 영역을 지방선거판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석열 내각에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이름도 적잖이 보인다. 주중대사를 지낸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등이다.
새 정부의 또 다른 人事코드: ‘尹의 사람들’
윤석열 초대 내각 윤 당선인의 사적 친분도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선 ‘친목형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검사 시절부터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로 윤 당선인이 가장 신뢰하는 인사로 지목된다. 평소 사석에서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여야 검수완박 대치 정국이 첨예화하자, 반(反)검수완박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 후보자가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을 대리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무려 40년 인연을 이어왔다. 정 후보자는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에 대해 “40년 한결같은 친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도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법대 직속 후배다.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역시 대학 시절 형사법학회 활동과 고시 공부를 함께 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번 내각 인선은 할당이나 안배보다는 능력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게 윤 당선인 측 설명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이번 내각 후보자 지명 기준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가장 크게 봤다”고 말했다.
현재 내각 인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후보자들이 대체로 연륜이나 능력 차원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들이나, 전 정권 출신이나 고령인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윤석열 정부에게 세대교체를 바라는 민심도 적지 않다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대표와 청년층 캠프 실무진의 역할이 컸는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선이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윤 당선인이 검사 출신이라는 그림자를 지워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분명 내 사람을 잘 챙기는 인맥 관리 스타일이 지금의 윤 당선인을 있게 한 동력임엔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중요 인사를 단행함에 있어 민심을 고려하지 않은 ‘독단’으로 비춰지면 곤란하다. 윤 당선인도 이 점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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